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891화 (889/1,009)

“뭐? 잠깐! 어느새?!”

라리루라를 마크하던 거미 신족은 놀라며 자기 눈앞의 라리루라에게 낫을 휘둘렀다.

“으햐악! 0살배기 꼬맹이의 히스테리!”

기겁하면서 바닥을 구른 로키는 자신의 것보다 커진 가슴을 손으로 밀어 올렸다.

“가슴은 껌딱지만한 애가 눈도 옹이구멍이구나! 뽕도 못 알아보고!”

“이……!! 닥쳐!! 그러면 너만이라도 죽인다!!”

공간을 투과하는, 라리루라를 죽이기 위한 낫이 상하좌우를 제압했다. 리베르타스의 권능으로 분열한 낫에 로키는 기겁하며 꼭두각시들을 정면으로 내세웠다.

“히이이!! 꼭두각시 실드!!”

─숭덩!

라리루라가 쓰던 모델의 꼭두각시들은 원래보다 훨씬 단단한 재질이었만 순무처럼 잘려나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히꺄아악! 꼭두각시 마법 같은 걸 퍼트리는 게 아니었어─!!”

“죽!! 어!!”

낫을 연신 번뜩인 거미 신족은 라리루라로 변한 로키를 공격 범위에 넣고 휘둘렀다. 차원 벽으로 막혀도 권능과 성물의 힘으로 뚫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낫이 닿으려는 찰나, 프레임이 잘려나간 것처럼 흐릿해졌다가 일어서는 라리루라는 짖궂게 눈을 반짝였다.

“점프 묘기군요♡! 동물들을 따라하다가 단장님한테 많이 혼났었는데!”

─휘릭!

권능에 동반하는 공간지각력을 살린 라리루라가 가볍게 뛰었다. 신체조율로 낫이 닿지 않는 아주 좁은 틈새를 서커스의 무용처럼 빠져나가는 그녀.

튕겨나간 핀볼처럼 공중제비를 도는 라리루라는 그 회전하는 시야에서도 정확하게 포신을 적에게 겨냥했다. 핑크색 오러가 포구에 농축됐다.

“너, 다시 바뀌었……!!”

“동물은 좋아하지만, 절지동물은 사양이에요!”

그녀가 로키와 위치를 바꿨다는 사실을 눈치챈 거미 신족이 방어 자세를 취했다.

같은 공격에 또 당할 생각은 없었다. 직격해도 버틸 만 했기에 막는다면 물러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 본 것이었다.

“그럼 이렇게 할까요♡!”

라리루라는 웃으며 네페르티티를 겨눴다.

이해 못할 행동에 방어를 굳힌 거미 신족은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 찰나지간에 사고가 따라잡지 못한 듯, 적절한 반응을 취하지 못하고 방어하길 유지한 것이었다.

강함에 비하면 허술한, 전형적인 경험 부족!

그 허술함을 라리루라는 놓치지 않았다.

─쉬식!!

유희신의 권능이 발동하고, 네페르티티와 거미 신족의 위치가 바뀌었다.

“……어? ……윽?!”

권능으로 위치가 뒤바뀐 그녀는 갑자기 변모한 시야의 의미를 뒤늦게 이해했다.

네페르티티를 공격하기 직전이던 광휘의 정령은 동료에게 창이 닿기 전에 공격을 멈춰내는 신기를 보였지만, 그만한 솜씨가 그녀에게는 부족했다.

그녀의 등에 라리루라의 포격이 작렬했다.

콰콰콰콰콰아앙─!!!!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포격 다발은 유폭하듯 그녀의 육신에 물리적인 타격을 꽂아넣었다.

그것도 이번엔 자세가 바뀌어서 등을 드러낸 채 맞고 말았다. 등과 거미 형태의 하반신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버둥거리는 그녀를 네페르티티가 즉시 노렸다.

“이걸로 2마리 째.”

회전하며 돌 파편들을 끌어당겨서, 사막의 모래 폭풍처럼 분출한다.

돌 파편이라고 해도 저만한 속도로 발사한다면 오리할콘 주괴도 뚫는다.

귀띔도 없이 실행한 위치 교환에도 즉각적으로 펼쳐지는 절기! 네페르티티가 소리처럼 발사한 돌 파편이 혜성처럼 긴 꼬리를 늘어트렸다.

그때, 광휘의 정령이 동료의 어깨를 짓밟으면서 앞으로 굴렀다.

─티티티티티티티팅!!!

거미 신족의 몬스터 같은 하반신에 올라탄 그, 혹은 그녀는 2자루의 창으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파편까지도 전부 쳐내고 흘리며 방어했다.

