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쓰레기 남자 친구 빌미로 사심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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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10시 쯤 잠에서 깨어난 나는 침대에서 휴대폰을 보며 뒹굴 거리다 화장실로 들어갔다.
간단하게 씻고 나온 후 수업이 끝나는 시간을 보내준 박이현의 연락을 확인하고 시간이 꽤 남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를 켜 커뮤니티를 들어가 오늘은 어떤 내용들이 올라와 있을까 확인하니
저번에 판타지 세계의 용사에서 황녀를 공략한다던 사람이 올린 글을 클릭했다.
[제목: 황녀 레미아 드디어 공략완료]
[작성자: 쑤컹쑤컹]
안녕하십니까, 저번 부기사단장 이리스에 이어 기사단장이자 제국의 황녀인 레미아를 공략한 쑤컹쑤컹입니다.
저번에 접촉하는데 까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지 이리스는 공략하기 상당히 쉬웠는데요.
이번에 공략한 레미아는 이리스와 차원이 달랐습니다.
판타지 세계의 용사를 플레이하고 계신 분들은 알고 계신가요?
이곳에서 정신 계열에 관련된 스킬을 사용한다면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로 방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황녀라는 직함 때문인지 정신 방어 아티팩트를 몸에 줄줄이 달고 다니는 탓에 레미아는 공략하느라고 진짜 애먹었습니다.
레미아가 착용하고 있는 장신구는 총 세 가지인데요.
목걸이 반지 귀걸이로 나누어지는데 이중에서 목걸이 제거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정신 계열로 스킬을 가지고 있으신 분들은 절대 저처럼 공략하지 마세요.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정신이 피폐해집니다.
잡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난공불락급의 황녀를 어떻게 공략했는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미리 공략해두었던 이리스를 이용해 접근했습니다.
황녀와 함께 티타임을 하는 곳에서 그녀와 접촉해 제 스킬로 공략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제가 위에 설명했듯이 정신 방어 아티팩트를 둘둘 두르고 있는 황녀는 제 스킬에도 꿈쩍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스킬을 사용한 제가 역추적 당해 처형당할 뻔했습니다.
그래서 스킬 사용할 생각도 접고 열심히 공략한 끝에 이벤트가 하나 발생해 겨우 공략했죠. 여기 공략한 장면을 올려드리겠습니다.
(사진에는 엄청난 크기의 맘마통을 늘어뜨린 채 후배위 자세로 개처럼 박히고 있는 금발의 미인이 보였다.)
판타지 세계의 용사에서 미모와 몸매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만큼 공략난이도는 거의 끝판왕 급이지만 공략하는 순간 성취감이 장난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고압적이며 카리스마 쩌는 황녀 공략 츄라이 츄라이.
다음 공략 캐릭터는 헤일로 신성국의 이단심판관인 에단 헤일로를 공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글을 모두 읽은 나는 지금 튜토리얼에 있는 루이와 에리카 말고 다른 히로인들을 공략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에리카나 루이는 히로인 중에 중급 정도 되는 외모니까.’
튜토리얼이라 그렇게 많은 비중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녀들은 메인 히로인과 비교해서 급이 많이 떨어지는 정도였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잡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시계를 확인한 나는 슬슬 출발할 시간이 되어 의자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학교로 향했다.
몸이 바뀐 지 꽤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카페에 들어간 나는 카운터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저기요? 주문하려고 하는데요.”
“아...! 네 죄송합니다. 무엇으로 주문하시겠어요?”
카페 안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여성 알바생에게 말을 걸자 그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카라멜 마끼아또에 휘핑크림 올려주시고 위에 카라멜 시럽 뿌려주세요.”
“6000원입니다.”
“여기요.”
요새 자꾸 당이 떨어지는 거 같아 가끔가다 한 번씩 사먹는 내 전용 커피를 시켰다.
“진동벨 가지고 가셔서 울리면 카운터로 음료를 가져가 주시면 됩니다.”
“네.”
종업원이 주는 카드와 진동벨을 받은 나는 카페 안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구석으로 가 앉았다.
