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808화 (806/1,009)

─퍼엉!!

뚝 부러진 화살이 벽면에 꽂혔다.

두 차례에 걸친 요격을 받아서 위력이 감소했을 텐데도 이런 위력이라니?

【──■■■■■ ■!!!】

“왕이나 궁전 사람 치고는 너무 징그러운데요!”

라리루라는 홀에서 내려오는 괴물을 발견하고는 대경실색을 하며 계단에서 뛰어내렸다. 모르기는 몰라도 왁자지껄한 티타임을 권하러 오는 사람은 아닐 듯 했다.

“무슨 상황인지는 대충 알겠네요☆!”

“부연설명 부탁합니다.”

티르시는 크라운 크라운을 낚아채서는 머리에다 들입다 포션부터 부었다.

그녀는 난생 처음 받는 취급에 좀 멍해졌다가, 상황의 심각성을 되새겼다.

“우르의 신좌를 갖춘 반신이야. 머리는 잘 굴러가고 사람 말도 알아들어. 본체의 능력까지는 모르겠지만, 신좌의 힘은 활과 방패.”

“위력은 보셨다시피고요.”

─퉤. 인간 상태로 뿜은 브레스의 여파로 익은 입 천장을 뱉으면서 키아라가 물었다. 그는 아직 권능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연발은── 가능하군요.”

질문하던 키아라가 티르시를 밀치며 엎드렸다.

예고도 없이 떠밀려진 그녀는 능숙하게 바닥을 굴렀다가 일어났다. 다비드가 쏜 화살은 차원벽에 부딪혔다가 튕겨나왔다.

도탄은 여력을 남기고 천장에 박혔다.

“……강적이네요.”

등골이 오싹해진 티르시가 중얼거렸다. 만약 저 화살이 자기 쪽으로 튕겼다면 어떻게 됐을지 쉽게 상상했기 때문이었다.

신좌를 가진 상대라면 〈인신〉급.

신좌와는 별개로 본체의 힘까지 있다면 굉장한 강자일 것이었다.

라리루라는 새삼스럽게 크라운 크라운의 옷을─고대문명의 광대복을─ 보고서는, 손발을 달달달 떨며 자지러지다가 퍼득 거수했다.

“저기요! 천장에는 공간의 왜곡이 없나요?!”

“있어. 화살이 공간을 뚫고 박힌 거야.”

“한 대라도 맞는 날에는 제 늘씬한 팔다리랑도 바이바이겠네요!”

“천성이 밝구나. 마음에 드네.”

칭찬인데 기뻐할 맛이 나지 않았다. 라리루라는 손가락을 당겨서 링링이 6호가 과열될 정도로 그 내부 노심의 오러를 발사시켰다.

다비드는 계단에서 도약하며 방패로 방어했다.

몸을 웅크리는 이생물체의 흉측한 모습이 순간 파티의 각막에 비췄다.

인지를 벗어난 기괴한 형태는 븐능과 감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초래했다. 누구나가 안구에 벌레가 알을 깐 아이스픽을 들이미는 것만 같은 느낌에 한순간 숨을 삼켰다.

“정신차려! 적이 좀 못생겨다고 쫄면 어떡해!”

크라운 크라운의 일갈이 그들의 정신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각으로 전해지는 광증은 별 것 아냐! 괜스레 상상하려 들지만 마! 신도 괴물도 죽이면 죽는다! 너희들 인류는 미지와 공포를 정복하는 생물이야!”

─쿠우웅!! 유성처럼 떨어지는 방패. 라리루라는 오러 미사일의 궤도를 조정하면서 방패 뒤를 노렸지만, 뒤쪽으로도 룬 만다라가 펼쳐졌다.

“예. 확실히 모험가답지 못했습니다. 인지 밖의 괴물은 일상다반사인데.”

“계속 쏘세요! 화살을 조준 못 하게!”

키아라가 깁스를 찢어발기고 티르시가 외쳤다. 일행은 각자 방어수단을 갖추면서 원래 위치에서 이동했으나, 그 순간 방패 위에 눈동자가 떠올랐다.

감각을 곧추세웠던 키아라는 째깍 외쳤다.

“눈입니다! 활을 쏠 거에요!”

경고가 튀어나오기 무섭게 혼자 떠다니던 활이 화살을 발사했다.

화살은 사람 몸통보다 굵어서 거의 건축자재를 쏘는 듯 했다. 티르시는 곧바로 손가락을 그었다. 조준도 하지 않았다.

─슈욱!

하지만 완드의 자동조준 효과가 화살에 마법을 깔끔하게 맞췄다.

공간을 잇는 얼음 빛깔 안개가 치솟고, 흡수한 화살을 방패 바로 위에 뱉었다.

