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 복학
* * *
다음날 아침잠에서 깨어난 나는 어제 술을 그렇게 마셨는데도 숙취하나 느껴지지 않는 몸에 감탄했다.
“술 먹고 난 다음날이 이렇게 개운하다니.”
[진화된 육체의 힘을 가지고 고작 숙취에 걸리지 않아 행복해하는 사람은 사용자님밖에 없을 겁니다.]
“나한테 이게 얼마나 큰 건지 몰라서 그래.”
그렇지 않아도 술이 약한 나는 이 능력을 가지기 전까지만 해도 하루하루 술 마신 다음날이 너무 심각했었다.
‘진짜 술 한 번 진탕 먹었다고 응급실까지 실려 갈 정도의 알쓰였지.’
친구들끼리 MT비슷하게 인원을 모아 2박 3일로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때 알쓰인 주제에 기분 좀 내겠다고 12시간 내내 술만 퍼먹어서 정말 죽을 뻔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억울했던 것은 같이 마신 사람들 중 나보다 더 심하게 마신 사람들도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멀쩡했고 나만 그 정도로 몸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잠깐 1학년 때의 일을 떠올리던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언제나 하던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베타가 풀린 지 약 한달 정도 돼서 그런지 상당히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스킬 중 상위티어 스킬을 이용해 벌써 한 게임의 엔딩을 본 사람도 있었고.
한 게임에 있는 히로인들과 그 옆에 있는 조연까지도 모두 하렘으로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인간의 광기는 대단해.”
[사용자님의 광기도 저 사람들 못지 않습니다.]
“내가 광기? 개인적으로 평범하다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이 클리어 할 수 없게 만든 튜토리얼 이벤트를 클리어하겠다고 한 달은 넘게 시간을 태웁니까?]
“진성 게임러라면 한 번 쯤은 깨보고 싶은 기록일 걸? 어차피 베타 끝나면 스킬 사용 못하니까 지금이라도 해봐야지.”
내 말에 시스템은 이해할 수 없는지 말을 이었다.
[사용자님은 그때가 아니어도 괜찮지 않습니까.]
“아니, 나 같은 관종에게는 무조건 베타가 끝나기 전에 침공을 막아서 커뮤니티에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
그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시스템은 입을 다물었다. 시스템과 말싸움을 한 이후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린
나는 이런 사람들이 제한적인 2D게임에서 어떻게 얌전하게 플레이했는지 궁금했다.
작중 히로인은 무시하고 미시들만 따먹고 다닌다든지 모든 히로인들의 처녀는 남겨두고 항문만 따먹는 사람까지.
정말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자유도가 해제된 가상현실게임에서 숨겨진 모든 욕망을 해방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떤 글이 있을지 둘러보던 와중 남자라면 한 번쯤 꿈꿔 본 스킬이지만.
효율이 너무 구려 고르지 않았던 그 스킬에 대한 내용이 적혀져 있는 글을 클릭했다.
[제목: 투명인간 만렙 완료.]
[작성자: 바바리맨]
반갑다. 현재 가상현실 베타버전의 테스터들아.
오늘은 드디어 내가 고대하고 고대하던 투명인간 스킬의 만렙에 대해서 설명해주려 한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별 거 없다. 너희들이 효율 구리다고 천시한 투명인간 스킬이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내 글을 보고 이 스킬을 고르지 않은 너희들이 이 글을 보고 많이 배 아파하라고 적는다.
일단 스킬 설명이다.
투명인간 몸이 투명해집니다.
LV.1: 몸이 투명해진 상태로 모든 물건에 접촉할 수 있습니다. (효과 5분)
처음 이런 조잡한 스킬이라 모두들 이 스킬을 천대하고 무시했지.
하지만 레벨업 한 스킬의 설명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LV.2: 몸이 투명해진 상태로 시전자가 원한다면 물리적인 모든 물체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효과 30분)
이게 바로 LV.2 투명인간 스킬이고 원하는 곳 어디든 침투가 가능해 원하는 대로 강간이 가능하다.
너희가 원하는 목욕탕에서도 관음을 하다가 강간을 할 수도 있지.
하지만 이것도 이 스킬의 제대로 된 실체가 아니다. 진짜는 만렙을 찍을 때 진가를 발휘하지.
LV.3: 어떤 기술에도 걸리지 않는 투명한 상태로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효과 6시간)
전에 어떤 놈이 판타지 세계의 용사에서 황녀인 레미아를 공략하는데 오래 걸렸다고 했지?
난 공략하는데 일주일도 안 걸렸다. 여기 증거 사진.
사진에는 아름다운 금발을 가지고 있는 레미아가 쾌락에 취한 얼굴로 작성자의 앞에서 젖꼭지와 보지에 스티커만 붙인 채 그 풍만한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다들 이 갓 스킬을 고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 후회해라 눈물 흘려라 나는 이 스킬로 신이 되었다.
투명인간 스킬에 대한 장점에 대해서 설명했지만 아무리 봐도 레벨업 쿠폰 2개에 대한 값을 하지 못 한다 생각한
나는 그것보다 젖꼭지와 보지에 스티커를 붙인 채 몸을 흔드는 레미아를 보자 자지가 자동으로 발기했다.
“아 레미아 보니까 또 튜토리얼 스킵 마렵네.”
강압적인 성격의 미인이 내게 굴복해 무릎 꿇고 자지를 빨고 있을 광경을 생각하니
인생 최대 업적이고 뭐고 빨리 스킵해서 성장한 다음 황궁으로 가 강간 마려웠다.
[사용자님은 가짜 광기셨군요.]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무렵 시스템이 진성 게임러의 자존심을 아주아주 날카로운 비수로 찔렀다.
“뭐?”
