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788화 (786/1,009)

***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격투기는 무엇인가.

그 논쟁은 호랑이랑 사자 중에 누가 더 쎈지를 따지는 수준에서 거의 진일보하지 않은 병신 같은 다툼일지도 모른다. 단검 VS 야구 방망이 같은 것이지.

하지만 남자란 그 쓸데없는 것에 불타는 생물!

꼴마초인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떤 격투기건 인간 자체가 강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효율의 차이는 있을 거고.

‘마스터 클래스의 어쌔신…….’

그런 존재가 사용하던 단검술이라.

책자를 읽으며 나는 골몰했다.

‘책 자체는 사본이군.’

원본은 오델리아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어쩌다 손에 넣었는지는 몰라도 내용을 훑어본 바, 나는 일고의 여지도 없이 확신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 개소리네.”

메인은 마나 운용법이지만 문맥이 전하는 내용 자체는 거의 궤변이었다.

개똥철학으로 점철된 살인 기술의 기술(記述).

‘즉, 진품이라는 거지.’

이게 무슨 궤변이냐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내 깨달음─모든 교수는 한때 대학원생이었으며, 대학원생은 사악한 교수가 될 수도 있다─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달인의 깨달음이란 이런 것이다.

이성적인 사고를 초월한 직감.

뜬구름 잡는 듯한 소리로 들리지만, 당사자한텐 확고한 진리 말이다.

설득력을 부여하고자 늘어놓는 글귀였으면 되려 의심쩍었을 것이었다.

“애초에 칼밥 먹고 사는 놈들 중에서도 일선급 깡패 놈이 쓴 글에 가독성을 바라는 게 사치기는 해. 내용이나 안 틀렸으면 그만이지.”

“헥, 헥, 헥…… 자, 잘못씀다?”

시간은 심야. 체력고갈로 죽어나가던 오드리와 캐서린이 헉헉거리며 말했다.

“화, 활 쏘는 훈련인데 왜 체력단련을……”

“체력은 모든 일의 기초란다. 싫은 건 알겠지만 모자라면 싸우다 뒤져요.”

나는 책자를 탐독하며 대답했다.

활 쏘는 게 얼마나 빡센 일인데? 힘이나 체력이 후달리면 팔이 덜덜 떨린단다.

“특히 니들이 쓸 유물 곡궁은 더 그렇고.”

“저, 저희도 체력은, 있는 편이었는데요……”

“전성기 때나 그랬겠지.”

그녀들도 조금 농땡이 피웠다고 몸이 녹슬 만큼 허접하진 않았다.

단지 내가 예전의 그녀들보다 더 높은 수준을 바라며 요구하고 있을 뿐.

나는 포션을 건넸다.

“힘들지? 마셔. 몸에 좋은 거야.”

“……색이 엄청 진한데, 무슨 포션인가요?”

“녹즙…… 아니, 건강음료.”

상처나 체력을 회복시키는 포션이냐고? 그런 데 의존했다가는 몸 버린다.

이건 이세계 버젼 슈퍼 프로틴이다.

“우웨에에엑…!!”

“구웨에에엑!!”

“어허. 방정맞게. 원샷하면 덜 역하다.”

마시자마자 웩웩 거리는 자매들. 효과적이라면 좋겠군. 상품으로 팔게.

“초콜릿 나눠줄 테니까 먹고. 이제 오늘 내일로 내가 직접 가르치는 건 끝낸다. 앞으로는 너희가 알아서 자주적으로 연습하는 게 나아.”

“아직, 헥, 활은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는, 데요?”

“이제부터 가르칠 거야.”

허겁지겁 밀크 초콜릿으로 입을 달래던 자매는 눈을 끔뻑거렸다.

소년만화 특훈 에피소드 특) 치트키 나옴.

나는 마법을 발동했다.

흡성대법(吸星大法)

스킬 캡쳐(Skill Capture)

─촤악! 자매의 손목에 걸리는 마나 밧줄.

“어, 이건?”

자기들의 보법을 모방하는데 데 쓴 걸 기억하는 걸까. 내 마법을 알아보는 자매.

‘내가 상대의 무술을 베끼는 마법이지만, 이런 건 써먹기 나름이지.’

떠오르는 건 아르마알스 가문의 도련님을 해친 흑마피아 새끼의 최후다.

아니, 그때는 못 죽고 살아남아서 나중에 다시 뒤졌다곤 했는데. 뭐 어쨌든.

‘남의 정신과 연결되는 마법은 반대로 내 머릴 해킹당할 위험도 있다.’

그래서 그 마피아 보스도 나한테 뒤졌다.

이건 그 응용법이었다.

