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니아 동부.
전쟁을 대비해서 높게 쌓인 성벽과 깊은 해자가 깔린 성새도시 아즈위시아.
그곳의 5명 뿐인 호병대장은 성벽 위에 올라와 오만상을 썼다.
그가 매직 아이템을 들여다봤다. 시력을 강화해주는 마법이 걸린 아이템은 도시로부터 한참 떨어진 거대한 골짜기를 샅샅이 살피는 데 유용했다.
아즈위시아를 찾아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눈을 빼앗기는 베이지색의 협곡.
외국으로부터 로마니아를 지키는 천혜의 장벽은 이 땅에서 태어난 호병대장에겐 친숙한 곳이었다. 단지, 친숙할 뿐 친근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골짜기를 넘어가며 숲과 게르마니아의 광산지대까지 연결되는 황야가 있다.
목재 등을 공급하기 쉬운 장소지만, 한편으로는 나무로 위장한 몬스터가 즐비하고 깊은 곳은 모험가들도 꺼린다는 몬스터의 서식지이기도 했다.
호병대장은 눈가에서 매직 아이템을 내렸다.
〈눈에 보이는 몬스터는 없는데?〉
이 세상 어느 나라도 몬스터의 서식지를 밀어버리지는 않는다.
저런 넓은 서식지를 배제하는 짓은 국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적국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행위였다. 하물며 그렇게 뚫은 길로 적이 쳐들어오면 그만한 참사도 없잖은가?
역사가 증명해준 실패로 인해, 위험한 몬스터의 서식지는 쭉 방치되어 왔다.
물론 그들도 바보는 아니기에 성벽을 세우고, 또 정기적으로 골짜기의 동태를 확인하거나 하는 대비책은 세우고 있었다.
호병대의 주축이 되는 전문 레인저 부대까지도 육성할 만큼 보험은 철저했다.
그러니까 이상한 것이었다.
〈레인저 부대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며? 그만큼 몬스터가 늘었으면 보일 법도 한데.〉
골짜기의 초입에서부터 플래티넘 클래스의 몬스터가 몇 마리나 발견됐다고 하는데, 골짜기의 입구 주변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으니까 말이다.
비쩍 말랐지만 충분히 성실한 참모가 조언했다.
〈아직 범람해 올 시기가 아닌가 보죠.〉
〈인내심 없기로 유명한 하피들이 한 데 모여서 때를 기다린다고? 차라리 영주님네 도련님이 술을 끊는다는 말을 믿겠다.〉
호병대장은 들고 있던 망원 매직 아이템을 참모에게 던져줬다.
〈몬스터들이 불어나는 원인은 크게 3가지야.〉
〈제가 그걸 모르진 않는데요.〉
〈1. 환경변화로 이상증식했다. 2. 평균 이상의 무리를 힘으로 지배한 돌연변이 개체가 나타났다. 3. 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습격 빈도가 늘어났다.〉
─휙휙.
그의 말을 무시한 호병대장이 보고서를 넘겼다.
〈환경 변화는 아니야. 레인저 부대의 아가씨는 책임감 하나는 알아주니까.〉
〈지금 말씀하시는 거 교본 내용 아닙니까? 다 아는 걸 굳이 왜……〉
〈짚고 넘어가자는 거야. 규칙은 이상사태에서 유래하는 게 많으니까. 돌연변이 개체도 가능성은 희박하겠지. 똑똑한 개체가 통솔한다고 몬스터의 지능이 올라가진 않아.〉
〈아까 얘기하신 거랑 같은 이유로 말이죠?〉
〈그래. 몬스터가 보급을 하겠냐, 식단을 짜겠냐. 부족한 먹이를 두고 다투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강한 힘을 가진 돌연변이 개체가 몬스터들을 한 데 모아서 통솔했다?
그 숫자를 유지할 먹이는 어디서 나겠는가. 한 데 모인 이상에는 전진과 살육 뿐이다. 적어도 저 아즈위시아 골짜기에 사는 몬스터들은 말이다.
군집한 몬스터는 굶주림과 본능에 따라 소란을 일으키며 진군한다.
〈그만한 지능을 가진 개체가 나타났다면요?〉
몇 달 전에 소식을 들었던 브리타니아의 트롤, 오우거 군단을 언급하는 참모.
호병대장은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생환자들의 보고를 보면 그런 기색도 없어.〉
〈아, 죄송. 그 보고라는 게 아직 제 선까지 안 와서. 저희 대장님을 탓해주세요.〉
〈역시 어떠한 요인으로 사람을 덮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듯 싶다.〉
참모의 대장인 그는 이번에도 농담을 무시하며 자기 이마를 두드렸다.
