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942화 (941/1,009)

촉수 관음마의 기억을 베어내자 시야가 트였다.

아니지, 열렸다고 하기엔 좀 어색할까. 음습하게 느껴지는 어두운 배경에 도도하게 흐르는 강. 꼭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에서 본 스틱스 강 같다.

“아직 나우넷의 몸속인가.”

나는 머리를 짜려다가 멈칫했다.

수영하며 젖은 줄 알았던 머리는 뽀송뽀송했다.

‘정말로 셰이드의 꿈이랑 비슷하긴 하군.’

시계를 꺼냈다. 남은 건 10분을 좀 넘는 정도. 아쉽게도 그다지 오래 있을 순 없어 보였지만, 큰 단점은 아니었다.

‘다시 들어오면 되니까.’

아무튼 이 진흙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듯 했다.

베로니카가 보관해준다면 더 그렇겠지. 그렇게 나는 일단 바깥으로 나가려다가 만디사가 어디서 뭘 하는지 신경 쓰여서 다시 창을 들었다.

기감을 일으켰다. 오딘의 눈이 물살을 간파했다.

─서걱!

강물을 베어 가르자 내 몸은 밑으로 떨어졌고, 물을 쏟아내며 떨어진 곳은 유적이었다. 황토색의 벽면은 전에도 가 본 적이 있는 피라미드였다.

화상 흉터의 모험가가 날 보고 눈을 찌푸렸다.

《노르드 울프헤딘? 환상인가?》

《본인입니다. 저도 들어온 거에요.》

옛다, 증거. 나는 닌자처럼 수인을 맺고 그녀의 그림자를 살짝 조종했다.

역시 적성이랑은 잘 맞지 않았다. 하긴, 어둠과 음의 마나와 그림자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하물며 만디사가 흑마법사도 아니니 당연히 이건 무술의 일종이고.

《본인이 맞군. 불쾌한 신분증명법이었다.》

《죄송하네요. 그래서 뭘 하고 계십니까?》

《내 과거를 보고 있었다.》

《무사하시다면 됐슴다. 저는 물러갈까요?》

《……여기 있어라. 내가 기억을 입맛대로 바꾸거나 하지 않도록.》

증인이 돼 달라는 걸까? 나는 시계를 보고 대충 알겠다고 대답했다.

─윽.

그런데 과거의 만디사는 상태가 영 메롱했다.

진물이 흐르는 얼굴 반쪽과 옆구리에 난 구멍!

누가 봐도 크게 다친 모험가였다. 귀에 걸린 건 황금 플레이트다. 이제 막 뉴비 테를 벗은 모험가 시절의 그녀인 모양이다.

《어떤 사정인지 여쭤도 됩니까?》

《여긴 10년도 전에 발견된 피라미드다. 당시, 발견됐을 때부터 누군가가 이미 헤집어놓은 듯한 장소였지만 모험가들이 꼬여들기엔 충분했지.》

어떤 반반 리치년이 파라오 멱을 따고 간 후의 유적이었을까.

그래도 보물을 전부 가져갈 여유가 없었던 건지 물건은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알았느냐면 과거의 만디사가 헨젤과 그레텔처럼 보물을 툭툭 떨구며 걸어가고 있어서였다.

《파티원들과 함께 내려온 나는 강한 유령형의 언데드와 마주쳤지. 우리는 싸웠고, 나는 다쳤고, 누군가는 희생해야 했다. 친구가 도망칠 수 있게 미끼가 된 건 내 선택이었고.》

《그래도 능력껏 잘 살아남으신 듯 한데요.》

과거의 만디사가 도착한 곳은 밀실이었다.

피라미드의 핵심 구조와는 떨어져 있는 곳일 듯 했는데, 그래도 몬스터나 인성 좆박은 모험가들을 피해서 요양하기에는 좋은 장소였다.

어쩌면 제단일까?

고대, 아니. 신대의 토속신앙 같은 느낌이었다. 만디사가 말했다.

《나는 당시에도 그림자를 다룰 수 있었다. 이 암살술은 생존에도 유리해. 나는 1병 남은 포션과 신의 가호로 구사일생했다…… 고 하더군.》

《……‘하더군’이라뇨?》

왜 추측이나 전언처럼 말하지? 나는 아주 잠깐 의문으로 생각했다.

눈치챈 건 만디사의 말을 들은 후였다.

《나는 여기서 나흘을 방황하다가 자력으로 지상까지 돌아갔다고 한다. 다른 모험가들을 찾아내서 신분을 밝히고 기절했다는 모양이다.》

만디사는 팔짱을 끼고 과거의 자신을 보았다.

《그러나 나는, 이 무렵의 기억이 전혀 없어.》

철퍽, 철퍽─!