“으? 머, 머릿속에 뭐가 들어와요, 싸장님!!”

“가만히 있어. 혹시 몸 상태가 나빠지고 그래? 부작용은 없을 텐데?”

“그렇진 않은데, 느낌이 좀……”

하긴, 문제가 있으면 더 이상하지.

결국 데이터 전송의 방향을 뒤집는 것 뿐인데.

괴도 자매는 점점 눈이 커졌다.

“이건…… 활을 쏘는 법인가요?”

“그래. 내가 쓰던 방식을 그대로 입력시켜줬다.”

대상의 기술을 뽑아내는 게 아니라, 내 기술을 대상에게 주입한다.

흡성대법(吸星大法)

스킬 캡쳐·야너두(Yanerd)

쉽게 말해서 주입식 교육 희망편이다.

‘선지자는 나한테 룬 만다라의 사용법을 곧바로 가르쳤어.’

그녀의 분신이 쓴 마법이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비슷한 응용이라면 못할 건 또 뭔가?

앞으로 저 자매는 나랑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활을 쏠 수 있게 되겠지.

이래야 니르바나 하이브마인드 설에 박차가 가해질 것이니 말이다.

“세상에나…… 제 몸이 제 게 아닌 것 같아요.”

설마 한 순간에 RPG 쩔 받듯 활 솜씨가 올라갈 줄은 몰랐던 걸까. 헤스왈드 자매는 몸에 숙달된 느낌이 어색한 것처럼 손을 쥐었다 폈다.

그러다가 문득 눈이 썩은 생선처럼 죽어버리는 오드리.

“저, 싸장님? 이럼 지난 연습은 뭐였어요……?”

“입력한 건 껍데기 뿐이야. 깨달음은 당사자가 채워넣어야 된다.”

그걸 못하면 이 마법의 개발자인 흑마피아처럼 평생 달인이 되지 못한다.

며칠 동안 활을 쏘게 시킨 건 그래서였다. 게임 캐릭터가 스킬 배우는 것처럼 쉽게 얻어버렸다간 하나부터 배워가느니만 못할 것이니까.

그래도 단기간에 속성교육하긴 충분한 기술이다.

“이런 편법이 없었으면 며칠만에 다 가르치겠단 얘기는 못 했지. 한 번 써 봐.”

─휙. 활을 던져주자 받아드는 오드리.

“어? 어어?”

그 받는 모양새마저 거의 평생을 활만 배운 듯 능수능란하다.

─투칵!!

그녀는 당황하다가 일단 화살을 매겼고, 과녁의 정중앙을 깔끔하게 꿰뚫었다.

“좋아. 쓸만해졌군.”

나는 책자에서 눈을 떼고 말했다.

“우연한 인연이었지만 너희 자매랑 나는 의외로 괜찮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너희가 아는 것 중에선 기밀사항도 몇 개 있지.”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배신 같은 거 안 한다구요? 더 좋은 조건으로 고용해줄 사람도 없고, 있다고 쳐도 그런 짓을 할 인간들은 볼 일을 다 본 사냥개를 살려두지 않는 법이고요.”

고개를 모로 꼬는 괴도 자매. 말로는 안 했지만 ‘댁이 우리 범죄 전적을 까발리면 뒤지는데요’라고 은근한 눈으로 말하고 있다.

‘물론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는 거겠지만.’

의외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자매잖은가.

약점을 잡혔지만 대우는 이세계 기준으로는 꽤 좋은 편이고, 내가 시키는 일을 잘 하면 손절당해 뒤질 위기가 됐을 때도 습득한 기술로 이용가치가 생겨나니까.

그녀들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아무튼.

나는 픽 웃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소리였어. 내가 줄 수 있는 게 이런 것밖에 없거든.”

그렇게 말한 나는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돈만 쌓여도 쓸 데가 없으면 곤란하겠지. 내가 지금 가문의 가신이 별로 없거든? 조금 나중 일이 되겠지만, 너희들도 어지간한 매장에선 내 이름을 대고 VIP 대접을 받는 날이 올 거야.”

명품 포장에 들어있는 건 삐까뻑전 금괴였다.

팔뚝만한 육면체의 24K 순금이다. 괴도 자매는 동시에 눈을 반개했다.

“사장님. 저희를 돈으로 사려고 하는 건가요?”

“저희를 모욕할 셈이신가요?”

“필요 없으면 관두고.”

“사실은 오래 전부터 사장님 같은 분을 기다려 왔습니닷!!”

그래야지. 어딜 같잖게 배팅을 하려 들어.

월급 협상? 5년은 이르다. 너흰 아직 준비가 안 됐다!

