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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70화 (70/126)

〈 70화 〉 쓰레기 남자 친구 빌미로 사심채우기

* * *

잠시 후 광고가 모두 끝나 상영관이 암전되면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악마가 사는 집에 가난한 가족들이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내용이었고.

평소 엑소시스트 같은 소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상당히 취향에 맞는 영화였다.

­와그작 와그작

거치대에 놓인 팝콘을 먹으며 영화에 집중하고 있을 때 박이현은 어떤가 싶어 보자

그녀는 자신이 먹고 싶다고 사둔 팝콘에는 손도 대지 않고 뚫어져라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공포영화 잘 보나?’

아직 무서운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겁먹은 상태로 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나 편안한 자세로 영화에 몰입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꺅!

이후 영화가 중반 쯤 지나자 본격적으로 무서운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 번도 공포스러운 부분이 나오지 않아 긴장이 풀린 사람들 중 하나가 비명을 질렀고.

­허억!

­억!

한 사람의 비명을 때문에 깜짝 놀랐는지 상영관의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 장면이 지나고 나서 박이현의 반응이 궁금해 옆을 바라보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집중하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뭐지 실팬가?’

분명 무서워하는 것 같기는 한데 내용이 흥미가 있는지 그녀는 단 한 번도 스크린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와작 와자작

아무런 소득 없이 영화가 중후반으로 들어갈 쯤 화면에서 꽤 잔인한 장면이 나왔고.

“흐읍...!”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신음을 흘리던 박이현이 내게 몸을 바짝 붙이며 몸을 덜덜 떨었다.

중후반이라 그런지 잠깐 등장해서 깜짝 놀라게 한 장면과는 다르게 꽤나 길게 잔인한 장면이 나오자

나와 밀착하느라 닿은 박이현의 가슴의 감촉을 느끼며 계속 떨고 있는 그녀를 진정시켜줄 겸 손을 들어 어깨를 감싼 다음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동안 박이현의 어깨를 쓸어준 나는 잠시 후 다른 장면이 나오자 그녀에게 말했다.

“…안 괜찮은 거 같아요.”

박이현은 잔인한 부분에 꽤 면역이 없는지 눈가에 살짝 눈물을 맺힌 상태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여성이 두려움에 떨면서 눈가에 눈물을 맺은 채 올려다보는 그 파괴력 있는 구도에 잠깐 홀린 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의사를 물었다.

“그만 보고 나갈까 그럼?”

“아니요, 좀만 더 보다 못 버틸 거 같으면 말씀드릴게요.”

“그래 무리하지 말고 바로 말해줘.”

“네...”

영화에서 벗어나 나와 대화를 하자 잠깐 진정이 된 거 같은 박이현은 다시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어깨에 올려진 팔에 대해서 그녀가 따로 말하지 않자 그냥 그대로 자세를 유지했다.

“후아...”

“끝까지 다 봤네?”

“그러게요...중간 중간 정말 나가고 싶었어요.”

그렇게 서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세를 유지한 우리는 쿠키영상까지 모두 본 뒤 주변을 정리했다.

“그래도 잘 참았네?”

“네, 보는데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꾹 참고 봤어요...꺅!”

내가 다 먹은 팝콘 상자를 들고 신발을 신을 때 옆에서 함께 일어나려던.

박이현이 영화를 보는 동안 너무 긴장한 상태로 봐서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엎어지려 했다.

다행히 그녀가 다치기 전에 허리를 감싸 받아낸 나는 그녀를 침대에 앉혀줬다.

“조금 진정될 때까지 여기 있다 가자.”

“고마워요, 오빠.”

시간이 흘러 박이현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우리는 침을 챙기고 영화관 밖으로 나왔다.

“이대로 헤어지기는 좀 아쉬운데, 남자 친구 사귀면서 해보고 싶은 거 있어?”

“해보고 싶은 거요?”

“응, 뭐 보드게임을 한다거나 피시방을 간다거나 노래방을 간다던지 이런 거.”

영화관 밖을 나오자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간 그녀에게 의견을 묻자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지 우물쭈물하더니 말했다.

“저...게임방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피시방 말하는 거야?”

“아니요, 동전 넣고 하는 오락실이요. 여기 주변에 있어요.”

