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님. 밥 먹어.”
“고거 참 수더분한 메이드네요.”
베로니카를 제압한 나는 네페르티티가 불렀기에 수건으로 쥬지를 슥슥 닦고 옷을 입었다. 아무리 그래도 식탁에 애액 범벅 알몸으로 가는 건 한국인의 얼이 용서 못 하지.
내가 쥬지를 닦는 동안 가만히 구경하던 네페르티티가 불쑥 말했다.
“……큰일. 통한의 실수.”
“또 뭘요?”
“청소 펠라라는 걸 해야 했어. 나, 아직 미숙해.”
“그런 건 본받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조언해주자 네페르티티는 내 양심에 대고 묻는 것처럼 눈을 깜빡였다.
“정말로?”
“……크흠. 매번 할 것까지는 없단 얘기였어요.”
미안. 사실 매일 혀로 쥬지 닦아주면 좋겠다.
청소라기엔 침 범벅이 되서 하나마나이긴 한데.
“얼른. 늦어지면 요리 식어.”
네페르티티가 안겨붙으며 말했다. 이 무뚝뚝한 유부녀 메이드의 가슴 어필이 생각보다 파괴력이 있었기에 나는 어어 하는 사이에 식탁에 앉혀졌다.
─달그락, 달그락. 요리하는 소리다. 듣기 좋은 소음이었다.
식탁은 만한전석이었다. 힐끔 보니 발퀴리에가 요리를 하고 있다. 프랑의 발퀴리에일까. 주인에게 배운 솜씨를 발휘하는 중인 모양.
“근데 식기가 안 보인다?”
“식사하시는 데 도구가 왜 필요하겠어요? 제가 있잖아요♡”
방실방실 웃기 바쁜 라리루라가 찰싹 달라붙고 음식을 집어다줬다.
“먹여주겠다는 건 아니지?”
“아핫♡ 하나하나 말씀 안 하셔도 된다구요~? 뭐가 드시고 싶은지는 눈빛만 봐도 바로 아니까!”
그 발언은 허언이 아니라 명불허전이었다. 라리루라는 놀라운 공간탐지력으로 내 시선에서 뜻을 읽어내고 음식을 집어오는 신기(神技)를 보여줬다.
태초신의 권능을 사지 멀쩡한 놈의 애호활동에 쓰지 마라.
“손이 심심하진 않으신가요? 식탁 밑으로 누구 한 명 부르셔도 돼요.”
“큽……!”
기품 넘치게 고기를 썰어서 앞접시에 옮겨주는 티르시는 정말로 메이드장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폭력적인 발언에 사레에 들릴 뻔 했다.
“콜록, 콜록…… 밥 먹을 때는 밥만 먹읍시다.”
“어머, 실례.”
웃는 걸 보면 농담이었을까. 아닌 것 같은데.
“콜록, 콜록. 커흠.”
“응…… 조금 기다려.”
내가 가슴을 치고 있자 네페르티티도 뜬금없이 자기 가슴을 깠다.
또 뭔가 했는데 그녀의 속옷은 젖소 무늬였다. 내가 혹시? 하며 기침도 잊어버리자 그녀는 젖소 비키니마저 젖히고 자기 가슴에 찻잔을 가져갔다.
쮸악, 쭈욱….
풍만한 젖을 쭉쭉 짜는 네페르티티.
그 촉감을 익히 알기에 나는 침을 삼켰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던가. 틀린 말은 아닌 듯 그녀의 젖가슴이 뭉개지는 모양이 야릇했다.
“체하면 안 돼.”
네페르티티는 즉석에서 모유를 한 잔 뽑아서는 두 손으로 내게 내밀었다.
쪼로록….
한쪽 가슴은 오프 숄더 메이드복에서 쑥 빠져나와서는 생 모유를 실타래처럼 흘렸다. 나는 잔을 받아서 멍청하게 그녀의 젖가슴을 보며 들이켰다.
─꼴깍. 입안에 감도는 다채로운 모유의 맛.
미안, 브류나크. 내가 느금마 젖을 먼저 맛보네.
