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어쩔 셈이냐! 궁전도 버리고! 옥좌까지 잃어버리고!〉
꼭두각시로 부리던 귀족의 저택의 옥체를 숨긴 황제 베네딕트는 이를 갈았다. 이런 때에도 그의 머리는 고급 향유로 넘겨져 있었다. 입을 단속한 시녀의 작품이었다.
〈망할 아들은 죽었다지만, 아멜리아는 나타날 기색도 없잖은가!〉
〈조금 더 기다려 주십시오, 폐하. 아직 사흘도 되지 않았습니다.〉
부복한 친위대장이 대답했다.
변함없는 친위대장의 자세에 안심감과 불안감이 황제의 가슴을 어지럽혔다.
〈……제길. 망명 계획은 준비돼 있는 것이냐? 옥좌의 탈취도 실패했는데.〉
황제는 친위대장을 마저 추궁하지 못하고 분을 삭혔다.
당연했다. 권위를 잃고 궁전에서 도망친 황제의 안전을 보장해줄 상대는 그녀밖에 없었다. 혹여나 친위대장이 역심(逆心)이라도 품으면 어떡하라는 말인가.
자신이 어리석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기에, 황제는 다친 상처를 붙들었다.
〈……엘릭서, 엘릭서를 다오.〉
〈가능한 빨리 수배하고 있습니다. 와이번 운송 등을 활용하기 부적절한 시국이므로 이 또한 조금 더 기다려 주셔야 하겠습니다만……〉
〈그만! 됐다. 하나부터 열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 뿐인가! 이만 물러가라!〉
〈예.〉
고함치는 황제에게도 아무런 표정을 지어보이지 않은 친위대장은 그의 앞에서 물러나고서 복도를 거닐었다. 친위대원이 그녀의 뒤를 쫓았다.
친위대장은 높낮이도 없이 하문했다.
〈주군의 행방은 어떻지.〉
〈시체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대답하는 친위대원의 목덜미에서 촉수가 솟고, 가라앉았다.
인간형으로 제대로 의태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친위대’로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충분히 경을 칠 일이었으나─그러긴 커녕 목을 쳐도 이상하지 않다─ 친위대장은 무시했다. 감정을 절제하기 힘든 건 서로 마찬가지였으니까.
황제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했지만, 제일 조바심을 느끼는 건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었다. 친위대장은 당장에라도 주인, 아멜리아의 안위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황제보다 더 높이 섬기는 주군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그녀는 보폭을 좁혔다.
〈몸은 피하셨을까? 부상을 입으셨다거나……〉
〈리베르타스의 권능에 의한 공간변이는 관측되었습니다. 해당 위치를 조사하던 원로원들의 정보이므로 그 점만은 확실합니다.〉
〈……인공신을 섬기는 교단에서 여전히 혼란의 기색이 보인다. 옥좌에 흡수된 신좌는 돌아가지 않았어. 분명 아직 살아계실 터다.〉
〈조사는 계속하겠습니다. 이대로 귀족 계층에 숨어들어 있고자 합니다.〉
〈그렇게 해라. 보고가 늦어지는 건 감안하마.〉
〈예.〉
친위대원이 사라지자 그녀는 걷던 걸 멈추고서 고민에 빠졌다.
〈울프헤딘…… 울프헤딘…….〉
살기를 뿜으며 뇌까리던 그녀가 이를 드러냈다.
〈……후방을 교란시킬 필요가 있겠군.〉
정체를 숨겨주는 유물 로브를 걸친 친위대장은 검을 허리에 패용했다.
***
사치품과 명품은 제값을 한다. 그 점은 여관도 별로 다를 게 없어서, 1박에 몇 쿠퍼 받던 싸구려 여관까지 가지 않아도 보통 여관하고는 격을 많이 달리 한다.
바깥 계절과 날씨가 어떻든 포근하게 숙박객을 맞이하는 여관에서 나는 깨어났다.
짧은 예지였다. 더 단편적으로 보인 미래도 몇 번 있었지만 임팩트가 없어서 더 짧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눈을 매만졌다.
“후방이라.”
“뭐야? 혹시 뭔가 보였어?”
장소는 아직 다나랑 네페르티티가 있는 여관의 한 방.
그녀들의 시선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그래. 어디 저택에 숨어 있는 모양이더라.”
“저택? 존나 무슨 동굴 같은 곳도 아니고? 잘난 신분이셔.”
“……어떤 미래?”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오는 그녀들. 나는 간단한 설명을 끝내고 말했다.
“내 예지의 단점 중 하나는 얼마나 미래인지를 모른다는 거야.”
“그렇겠지. 라그나로크 때의 오딘도 그랬다며?”
“로키 말로는. 예언의 형태는 여러가지니까.”
내 권능은 예언가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랑은 좀 거리가 멀다.
