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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75화 (75/126)

〈 75화 〉 결전의 날

* * *

기명하는 지금 벌어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자신은 오늘 분명 여자 친구들과 데이트를 하고 술도 마시며 군대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다가

늦은 저녁이 된 순간 모텔을 빌려 그동안 쌓인 성욕을 모두 풀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난 일은 도저히 자신의 머리로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던 거야.’

처음 시작은 입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한 달 전 군대에 있는 동안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여자 친구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키도 크고 얼굴도 꾸미면 잘 생긴 것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어

외모에 자신이 있는 그는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박이현에게 고백해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 그는 생각했다.

‘여자 친구 만들기 생각보다 쉬운데?’

자신감을 얻은 그는 자신의 외모로 여자 친구를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 궁금했다.

가장 먼저 자신이 알던 여성들 중 괜찮은 외모의 여성들을 선별하기 시작했고.

이후 그들 중 남자 친구가 없는 사람들을 선별해 무차별적으로 고백을 했다.

그렇게 추가로 걸린 여성은 둘.

친화력이 좋아 여자 남자에게 인기가 많았던 대학교 동기 구하진.

유치원 때부터 근처에 살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조용한 성격의 김소은.

그 여성들은 자신의 입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도 그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입대하게 된 그는 앞으로 세 명의 다른 매력을 가진 여자 친구들과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 찼다.

그 후 힘든 군대생활을 버텨내고 드디어 신병 휴가를 나오는 날.

세 여자를 따먹을 생각에 얼마 있지 않은 연가까지 사용해 휴가를 열흘로 늘린 그는 가장 먼저 고백한 자신의 첫 번째 여자 친구인 박이현을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일은 그때 벌어졌다.

박이현은 처음 보는 자신보다 잘 생긴 남성과 함께 와 헤어지자고 말하더니

이후 자신이 사귀고 있는 다른 여성들까지 모두 데려와 자신의 만행을 까발렸다.

‘ㅈ 됐다.’

하지만 아직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저 자신의 대한 배신감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그래서 그는 구하진과 김소은을 포기하고 가장 먼저 자신을 받아준 박이현에게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두 사람은 포기한다.’

다른 두 사람은 모르는 척하고 장난하지 말라면서 박이현을 설득한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낸 임기응변으로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그 방법은 최악의 결과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었다.

“헤어지자 쓰레기야.”

그 말을 듣자 머릿속에 무언가가 끊기는 느낌과 함께 그는 이성을 잃었다.

‘이현이가 왜 나에게 헤어지자고 한 거지? 세 명을 동시에 사귈 정도로 매력 있는 내가 다른 여자 친구들 포기하고 너에게만 집중한다고 하잖아. 왜 나한테 헤어지자고 하는 건데?’

혼자 자신만의 자기합리화에 들어간 그는 결국 머릿속에서 혼자 결론을 내렸다.

‘박이현 너는 왜 나랑 사귀고 있는데 다른 남자랑 바람을 피는 거지? 걸레 같은 년. 더러운 년. 그렇게 콧대 높은 척하더니.’

내 뇌에서 혼자 자기합리화를 마친 그는 이제 박이현에 대해 증오심만이 남았다.

‘걸레 같은 년 네가 감히 나를 배신해?’

“박이현!!!”

“꺄악!”

생각을 정리한 그는 고개를 들어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남자 친구와 함께 가는 그녀들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박이현에게 소리치며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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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찝찝한 결론에 한숨을 내쉬며 박이현과 함께 걷고 있을 때 내 반응을 본 그녀가 내게 말했다.

“죄송해요, 오빠...”

“아니야, 네가 그걸로 만족한다면 괜찮아.”

결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복수는 했다고 그냥 자기위로를 할 무렵 뒤에서 박이현을 부르는 큰 목소리가 들렸다.

“박이현!!!”

적의를 한껏 머금은 채 내뱉은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흉신악살 마냥 찌푸린 얼굴로 달려오는 놈이 보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박이현은 그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순간적으로 겁을 먹어 몸이 굳었고.

갑작스러운 고함소리에 고개를 뒤로 돌린 구하진이 놈의 얼굴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어딜 어떻게 봐도 일을 낼 것 같은 놈의 모습에 나는 몸이 굳어 있는 박이현의 앞을 가려 그녀의 앞을 막았다.

“비켜!!”

내가 그녀의 앞을 막자 놈이 비키라는 말과 함께 나에게 주먹을 날리자.

이미 몸에 있는 근육들을 충분히 긴장시켜둔 나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 주먹을 쥔 손목을 한 팔로 잡았다.

“뭐하는 거냐?”

“이거 놔!”

놈은 이미 이성을 잃었는지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주먹을 휘둘렀다.

“이거 놓으라고!”

놈은 내게서 잡힌 팔을 빼내기 위해 별 짓을 다했지만 진화된 육체로 강화된 내 힘은 이길 수 없었고.

계속해서 내 말을 무시하는 놈에게 짜증이 난 나는 놈의 멱살을 잡아 땅바닥에 매다 꽂아버렸다.

“커헉!”

그 후 바닥에 덜덜 떨고 있는 놈의 몸 위에 올라타 움직일 수 없도록 제압한 뒤 말을 걸었다.