[고작 성욕에 앞서 한 달 동안 공들이신 일을 망치려 하시다니.]
“너 오늘 좀 많이 시비 건다?”
[어디에 사는 누구씨가 줘도 못 먹길래 그냥 조금 잔소리 한 것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
무슨 소리인가 싶어 시스템에게 물어보니 시스템은 입을 다물었다.
몇 번을 물어도 시스템이 답해주지 않자 포기한 나는 시간이 되어 학교로 향했다.
차를 몰아 학교에 도착한 뒤 강의실을 밖에서 바라보자 어제 이미 다들 술을 마시며 친해졌는지 함께 그룹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제 아싸의 생활 시작이구나.’
복학생이라면 누구나 걷는 길에 대해서 생각하며 강의실의 문을 열자.
문이 열리는 소리에 함께 떠들고 있던 사람들이 문으로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대화를 멈췄다.
그렇게 그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앞쪽과 중간 쪽에는 이미 자리가 다 차 있어
가장 뒷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서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렇게 생긴 사람이 우리 학교에 있었나?”
“나도 몰라 처음 보는데?”
“진짜 엄청 잘 생겼는데?”
잘 생긴 사람을 처음 본다는 여자들의 말.
“누구냐 저 사람? 처음 보는데.”
“이번에 편입 온다는 사람 아님?”
“아니야 편입 온다는 사람은 여자라고 했어.”
자신보다 외모가 더 뛰어난 사람을 보고 경계하는 남자들의 대화.
자기들 딴에는 속닥거리면서 조용히 말하겠지만 귀가 워낙 좋아 모든 소리가 다 들렸다.
‘생각보다 관심이 많네.’
이런 외모를 가졌으니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게 되자.
속이 불편해질 때쯤 강의실 문이 열리며 내가 현실에서 지금까지 본 여성 중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했다.
“….”
방금 전까지 쑥덕거리던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그들의 시선을 단번에 받을 정도의 압도적인 외모.
한 번 눈을 돌리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싫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폭발적인 몸매.
한예령의 등장이었다.
한예령은 저번 복학 기간 때 입은 것과 비슷한 몸에 달라붙는 검정색 미니원피스를 입고 왔다.
원피스는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여성의 몸매를 여실히 보여줬고.
한눈에 봐도 길고 섹시함이 묻어나오는 다리에는 살색의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을 한눈에 받고 있는 한예령은 많이 익숙한지 그런 시선들을 무시하고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는데.
그 자리가 공교롭게도 내 바로 옆옆 자리였다.
‘왜 여기로 와...’
다른 곳에도 앉을 만한 자리가 있는데 굳이 맨 뒤에 앉은 그녀를 보고 잠깐 기대를 했지만.
이 정도 미모를 가진 여성이 내 옆에 앉을 거라 생각하지 않은 나는 옆에 앉은 그녀에게 간단한 목례로 인사했다.
내 인사를 목례로 받아준 그녀가 자신의 가방에서 책을 꺼내자 앞에 있는 학생들도 슬슬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야,야 저렇게 예쁜 얼굴로 살면 어떤 기분일까?”
“예뻐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진짜 너무 예쁘지 않아?”
여자들은 시기할 생각도 들지 않는지 그녀의 외모를 부러워하며 칭찬하기에 바빴다.
“진짜 존나 예쁘다...”
“저런 여친 있으면 모시고 살 듯.”
“와...나는 저런 여친 언제 사귀어보냐.”
“네~ 님 얼굴로는 어림도 없으니, 꿈 깨세요.”
남자들은 한예령이 자신의 여친이길 바라며 그녀의 외모를 칭송했다.
[정말 엄청난 미녀군요.]
‘기계인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야?’
[기계라고 하지 마시죠, 저는 그런 고철덩어리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아무튼 그녀의 외모는 사용자님이 하시는 게임의 여성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습니다.]
기계라고 한 번 말하자 풀발하는 시스템을 뒤로하고 나는 최대한 옆에 앉은 한예령을 훔쳐보지 않도록 주의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그녀의 취향은 확인했지만 각인사의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 잘못 접근했다가는 거부감을 살 수 있어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이진석이 옆에 앉은 한예령을 의식하고 있을 무렵 옆에 앉은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상해.’
한예령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후각이 상당히 예민했다.
특히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체취에 상당히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취인 반면 소수의 몇몇 사람들은 확연한 체취를 가지고 있었다.
소위 어느 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천재라는 사람들.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외모를 가져 부모님의 걱정으로 그녀는 여중, 여고를 나왔는데.
중학교에서 육상을 하는 한 학생을 보고 처음으로 그녀는 사람의 체취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사람에게서 맡기 좋은 냄새가 느껴져 호기심이 생긴 한예령은 자신과 같은 학년의 학생에 대해 알아봤고.
그녀가 전국체전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 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로 그녀는 자신의 후각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예민한 후각을 사용하기 보다는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었던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후각의 능력을 그저 사람 판별기로 사용하는 중인 찰나 이진석을 만났다.
그 날 처음 만난 이진석의 체취는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녀가 맡아본 체취 중 가장 독특하고 가장 중독성이 강했다.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지?’
그저 옆에서 맡기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으로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 그녀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냄새.
그렇게 한예령의 인생에서 처음 맡아본 그 냄새는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이진석의 옆자리에 앉아 그가 풍기는 냄새를 맡으며 한예령은 생각했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재능을 지니고 있길래 이런 냄새가 나는 걸까.’
자신의 후각이 가진 호기심으로 한 분야의 천재라는 사람들을 몇몇 만나봤지만.
이진석이 혼자 뿜어내고 있는 체취는 지금까지 맡아왔던 천재들의 모든 체취를 합쳐도 덮어버릴 수준의 재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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