그렇지만 이건 부모의 특권이란다. 일단은 너도 내 분신이니까 그냥 우리 나눠마신 셈 치자꾸나.
농후하니 짙은 맛의 다나 모유랑 비교하면 살짝 고소한 맛이 감돈다.
맛이 희미하면서도 자기주장이 적당해서, 식사 중처럼 맛이 강한 음식에 곁들이기 좋은 맛이다. 이 정도면 나도 젖믈리에 자격증을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담백한 게 마시기 좋네요.”
“성격 문제일지도.”
유륜을 닦으면서 갸웃거리는 네페르티티. 그런 식이면 다나는 커피 우유게.
─꿀꺽꿀꺽.
아무튼지 산지 직송 모유는 파괴력이 굉장했다. 단숨에 한 잔 비워버렸다.
내려놓자 네페르티티가 잔을 집었다. 입에 쏘옥 들어오는 포크를 받아먹고 다시금 펼쳐지는 야동 뺨치는 모유 리필 씬에 정신이 팔리는 나.
“식사 중에는 식사만 하쟀으면서.”
라리루라가 내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불평했다.
어느새 발기했군. 셔츠에 빤스 차림이라 눈치 못 챘다.
정신 차리고 보니 식사는 끝나 있었다. 좋았다. 여러 의미로.
“너희 밥은 어떡해?”
“3교대로 돌아가면서 챙겨먹을 거에요.”
티르시의 대답이었다. 3교대라니. 2:2:2로 로테이션을 돌 생각일까.
나는 쪽팔림을 감수하고 물었다.
“그, 오늘은 다 같이 자는 건 어때요?”
“안 돼요♡”
라리루라가 한마디로 부정했다. 않이, 시발 왜!
“6대 1로 선배가 지치면 다행이지, 돌아가면서 하나씩 뻗어버릴 텐데, 그럼 다음날 운신 가능한 사람이 선배밖에 안 남잖아요?”
“별의 자손이랑 싸울 때보다 노르드한테 1시간 잡혀있는 쪽이 상처가 크니까요. 혹시 모를 일을 고려해서라도 안 될 말씀이에요.”
“티르시. 상처라고 하지는 말아줄래요?”
“정 싫으시면 타격이라고 할게요.”
“……남근의 폭력. 저항 불가능한 게 제일 악질.”
뭐든지 말하라고 했으면서. 나빴어 진짜.
***
며칠 가량 그런 퇴폐적인 이동을 계속했다.
이틀째 되는 날에 우리는 잠시 마차에서 내렸다. 라리루라가 기절해도 유지되는 권능 버프 마차는 거의 스몰 아틀란티스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기에 불편은 없었다.
“여긴가. 도적단의 소굴은.”
사람 발자국과 짐 마차의 흔적이 남은 유일한 곳.
나랑 동물들의 기억이 아니었다면 찾지 못했을 후미진 모래사장이었다. 사막 여우랑 미어캣들이 3일 만에 처리해 주었습니다.
코스에서 벗어나면 조난 직행이기에 보통이라면 이렇게 정규 루트에서 멀리 나오지도 못한다. 내 천리안이 없었으면 우리라도 〈공간이동〉을 써서 돌아가야 했겠지.
“이얍-!”
대충 바위를 걷어차서 치워버리자 마법이 걸린 철문이 보였다. 술식을 분석해서 약점을 간파하고 바닥에 진각을 굴렸다.
─쿠웅! 마법진이 심폐정지술로 마나에 부숴졌다.
그러자 드러나는 건 신기루처럼 정 반대편에서 육중하게 서 있는 바위산이었다.
“범죄자라는 것들은 왜 이렇게 동굴을 좋아하나 몰라.”
그렇게 말하자 같이 따라온 다나는 혼자 팔짱을 꼈다.
“그러게 안에 있으라니까. 새끼가 아득바득 기어나와서 불평이네.”
“아니 뭔데 누나는 존댓말 안 하냐고.”
