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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88화 (88/126)

〈 88화 〉 두근두근 MT기간

* * *

바로 옆이라 금방 펜션에 도착한 나는 휴대폰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언제쯤 나오세요?”

­아...곧 나갈 거예요.

“그럼 나오실 때까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아뇨, 곧 나갈 거니까 먼저 식사하셔도 괜찮아요.

아직 시간이 필요한지 한예령의 말에 나는 그냥 돌아가 먼저 고기나 먹기로 했다.

바비큐를 하는 곳으로 돌아가자 많은 학생들이 이리저리 술병을 들고 고기를 먹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 왔다!”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나도 술이나 하나 먹을까 싶어 아이스박스가 있는 곳으로 갈 때

나와 함께 풋살을 했던 학생 중 한 명이 나를 보고 손가락질 하며 외쳤다.

“어디 어디?”

“여기 바로 앞에 있잖아.”

“저 사람이야?”

“어, 진짜 미쳤다니까? 고등학교 선출이라던 애도 그냥 뚫었어.”

풋살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 그의 말을 들은 주위의 학생들이 순식간에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렸을 때 운동 따로 한 적 있어요?”

“공 차는 거 한 번만 보여주시면 안돼요?”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나에게 달려와 말을 거는 그들에게 나는 하나하나 답해줬다.

“아뇨, 운동은 체대 잠깐 준비한 거 밖에 없어요.”

“지금은 힘들겠는데요.”

그들에게 둘러싸여 얘기를 나누다가 도저히 아싸에게는 버티기 힘든 관심에 잠깐 쉬겠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

“어후...적응 안 돼.”

[복학생인데 이런 관심은 좋은 징조 아닙니까?]

“무슨 말이야?”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시스템에게 묻자 시스템은 지독한 복학생들의 현실을 내게 말해줬다.

[인터넷을 살펴보면 복학생들은 친구가 없어 화장실에서 밥을 먹고는 한다는데 그런 걱정은 없는 거 아닙니까.]

“나는 혼자 밥 먹는 거 별로 신경 안 써서 상관없어.”

[아, 그러십니까.]

뭔가 무시하는 것 같은 시스템의 말에 한 마디 하려 했는데 내 앞에 아까 폭언을 들었던 여성 중 한 명이 나타났다.

“야! 네가 그렇게 잘났어?”

바비큐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술을 거하게 마셨는지 얼굴이 빨갛게 올라온 그녀는 내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뭐가?”

“네가 뭔데 사람을 무시해! 어?!”

내가 구석으로 도망가서 그런지 그녀의 고함소리는 다행히 사람들 떠드는 소리에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사람들이 들어서 분위기를 망칠까 싶어 나는 조금씩 움직이며 점점 더 파티를 벌이고 있는 곳에서 멀어져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사람이 그렇게 관심을 주면 너도 친절하게 답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왜?”

다짜고짜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병신 같은 논리를 펼치는 그녀에게 말하자.

그 말에 발작버튼이 눌렸는지 그녀는 빨개진 얼굴을 더 시뻘겋게 물들이며 내게 말했다.

“내가 왜? 내가 왜에? 이거 완전 쓰레기 새끼였네.”

“관심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네들이 멋대로 와서 나한테 말 걸었잖아.”

“하! 참나...좀 잘생겼다고 사람 막 대하는 거 아니야 너!”

여성은 내게 삿대질을 멈추지 않으며 점점 다가오려 위압감을 주었고.

갑자기 술에 취한 상태로 찾아와서 지랄하는 걸 도저히 봐줄 수 없던 나는 언제 한 번 영화에서 봤던 걸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너...내가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너 때문에 혜진이는 방안에서 울고만 있다고.”

‘시스템 사람 목덜미 쳐서 기절시키는 거 가능한 거야?’

[가능은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제가 때려야 할 곳은 표시해 드릴 테니 적당히 조절해서 타격하십시오.]

앞에서 꽥꽥 거리는 병신을 무시하고 시스템에게 기절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묻자.

