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두근두근 MT기간
* * *
그렇게 한예령이 이진석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을 때 이진석은 갑자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왜 저러는 거야?’
접점은 고작 두 번 밖에 되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옆자리에 앉은 상황이나
옆에 앉아 수업준비를 하더니 갑자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한예령이 시선을 거두지 않고 나를 바라보자 왜 그런지 궁금한 내가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네?”
“아까부터 계속 빤히 바라보셔서요.”
한예령은 이진석의 말을 듣고 퍼뜩 정신을 차리며 생각했다.
‘자각도 못했어...’
옆에서 계속 풍겨오는 기분 좋은 냄새에 그가 과연 어떤 재능을 지니고 있을지.
생각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냄새를 맡고 있었다.
“아...죄송합니다.”
“아뇨, 죄송해하실 필요는 없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자신이 실수한 줄 알고 사과하는 한예령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나는 그녀가 대답해주길 바라며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좋은 냄새가 난다고 어떻게 말해...’
하지만 남모를 사정으로 이를 말할 수 없었던 한예령은 그의 시선을 무시했고.
그런 그녀의 행동이 내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한 번 더 물으려 할 때 교수님이 들어왔다.
‘듣지 않아도 방법이 있지.’
교수님이 들어온 타이밍에 어물쩍 넘어가려는 한예령에게 성욕의 눈을 사용했다.
이름: 한예령
나이: 21세
신장: 172cm 몸무게: 58kg
가슴: E컵
성감대: 보지, 가슴, 항문
처녀유무: 유
성 취향: 강인한 남성의 체취를 맡는 것, 자각하지 못하지만 야한 몸을 뽐내고 싶어 하는 노출증
성욕: 중상
상태: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냄새에 강한 호기심을 가짐
‘냄새 때문이었구나.’
성욕의 눈 덕분에 한예령이 나를 바라보는 이유를 알게 되자 그녀가 어떻게 내 냄새를 맡았는지 궁금해졌다.
‘땀을 흘린 적은 없는데.’
몸 어딘가에 냄새를 흘릴만한 껀덕지가 없었는데 어떻게 내 냄새를 맡았는지 고민하려 할 때 교수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이진석 학생.”
“네.”
갑자기 교수가 내 이름을 왜 부르나 싶어 긴장했는데 다행히 그냥 출석체크였다.
이후 출석을 확인하자마자 몰아치는 교수님의 수업을 듣느라 어떤 방법으로 맡았는지.
고민할 새도 없이 열심히 필기한 나는 수업이 끝나자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옆에 앉아있던 한예령이 자신의 짐을 가방에 쑤셔 박고 급하게 어딘가로 향했다.
‘무슨 일 있나?’
한예령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걱정을 접고 다음 수업이 있는 강의실로 향했다.
“하아...하아...”
빠른 걸음으로 강의실을 벗어나 화장실에 도착한 한예령은 이곳으로 오는 동안 참았던 숨을 크게 몰아쉬며 호흡을 했다.
‘머릿속이 그 사람 냄새로 가득해.’
처음에는 그냥 기분 좋은 냄새라고 생각해 호기심 때문에 옆에 있었지만.
강의를 듣는 2시간 동안 옆에서 계속 맡고 있으니 머리가 점점 멍해지기 시작했다.
OT때는 늦게 들어간 터라 30분 정도 밖에 곁에 있지 않아 그저 기분 좋은 냄새로 느껴졌는데.
오랜 시간 계속 있으니 몸에 힘이 살살 풀릴 정도로 강렬한 냄새로 변모했다.
‘도대체 정체가 뭐지?’
지금까지 한 분야에서 천재라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나봤지만 이진석 정도의 압도적인 냄새는 처음 맡아봤다.
뭐하는 사람일까 생각하던 한예령은 이내 한 가지 가설을 떠올렸다.
‘아직 자기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나?’
물론 이진석은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기까지 하는 고도의 지능을 지닌 AI까지 지니고 있으나
그의 사정에 대해서 하나도 알지 못하는 한예령은 그가 분명 재능을 갈고 닦았다면 세계에서 알아줄 정도로 유명했을 텐데
그에 대한 소문은 하나도 들어보지 못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몰라도 저 정도인데 깨닫는다면 어느 정도일까...’