방패는 화살을 막을 만큼 강고하긴 했지만, 그 위력을 흠집 하나 없이 막지는 못했다. 화살촉이 구겨지고 화살이 사라졌을 때는 방패에도 그만한 패임이 생겼던 것이다.

“티르시 언니! 도우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불러주세요. 제가 손이 바빠서.”

“언니는 언제나 침착해서 안심이 되네요!”

그렇지만도 않다. 그녀의 내면은 아직 노르드와 함께 하수도에서 비명을 지르며 달리던 무렵과 별 차이가 없다. 성숙했다기보단 익숙해진 것이었다.

티르시의 묵묵무답에도 아랑곳 않고 라리루라는 발퀴리에를 있는대로 불렀다.

“공연이 화려해도 무대가 휑하면 허전하니까요!”

발퀴리에를 소환하지 않은 건 마스터 클래스의 초월자들에게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어서였다. 더 적절한 순간이나 다른 일행을 위해 아껴둔 것이다.

하지만 거의 대다수의 일행은 안전이 확인됐고, 남은 적도 손에 꼽는다.

콰과과광─!!

마나를 충전한 발퀴리에들는 20마리에 못 미치지만 움직임을 봉쇄하는 집중포화를 뿜어낼 수는 있었다. 눈으로 보이는 화살도 티르시가 막아낼 수 있다.

【로키 신에 옛 지배자의 혈통. 거기다가 아르마슈나스의 후손까지.】

방패로 몸을 지키던 다비드가 말했다. 익사체가 떠드는 것만 같았다.

【많이도 모였소. 시대를 망라한 박물관에라도 온 기분이구려.】

“……젠장!”

찰나의 직감이었다. 크라운 크라운과 키아라는 위기를 감지하고 몸을 날렸다.

키아라가 암막결계를 펼치고 시야를 봉쇄했다. 아군의 시야도 막히고 말았지만 크라운 크라운은 그의 영특함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으큭!”

그녀는 통증 때문에 환상을 덮어씌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까웠던 라리루라라도 뒤에서 덮치듯이 끌어안고 눈과 귀를 막았다.

다비드로부터 사념파가 터져나왔다.

키이이이이이이잉──!!!

그 순간의 감각을 가장 날것 그대로 느낀 이는 암막 결계를 뒤에 펼친 키아라였다. 그는 굳세게 닫은 안구를 긁고 귓가에 파고드는 잡음을 들었다.

아니다.

결코 잡음이 아니었다. 사념파는 호소였고, 계몽이었다.

듣기 싫은 일장연설이 그럿듯이 계몽의 전파는 시간감각을 늘렸다. 보통의 설교랑 다른 것은 그 감각의 오차가 마치 며칠 같기도, 한순간 같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속삭인다. 지혜를 퍼트린다.

저주받을 잠언인가? 그랬다면 코웃음으로 넘겼으리라. 알아듣지 못했던 낱말은 의미를 갖추고 뇌 뒤편에서 번식하며 자아를 갖춘 듯 저들끼리 조합되었다.

낱말은 사람의 뇌가 가진 상상력이라는 희망을 약탈했다.

단어의 나열이나 다름없던 연설문은 마치 직접 봤던 기억을 반추시키는 것처럼 눈꺼풀에 멀디 먼 우주 건너의 암청색을, 병적인 광기를 이야기했다.

“──Rrrrrrrooooooo!!!!”

원초의 본능이 피가 뒤집히듯 날뛰었다. 의식을 되찾은 그가 근적한 노스탤지어에서 벗어났을 때, 키아라의 눈앞에는 화살이 있었다.

스콜라키체처럼 용으로 변한 팔을 휘둘렀다.

─터엉!!

키아라는 사막에서 태어나서 자랐다가 처음으로 물에 들어가 본 양서류처럼 펄쩍이는 심장을 느꼈다가, 급격한 피로감에 어금니를 깨물어 으스러트렸다.

치솟는 힘으로 화살을 쳐냈지만 그뿐이었다.

“……친가가 참 멀군요. 귀성할 일은 없겠어요.”

안구와 귀. 외부의 언어를 받아들이는 기관에서 피를 흘리며 그는 주저앉았다.

피해자는 키아라에서 그치지 않았다. 암막결계 안의 라리루라는 크라운 크라운의 기지로 보호받았지만, 티르시는 그렇지 못했다.

“후, 후, 후우, 하아……!!”

순간적으로 사념파를 쬔 티르시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쿵쾅거리는 심장을 붙잡았다.

하지만 심장은 차분했고 달랠 수 없는 영혼만이 뒤틀리는 듯 했다.

“콜리도 씨! 언니! 왜 그래요?!”

“진정들 해! 지금 건 그냥 마법이야!”

크라운 크라운은 티르시의 어깨를 잡고, 초점이 맞지 않는 걸 확인하자마자 뺨을 갈겼다. 난폭한 방법이었지만 이대로는 폐인이 될지도 몰랐다.