“그래? 그럼 한 번 가보자.”

영화관에서 꽤 분위기가 괜찮은 거 같아 게임방을 향해 박이현이 걸어갈 때 옆으로 붙어 그녀의 손을 슬쩍 잡았다.

“…….”

내게 손을 잡힌 박이현은 아무런 말도 없이 잠깐 움찔하더니 이내 모르는 척 앞으로 걸어갔고.

그런 그녀의 반응에 나는 몰래 미소 지으면서 손에 힘을 줘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여기야?”

“네, 저번에 새로 생긴 곳이에요.”

우리가 도착한 오락실은 생각보다 상당히 넓었는데 새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게임기기들도 모두 새것처럼 삐까뻔쩍했다.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거 없었는데.’

군대를 가기 전에 대학교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으면 매일 다닐 만큼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오락실이었다.

“뭐부터 해볼래?”

오락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어떤 게임기기들이 있는지 살펴본 나는 만 원짜리를 천 원짜리로 환전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다트 게임 할 줄 아세요?”

“응, 몇 번 해봤어.”

“그럼 저희 다트 게임부터 하러가요.”

박이현은 다트 게임에 꽤 자신이 있는지 당당하게 영화관에서부터 놓지 않은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다트 게임의 가격은 한 판에 2000원이었는데 지폐를 모두 넣고 나자 10개의 다트가 아래 나왔다.

“제가 먼저 던질까요?”

“편한 대로 해.”

앞에서 다트를 가져온 박이현이 꽤 안정된 자세를 잡더니 손에 들린 다트를 던졌고 날아간 다트는 정확히 정 가운데에 꽂혔다.

­50점입니다!

“와!”

“이제 오빠 차례에요.”

생각보다 잘 던지는 그녀의 다트 실력에 내가 놀라자 살며시 미소 지은 박이현이 내게 차례를 넘겼다.

‘이길까 질까...’

진화된 육체로 모든 육체능력이 향상된 나로서는 지금 눈감고 던져도 죄다 원하는 곳에 맞출 수 있어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나는 오늘 그녀의 우울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나온 것이니 아슬아슬하게 져주기로 마음먹었다.

­50점입니다!

‘…….’

그러나 그런 내 의사와는 다르게 게임에 목숨 거는 남자의 자존심이 자동으로 발동해 다트의 정중앙을 맞췄다.

“오빠도 잘 던지시네요.”

“운이 좋았던 거지.”

몇 번 안 해봤다면서 대뜸 정중앙에 맞추자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온 박이현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50점입니다!

짝짝짝!

“와 이현이 너 진짜 잘한다.”

다음 차례인 박이현은 다시 가운데를 향해 다트를 박아 넣었고 그런 그녀에게 열심히 칭찬을 해준 나는 이번에 마음을 다잡았다.

‘대충 던지는 거야 제발 대충.’

혼자 머릿속을 세뇌하면서 날아간 다트는 이번에 정중앙으로 가지는 않았으나 정중앙보다 조금 위에 있는 20점의 빨간색 띠 부분에 꽂혀버렸다.

­60점입니다!

‘흐미...’

다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20점 트리플 라인에 꽂혀 60점의 점수를 얻게 되자 나는 슬쩍 눈치를 살피며 박이현의 표정을 봤다.

박이현의 눈은 내가 60점에 꽂아놓은 다트를 바라보고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내 내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오빠 정말 몇 번 안 해보신거 맞아요?”

“응, 나 별로 안 해봤어.”

주변에 오락실이 없어서 정말 몇 번 해보지 않았는데 박이현은 내가 겸손을 떤다고 생각했는지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나를 바라봤다.

“알겠어요.”

생각보다 승부욕이 강한지 박이현은 고개를 훽 돌리며 다시 자신의 다트를 던져 정중앙에 꽂았다.

­50점입니다!

이후 내 마음속에 숨어있는 남자의 자존심을 꾹꾹 누른 내가 점수를 조절하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우리는 5점 차이로 단 한 개만의 다트를 남겨두고 있었다.

“후우...”

자신이 지고 있어서 꽤 많이 긴장을 했는지 박이현은 한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최대한 집중한 상태로 다트를 던졌다.

‘됐다!’