자신의 몸만을 바라보는 남자들에게 그렇게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한예령이었지만.
‘그는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저 옆에 있기만 해도 몸이 떨릴 정도로 강렬한 체취를 가진 그에게 큰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다음 강의가 시작되고 혹시 한예령이 이 수업을 듣는다면 말이나 걸어볼까 하던
나는 교수님이 들어올 때까지 그녀가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그렇게 첫 수업 이후로 다른 수업들이 끝날 때까지 한예령과 만나지 못한
내가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같은 수업을 들은 여자애들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이제 수업 다 마치셨나요?”
그녀들은 내가 마지막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왔을 때 계속 나를 바라보던 여학생들이었다.
“네, 이제 더 없어요.”
“이후에 할 일 없으시면 저희랑 같이 술 마시러 가실래요?”
상당히 수줍어하는 그녀들을 보고 나는 웃으며 거절했다.
“오늘 따로 약속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아...네 알겠습니다...”
“그럼 혹시 번...호라도?”
혹시나 여학생들이 더 붙을까 빠르게 빠져나온 나는 곧바로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우 씨발 왜 저딴 년들이 걸리는 거야.”
꽤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성들이었으면 그냥 친목을 다질 겸 술을 마셨겠지만.
목에 주름이 잡힌 돼지 새끼 한 마리.
깡 말라서 미라같이 생긴 새끼 하나.
얼굴이 너무 길쭉해 오이랑 비교해도 이길 것 같은 추녀.
내가 추구하는 미인의 기준에도 한참 떨어지는 년들이 술을 마시자고 다가오는 걸 상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거 같았다.
‘눈이나 정화할 겸 이세연이나 만나러 갈까.’
그동안 현실에서 바빠 이세연을 만난 뒤로 물을 뺀 적이 없고 게임에서도 성장에 집중하느라 간단하게만 해서 쌓인 성욕을 빼기 위해 이세연에게 연락을 보냈다.
차 안에서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기를 10분이 다되어 갈 때까지 연락이 오지 않아
그녀가 바쁘다고 생각한 나는 그대로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게임을 하는 생활을 반복하며 지내자 어느새 개강 이후 첫 주말이 다가왔다.
우웅!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으려고 할 때쯤 갑자기 내 휴대폰에 연락이 왔다는 진동이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학우 여러분들 회계학 교수 강자준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 날 동기들과 함께 여행을 갈 곳이 정해졌습니다. 목적지는 가평이고 시간은 10시까지 모두들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 생필품과 함께 강에 들어갈 생각이니 개인 수영복이나 물에 들어갈 옷을 개별적으로 챙겨오시길 바랍니다.
1박 2일간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만큼 모두들 싸우지 말고 좋은 시간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월요일 날 봅시다.
학교에서 우리 학과 전통인 여행지가 정해졌다는 말이었다.
“누가 노땅 아니랄까봐 쓸데없이 길게도 적어놨네.”
그냥 간단하게 목적지와 준비물 정도만 말해주면 되는데 긴 미사여구까지 적어둔 문자를 보며 한울이에게 연락했다.
여보세요?
“야, 이번에 가냐?”
군대를 늦게 간 탓에 동기들은 모두 3학년이라 어디로 여행을 가는지 물어봤다.
4학년 제외하고는 당연히 다 가지.
“그래? 너네는 어디로 가는데.”
우리 이번에 강원도로 간다. ㅈ됐어.
“강원도? 뭐 문제 있음?”
거기는 등산 코스가 기본 옵션이라 무조건 산 타러 가야함.
“개꿀이네, 운동도 강제로 하게 해주고.”
실컷 술 마시고 놀러갈 생각으로 가는데 강제로 산을 타야 한다는 말에 웃어주자 한울이가 말했다.
너네는 어디로 가는데.
“우리는 가평으로 가기로 했음.”
가평? 와...존나 배 아프네 진짜
“가평 가봤어?”
당연히 가봤지. 거기 가면 비오는 거 아닌 이상 레저스포츠 가는데 여자애들 중에 비키니 입고 오는 애들 있으면 눈호강 지리지.