〈활동 반경과 사람을 공격하는 빈도가 늘어서 증식한 것처럼 보이는 거겠지.〉
─휙휙.
교본에 충실한 호병대장은 이런 경우의 선례를 찾아서 허름한 책자를 넘겼다.
〈몬스터들이 서식지를 나와서 사람을 노려대는 경우는 나름 많았지만, 근래에 가뭄 등은 없었어. 그런데도 서식지를 옮길 필요가 있었다면.〉
〈기존에 없던 ‘외부 요인’이 나타나서 생태계를 망쳐놨을 겁니다.〉
골짜기 밖으로 어슬렁거리는 몬스터들은 쫓겨난 것이었다.
터줏대감이었던 그들을 몰아낼 무언가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장소에 똬리를 틀었다.
불길하다고밖에는 표현할 방도가 없는 일이다.
〈알만 하군. 대대장님께 보고하고 증원을──〉
〈대장님!!〉
그가 보고를 지시하며 참모를 내려보려고 했을 때였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온 부하가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쓰러지듯이 서함을 내밀었다.
와이번 라이더의 특급 서함. 띠는 보라색이다.
그리고 보라색 띠가 의미하는 바는 다름 아닌 ‘전쟁령’이었다.
〈줘 봐!〉
빼앗듯이 서함을 받고 내용을 읽은 호병대장은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
〈……대대장님과 영주님께서는?〉
〈이미 휘석성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가마. 수고했다.〉
대답하던 호병대장은 황제를 대리하는 원로원의 칙령서를 구길 뻔 했다. 몹시 불경한 일이었지만 칙령서의 내용을 보고 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로마니아 각지에 배부됐을 칙령은 이러했다.
─전국 각지에서 몬스터 범람이 다발 중.
─군법에 의거, 0급 사태로써 군사동원령을 선포한다.
괴물들과의 전쟁.
구름이 걷히는가 하던 조국에, 태풍이 몰아치려 하고 있었다.
***
우리가 티르시가 가져온 소문을 듣고 움직이자, 파발꾼들이 소식을 전해왔다.
〈각지에서 몬스터가 범람!!〉
〈백작령 몇 개가 무너져서 피난민이 이동 중!!〉
〈의원님들은 어디에 계십니까?! 저희 영지에는 시급히 증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소란과 울부짖음을 뚫고 당도한 의회에 뛰어내리듯 도착했다.
─덜컹!!
마차에서 내린 내가 의회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그 문은 성난 대귀족님의 손으로 열어젖혀지고 있었다. 세검을 찬 금발 소녀였다.
〈제후님.〉
〈바쁘니까 말 걸지……〉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려던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 얼굴에 힘을 풀었다.
〈너였구나. 미안해.〉
〈아닙니다. 조금 신경질적이 되는 게 딱 좋은 위급상황이죠.〉
〈착한 녀석 같으니.〉
마차도 없는 걸 보면 1초가 아까워서 자기 발로 달려왔던 모양인데, 그런 와중이었으니 이해한다. 찬물을 끼얹어진 듯한 원로원의 의회가 보였다.
상석에 앉은 어르신이 뒷자석에 턱짓을 했다.
〈와서 앉게.〉
오델리아는 어르신처럼 상원의원 의석에 갔고, 나랑 티르시는 어르신의 뒷자석에 앉았다. 안경을 쓴 어르신은 눈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보고서.〉
귀족보다 귀태 나게 입은 사용인들이 정중하게 서류철을 가져다 바쳤다. 티르시는 바로 받아서는 페이지를 훑었고, 멈췄던 의회가 재개되었다.
〈이보시오, 아르마알스 경. 거기 젊은이는 우리 나라의 일원이 아닌 듯 싶소만.〉
그렇게 생각했는데 트집을 잡혔다. 나는 하던 걸 멈추고 고개를 들었지만 어르신은 상종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서류만 넘기며 대답했다.
〈아우렐리우스 후작을 빼면 현재 이 나라에서 저 친구의 창을 받아낼 용자는 없소. 최전선에는 더욱 없을 것이고.〉
〈……못 본 셈 치지.〉
지금은 로마니아에서 유일한 통치기관에 외국의 귀족이 허가 없이 참석했다는 사태였다. 그런데도 꼬장꼬장한 의원들은 왈가왈부를 멈춰버렸다.
어지간히 씹창난 상황이 아니면 안 나올 리액션 아닌가. 국운이 경각에 달한 모양이다.
─텅!!