“정신 차려! 영혼에 간섭하는 마법이라고! 괴담 같은 거랑 하나도 다를 바 없어!”

【소용없소. 저들은 그대만한 격을 갖추지 못했으니.】

“닥쳐, 빌어먹을 새끼야!”

그녀가 으르렁대자 암막 결계를 부수고 화살이 날아왔다. 라리루라는 아즈테카의 링링이 5호가 든 결계 유물로 화살을 흘려넘겼다.

─쩍! 유물에 적지 않게 금이 갔다.

하지만 티르시는 얼얼한 뺨의 통증도, 닥쳐오는 죽음의 위기에 바짝 서는 솜털도 느끼지 못했다. 그녀에게 보이는 건 자신의 내면 뿐이었다.

크라운 크라운의 말은 맞다. 이건 단순한 공포다.

티르시도 손에 익은 약물류 중에서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것들을 투여당한 거나 다름없다. 공포는 가장 원시적인 감정이기에 인류가 제일 먼저 적응한 감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적응과 극복은 다른 이야기였다.

공포심으로 몸이 차갑게 식었다. 티르시는 눈을 뜨고 있는데도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작은 빛을 보았다. 그녀의 영혼에는 개미처럼 소음이 기어다녔다.

육신은 유리병이다. 짓물린 감옥이다.

인류는 무지(無知)라는 포르말림에 절여졌다.

그녀의 영혼은 불안해 하며 주위를 더듬거렸다. 하지만 손을 뻗어도 아무 것도 닿는 것이 없었고, 애초에 뻗을 만한 손도 없었다.

공포는 이윽고 자포자기와 체념으로 변해갔다.

범우주적인 절망도 수용하고 나면 오히려 편안하기까지 했다. 솟아나는 공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이었지만 체념 끝에는 포근한 절망이 있었다.

항거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섭리에 삶을 포기한다는 건 이런 기분일까.

그렇게 장롱에 숨은 어린애처럼 히끅거리던 그때, 더듬거리던 손에 뭔가가 닿았다.

따스한 심록처럼 포근한 기운. 안구는 없었지만 바로 눈치챘다.

그녀의 영혼이 부숴지지 않도록 불어넣은 장벽.

노르드의 마나였다.

─오빠 믿지?

추억 속에서 튀어나온 장난스런 목소리가 소음을 짓뭉개고 티르시의 귀 속을 간지럽혔다. 같은 환청이지만 느낌은 전혀 달랐다.

그날 그때, 시체로 둘러싸인 차디찬 지옥의 한켠에서 그녀는 뭐라고 답했던가.

─……네. 죽어도 용서해 버릴 만큼요.

그녀의 삶도 죽음도, 이미 그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티르시는 남편의 소유물을 삿되게 빼앗을 생각이 없었다.

“……콜록, 콜록!!”

희망을 되새긴 순간, 티르시는 눈을 떴다.

기침을 하자 검은 피가 쏟아졌다. 눈과 귀에서 흘러내리는 피도 똑같은 색이었다.

기분은 이루 말할 데 없이 최악이었지만 머리는 맑았다.

“……하아, 역시 저는 징그러운 거랑 무서운 건 질색이에요.”

질색하는 말투였지만 그녀는 담담하게 새까맣게 물든 피를 털어냈다.

─퉁!! 화살이 발사되는 소리. 티르시는 그녀가 깨어난 걸 눈치채지 못한 괴물에게 답례했다. 슥 소리도 없이 사라진 화살이 그의 등에 꽂혔다.

─퍽!!!

【Guwakk?! Tooi■p'a ■■■aaaa!!!!!!!】

화살을 막을 만한 이가 없어졌다고 확신했기에 방패를 치운 게 문제였다.

다비드의 머리에 구멍이 뻥 뚫리자 라리루라는 팔짝 뛰었다.

“이겼다! 해치웠어요♡!”

“초를 쳐서 미안한데, 쟤네는 영적 생물체라서 급소 같은 개념이 없어.”

“네?! 저번에 만난 남작은 저렇게 되니까 죽었는데요?!”

“아, 걔도 두뇌 조각만 남아서 도망쳤었어. 내가 찾아내서 죽였지만.”

“네?!”

다비드는 다시 사념파를 터트리고 방패에 숨어 제 3의 눈을 꺼냈다.

“숨어서 화살만 쏘씨다니, 남자답지 못하시네요. 아니면 성별도 없나요?”

티르시는 즉각 반응했다. 손가락에서 뿜어지는 냉기의 파도가 관측하는 안구를 얼려버리고, 발사 직전에 활대를 후려쳐서 화살을 애꿎은 방향으로 날렸다.

부웅─!!

어느덧 이곳의 천장까지 우주가 펼쳐져 있었고, 신의 화살은 별의 바다로 날아갔다.