가평으로 간다고 하자 진심으로 부럽고 배 아프다는 듯이 앓는 소리를 내는 한울이에게 말했다.
“강인데 비키니 입고 오는 애들이 있겠냐?”
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몸매에 자신 있는 애들은 꼭 입고 나온다. 거기다 너네 쪽에 내 운명의 상대도 있잖아.
“그게 누군데.”
너도 알면서 왜 그래, 그때 복학 신청하는 날에 봤던 미인.
끝까지 한예령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는지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고 말하는 한울이에게 비웃으며 말했다.
“너 그 사람 이름은 아냐?”
아니? 그러니까 이름 좀 알려줘라 너 같은 과니까 알 거 아니야!
“뒤져도 안 알려주지, 네가 혼자 알아봐.”
내가 못 알아낼 줄 아냐? 후배들한테 연락 한 번 돌리면 바로 알 수 있는데.
“그럼 잘 알아보세요. 끊는다.”
야! 잠깐!
대충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들은 나는 한울이의 전화를 끊고 한예령이 비키니를 입은 상상을 했다.
E컵의 큰 가슴을 감싸는 검은색 섹시한 상의와 거대한 골반과 엉덩이를 가리는 적은 면적의 팬티.
거기다 화룡점정으로 아름답고 냉소적인 얼굴까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발기하는 것 같은 느낌에 곧바로 상상을 멈췄다.
“진짜 입고 왔으면 좋겠다.”
그녀가 정말 비키니를 입고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시스템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입고 오지 않겠습니까?]
“남자들 시선 받는 거 별로 안 좋아해 보이던데 입고 오겠어?”
[성욕의 눈으로 그녀의 취향을 보지 않으셨습니까. 노출증 있는 거.]
“맞네?”
한예령에게 노출증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지만 곧 그녀가 자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자기가 자각하고 있는 건 아니라 안 입고 올 수도 있잖아.”
[제 생각에는 그녀가 높은 확률로 입고 올 거라 생각합니다.]
“네 말대로 진짜 입고 왔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허언으로 말한 적 없는 시스템이 강력하게 주장하니 정말 그녀가 입고 올 것 같았다.
한예령이 입고 올 비키니를 기대하길 잠시 밥을 모두 먹은 나는 컴퓨터 앞으로 가 앉았다.
컴퓨터를 켜 커뮤니티로 들어가 뭔가 볼만한 글이 없나 확인하다 별다른 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캡슐로 들어가 지루한 성장을 시작했다.
다음날 너무 지루해 이세연을 만나 섹스나 할까 싶었지만 주말 동안 고향으로 내려가 있다는 말을 들어
그녀와의 만남을 포기한 나는 여행을 가기 위해 간단한 짐을 싸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 혐오하던 월요일을 기다렸다.
다음날 가평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챙겨둔 짐을 가지고 차를 몰고 가고 있을 때 갑자기 시스템이 내게 말을 걸었다.
[사용자님 지금 즉시 차를 인도 가까이 대시기를 바랍니다.]
“갑자기?”
[예, 지금 즉시입니다.]
“무슨 일인데.”
평소 높낮이 없는 침착한 소리가 아닌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는 시스템의 말에 어떤 이유인지 물어보자 시스템이 일단 대기시키라 말했다.
[빨리 대기시키십시오]
가야하는 길이 아니라 잠깐 고민하고 있자 빨리 차를 대기시키라는 시스템의 말이 한 번 더 들려 차를 인도에 가까운 도로로 대기시켰다.
“무슨 일인지 말을 해줘야지.”
[잠시만 기다리시면 저에게 감사하게 되실 겁니다.]
차를 대기시켜 시스템에게 이유를 묻자 자신에게 감사를 표할 거라는 의문스러운 말에 내가 뭐라 하려던 무렵
사이드 미러 뒤로 은색 캐리어를 이끌고 오는 익숙한 실루엣의 여인이 보였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어떻게 알았어?”
[사용자님이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아서 주변의 cctv를 확인해 그녀의 동선을 확인해 봤습니다.]
저 멀리서 캐리어를 끌고 다가오는 한예령의 모습을 보자 나는 시스템의 말을 듣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그녀가 차 옆으로 지나갈 때 크락션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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