의회 한복판에 있는 에밀레 종 만한 모래시계를 걷어차서 회전시키는 오델리아. 그녀는 쏟아지는 모래를 두드리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 모래를 최전선에서 흐르는 피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회의의 진행을 더디게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더 이상 입을 여는 의원은 없었다.
〈국가의 4면을 타협도, 휴전도 불가한 적군이 강타하고 있는 듯한 처지요. 불행 중 다행이라면 국내의 몬스터 서식지는 조용하다는 점일까.〉
〈외환이 몰아닥쳤는데 나라 안에서까지 몬스터들이 날뛰면 끔찍했겠습니다.〉
〈수도로 올라왔던 지방 귀족들이 귀환하는 데 차질은 어떻소?〉
〈가문에 대리인을 남기지도 않고 올라온 바보 천치는 적으리라고 믿고 싶군.〉
나는 의회의 진척을 들으면서 보고서를 읽었다.
헤니르의 첫 수는 간단했다.
‘아직 전투가 벌어지지 않은 곳도 있으면,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곳도 있다.’
씹새끼가 졸렬하게도 내 예지에 걸릴 법한 장소에는 공격을 삼간 것이었다.
‘그래서 이 순간까지 습격을 예지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예상’하지도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이 나라에 남았다. 교단을 통제하고 나라의 정상화를 물밑에서 유도했다.
그렇게 작업했던 보람은 있었다.
내가 손을 대지 않았으면, 예지가 나올 때까지 멍하니 기다렸으면, 로마니아는 이번 몬스터 범람으로 빼도 박도 못하고 멸망했을 것이니까.
그에 따른 혼란으로 내 미래예지도 막혔을 거고 말이다.
한 치 앞도 예측 못할 상황에서, 나는 충분하고 남을 만큼 대처했다.
사람의 목숨을 칩으로 보면, 이제 우리 승산을 높일 마지막 결론은 하나였다.
저들을 죽게 두는 것.
인명손실을 방기(放棄)하고, 헤니르를 찾아내서 죽이는 것이었다.
나라는 예언자와 총혜신의 싸움은 보드 게임을 닮았다. 한 수 한 수가 중요하기에 때로는 말들을 죽음에 몰아넣는 게 활로가 될 때가 있다.
그러면 지금이 그때인 것일까?
“노르드.”
티르시가 힘줄이 돋은 내 손을 감싸쥐었다.
“냉정해지세요. 가슴이 아니라, 머리를요.”
맞다. 신이라도 완벽한 계획을 짜지는 못하는 법.
우리가 냉정을 잃는 것까지가 적들의 노림수다. 다 알고도 당하면 좀 쪽팔리잖아?
“고맙습니다, 티르시.”
“천만의 말씀이에요.”
사랑스럽게 웃는 티르시에게 미소를 대답해주고 피해 상황을 살폈다.
그 새끼는 로마니아에 있는 온갖 몬스터들 꽁무니에 불을 질러놓은 듯 했다. 둥지에서 쫓겨나고 도망친 몬스터들이 인간 사회를 헤집고 있는 것이었다.
‘이래서는 헤니르의 정확한 위치를 알기 힘들어.’
하물며 이건 일차적인 포석이다.
신족의 군대가 완성된다면 나라 하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나랑 우리 가족은 살아남아도, 로마니아는 멸망할 것이었다.
말할 것도 없지만, 나는 그렇게 둘 생각이 없다.
〈7대신 교단의 협력은 바랄 수 있겠소?〉
〈타진 중입니다.〉
〈서둘러 주게. 전선의 유지력은 성직자들에게 달렸으니.〉
〈교황 예하들께서 수도에 남아 계시니 불행 중 다행인가……〉
〈최우선적으로 접전지의 긴급도를 정리하죠.〉
의원들이 주고 받는 말에 끼어드는 오델리아.
몇 분 되지도 않는 시간 낭비마저 아까운 건지, 그녀는 다 읽은 보고서를 뜯어냈다.
〈이 사태는 몬스터를 유도해서 국력의 약화를 꾀하는 외적의 술수입니다.〉
오델리아가 보고서의 한 장을 내보였다.
그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졌는지 반론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전력을 분산시키려는 심산이겠지만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천검제후. 그대를 포함한 국가의 주 전력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하나씩 습격당할 게 자명하오. 그럼에도 졸책에 넘어가줘야 한다는 것인가?〉
〈예.〉
〈왜인지 설명해주겠소?〉
〈독사가 몸의 곳곳을 물고 늘어진 형국입니다. 막지 않으면 독으로 로마니아가 쓰러집니다. 그때 가서 팔다리만 움직여봤자 무슨 소용입니까.〉
헤니르를 잡아 죽이지 않으면 저 새끼들은 1방 갈기고 튀어버리면 그만이다.
