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나는 이 남자가 만들어내는 무거운 분위기에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꼈다.
“ 후후, 그러니까 어떻게 하냐구. 형씨, 그것말이야? 설마 매일밤 혼자 이것하나?”
남자는 오른손 커다란 손가락으로 둥근 원을 만들고 사타구니앞에서 흔들어 보이면서 내 숨이 느껴지는 곳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 ... 싫어...”
“ 형씨, 얌전하고 꽤 좋은 남잔 것 같은데... 여자에게는 관심없는 것 아니야.”
“ ... 아니요 ...그런 것...”
“ 헤헤 , 역시 관심없는 것 같은데? 얌전해 보이는데 고자인 것 아닌가... 후후후”
남자는 자신의 시시한 저질농담에 혼자서 조용히 웃는 그런 조용한 화법이 나의 신체를 더 옭아매는 것 같았다.
“ 후후, 형씨 ‘혼자 자는것’이 적적하다면 나에게 얘기해봐, 좋은 여자 소개시켜줄게.”
( ... )
“ 내 전공이 부인들이거든... 그 중에도 푹익은 여자들이 좋지... 특히 40대 전후반의 년들이 가장 좋고...”
혼자 말하듯이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는 나의 얼굴의 바로 앞에서 비웃듯이 웃어보였다.
나는 위가 점점 무거워지고 서있는것조차 괴로운 일이 되었다.
“ 뭐, 형씨도 기회가 된다면 잘 지내보자고...”
남자는 다시한번 입가를 괴상하게 일그러트리면서 급하게 얼굴색을 바꾸고 씩~하고 신사처럼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려서 내 곁을 떠나 걷기 시작했다.
나는 이 남자의 뒷모습이 가까운곳에 주차시켜놓은 하얀 메르세데스에 오르기까지 그에게 눈을 뗄수가 없었다.
차의 모습이 사라졌어도 위통은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그 장소에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 ... 진짜 야쿠자다...)
( 그런데. 왜 이런 곳에...)
나는 몸을 숙인상태로 자신의 명치부근을 돌리면서 눌러보았다. 거기에서 겨우 일어서는 것이 가능해진 것은 몇분후인가 지나서였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걸어보았다.
아침의 통증이 완전히 가신 것은 점심시간쯤돼서였다. 나는 지점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 여봐, 킨토... 아니 킨토과장님이지.”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 어이~ 하나오카.”
눈앞에는 나와 동기로 입사한 본사에서 근무하는 하나오카 코우지가 서있었다.
“ 왠일이야. 지점에까지 다오고 말이야.”
“ 어, 그렇게 됐어. 오늘 아침 가장 빠른 신칸선으로...”
“ 온다면 온다고 사전에 연락이라도 주지 그랬어.”
“ 아, 미안 미안. 너를 놀래켜주려고 그랬지.”
눈앞에서 웃으면서 말하는 왜소한 이 남자로 인하여 겨우 아침에 일어난 불쾌한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이 가능하였다.
우리들은 잠시 일이야기를 나누고 오늘 비즈니스 호텔에서 일박을 한다고 하는 하나오카와 저녁 술자리 약속을 하고 일단 헤어졌다.
그 날 저녁 그리 크지않은 거리에 한 채밖에 없는 비즈니스호텔의 레스토랑겸 스낵바와 같은 가게에서 나는 하나오카와 둘이서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2층 커다란 창이 있는 자리에는 커다란 불빛도 보이지않고 대도시의 화려한 불빛에 익숙한 하나오카에 있어서는 어딘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 그러나 밤이 되면 이 주변은 조용하겠지... 킨토. 이런 곳에 있으면 사람냄새가 그립지 않을까.”
“ 뭐, 그럴수도 있겠지. 익숙해지면 혼자서 사는것도 좋을수가 있다고는 해도 역시 쓸쓸해지는 것은 어쩔수 없더라구.”
“ 후후 나란 녀석은 네온이 휘황찬란하지 않으면 미쳐버린다구... 그런데 킨토, 너 그것은 어떻게 하고 있는거냐. 설마 현지처라도 두고 있는 것은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미는 이 남자의 행동에 나는 오늘 아침 만나 야쿠자가 떠올려졌다.
“ 고맙다. 여러 가지 신경을 써줘서, 그런데 나는 그런 여자 없기 때문에...”
( 그래도 뭐... 이런 것을 물어봐주는 녀석은 이놈밖에 없는데...)
“ 카오리씨한테 일편단심인가... 그런데 상대쪽은 어떨까? ...”
“ ! 뭐 뭐라고 이야기하는거야... 갑자기...”
“ 헤헤, 킨토, 지금은 주부들이 더 바람을 피는 시대라구... 여자들은 모두 배우라니까.”
하나오카의 말에 나는 일순간 몽롱해져가는 기분을 느꼈다.
내 표정의 변화을 읽은 것이지 하나오카는 술의 힘을 빌려서인지 말하는 것이 거침이 없었다.
“ 카오리씨는 좋은 여자야... 대개의 남자들은 그런 큰가슴을 보면 뿅가거든... 거기에 성격도 좋지... 카오리씨가 아마 단란주점에서라도 일해준다면 당당하게 가게를 드날들수도 있을텐데...”
“ 멍청한 녀석,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하나오카 너 상당히 취한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내의 치태를 상상하게 되었다.
“ 헤헤, 킨토. 너도 카오리씨의 일이 신경쓰이는거지? 얼굴에 그렇게 씌여있다.”
“ 그, 그렇지... 너같은 녀석이 있기 때문에...”
“ 후후 나는 괜찮아. 나는 옛날부터 카오리씨 팬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덥친다거나 하지 않는다구... 방금 말한 것 농담이다.”
“ ...”
그후 우리들은 잠시동안 계속 마셨지만 일의 피곤함이 쌓여있던 나에게는 한계가 찾아왔고 하나오카에게는 미안하게 생각되었지만 먼저 일어나게 되었다.
자신은 조금만 더 마신다고 말하는 하나오카를 두고 나는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와서 10미터가량 걸어서 호텔을 돌았다. 2층에 있는 가게 창가에 앉아있는 하나오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순가 내가 술에서 확깨버린 일이 일어났다.
( 어, 어째서...)
나의 눈속에 하나오카가 어떤 남자와 이야기하는 모습이 비친 것이다.
그 오늘 아침 남자 나의 아파트 앞에서 있던 야쿠자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