그 기척은 젖은 신발로 뛰어다니는 어린애처럼 나타났다.

─Uu?

강물처럼 흐르는 파란 액체의 몸과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가진 아이였다.

─……이런 옛날 얘기는 불침번을 설 때의 얘깃거리로 배웠던 거였는데.

벽을 더듬대며 걷던 만디사가 헛웃음을 지었다.

─고대 유적에 잠들어 있던 나우넷의 파편인가. 살아나가면 모험담만 떠들어도 술을 못 얻어먹을 걱정은…… 콜록, 없겠는데.

─Uuuunn!

사람의 말을 울음소리로 이해하고 자기 이름을 알아차리는 동물처럼 팔을 벌리는 나우넷. 성별도 애매모호한 존재가 발을 철퍽거리며 달려왔다.

─……Uuh?

나우넷이 상처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단지 치료행위는 아니다. 나우넷에게 그런 능력은 없으니까. 만디사가 기침하며 쓰러졌다.

놀라지 않은 듯 나우넷은 그런 만디사를 무릎에 눕혔다.

─콜록, 콜록…… 한 가지, 부탁을 좀 해도 될까?

파리한 안색으로 만디사가 말했다. 지혈하려고 붕대를 감고 억눌렀던 옆구리의 상처가 도로 터졌지만 울컥대며 나오는 피는 아주 적었다.

─다크 엘프들이 네 얘길 했어. 옛날, 야트라우 강 밑에는 강에 빠져죽은 망자의 소원을 이뤄주는 정령이 있었다고.

─Uuy.

─부탁해. 이 단검을 내 동료들한테 전해줄 수 없을까? 망할 귀족 놈이 유산을 조상의 상속받는 데 필요하니 어쩌니 하던 물건이라, 못 가져가면 후환이…… 콜록, 콜록.

막힘없이 말하는 것 치고는 마른 기침이 끊이질 않는 만디사.

그녀는 의뢰를 받은 단검을 내밀었고, 나우넷은 주저 않고 받았다.

─진짜로 되네. 신기해라.

꼭 괴담에서 나오는 요괴 퇴치법이 통한 것처럼 만디사는 허탈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정령님…… 아, 진짜. 여관의 케밥, 먹어보고 올 걸 그랬네.

─Uw?

칼집을 보던 나우넷이 다시 얼굴을 돌렸을 때, 살포시 웃은 만디사는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됐다.

─……uu.

토옥…. 나우넷의 물 덩어리 손이 그런 그녀의 눈을 감겨주었다.

하지만 눈을 감긴 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강이 흐르는 것처럼 어떤 형이상적인 에너지가 시신의 몸에서 흘러들어왔다.

─철퍽.

나우넷은 자기 살점을 떨어트렸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몸을 잘라낸 것이었는데, 그렇게 잘라낸 물은 움찔대며 인간 여성의 모양을 갖췄다. 옷과 상처까지 재현한 모험가 여성이다.

잠에 취한 듯 몽롱한 나우넷의 복제는 장비품과 단검을 챙겼다.

그리고 몽유병 환자처럼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화상 흉터가 아문 모험가의 복제인간은 우리를 통과하고 지나갔다.

똑같이 생긴 화상 흉터가 포개졌다가 떨어졌다.

팔짱을 낀 만디사는 계속 무표정이었다.

쿠웅─!

밀실이 닫힌 것으로 만디사의 시체와 나우넷은 숨겨진 방에 남겨졌다.

자신에게 남은 힘을 살점에 모두 불어넣은 것이었을까. 나우넷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뚝 잘린 몸으로 시신을 끌어안고 신대의 존재가 잠들었다.

《야트라우 강에는 이런 전승이 있다.》

만디사는 시간의 흐름을 가속화한 것처럼 파란 물 웅덩이와 거기에 잠긴 미이라로 변해가는 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강에 빠지거나 실종된 가족이 장마가 끝나면 살아 돌아온다는 전설이. 범람하는 야트라우 강은 토양을 회복시키지만, 수재(水災)에 죽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홍수입니까.》

《내가── 만디사가 수행한 다크 엘프들은 긴 수명 덕분에 많은 전설을 알았다. 강 밑에서 실종자들을 보살피고, 장마가 끝난 후에 가족의 곁에 돌려보내 준다는 정령의 이야기는 수행 당시에 들은 전설이다.》

쏴아아─.

만디사가 발을 돌리자 물살이 일어났다. 우리는 지상으로 올라왔다.

─만디사! 살아있었구나!

─세상에, 기적이에요! 하토르님이 보살피셨군요!