우리가 몸을 사려서 일반 시민이나 약한 군인들에게만 죽음을 강요하며 이겨봤자 헤니르는 잃는 게 없다. 죽어나가는 건 몬스터랑 일반 시민들 뿐이잖은가.
─거기에 더불어, 지금 놈은 팔레스의 권능으로 병사를 기르고 있습니다.
나는 보고서를 다 읽고 텔레파시를 쐈다.
─병사라고? 어느 정도의 병력이 몇 명 정도지?
─미스릴 클래스가 만 단위입니다.
─……빌어먹을. 인공신좌에 대해서 밝힐 수는 없으니 전면전을 벌이자고 설득해야 한단 말이군. 자네, 그런 망할 소식은 또 어디서 알아냈나?
─권능이요.
─이러니까 마스터 클래스라는 것들은. 그래도 잘 해 줬네.
유물로 심념을 연결한 어르신이 내가 들려주는 얘기에 한숨을 지었을 때였다.
오델리아가 서류를 가볍게 내려치며 말했다.
〈다비드의 경우만 봐도 저들이 어떠한 수단을 통해 공간 이동을 사용하고 있다는 건 명약관화. 전력을 어떻게 분배하든지 불리한 싸움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쯤 들었으면 족하오. 결론을 말해주시게.〉
〈특히 고위험도의 몬스터가 서식하는 지역마다 주요 전력을 파견하고, 전황부터 통제해야 합니다. 그들이 싸우는 사이에 전선을 물려서 피해 확대를 막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후미를 맡는 건 상식적인 전쟁에서는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하지만 이세계에선 1명의 강자가 일기당천으로 활약해도 놀랍지 않다. 충분한 지원만 동반된다면 이 【중간 가지】의 전술에선 정석에 가까웠다.
아마 미사일을 100발씩 쏴대는 보병이 있으면 지구에서도 이렇게 운용할 걸?
〈고견 잘 들었소. 그러나 제후의 제안에는 큰 문제가 있구려.〉
깐깐하게 생긴 의원이 합당한 의혹을 제시하며 지도를 가리켰다.
〈지금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제후처럼 믿을 수 있는 강자들이 빠져나간 국내에 이계의 침략자라는 놈들이 떡 하니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오.〉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죠.〉
〈말을 돌릴 필요는 없소. 출혈을 감당하는 건 당연해도 수도가 마비되면 패배 뿐이오. 다른 의원들은 꺼리는 듯 하니, 이번에는 내가 나쁜 역할을 자처하지.〉
반론을 제기한 의원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죽게 두시오.〉
〈……………….〉
〈단기간에 적의 수뇌를 찾고 도주하지 못하게 만들 방법이 없는 이상, 주요 전력은 수도에 둬야 하오. 팔다리를 문 뱀을 떼려다가 철퇴에 머리가 깨져버리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소?〉
〈최전선의 피해는 내버려두고 말입니까?〉
그 변방의 최전선을 영지로 가진 오델리아에게 의원은 결연하게 말했다.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한 성직자에게 환자의 피를 흘리지 말라고 할 수는 없소.〉
죽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전쟁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나한테 하는 말 같기도 했는데, 아마 맞을 거다.
콕 찝어서 나를 저격한 말은 아니겠지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 것이니까.
〈필요한 희생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소. 그대의 말대로,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게지.〉
급소를 지키려면 급소가 아닌 부위에서 일어난 출혈에 신경을 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냉랭해진 분위기가 일촉즉발의 활시위처럼 팽팽해졌을 때였다.
〈아, 그거라면 방법이 있습니다.〉
사용인들이 닫으려던 정문을 다시 열어젖히면서 나타난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저희 모험가 길드 연합, 이 아니지. 히타이트 탐사대에게 맡겨주십시오.〉
은퇴한 재상을 대동하고 온 하프 드워프는 음울해 보이는 얼굴로 윙크했다.
〈목표가 그렇게 현실적이기만 해서야, 낭만이 없잖습니까?〉
나는 읽던 보고서를 닫고 픽 웃었다.
당연하지만 완벽한 계획과 보장된 성공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까 나 같은 엘리트 대갈통은 철저하게 준비를 한 뒤에도 불안이 앞서는 것이고.
하지만 나는 엘리트인 동시에 꼴마초.
폭탄을 등진 상남자는 폭발을 돌아보지 않듯이, 나도 이기는 미래만을 보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