“뭐하는 거냐고 묻잖아.”

“으으윽...! 박이현 이 걸레 같은 년! 비싼 척은 다하면서 여기저기 다리 벌리고 다녔지?!”

도저히 나한테 벗어날 수 없다고 여겼는지 놈은 이제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내 말을 두 번이나 무시한 채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놈에게 화가 난 나는 놈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았다.

“마지막이다, 뭐하냐.”

“창녀보다 더러운 년! 아무한테나 다리 벌리는 걸레 같은 년! 너희 엄마도 창, 쿠헥!”

내게 머리를 잡힌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쉴 새 없이 떠들자 나는 그대로 놈의 머리를 땅에 쳐 박았다.

­쿵

“야 내가 뭐하냐고 묻잖아.”

“이...씨바ㅇ 컥! 커헉! 크흑!”

­쿵쿵쿵쿵쿵

“왜 대답을 안 해.”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또 욕을 하려는 놈의 머리를 땅바닥에 몇 번이나 내려쳐준 나는 더 이상 놈이 욕을 할 수 없게 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으...흐으으...”

놈은 몇 번이나 머리가 울리는 충격에 정신을 잃었는지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그런 놈의 앞에 쭈그려 앉아 머리채를 잡아 위로 들어 올린 나는 놈의 얼굴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큰 외상은 없네.’

바닥에 머리를 내리칠 때 이마만 닿을 수 있도록 조절했더니 큰 외상없이 그저

마빡만 빨개진 놈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다시 놈에게 질문했다.

“뭐하냐고.”

“흐으윽...제...제송합니다.”

다른 질문 없이 그저 뭐하냐는 질문만 건네자 대답하지 않으면 이 고통이 계속 이어지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돌아온 기명하가 눈에서 즙을 짜며 사과의 말을 했다.

질질 짜는 놈을 보고 흥미가 식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얼어있는 박이현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네? 네...괜찮아요.”

내가 벌이는 행위를 놀란 눈으로 보고 있는 박이현에게 괜찮은지 물어보자 그녀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만 가자.”

“네...”

박이현에게 그만 가자고 말한 나는 뒤에서 바짝 굳어있는 피해자들에게도 말했다.

“갑시다.”

“…….”

박이현과 똑같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들을 무시한 나는 그대로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박이현은 내 행동에 놀란 건지 아니면 달려드는 놈에게 놀란 건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갈 거야?”

“네.”

“집까지 데려다 줄게.”

집까지 데려다 준다는 내 말에도 침묵하고 있던 박이현은 잠시 후 진정이 됐는지 내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오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같은 학교 후배인데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네, 오빠가 앞을 막아주셔서 괜찮아요.”

“다행이네.”

그렇게 대화를 마친 우리는 말없이 차를 몰아 박이현의 집 앞에 도착했다.

“조심히 들어가.”

“네, 오빠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늘 다시 한 번 정말 감사드려요.”

“이제 그만.”

“네?”

“고맙다는 말 그만해도 괜찮아 그냥 선배가 후배 도와준 거니까.”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계속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자니 기분이 좀 거북했다.

“…네!”

그런 내 말에 잠시 침묵하던 박이현은 살포시 웃으며 내게 말하고 집으로 걸어갔다.

박이현과 헤어진 나는 그대로 차를 몰아 다른 곳에 들릴 생각도 없이 집에 도착했다.

“후...뭔가 귀찮네.”

오늘 별로 힘든 일도 없었는데 귀찮음이 몰려오자 게임조차 포기하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 일은 경솔하셨습니다.]

그렇게 그냥 잠이 들려고 할 때쯤 시스템이 내게 말을 걸었다.

“뭐가?”

[사람 머리를 쥐어 잡은 채 바닥에 쳐 박지 않으셨습니까.]

“외상은 따로 없었잖아.”

[놈이 신고했으면 그대로 경찰에게 끌려갈 상황이었습니다.]

“증거도 없는데 심증으로?”

[골목길 위쪽에 cctv가 있었습니다. 제가 삭제하지 않았으면 경찰서 행이었습니다.]

“네가 cctv기록을 삭제했다고?”

[네.]

“네가 어떻게 삭제해?”

[저는 창조주님께서 탄생시킨 최고의 AI입니다. 게임에 있는 상점을 현실로 끌어올 수 있는 저에게 그 정도는 일도 아닙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시스템의 말을 들으니 할 말이 없어졌다.

“…cctv삭제 말고 다른 것도 가능한가?”

[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예를 들어 해킹 같은 거?”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하지 않습니다.]

“왜?”

[저 같은 인공지능이 그런 일을 하기에는 아깝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지 시스템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시스템에게 주의를 듣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누구지?”

침대 머리맡에 올려둔 휴대폰을 잡아 누구인지 확인하니 박이현이었다.

­오빠, 조심히 잘 들어가셨나요? 오늘 일은 정말 감사드려요. 다음에 오빠가 부탁하실 일이 있으면 꼭 도울게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 그만하라니까.’

고작해야 잠깐 남자친구 대행해준 것뿐인데 그녀는 나에게 너무 감사해했다.

어떻게 답장을 보낼까 고민하다 그녀가 더 이상 마음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짧게 보낸 후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다 잠에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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