[사용자님은 다른 남자들보다 훨씬 우월한 남성입니다. 시선을 즐기시죠.]
‘아싸인 나에게 그런 시선들은 거북할 뿐이야.’
카페 안에는 여성들이 가장 많았지만 남녀 커플들도 꽤 있었는데 거기서 나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을 참을 수 있었지만
별로 예쁘지 않은 여성들의 선망이 담기거나 욕망이 담긴 그 부담스러운 눈빛은 별로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아 부담스러웠다.
[쭉정이.]
‘뭐 임마?’
시스템과 대화를 하는 동안 진동벨이 울려 커피를 받아온 나는 다시 구석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을 봤다.
“저기요.”
휘핑크림과 카라멜 시럽의 달달한 맛에 당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던 나는 갑자기 처음 보는 여성이 내 앞에 다가와 말을 걸어 고개를 올렸다.
“네”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닌데... 혹시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얼굴에 자신감이 있는지 꽤 당당한 얼굴로 내게 번호를 물어본 여성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미인의 축에 속했지만.
고개를 내려 볼륨감이 전혀 없는 좁은 마음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번호를 줄 마음을 접었다.
“저 여자 친구 있어요.”
“아...네 죄송합니다.”
여성의 매력은 곧 마음의 크기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마음이 작은 여성들은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머쓱해하며 떠나가는 그녀를 뒤로 한 채 커뮤니티를 둘러보길 잠시 수업이 끝났는지 박이현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오빠 저 지금 끝났는데 어디계세요?
“나 지금 학교역 근처 카페에 있어.”
아 그럼 제가 거기로 갈게요.
“응, 기다리고 있을 게.”
박이현과 연락하고 휴대폰을 보고 있기를 잠시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어디계세요?
“안쪽으로 들어오면 보일거야.”
내 위치를 듣고 찾아온 박이현이 내게 인사하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오늘 박이현의 모습은 청바지를 입고 있던 어제와는 달리 꽤 노출이 있는 의상이었는데.
상의는 몸에 달라붙는 흰 티와 겉옷으로 그녀의 머리색과 잘 어울리는 진한 파란색 블레이저를 입고 있었고.
아래로는 검정색 H스커트를 입었는데 같은 검정색상의 스타킹을 신어 안 그래도 좋은 비율이 더 좋아보였다.
“안녕하세요. 오빠.”
“안녕, 수업은 다 끝난 거야?”
“네 이제 자유에요.”
“뭐 마실래?”
“들어오면서 주문했어요.”
뭐 하나 사주려고 했는데 이미 샀다면서 진동벨을 보여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음료가 나오기 전까지 간단하게 대화하던 우리는 음료가 나오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계획이 어떻게 돼?”
“다들 대역으로 올 남자 친구는 구해서 휴가 날에 다 같이 나가서 만나주시면 돼요.”
“뭐 따로 해야 할 건 없고?”
“네, 그 정도면 충분할 거 같아요.”
그냥 가서 사귀고 있다는 모습만 보여주는 간단한 일이라는 것을 듣자 뭔가 좀 아쉬웠다.
‘이왕이면 더 심하게 복수했으면 좋겠는데.’
남자 친구가 신병 휴가를 갔다 온 이후 아직 군대에 적응하기 전인 일병 2,3호봉쯤에 다른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군대에 우편물로 보내주면 진짜 멘탈을 박살내 탈영 마렵게 만들 수 있을 텐데 거기까지 하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혹시 더 심하게 복수해볼 생각은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간단하게 끝내기는 아쉬워서 말해보자 박이현은 잠깐 눈을 감더니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아니요, 그냥 빨리 헤어지고 싶어요.”
“아...”
‘그러고 보니까 처음 사귀어 본다고 했었지.’
한시라도 빨리 헤어지고 싶어 하는 모습에 나는 어제 그녀가 처음 사귀어 보는 남자 친구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했다.
“그딴 새끼는 금방 잊어 주변에 널린 게 남자들인데 말이야. 내가 가서 엄청 후회하도록 만들어줄게.”