아리송한 예언 문구를 줄줄 읊는 것보단 이렇게 눈에 확 띄게 보여주는 편이 이해가 가서 좋은데, 당연히 단점도 존재한다.
‘내가 본 풍경이 얼마나 나중 일인지 모른다.’
예언에 비춘 인간들이 알기 쉽게 달력을 봐주는 것도 아니잖은가.
“그래도 대충 어림잡는 건 쉽지.”
단서는 나왔잖은가. 나는 벗었던 외투를 입었다.
“아멜리아가 죽었는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가는가 본데, 직접 만나서 알려주자고.”
“현장에 기웃거리는 놈들을 찾아내면 되겠네.”
다나랑 네페르티티도 바로 옷을 입었다.
맞다. 범인은 현장으로 돌아온다고, 헤니르한테 깔끔하게 소멸당한 아멜리아의 흔적을 찾으러 그 친위대원의 첩자가 로물루스 신전에 나타날 거다.
네페르티티가 채찍을 챙기며 말했다.
“위치만 알면 낙승.”
“아, 무기는 챙길 것 없어요. 저희가 바로 가면 미래가 바뀔 테니 사람을 부려서 조사할 겁니다. 솔직히 저희가 저 놈들보다 더 눈에 띄잖아요?”
“……알았어.”
기세 좋게 일어나기 무섭게 바로 시무룩해지는 우리 사차원 아가씨.
등을 토닥여준 나는 전서구(매)를 불러서 편지 한 통을 쥐어줬다.
‘먼저 황제부터 찾아서 처리한다.’
생포할 수 있다면 좋지만, 못해도 상관은 없다. 셀루스티아 남작(짭)과 베스타 교단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었잖은가? 이게 시발 꽃패지.
나는 다른 아내들을 불러모았다.
반역…… 아니, 혁명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
친위대원 차르투스는 가식적으로 미소지었다.
〈이 화재 터를 점검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너희도 어떤 분들인지 알 만한 대귀족 분들의 의뢰다. 실수하지 마.〉
티 나는 가식적인 웃음이었지만 감식원장은 별 말 없이 넘어갔다.
그럴 수밖에. ‘친위대’라는 이름과 달리 황제의 검은 별의 자손들의 검이었다.
당연히 요구받는 능력도 호위와는 무관하다.
〈감식반들 데리고 한 바퀴 돌자. 짬도 찼겠다, 맡겨도 되겠지?〉
〈아휴, 말씀일랑 마십쇼. 제가 몇 년차인데요.〉
〈10년은 되고 말해, 짜샤. 먼저 간다.〉
로마니아 원로원의 직할기관, 감식원(鑑識院)의 역할은 이런 사건사고의 분석과 조사였다. 황실의 마나 검출 기술과 비슷한 마법으로 원로원의 의원들의 지시에 따르는 감식반이다.
차르투스가 대외적으로 가진 신분은 그 감식원 부서의 일원.
친위대 임무와 병행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아직 저택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황제에게 충성심을 품은 그가 아니었기에.
‘아멜리아 님…… 아멜리아 님……!!’
서둘러서 달려나가고 싶은 충동과 인간 시절의 거죽을 뚫고 나올 듯한 본체의 육편을 억누르면서 차르투스는 감식반을 이끌었다.
〈팀장님. 마나 반응부터 훑겠습니다.〉
〈관둬. 헛수고다.〉
〈예?〉
교본대로 행하려는 감식반들을 제지했다.
당연했다. 뻔한 흔적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겼다고 쳐도 그들보다 앞서서 이 현장을 들쑤셔놓았던 원로원 상원의원들이 처리해 뒀겠지.
〈어차피 마나는 금방 휘발된다. 시간이 지나고 찾아내기는 어려워.〉
마나의 법칙은 조화와 상쇄 아닌가.
자연 상태의 마나는 금방 밸런스 좋게 상반되는 마나와 섞여서 소멸한다.
특히 이렇게 많고 거친 전투의 흔적에서는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에 탄 찻잎 성분을 다시 말려서 찻잎에 스며들게 하는 편이 훨씬 더 쉬울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마나가 작용하지 않은 곳을 찾아.〉
〈작용하지 않은 곳이요?〉
〈천통절의 마지막 순간, 귀족 분들이 화재에서 피난하시는 찰나 동안 이만큼 파괴를 벌인 거다. 마스터 클래스 급일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 몇 달만 방치하면 어린 아이들의 눈에도 폐허로밖에 보이지 않을 로물루스 교단의 신전 터. 이만한 사건을 일으킨 이들이면 보통이 아니리란 추측은 설득력이 있었다.