의식을 잃은 만디사. 그들을 부축하며 돌아가는 파티원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 내 그림자를 가뿐히 지배하던 다크 엘프들이 이때를 기점으로 내 그림자를 조종하긴커녕, 거기에 숨은 나를 찾아내지도 못했다.》

《그래서 놀라셨던 겁니까?》

《당연하다. 그림자는 영혼이 태양신의 광휘에 조아리는 증거다. 죽은 자의 그림자가 존재할 리 없지. 존재하지 않는 것에 존재하지 않는 망자가 숨었거늘 어찌 간파하겠나.》

《그런 겁니까?》

《그렇다.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라도 되지 않는 한은 말이다.》

사실은 굳이 안 물어봐도 안다. 오딘의 눈으로 분석은 마쳤으니까.

단지 이 만디사가 복제인간이라니. 아무래도 이 사실은 몰랐다.

만디사는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의혹이 생긴 후에는 동료들과도 거리를 뒀다. 그렇게 돈독하던 사이도 요원해졌지만, 어쩌겠나. 혹시 내가 가짜라면 무슨 염치로 그들의 동료라고 자칭할까…… 그러나 이걸로 의혹은 풀렸군.》

《앞으로 어쩌실 겁니까?》

《나는 존재 자체가 거짓이다. 내 직감을 신의 계시라고 속이기도 했고. 인제 와서는 늦었지. 죽은 뒤에 천벌을 받을 날까지는 거짓말을 계속할 생각이다.》

고개를 젓던 그녀가 사복검을 휘둘렀다. 찢어진 물살에 출구가 생겨났다.

《살아있을 때 대가를 치렀다간 진짜 만디사의 동료들의 가슴에 칼을 꽂는 것과 다를 게 없으니. 벌이든 자비든 나 혼자 감당하는 게 옳을 터. 한 놈은 내가 자기 동료랑 다른 사람이란 걸 눈치챈 모양이지만 말이다.》

《눈치챘다고요? 누가 말입니까?》

《마할의 영주. 진짜 만디사의 동료로 참여해서 저 단검을 중간에서 낚아채고 귀족으로 즉위했던 녀석. 기억을 되살리고 말투를 흉내냈지만, 가짜란 건 눈치챘더군.》

아, 그 우락부락한 양반인가. 내가 골렘을 팔러 갔다가 알게 된?

나는 만디사를 업고 멀어지는 덩치를 보고서야 이마를 탁 쳤다.

하긴, 평범한 귀족치고는 피지컬이 심하게 마초이긴 했어.

《아낙수나문이나 다른 복제인간들은 맡겨둬도 되겠습니까?》

《무시할 순 없잖나. 진흙을 몇 줌만 가져가마. 진실을 보여주고 사과할 생각이다. 동변상련이니 끼리끼리 모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거라면 아비주-소르그의 영주님부터 설득해 보십쇼. 코가 꿰이고 콩깍지가 쓰였으니, 잘 하면 든든한 아군이 생길지도 몰라요.》

《코가 꿰여? 웃기는 표현이군. 참고하지.》

잘 됐네, 영주 양반. 당신이 반한 유부녀는 무려 처녀 밀프래!

저들이 장차 어떻게 될까는 궁금하지만, 나랑은 옷깃이 스쳤을 뿐인 인연이다. 우리 사이는 이 이상 없을 만큼 얄팍하고 저렴한 만남 아니었던가.

더 뭔가를 해 주려고 들기도, 또 신세를 지기도 뭣한 관계.

‘그러니까 오지랖을 부릴 생각은 없지.’

계약관계라면 모를까. 나는 종이를 팔락거렸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하나 조언 드리자면, 영주 양반한테 까여도 아낙수나문 씨랑은 친해지시는 게 나을 겁니다.》

《왜? 그녀는 빈털터리의 무적자(無籍者)인데.》

《거짓말하면 천벌을 받는 모양이라서요. 제가 아내님들을 골탕 먹이려고 거짓말을 살짝 했더니, 어느 아줌마 명의로 제가 내던진 투자금이 호로록 빨려 들어가 버렸지 뭡니까.》

나는 엄중하게 보관하던 차용증─놀이동산 투자금─을 그녀에게 선물했다.

《……큭, 크크크! 크하하하하! 진심이냐?! 장난 좀 치겠다고 이 금액을?!》

《네. 저는 좆됐습니다. 가짜라고 몰아세우자니 몇 푼 아끼자고 사람 하나 죽이는 꼴이고, 진짜라 하자니 그 투자금만큼 갚아줘야 하거든요?》

촤악, 촤악─!

쪼그려 앉아서 물살 속 진흙을 뒤적거렸다.

몇 개인가의 돌멩이 같은 걸 찾아내서 건졌다. 이 돌멩이가 바로 나우넷이 흡수한 기억들이었다. 아스트레완 연맹에서 파견 나온 조사원의 기억도 있었다.