“무례한 부탁인데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오빠.”
“힘든 것도 아닌데 뭘.”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자 괴로운지 무표정한 얼굴에서 우울함을 느낀 나는 분위기를 전환할 겸 그녀를 데리고 카페에서 나왔다.
“이현아 오늘 따로 계획해둔 일정 같은 거 있니?”
“아니요? 그냥 집에서 쉴 생각이었어요.”
“그럼 나랑 영화 보러 갈래?”
“영화요?”
“응, 남자 친구 행세를 해야 하니까 한 번쯤 데이트 정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민하던 박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네, 좋아요.”
“그럼 가자.”
그렇게 영화관에 도착한 우리는 포스터 앞에 서서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했다.
“따로 좋아하는 장르가 있어?”
“아뇨, 저는 따로 가리는 거 없이 봐요. 오빠는요?”
“나도 가리는 거 없이 보는데...그럼 저건 어때?”
서로 딱히 가리는 게 없다고 말하자 나는 이번에 보고 싶었던 영화를 골랐고.
내가 고른 영화를 본 박이현은 무표정이 깨지면서 당황하는 얼굴이 나타났다.
“어...저거요?”
“응, 공포영화 못 봐?”
“아,아뇨 볼 수는 있는데 굳이 찾아보지는 않아서요.”
“그럼 괜찮지?”
“네...괜찮아요.”
평소 무표정한 얼굴이 깨진 것을 보니 공포영화를 잘 보는 것 같지 않았는데.
이왕이면 같이 영화 보면서 색다른 면을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의견을 밀어붙였다.
“성인 두 매 맞으신가요?”
“네.”
“여기 있습니다.”
카운터 앞으로 가 표를 구매한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금 경직되어 있는 그녀에게 따로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지 물어봤다.
“따로 먹고 싶은 거 있어?”
“…팝콘 하나면 될 거 같아요.”
“카라멜 팝콘?”
“아니요, 기본으로요.”
박이현에게 의견을 물어본 뒤 함께 먹을 팝콘과 내가 먹을 음료수를 사러가자 옆에 같이 따라온 그녀가 말했다.
“영화표는 오빠가 사셨으니까 팝콘은 제가 살게요.”
“내가 사도 괜찮은데?”
“아니에요, 제 부탁도 들어주시는데 이 정도는 하고 싶어요.”
“그래.”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자 팝콘과 콜라를 받은 우리는 곧바로 상영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표에 나와 있는 자리에 도착하니 커플 전용석인지 꽤 넓은 사이즈의 침대가 있었다.
[거기 알바생이 센스가 좋군요.]
머릿속에 들려오는 시스템의 말을 무시하며 혹시 박이현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싶어 그녀의 의사를 물었다.
“침댄데 괜찮아?”
“네, 오늘 커플처럼 데이트 한다고 했으니까 상관없어요.”
어느새 다시 평정심을 찾았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괜찮다고 말한 박이현은 먼저 침대로 가 신발을 벗고 편하게 침대에 누웠다.
짧은 치마를 입은 채 침대에 올라가 있는 박이현을 보자 빅 매그넘이 고개를 들으려 했지만.
꾹 참아낸 나는 내 쪽에 놓인 담요를 그녀의 다리에 덮어주며 침대에 올라왔다.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를 전하는 그녀에게 적당히 대꾸해준 후 가운데에 있는 거치대에 콜라와 팝콘을 올려뒀다.
“이제 곧 시작하나 보다.”
“….”
침대에 누워 셋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스크린에서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고.
오랜만에 겪는 문화생활에 기대하며 옆을 바라보자 첫 만남 때보다 표정이 더 굳어있는 박이현을 볼 수 있었다.
‘잘만하면 여기서 호감도 작 할 수 있겠는데.’
공포영화를 무서워하는 것 같은 그녀의 반응에 모르는 척한 나는 미연시 게임처럼
여자가 놀라면서 옆자리 남성에게 접촉하는 클리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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