모래폭풍의 흐름을 착오 없이 읽었기에 가능한 방어였다.

“──────.”

마법과 같은 기예에 이어서, 정말 마법 그 자체 같은 빛무리가 정령의 몸에 피어난다.

“어딜!!”

베로니카가 곧바로 저지했지만 그걸 노린 듯이 광휘의 정령은 동료를 잡아당겼다.

적 마법사 1명의 추격을 예방하고, 피조물들을 해치우던 티르시에게서 다급하게 날아온 얼음 화살마저 튕겨냈다. 거미 신족을 뒤로 빼냈다.

“추태를 보이지 마라! 나는 바쁘다!”

티르시와 다나를 함께 상대하고도 밀리지 않던 두루마리 신족은 부유하던 치유의 스크롤을 하나 풀어서 다친 동료에게 내던지려고 했다.

‘……울프헤딘은 어디지?’

잠깐 멈칫한 이유는 그렇게 전장을 둘러보아도 눈에 띄지 않는 2명 때문이었다.

노르드와 로키가 사라졌다.

“세계수의 작은 뿌리를 탐사했다? 네 이놈…… 설마!”

“고맙게 한 눈 팔아준 김에 뒤져주지 않을래!”

빛의 검이 쏟아졌다. 피조물의 육벽으로 방어한 그는 곧장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대로 위에서 병력을 퍼부어대면 좋지 않았다. 날개를 퍼덕인 다나는 혀를 차며 뒤쫓았지만, 두루마리 신족은 요격하지 않고 섬의 정경을 다급하게 돌아보았다.

“이 놈!”

그가 탑의 정상에서 한순간 사라지는 노르드의 그림자를 발견했을 때였다.

─콰과과광!!!!!!!!

붉은 벼락불이 천둥 기둥처럼 5개의 탑을 전부 폭산시켰다.

“이걸로 일 하나는 끝.”

의식적으로 중얼거린 노르드는 로키를 한 팔로 어깨에 들춰먔다. 적들과 싸우는 아내들에게 잠깐 눈길을 준 그였지만, 믿음은 이제 굳건하다.

쓸데없는 걱정은 차라리 더 빠른 승리를 이뤄낼 원동력으로 삼자.

우웅─!

그는 로키가 허리춤에 찬 〈공간 도약〉 유물을 효능 이상으로 폭주시켰다.

수르트의 마나가 일으키는 스킬 용접이 무모한 기동을 가능하게 했다.

짐짝처럼 들린 로키에게서 그녀다운 불평 소린 없었다.

“또 만났네. 별로 반갑지는 않지만 말이야.”

유물이 그들을 이동시킨 곳에, 허름한 의자에서 눈을 감고 있던 헤니르가 있었기에.

“……그래. 그리 긴 기다림은 아니었군.”

레바테인의 파편이 꽂힌 정원섬 화산지대의 밑.

일어선 헤니르가 그들에게 수도를 겨눴다.

***

내가 이 공간에 오는 건 이로써 2번째였다.

저번에는 서리 거인을 해치우고, 과거의 예언자였던 선지자의 분신을 만났을 때였던가.

그러던 내가 어느덧 불꽃 거인들의 왕이자 신이라는 존재를 해치우고, 예언자까지 되서는 역겨운 미래를 막겠다고 여기에 돌아오게 되다니?

그땐 상상도 못했던 미래상이었다. 무척 우스운 느낌이 들다가도, 내일 날씨도 확답 못하는 내가 그렇게 먼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겠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상이 어긋나는 일은 너무 당연해서 특필할 만한 일도 아니다.

산다는 건 예측불허의 풍량에서 돛이 찢어지지 않게 노심초사하는 것이니까.

“로키를 데려왔군. 무슨 생각이지?”

그 점을 알고 있는 건지, 멱을 따 주기 위해서 재회한 헤니르는 초연한 모습이었다.

“채점을 받고 싶어져서.”

나는 브류나크를 들고 그놈에게 다가갔다. 놈도 내게 천천히 접근했다.

“채점이라. 예지는 아직 저지되지 않았을 텐데.”

“자폭녀의 존재는 별로 상관 없어. 내가 생각해 본 건 네 최종 목표니까.”

인류멸망.

신대가 끝나고 찾아올 인간의 시대를 망쳐놓은, 운명을 거스르는 존재들을 없애고자 한다는 광기 어린 발상이다.

얼기설기 얽힌 굴라나뢰크 놈들의 소원 등등은 있겠지만 계기는 그것일 것이었다.

“네 목표 자체가 인간을 뿌리 뽑는 거라면 물리적인 수단은 염두할 게 못 돼.”