〈……마스터 클래스는 로마니아에도 두 분밖에 없잖습니까?〉
〈그 ‘두 분’이라는 건 천검제후님과 폐하의 친위대장님 얘기지?〉
〈예.〉
〈바로 그 친위대장님이 실종 상태라며? 현장엔 다른 친위대원도 있었을 텐데, 폐하를 데리고 퇴각할 수밖에 없었던 건 왜겠어?〉
〈반역자들이 그만큼 강했으니까겠군요. 옙. 더 군말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설득력이 있었기에, 신분을 감춘 차르투스의 말로도 회유는 성공적이었다.
─사박, 사박.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경례한 감식반들은 마나가 작용하지 않은 부분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집중하기를 몇 시간. 대귀족들이 한가한 사람들도 아니고, 지켜보는 이들도 없었기에 감식반들은 조곤거리며 잡담하기 시작했다.
〈근데 왜 마나가 작용하지 않은 곳을 찾지?〉
〈듣기론 마스터 클래스는 자기 능력만으로 뭔 유물처럼 마나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초상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나 봐.〉
〈아, 그러니까 이 난장판에서 마나가 작용하지 않은 곳이면──〉
〈마스터 클래스들의 초능력이 부딪힌 데가 아니냐는 거지. 확실하진 않지만.〉
아하, 그렇구만. 이해한 감식반은 팀장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며 그를 찾았다.
‘응?’
사방을 힐끔거려도 차르투스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았다.
그래도 그는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빌어먹게 어지러운 시국에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담배가 마려운 건 그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팀장 쯤 되면 뺑끼도 깔 수 있겠지?〉
〈먹고 살기 바쁜 주제에 팀장은 무슨. 짤리기 싫으면 꿈 깨고 일이나 하셔.〉
〈쯧. 꿈도 못 꾸냐, 개새끼야.〉
투덜대며 작업에 돌아간 감식반이었지만, 그의 생각은 정답이었다. 팀장을 맡은 차르투스는 현장 감식을 멈추고 다른 곳에 향했으니까.
〈원장? 귀족님이 찾는다는 게 무슨 소립니까?〉
아멜리아의 흔적─〈청동 옥좌〉의 권능이 남긴 상흔─을 찾던 차르투스는 속으로 수많은 욕설을 뇌까리며 신전을 돌아다녔다.
아치형으로 선 기둥은 파괴되지 않았다면 무척 장엄했을 것이다.
신전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원래 활발하게 돌아다녔을 신도들은 임시 거처로 자리를 옮긴지 오래였으니까 당연했다.
〈원장──!! 어딨습니까──!!〉
하지만 그 조용한 곳이 떠나가라 외쳐도 차르투스를 부른 사람은 대답이 없다.
하던 걸 멈추고 불려왔는데 정작 호출한 감식원장이 보이질 않는 판국이다. 인상을 쓰던 그는 곧 놓치지 못할 단서를 발견하고 흠칫했다.
‘……녹은 흔적?’
구멍이었다. 마치 펄펄 끓는 쇳물을 몇 시간씩 퍼부어서 지반까지 녹여버린 듯한 구멍. 지하까지 뚫린 구멍은 누가 틀어막은 건지 안이 들여다보이지는 않았다.
‘울프헤딘…… 아멜리아 님을 노린 놈이 싸움의 흔적을 지운 건가?’
아니, 그렇다기엔 어설펐다.
옥좌가 있는 지하를 발각당해서 곤란해지는 건 아멜리아와 친위대만이 아니다. 혼란을 야기하고 싶은 거라면 대대적으로 밝혔지 않겠는가.
‘그보다 이런 구멍이 있다면 왜 진즉 감식반이 지하에 보내지지 않았──’
생각의 끈은 거기서 끊겼다.
그리고 끊어졌던 끈은 다른 발상에 달라붙었다. 차르투스는 위화감의 실을 이어갔다.
‘이 구멍을, 지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존재를 알고도 일부러 매설했다?
알았다면 누가?
누구긴 누구겠는가. 감식원은 원로원의 직할기관이며, 교단 안에서 증거 채취를 허가해준 건 로물루스 교단의 상층부였다. 그런데 그들이 이 흔적을 몰랐다고?
‘어불성설이다. 이만한 전투 흔적, 당연히 제일 먼저 깨달았을진대.’
알았다면 구멍 아래부터 조사해야 맞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누가 봐도 수상한 곳은 손도 대지 않고 감식원들을 바깥에 배정했다.
꼭 바깥의 흔적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 준비해둔 것처럼.
예전 같았으면 아멜리아의 책모가 뒤를 봐줬던 것이라고 기뻐했을까.
그러나 그녀는 없다.
변장한 피부의 밑의 촉수가 오한에 곤두섰다.
‘……이 감식 자체가 함정인가!!’
혼란에 빠진 원로원과 교단이 협력했거나, 협력하도록 유도한 인물이 있다.
황실의 권위가 사라진 신성제국을 좌우할 양익. 원로원과 교단이라는 최고지도단체를 동시에 다뤄가며 타겟이 깨닫지도 못하게 꾀어냈다.