컨셉이 왜 이렇게 중구난방이야. 너도 헤으으응 쥬인님 해야지.
“내가 존댓말? 너한테? 푸흐흐. 뒤져도 안 하지.”
“시발 뒤졌다. 마차로 돌아가면 누나는 노예로 강등이야.”
“진짜? 난 밀입국도 안 했는데? 팔려도 키타이 번역 노예보다는 비싸겠지만.”
“힙스터 고고학자 픽트 야만인련을 누가 사감?”
“점심에 마신 식전 와인 1잔보다 저렴한 힙스터 고고학자 빈유박이가.”
“자폭뎀을 넣어서까지 이기고 싶다면 져 줄게. 까짓거 빈유박이 하지 뭐.”
“……씨팔.”
“……노르드, 2실버일 때 있었어? 사둘걸.”
네페르티티까지 사이 좋게 남편을 때리는군. 내 안의 언데드 유교 가부장맨이 포효했지만 가볍게 대가리를 으깨줬다. 마누라는 좀 건방져도 귀여운 법이라고.
다나는 프레이야의 빛의 검으로 문을 가리켰다.
“아무튼 이런 곳에 있으니 수상하기 짝이 없긴 하네. 열까?”
“그래. 근데 왜 나무 문이래. 그지 색기들인가.”
“철문, 뜨거워져. 낮에 못 열어.”
“아. 여기 사막이었죠 참.”
온도 조절이 쾌적해서 깜빡했네.
나는 문짝의 철 경합부를 만져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야수회귀 코팅이 치익치익 한국인 거리면서 달궈지는 것이 보통 뜨거운 게 아니었다.
“쓰펄, 좆밥이면 문 열다가 화상 입겠다.”
“그러게 그걸 왜 만지냐, 멍청아.”
벌써 신좌의 힘을 풀 장비한 다나는 큭큭대면서 나무 문을 일도양단했다.
─싹둑!
순두부처럼 베어지는 나무 문. 나는 안에 있을 병신들이 싸울 마음가짐을 먹지 못하게 그 문짝을 즉시 걷어찼다.
─콰광!! 비적유성타처럼 발사된 문짝이 천장에 격돌했다.
“당장 안 일어나냐, 씨팔럼들아!!”
당장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간 나는 바닥에 잔뜩 엎어져 있는 도적단 새끼들을 보며 외쳤는데, 그 소굴 안의 정황이 영 이상했다.
문짝이 날아가서 천장에 부딪히며 파킨- 하고 부서졌는데 아무도 일어나지를 않는 게 아닌가?
“……오요요?”
“뭔데? 벌써 누가 와서 족쳐놨나?”
다나도 눈을 찌푸렸고, 네페르티티는 문 근처에 엎어진 놈의 맥을 짚었다.
“시체는 아니야.”
“살아있다고요? 상처가 없어 뵈기는 한데.”
“응. 여기로 도망치다가 기절했어.”
문을 향해 뻗은 손은 이 버러지들의 도주의사를 암시했다.
아니, 뒤진 게 아니면 최후도 아닌가. 나는 다시 권능을 발휘했다. 내 형광색 눈깔로부터 9초짜리 단기예지+천리안 투시가 풀 가동.
그렇기에 다음 순간, 나는 볼 수 있었다.
꼬물꼬물….
중력을 무시하고 천장에 고여있던, 귀엽게 느껴질 만큼 앙증맞은 무언가를.
“뭐여? 슬라임이여?”
스며들 듯 천장에서 새어나오는 진흙을 태평한 마음으로 관찰했던 나는 찰나지간의 직후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안 읽혀?’
완전히 개화한 오딘의 눈에 단기예지를 합쳤다. 내가 상대를 본 즉시 9초 이상 관찰한 것과 같은 수준의 분석 성과를 발휘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한순간에 다 읽어낼 수가 없다니?
읽어내기는 고사하고 정보 한 줄조차 완전하게 해석할 수가 없었다. 마치 좆냥이가 며칠 동안을 물고 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복잡한 구조!
꾸물….
움직임을 보면 생명체는 맞다. 그건 확실하다.