미물인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것조차 지난한 게 현실이다.

첫 계획처럼 신족이 수만 마리나 생겨나면 진짜 우치하 동네를 쓸어버린 이타치처럼 모든 인간을 찾아내서 하나하나 죽이는 것도 가능은 할 것이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지만, 이건 너무 무식하다.

세련되지 못한 방식이다. 최소한 무한한 발상과 깨달음을 관장하는 신으로서는.

“관점을 다르게 보면 알 만 하지. 니가 인간을 죽이는 건 목적이면서 과정이잖아?”

인간이 다 죽어 없어졌다고 헤니르가 만족하고 혀를 깨물고 죽는다? 그럴 리가.

인간을 쓸어버리고, 운명을 거스르지 않는 종족들의 세상을 건설한다.

“엘프를 비롯한 종족들을 신족으로…… 운명에 종속되는 존재로 만들 방법은 있었다고 치고, 이 판국이 되면 네가 취할 방법은 한정되지.”

헤니르는 모든 계획을 미리 짜 놓고, 실패했을 때는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구상을 했을 것이었다.

짜임새 있는 계획성과 끝없는 발상이 있다면 그 방식이 제일이니까.

실패를 거듭하고 도망쳐서 인간을 하나, 하나씩 죽인다?

그게 무슨 인류멸망인가. 굴라나뢰크랑 똑같은 테러리스트지. 혐오범죄와 광신에 잡아먹혀버리면 사이비 종교의 신이란 이름이 울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첫 예지를 봤던 날, 전제부터 다시 생각했다.

“【중간 가지】, 미드가르드는 인간의 세상이지. 아스가르드가 멸망하고 인간의 시대를 맞이한 세계수의 중심. 그러면 이 세상 자체를 끝장내도 별로 문제될 게 없으니까.”

내 얘기를 미리 들었던 로키는 헤니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는 듯 얌전했다.

그녀로서는 무슨 개소리냐는 대꾸를 듣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말을 멈추길 바라는 건 아닐 테니, 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다른 놈도 아니고 태초신이자 창세신인 너다. 【중간 가지】── 인간계를 아예 없애버리고 새 차원을 만들어서 하나부터 시작하는 건 자연스런 발상일 듯 하더라고.”

단, 이 깔쌈한 포맷에는 큰 문제가 따른다.

리셋이 아니라 하드디스크를 부수는 걸로 겨우 이뤄지는 포맷!

그렇게 PC 본체로 샷건을 쳐 버리면 다음에 쓸 컴퓨터는 어떻게 해야겠는가.

‘재활용? 어림도 없지.’

가장 간편한 방법은 역시 새로 사는 것이다.

재료를 구매해서 마음에 드는 PC로 조립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재료를 구매하려면, 값을 치뤄야 한다.

“세상을 창조하는 데는 양분이 필요하댔지. 신의 죽음이.”

언제였던가. 하도 많은 얘기를 들은 최근이기에 누가 한 말인지는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로키의 창세신화 얘기에도 있었잖아? 이 세계수는 이미르의 시체로 만들었다고. 내 고향인 지구도 라그나로크로 죽은 신들의 영혼으로 만든 거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인공신좌를 노린 이유를 생각했다.”

가까워지는 우리는 이윽고 결투를 앞둔 기사들 같은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힘이 필요한 거라면 여기서 한 것처럼 세계수의 뿌리만 찾아내도 됐다.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데 지금까지 얌전했던 이유도 의문이었고.

그래서 답을 찾아냈다.

헤니르가 했을 것처럼,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걸 선별했다는 말이었다.

“새롭게 차원을 빚기에 앞서, 제물로 삼을 신이 필요했겠지.”

7대신의 권능을 가져간 이유는 그것이었다.

신들이 침묵한 이 시대에 인공신좌는 가장 신을 닮은 힘이다. 일곱 개로 충분할 것 같지는 않지만, 내가 거기까지 같이 고민해줄 이유는 딱히 없다.

로키랑 재회했을 때, 그녀에게 함께 가겠느냐고 권유했다는 말의 진의가 무엇이었는가.

그것도 역시, 내가 고민할 게 아닌 문제다.

“방법은?”

헤니르는 보드 게임의 복기를 권유하는 것처럼 물었다.

“이 차원에 박힌 세계수를 뿌리 뽑는다.”

나는 생각해뒀던 수단을 입에 올렸다.

“세계수에 붙어 있는 차원들의 모습은 구황작물 같은 거잖아? 가지에 맺힌 열매를 뜯어내려면 줄기끼리 연결하는 뿌리를 뽑아버리면 되겠지.”