타겟이 누군지는 불 보듯 뻔했다.
신전은 사람을 물린 듯 이상하리만치 적막했다. 차르투스는 본신의 힘을 드러냈다.
쥐 죽은 듯한 침묵? 착각도 유분수다.
이건 쥐를 죽이기 위한 침묵이었다.
【■■■■■■!!!!!】
정체를 감춰야 한다는 생각을 위기감이 앞섰다.
─투두둑!! 툭!!
팔의 근섬유가 굵은 촉수 다발로 변했다. 차르투스의 팔은 오우거보다 길고 두껍고, 드래곤 만큼 사납게 등 뒤 180도를 회전했다.
인간에겐 불가능한 힘과 유연성이 아무도 없는 공간을 가로질렀다.
별의 자손의 하수인이 느낀 초감각이 숨어있는 인간의 머리통을 관통했다.
…덥썩!!
정확하게 말하면, 관통할 듯한 기세로 달려가다 붙잡혔다.
〈와 시발, 팔 두께 봐. 형 상체 뭘로 조져요? 스테로이드?〉
─뿌직!!! 차르투스의 팔을 붙잡은 손이 촉수의 뭉텅이 같은 팔을 짓으깼다.
치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의 팔을 터트려버린 남자가 맨손으로 입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거죽이 찢겨나가며 차르투스의 본체가 드러났다.
그의 눈에 검은 눈동자가 시야 한가득 들어왔다.
몸에 형광색의 마나를 불꽃처럼 두른 남자였다. 빛이 한 점도 느껴지지 않는 검은 눈과 머리카락. 낯익은 인상착의다. 차르투스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어졌다.
〈울프, 헤딘!!〉
〈안녕, 산낙지 친구. 친위대랑 감식반의 이중취업이라. 꼴에 능력 있네.〉
으드드득…!!
경악을 금치 못할 힘이 차르투스를 짓눌렀다.
인간 치고는 두꺼운 팔뚝이다. 그렇지만 차르투스는 그 인간을 초월한지 오래였다.
인간 시절에는 꿈도 못 꾸던 힘과 감각, 지혜를 얻고 우주를 본 차르투스는 어느덧 인간이 개미를 대하듯 인간을 대했다. 이중생활 연기를 잘 해낼 수 있었던 건 그래서였다.
초월자와, 그녀를 한층 초월한 절대자의 수족이 되었다는 실감.
별을 올려다보는 인간이 아닌, 인간을 깔아보는 밤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전능감.
차르투스를 비롯한 친위대가 별의 자손들에게 목숨을 바치는 이유였다.
〈끄윽, 갸아아악……!!〉
그럴 텐데, 꿈쩍도 할 수가 없다.
씨앗을 으깨서 기름을 짜내는 압착기에 뼈째로 말려들어간 것처럼 잡힌 얼굴과 위에서 짓누르는 완력에 무릎이 접혔다.
【■■ ■!!!】
차르투스는 아픔을 참고 왼팔을 뻗으려고 했다.
─푸슉!
하지만 힘차게 뻗어야 했던 왼팔은 잘못 발사된 화살처럼 여력을 실고 멀리 날아갔다. 팔을 뻗기 무섭게 불타오르는 수도가 그의 팔을 자른 것이다.
〈미스릴 클래스 쯤 되나? 체술이 후달려서 스펙으로 매꾸는군.〉
남일 같지 않은데. 좆밥 시절의 나 같아서 약간 동질감까지 들잖아?
유인에 성공한 노르드는 빙긋 웃었다.
〈너도 나도 상대방의 인적사항은 조사해 봐서 알지? 너희한테 궁금한 게 많아.〉
예를 들면, 이들을 죽이는 걸로 구신의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지 등등 말이다.
마나 계승이 발동되면 아주 좋다. 마침 꽁으로 얻으면 신좌에서 힘을 뽑아낼 마중물을 찾으려고 생각하던 참이었으니, 이 잡초 뽑기 작업에 보다 의욕을 얻을 수 있다.
노르드가 예지한 미래까지 가지도 못하고 잡힌 차르투스가 이빨을 드러냈다.
─퍼석!!
그대로 노르드를 물려는 시도는 하악골 전부를 으깨버리는 무자비한 주먹질에 감히 이뤄지지 못했지만, 그는 상처를 치료하며 끝까지 살기등등하게 으르렁댔다.
〈고문 따위로 내 입을 열 수 있을 것 같나?〉
〈꾹 닫고 있도록 해. 금방 수다스러워질 테니.〉
노르드는 손바닥에서 번개를 튀겼다.
〈시체는 거짓말을 못 하는 법이거든.〉
─파지직.
콰르르릉─!!!!!
벼락불이 빛이 꺼진 신전의 어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