손을 떠나가는 순간 이건 완벽하게 가운데로 간다는 느낌을 받은 박이현이 간절한 눈으로 다트판을 쳐다보고 있을 때

그녀의 그 간절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전혀 이길 마음이 들지 않은 나는 최대한 아쉬운 점수로 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

­50점입니다!

이렇게 해서 서로 남은 점수는 45점 트리플 라인에는 던지지 않기로 마음먹었으니 정중앙을 맞추지 못하면 내 패배였다.

둘 다 서로 긴장해서 침묵이 이어지는 상황에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최선을 다해 정중앙보다 조금 밖에 있는 테두리를 향해 다트를 던졌다.

탁!

““…….””

그렇게 내 손을 떠나 날아간 다트에 시선을 집중한 우리는 숨조차 쉬지 않은 채 기계에서 울려 퍼질 점수를 기다렸다.

­25점입니다!

“파하...”

“와!”

기계에서 25점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원하는 대로 됐다는 생각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옆에서 나와 함께 점수를 들은 박이현은 그 자리에서 폴짝 뛰더니 내 팔을 잡고 흔들었다.

“오빠 제가 이겼어요!”

“그러게 너 진짜 잘한다.”

“오빠도 몇 번 안 해보셨다는데 정말 잘 던지시네요.”

박이현은 자신이 이긴 게 얼마나 기뻤는지 평소 무뚝뚝한 말투가 아닌 생기가 느껴지는 말투로 내게 기쁨을 표현했다.

게임에서 이긴 박이현의 기분이 좀 풀어졌다 싶을 때 다른 게임을 제안했다.

“이번에는 우리 뭐할까?”

“음...이번에는 저거 어떠세요?”

박이현이 가리킨 건 동네에 하나씩 있던 에어하키였다.

“그래 저거 하자.”

기계 앞으로 간 우리는 서로 천 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넣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다트와는 다르게 이 게임은 별로 못하는지 쉽게 점수를 내주는 그녀를 보고 다시 조절에 들어가 2점 차이로 이겼다.

“이번에는 오빠가 이겼네요.”

“그러게 좀 아까웠다 2점 차이라니.”

오락실에서 협동으로 하는 게임도 하고 이것저것 하면서 실컷 즐기고 이제 마지막 게임을 하기 위해 둘러보다 박이현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오빠...”

“응?”

“우리 저거 해요.”

박이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게임은 투수처럼 야구공을 던져 타자를 아웃시키는 야구 게임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녀는 그 게임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위에 달려있는 경품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위에 걸려있는 경품으로 시선을 돌리자 예전에 유행했던 캐릭터인 마시마로가 달려있는 키홀더였다.

“저거 가지고 싶은 거야?”

“…네.”

“그럼 저 게임으로 하자.”

그래도 일단은 자기 실력으로 따보고 싶은지 인조잔디 위로 올라간 박이현은 옆에 나온

야구공을 손으로 잡아 한 번도 야구를 해보지 않은 엉성한 자세로 공을 던졌다.

­홈런입니다~!

밝은 게임 소리와 함께 잠시 후 공을 모두 던진 박이현은 가장 아래에 있는 경품조차 딸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점수를 기록한 채 내려왔다.

“이제 내가 해볼까?”

“오빠는 다른 게임 하셔도 괜찮아요.”

“아니야, 나도 저거 한 번 해보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며 지폐를 넣고 인조잔디 위로 올라간 나는 옆에 나와 있는 야구공을 잡았다.

‘어느 정도로 던져야하지?’

전력으로 던지면 스크린이 찢어질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어떻게 힘 조절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일단 중간 정도로 던졌다.

­파울!

중간 정도의 힘으로 던지자 칠만 했는지 파울이 나왔고 어깨에 조금 더 힘을 준 나는 그대로 다시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다시 한 번 조정한 상태로 날아간 공은 타자의 몸 쪽으로 빨려 들어가 스트라이크 존에 정확하게 걸치며 완벽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다.

“오, 이정도면 되겠네.”

타자 옆에 속도도 기록되어 있어 확인해 보니 130km가 찍혀있었다.

이후 연속적으로 공을 던져 단 한 번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은 나는 모든 타자를 아웃시키고 최고 점수로 게임을 마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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