─퉁퉁퉁퉁!!

그렇게 열심히 활을 쏴대며, 내가 시킨대로 촉 없는 화살들로 서로를 맞추고자 FPS 매드무비를 찍는 자매들. 나는 그걸 곁눈질하며 책자를 넣었다.

‘내용은 대충 외웠다.’

기술에 담긴 속뜻까지는 모르겠지만, 형식은 다 암기했다.

─스릉.

나이프를 2개 장비한 나는 기술을 펼쳤다.

공기를 가르면서 천천히 재현한다. 내가 쓰려고 배우는 건 아니다. 나는 신체조율이 가능하니 내가 외워서 프랑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다.

즉, 괴도 자매는 스킬 캡쳐·야너두의 실험대가 돼 줬다고도 할 수 있겠다.

‘어차피 깨달음은 전송되지도 않는다. 껍데기만 완벽하면 돼.’

게다가 아무리 달인인 나라도 하루아침에 어떤 깨달음은 얻긴 힘들고 말이다.

─슈슈슈슉!!

달빛이 칼끝에서 찢어진다.

모든 무술에는 지향점이 있다. 사용하기 접합한 체형도.

‘도적하고 암살자는 엄연히 다르지.’

현대사회에선 대충 유사직업으로 땡쳐버리지만 이세계에선 아니다.

유적 털이가 기술의 최첨단 메타인 이세계에서 도적은 전문 기술직이다.

내 주관으로는 거의 해커다. 자칭하고 다닌다면 거의가 3류에 자아도취한 놈들이지만 전문직으로 넘어가면 국가 차원에서도 양성하는 직업이다.

‘애초에 프랑은 어쌔신 같은 성격도 아니고.’

그녀가 스스로 개발한 〈백토인형(Doll of White Clay)〉이 일례였다.

희귀금속 점토 골렘들은 우리 프랑의 창의력과 다정한 인품의 상징 아닌가.

잔혹한 어쌔신이랑은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단검이라는 점을 빼면 이 기술은 프랑이랑 어울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 적당해.’

내 맘대로 고쳐도 되니까.

달인의 무술은 개인에 맞게 변용된다.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나는 프랑 본인만큼이나 그녀를 잘 알았다.

‘이 단검술을 프랑에게 적합하게 조정한다.’

누가 봐도 미친 짓이었다.

남에게 맞춰서 기술을 고치다니? 본인의 기술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전사가 세상 천지에 널려 있는데, 아무리 달인이라고 해도 오만한 시도였다.

‘하지만, 나라면 할 수 있다.’

프랑의 남편인 나라면, 그 미친 짓이 가능하다.

프랑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난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프랑을 잘 아는 남자니까.

츠파파팟─!! 단검이 파공성을 냈다.

나는 남에게 체술을 가르치는 걸 못 한다.

그렇지만 외우고 배우는 거라면 자신 있다. 이 엘리트 대갈통은 장식이 아닌 거에요.

─촤자자작!!

기술을 펼치는 내게는 원래 주인이 어떤 놈이었는지가 손에 잡힐 듯 전해졌다.

‘쓰기 편하다. 체형이 나랑 비슷해서야. 키가 큰 성인 남성.’

프랑이랑은 맞지 않는다. 조정한다.

하프 드워프 여성인 그녀의 신장, 보폭, 리치에 맞도록.

‘기본은 쌍검술. 칼의 길이도 적당히 길다.’

프랑이랑은 맞지 않는다. 조정한다.

그녀의 주 무기인 나이프에 맞추고 다른 무기들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형태. 투척용 기술이 1개. 결정타도 있군.’

프랑에게 잘 맞는다. 활용한다.

힘을 살린 투척은 마나량을 살리도록 강화한다. 암살용으로 개발된, 딜레이가 크지만 위력이 강한 기술도 골렘으로 적을 묶을 수 있는 프랑이랑은 궁합이 좋다.

‘대폭 조정하되 형태는 남긴다.’

내 달인으로서의 감각과 전투경험을 살리자.

프랑이라면 몇 년 몇 달을 들여서 간신히 고칠 부분을 단시간에 수정한다.

나는 땀에 젖도록 집중하면서 괴도 자매가 돌아가고 난 뒤에도 몇 시간이나 같은 짓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변화를 눈치챘다.

‘……음.’

분명 프랑에게 주려고 만드는 기술인데, 왜일까.

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도 메워지는 느낌이었다. 창과 전혀 다른, 짧고 빠른 기술이서일까? 리치의 차이는 반면교사처럼 내면의 진보를 낳았다.

‘이렇게인가?’