“이런!”

크라운 크라운은 씌워둔 막이 찢어지는 걸 염두하고 기겁했다. 자칫하면 다비드가 탈출할 우려도 있는 데다가, 생존 자체도 힘들어질 수 있었다.

【■■■■■■!!!】

그녀의 예상대로, 다비드는 부상을 치료할 생각으로 천장을 향해서 도약했다.

활은 멀리서 쏘기 위한 무기다.

우주 건너에서 수십 발의 화살을 퍼부으며, 그 화살에 사념파까지 덧씌운다면 저 자들은 미쳐서 골육상쟁을 벌이며 자멸할 것이었다.

─후웅.

그는 티르시를 겨누며 왕성을 빠져나갔고, 등에 들이닥치는 냉기에 떨었다.

‘……냉기?’

불가능한 일이다. 별의 바다는 무엇보다 차가운 세상이었지만, 그 냉기가 다비드에게 전해지는 건 세계수의 물리법칙 상 있을 수 없다.

열이 전해진다면 별의 바다는 어떤 불지옥과도 비교할 수 없이 뜨거워야 옳다.

그리고 그랬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그’의 고향은 녹색으로 불타오르는 혹성이다. 이런 영혼까지 얼어붙어버릴 듯한 추위는 익숙하지 않았다.

다비드는 밑을 바라보고, 밭밑에서 하늘을 발견했다.

얼어붙은 청백의 세계.

여러 개의 태양이 타오르는 죽음의 대지.

【이 위그드라실의 드림랜드……?!】

신들이 부르길, 니플헤임.

다비드는 자신이 높이 도약한 순간, 그 위치에 〈균열〉이 열렸던 것이라고 눈치챘다. 그렇기에 이런 마법을 쓴 이가 누구인지도 알아차렸다.

“으~ 와……. 저긴 변함없네…….”

크라운 크라운은 낯익은 저승을 보면서 얼굴을 경련시켰다.

티르시는 완드를 천장에 겨누고 입가를 훔쳤다.

“이대로 문을 닫고 싶지만, 메달의 연결을 차단한 것도 당신이죠? 그럼 명계에 던져도 살아남을 테니, 아직 작별하긴 이르겠네요.”

우신의 안구로 만든 완드. 그 효과는 자동조준.

‘자동조준’. 말처럼 간단하면서, 그 말에서 상상 가능한 것보다 더 강력했다.

공격 마법을 적에게 유도시키는 건 아주 기초적인 사용법이다. 완드의 자동조준은 마법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공간 속성 마법도 이에 포함된다.

그게 이유였다.

티르시가 노르드에게 토나슈일루카틀의 눈만은 반드시 확보해 달라고 부탁한 이유.

완드를 쥔 티르시는 상대좌표를 몰라도 공간과 공간을 연결할 수 있다.

공간과 공간을 이을 수 있다면, 저승과 현세를 연결할 수도 있는 법 아니겠나.

“후우우우……”

명계의 문은 여기에 열렸다. 조건은 갖춰졌다.

─반짝.

얼음의 태양이 광채를 부풀렸다.

티르시는 아주 간단하게 그 별을 땅으로 떨어트렸다.

“내려오세요. 올려다보기 힘듭니다.”

─쿠화아아아악!!!

아르마 슈나스의 마나가 기둥처럼 꽂혔다. 궤도에 있던 다비드는 동상처럼 얼어붙고, 여과없이 냉기 덩어리를 뒤집어쓴 티르시도 하얗게 물들었다.

하지만 불길도 얼려버릴 듯한 눈꽃은 티르시를 감싸며 스며들었다.

“……아, 이런 기분이었군요.”

그녀는 티아라─형태를 한 통제기구─를 만지고 완드에 낀 서리에 입김을 불었다.

“꽤 마음에 드네요. 복장은 빼고.”

“꺄아아앗!! 티르시 언니!! 너무 섹시해요!!”

“시끄러워요.”

티르시는 노출도가 심한 드레스에 얼음으로 된 망토를 만들어 두르고 다비드를 노려보았다. ‘다비드’였던 육신은 추락하며 얼음 파편이 돼 있었다.

【Grrrrrrr…….】

하지만 부정형의 이생물체는 극한의 냉기에서도 버틴 듯 그르륵 거리며 일어났다.

“……음. 제가 때늦은 겨울잠이라도 잤었나요?”

냉기에 정신을 차린 듯 키아라도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다.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뚝뚝 끊기는 목소리로 다비드였던 것이 말했다.

【……그.렇군. 차. 원벽을. 파괴.한. 순간부.터. 눈치.를 채야했. 어.】

“크라운 크라운 씨. 정보 공유는 제대로 부탁드립니다.”

티르시는 그 중얼거림을 들은 듯 웃었다.

“저 문어, 머리가 좋은 듯이는 안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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