단지,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고등한 생명체라는 말인가?
─쿠확!!
그때, 붉고 파란 점액이 뒤섞인 보라색 진흙이 우리에게 덮쳐들었다!
“──니미럴 아이클레이 새끼!!”
─파츠츳!! 즉시 삼방향에서 공격이 퍼부어졌다.
《Rrororororo──》
슈르르륵─!
하지만 진흙은 공중에서 흐르는 것처럼 액체의 특성을 살려서 모든 공격을 빠져나가더니, 그대로 지면에 스며들며 닷지에 성공했다.
“뭐야, 더럽게 빠르잖아?!”
“……노르드, 쫓을게.”
“잠깐만요.”
나는 손에 깃든 오러 번개를 내렸다.
예지로 움직임을 앞서서 봤기에 맞추려면 맞출 수 있었다. 오러를 번개로 성질변화 시킨 치도리 투창에 공간 도약까지 합치고, 궤도예측까지 전부 끝냈는데 못 맞추는 게 더 이상하지.
‘근데, 저놈이 죽일 만큼 나쁜 새끼기는 한가?’
도적단을 해치운 것도 죄가 아닌데, 하물며 이 새끼들은 전원 살아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누가 봐도 선행 아닌가.
나라도 사악한 도적단을 족쳤는데 갑자기 신들 뺨치게 강력무비하고 잘생긴 데다 도덕적인 모럴리스트이기까지 한 인싸남에게 선빵을 맞으면 억울할 거라고.
‘어떻게 나오는지 볼까.’
수상쩍게 굴면 그때 족쳐놔도 된다. 당장에라도 쏴 맞출 수 있으니.
나한테는 예지가 있다. 9초 정도의 무죄추정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키잉─!
천리안을 켰다. 저 진흙은 우리는 물론 마차를 노렸던 것도 아니었다. 그대로 지면을 빠져나가서 하늘로 훨훨 날아가버리는 미래가 보였으니까.
나는 오러의 창을 해제했다.
“라리루라를 데려왔어야 했네.”
이렇게 겪어보니 아내님들이 난교를 꺼려한 게 이해가 간다.
라리루라가 내 좆에 흠씬 얻어맞고 넉다운되지 않았으면 동굴에 차원벽을 세우고 봉쇄했을 텐데. 아니, 그랬으면 싸움이 벌어졌을라나.
‘이 만남을 예지 못했던 건…… 별 수 없나.’
놈에겐 싸우려는 의사조차 없던 모양이었으니. 미래예지는 0티어급 권능이지만 만능은 아니잖나.
우연한 조우였고, 싸움을 피했다고 봐야 할까?
“뭐야? 도망친 거야?”
“일단 적은 아닌 것 같은데.”
“……오싹한 위압감. 싸우지 않아서 다행이었을지도 몰라.”
풀 파티도 아니었기에 네페르티티의 감상도 큰 잘못은 아니었다.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래?’
나는 눈을 찌푸리면서 기절한 도적들을 살폈다. 그리고 발견했다.
“구멍?”
동굴 한가운데에 수상한 구멍이 나 있었다.
─슈륵.
구멍은 내가 미처 들여다보기 전에 닫혀버렸다. 일부러 닫혔다기보단 시간이 다 돼서 변신이 풀려버린 신데렐라 같은 느낌이다.
철저하게도 유리구두도 안 남겼지만.
염병. 이래서는 왕자님도 찾다가 빡쳐서 걍 정략결혼 하고 말겠네.
“이놈들한테서 뭔 일인지 캐내야겠군.”
내가 도적들을 꼬라보면서 인상을 썼을 때였다. 네페르티티가 문득 말했다.
“이 동굴……”
“넹? 동굴이 왜요?”
“시원해. 이상하리만치.”
“시원하다고요?”
나는 온도를 조절하는 매직 아이템을 해제했다. 그리고 눈치챘다.
“……진짜네?”
동굴 안은 미지근하니 시원했다.
바깥으로 이어진 문짝은 그렇게 뜨거웠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