나는 그걸 룬 스톤처럼 이마에 대고, 그 기억을 읽어들었다.

《우리 아낙수나문 씨는 ‘소문’과 ‘추측’으로는 투자의 귀재라고 하더군요. 양심이 있으면 가능한 저희 놀이동산의 개발과 투자자 유치에 협력하라고 전해주십쇼.》

그들은 사람의 기억에서 태어난 존재 아닌가.

조사원들은 아낙수나문을 ‘이만한 돈을 투자할 수 있을 만큼 가주에게 신뢰받는 귀족이라면 필시 투자의 귀재일 터!’ 라고 생각해 준 모양이다.

그러니까 저 아줌마는 재테크에 뛰어난 재능이 있을 것이었다.

발퀴리에가 전투의 달인인 것처럼, 피조물이라 해도 특기는 제각각이니까.

《그리 하겠다. 하지만 혹시 너는 갈 데가 없는 낙오자들을 거둬서 보듬는 취미라도 있나? 네페르티티만 해도 좋은 예시가 되겠는데.》

《그렇다고 대답하면 참 미담이겠습니다만, 전 학교 다닐 때 80시간씩 채워야 하는 자원봉사도 뒤지게 피곤했습니다. 극한의 이득충일 뿐이죠.》

그리고 쓰벌년이 우리 네페르티티를 갈 데 없는 낙오자라고 한 거냐? 이마에 핏줄이 솟아난 나는 마치 대범한 마초처럼 껄껄대며 웃는 척, 그녀의 등판을 힘껏 두들겼다.

《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쾅쾅쾅쾅!!!!!

《끄헉……!!》

만디사는 힘이 과도하게 담긴 야수의 쮸쀼쮸쀼 장타에 앞으로 발사되었다. 나는 손바닥을 털면서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올바른 학자는 가엾은 학부생들을 이끌어줘야 하는 법이걸랑요.》

나야 석사 은장이기는 한데, 교수와 대학원생은 표리일체 아닌가.

그러니 꼴마초 강북호는 길을 잃은 어린양들의 논문과 취직활동을 계도해주는 21세기 이세계의 양치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었다.

망자에게 안식을 주는 죽음의 신의 후계자란 건, 이 정도 논문 첨삭은 가뿐히 하지 않으면 못 해낼 직업이다 이거에요.

***

만디사를 아낙수나문에게 보내고 마차를 탔다.

“선배~. 나우넷의 진흙은 이렇게 보관해뒀어요!”

“뭐임 시발. 랩 존나 잘 씌웠네. 통조림인가.”

진흙을 담은 항아리에 차원벽과 가공 처리를 해둔 아내님들이었다.

이 항아리, 고대 유물이라고 구라 치고 팔아도 팔리겠는데. 권능이 2~3개는 들어가 있으니 대충 성유물이라고 해도 사기는 아닐 것.

로키는 축 늘어져선 소파에서 흑흑 울어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나우넷을 해치우려면 1~2달은 들여야 하는 거 아냐? 미친 외과의한테 몸을 맡기기 전까지 시간을 최대한 벌어보려는 내 작전이……”

“자꾸 그러면 신앙심 모이는 거 다 너한테 가게 한다.”

“흐이이이익…… 시러…… 누에고치는 시러……”

실 뽑고 놀까요? 실 뽑고 놀까요?

내가 낄낄대며 로키를 놀리고 있자, 베로니카는 마치 집세가 밀린 회사원이 회사 상사와 건물주의 싸움을 말리는 것처럼 머뭇대며 끼어들었다.

《나우넷의 진흙은 어디에 쓰려고 그러느냐?》

《몇 개 있어. 가장 빠른 건 혹시 로키 치료에 도움이 될지 물어보게.》

그밖에는 내가 강해지는 데 쓸 생각이었다.

어떻게 강해질지는 아직 비밀이다. 왜냐? 존나 으스대며 설명했다가 실패하면 씨팔 쪽팔리니까. 성공하고 나서 말해줘도 늦지 않을 거 아냐.

그리하여 나는 로키 때문에 아내님들의 봉사를 받지도 못하며─물론 2명씩 도는 로테이션은 절대 멈추질 않더라─ 사티스 교단 본부로 도착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

─번쩍!

빛을 뿜어내며 사티스가 우리의 앞에 강림했다. 나는 손을 들며 말했다.

“안녕하심까! 벌써 세 번째 뵙슴다!”

─……그래. 이젠 위엄이고 뭐고 없구나, 나.

그야 그렇지 뭐.

원래 카리스마란 게, 한 번 떡락하면 반등하기 힘들다더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