아마 아스가르드도 그렇게 멸망했을 것이다.

수르트의 불꽃이 휩쓸고 다니면 뿌리도 가지도 홀라당 타 버리는 게 당연하니까.

간결하게 대답한 나는 거꾸로 질문했다.

“뿌리를 잃고 세계수에서 떨어져나간 차원들은 어떻게 되지?”

“이계와 명계에는 가 봤겠지. 명계에는 소량의 뿌리나마 연결돼 있음에도 저렇다. 줄기의 양분을 얻지 못하는 차원은 식어버린 별처럼 멈출 따름.”

그러시댄다.

‘명계는 하늘에 가지가 보일 정도더니만, 땅은 순 설원 투성이였지.’

그 삭막한 얼음 지옥은 저런 이유였나.

모든 차원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세계수에 붙어 있는 이세계는 그럴 것이었다.

이 이세계는 지구처럼 줄기로부터 떨어져나가도 자립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내가 수르트를 잡고 나서, 눈에 띄는 세계수의 뿌리를 전부 태우지 않은 건 그래서였다. 무기가 닿을 듯한 거리에서 헤니르가 입꼬리를 비틀면서 웃었다.

“네가 예지를 막고자 세계수의 뿌리를 태워주면 귀찮음을 덜 거라고 기대했건만, 하나부터 열까지 바라는대로 굴어주지 않는군.”

“신의 계시라도 내려줬으면 모를까, 일어반구도 없이 뒤에서 저 새끼이 이렇게 해 줬으면~ 하고 망상이나 해대는 병신을 뭐가 귀엽다고 도와주냐.”

예지가 발동하지 않아도 보이는 건 있다.

이세계 자체를 인간이 생존하지 못하는 ‘이계’로 만들고, 그 죽음을 방치하며 세계수에 새 열매를 맺게 한다는 목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건 현실적이란 뜻이다.

현실적이면 합리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은 예상 가능한 문제다.

그러니까 헤니르는 굴라나뢰크가 활동하는 동안 고민을 거듭하고, 조금이라도 더 실현 가능성을 높였던 것이겠지.

바이츠니아에 숨어서 세계수의 뿌리를 불태워버렸다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인류는 좆 돼버렸을 것이다. 얼마 살아남지도 못한 신들이 제때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세계수의 뿌리는 연결했다. 수르트는 살아나지 못했지만, 뿌리를 불태울 ‘불’은 굳이 그자의 것이 아니어도 모자람은 없지. 필요한 권능은 총 일곱. 제물의 수는 이제 충분하다.”

─우뚝.

우리는 원인치 거리에서 정지했다. 헤니르가 날 보며 말했다.

“미래를 보는 의미가 없는 지금, 제물에 걸맞은 강함의 영혼이 3개나 모였군. 그렇지? 로키.”

“……전부 사실인가 보네. 정말로.”

남의 마음을 대충이나마 읽을 수 있다는 로키다.

내 생각이 맞았던 모양인 듯 그녀가 말했다.

“좋아, 아주 잘 알았다고. 이제 충분해.”

그녀가 말했다. 나랑 헤니르, 어느 쪽에게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나랑 언니의 유산을 부수려고 든다면, 너는 더 이상 내 가족도 뭣도 아니야.”

고고고고고…!!

로키로부터 마나가 뿜어져나왔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던 헤니르는 그 농도와 출력에 눈을 꿈틀했다. 다친 몸의 그녀의 것이라기엔 좀 강했기 때문이겠지.

그나저나 한눈을 팔다니 건방지군. 예의나 매너 같은 걸 챙겨줄 만한 놈도 아니다. 나는 빈틈에다 곧장 주먹을 꽂아넣었다.

─꽈릉!!!!

내 원인치 펀치를 방어한 헤니르가 쭉 밀려났다.

내가 저번보다 훨씬 강해진 것처럼, 인공신좌의 힘을 체화한 저놈도 강해진 것일까. 생각보다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한 듯 했다.

“……무슨 짓을 했지?”

가드를 내리지 않은 채로 헤니르가 말했다. 그 시선은 불쾌한 듯 나를 꿰뚫었다.

“내가 이 세상에 오고 나서 하나 얻은 깨달음이 있어.”

나는 연기가 오르는 주먹을 거두며 말했다.

“복수란 건 자기 손으로 하는 게 제일이더라고.”

복수는 피해자가 원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이다. 본인이 바라지 않는다면 모를까, 복수를 바란다면 당연히 자기 손으로 매듭을 짓고 싶은 법이지.

나는 소원을 들어주는 신님은 못 되지만.

노동의 보수는 나름 후하게 챙겨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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