보폭을 바꿔서, 빠르게 휘두른다.

룬의 마나가 떨린다. 【게르튀르 푸타르크】의 숙련도가 오르고 있다.

창술의 진수를 단검에서 얻는다니?

이 모순의 의미는 무엇일까. 예민해진 감각들이 극한지경에서 깨달음을 잡았다.

‘사람은 세상 모든 만물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깨달음이란 거창한 진리만이 아니다.

오델리아의 깨달음들은 변경의 소탈한 자연에서 얻은 것이지만, 내 창을 막고 차원을 갈라보였다. 내가 생각한 대단하고 아니고는 독선적인 기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는 무심코 룬을 읊조렸다.

“【ᚴ(Kaunan)】.”

…두근! 시신경이 크게 맥동했다.

눈이 탁 트이는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깨달음, 알아차리는 것, 지혜를 의미하는 룬!

나는 그 룬의 참된 뜻을 깨달은 것이었다.

‘좋은데?’

나는 즐거움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

프랑도 룬은 쓸 수 있다. 구신의 마나를 살리는 기술을 하나 쯤 넣어볼까?

몸으로 말해요의 단검 버전이다. 프랑이 새로운 마법을 배울 것 없이, 공격의 위력을 뻥튀기시킨 망치질이나 단검술을 펼치게 도와주자.

어느덧 내 단검은 오러를 뿜으며 밤을 헤집었다.

─스카가각! 스카카가가각!!!

무아지경으로 세운 마나 코팅 실드를 단검으로 찢어발기고 있을 때였다. 나는 예민해진 오감으로 인기척을 느끼고 멈칫했다.

〈기사단장님?〉

〈아, 아아. 실례했습니다.〉

별관의 정원에 다가오던 그는 손을 들어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잠이 안 와서 밤 공기를 쐬러 나왔습니다만, 멍하니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군요.〉

〈흐흐. 그럴 만 하죠. 가주님께서 손님을 자주 부르시진 않을 테니, 사람이 없는 별관은 밤 산책 코스로 적당하긴 하겠습니다.〉

땀을 닦은 나는 물통을 들이키고 나서 말했다.

〈사색하시는데 소음이 방해가 됐겠군요.〉

〈설마요. 그런데 지금 기술은 혹시, 프란체스카 백작 부인의……?〉

〈알아보시겠습니까?〉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환해졌다.

기사단을 육성하는 미스릴 클래스급 달인이 딱 보자마자 프랑을 떠올린다니?

이게 내가 만든 프랑 전용 스킬이 제대로 짜여졌다는 뜻이 아니면 뭐겠는가. 내가 기뻐하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경께서는 대단하시군요.〉

〈너무 칭찬해 주셔도 곤랍합니다. 사실, 그…… 변경백께서 혹평하신 검술의 개발에는 제 영향이 크지 않았습니까?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람의 마나를 검에 불어넣는다.

아르마알스의 비검에 맞춘 내 아이디어는 찐퉁 마스터 클래스의 검사에게 부정당했다. 바람으로 차원을 찢어발기는 특 SSS급 칼잡이한테 말이다.

〈아니오. 절대 그러실 것 없습니다.〉

그러나 기사단장은 웃으며 고개를 젖혔다.

〈의원님의 혹평에 눈이 뜨였습니다. 이 가문의 분들, 제가 지키는 분들은 흐르는 듯한 바람. 그럼 제가 왜 경께서 보여주신 바람에 매혹됐는지도 알 것 같더군요.〉

조용히 사색하던 그가 말했다.

〈흐름은 붙잡았습니다. 이제 체득하는 것만이 남았죠.〉

〈……그러시다면야.〉

나는 실실 웃고서 메달에서 꺼낸 인공 미스릴에 룬을 걸었다.

─휘리릭!

뭉툭한 검 모양으로 바뀌는 미스릴. 훈련용으론 좀 살벌한 무게였는데, 나야 마나 코팅을 두르면 아무리 얻어맞아도 멀쩡하니까 괜찮을 것이었다.

〈잠이 안 오는 건 몸이 덜 피곤해서입니다.〉

검을 내밀었다. 기사단장은 호승심이 느껴지는 웃음과 함께 받아들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창을 드셨을 때면 몰라도, 단검으로는 버거우실 텐데.〉

〈쫄?〉

〈덤비십시오. 숙면을 취하게 해 드리죠.〉

오딘의 눈은 OFF. 집중력은 최대로.

결국 기술의 테스트베드는 실전이 최고다.

채앵─!!

우리는 웃으면서 검을 부딪혔다.

가끔은 이런 땀내나는 짓도 꼴마초답고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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