시스템도 못생긴 년의 말은 듣고 싶지 않았는지 그녀의 목덜미에 붉은 표시를 만들어줬다.

[손날로 치든 주먹으로 치든 상관없습니다. 그냥 적당히 조절해서 타격하십시오.]

‘오케이.’

시스템이 알려준 대로 목덜미를 후려치기 위해 다가가자 갑자기 내가 다가오니 겁을 먹은 민폐녀가 빼액 소리쳤다.

“왜! 때리려고?! 꺄악! 여기 쓰레기가 남...억!”

갑자기 크게 돼지 멱따는 소리로 소리치는 그녀에게 순식간에 다가가 목덜미를 후려치자.

제대로 들어갔는지 ‘억!’하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이거 맞아?’

[너무 강하게 하셨습니다.]

시스템이 강하게 때렸다고는 하지만 외관으로 봤을 때 딱히 상처가 없는 걸로 보여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에이 씨 괜히 미친년한테 걸려서.”

재수 옴 붙었다고 생각하면서 바닥에 침을 한 번 뱉어준 나는 다시 고기를 굽는 곳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그곳에 한예령이 나를 찾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어 곧장 그녀에게 다가갔다.

“뭐 찾아요?”

“어디 다녀오셨어요?”

방안에 있다가 큰 마음먹고 다시 나온 한예령은 이진석이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어...? 불편하지 않아.’

처음 맡았을 때의 진한 냄새는 어디가고 그가 다가오자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에 힘이 저절로 풀리는 느낌에 그녀는 의아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자신의 몸이 정말 이상해진 게 아닐까 고민할 때쯤 이진석이 심각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바짝 붙어 말했다.

“어디 아파요?”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다가가 좀 더 진한 냄새를 맡게 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가자.

갑작스러운 접근에 한예령이 본능적으로 물러나다 머릿속을 가득 매우는 행복한 기분에 그 자리에서 멈췄다.

“아,아니요. 괜찮아요.”

한 번도 해보지는 않았지만 마약을 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을 정도로 행복한 감정이 들게 된

한예령은 그 냄새가 더 맡고 싶어 자신도 모르게 점점 그에게 몸을 붙이며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예령이 이진석의 몸에 완전히 붙으려 할 때

“얘들아! 고기는 다 먹었으니까 이제 들어가서 먹자! 더 먹고 싶은 사람들은 우리 펜션으로 들어와!”

멀리서 바비큐를 다 먹었는지 한 학생이 아이스박스를 들며 더 마시자고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 큰 소리에 머리는 이진석의 팔에 기대고 있고 한쪽 팔로는 그를 껴안으려다 정신이 들어 멈췄다.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어정쩡한 자세로 이진석의 얼굴을 본 한예령은 올라간 팔을 다시 거두면서 슬쩍 그와 거리를 벌렸다.

“아직 배고프실 거 같은데 같이 들어갈까요?”

한예령이 자발적으로 안길 수 있었는데 큰 소리 때문에 그녀가 제정신이 들었는지.

거리를 벌리자 아무것도 못 본 척하며 나는 그녀에게 술을 마시자 권유했다.

“들어가죠.”

자신이 뭘 하려고 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이진석의 말에 한예령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그를 따라 펜션으로 들어갔다.

“다들 앉고 싶은 곳에 앉아서 마셔.”

“나는 안에서 먹고 싶은데?”

“방에 들어가서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알아서들 하고.”

펜션 안에는 몇몇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가득 차 서로 자리를 잡은 상태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저희는 들어가서 마실까요?”

“네, 그게 좋을 거 같네요.”

이리저리 북적거리는 것을 둘 다 좋아하지 않아 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냉장고 앞에 안주를 막 꺼내고 있던 지영호가 나와 한예령을 보더니 말을 걸었다.

“형! 어디서 드실 거예요?”

옆에 있는 한예령에게 슬쩍 눈길을 던지며 말하는 그에게 짧게 대답해주었다.

“여긴 시끄러워서 들어가서 먹으려고.”

“어?! 야 왔다!”

영호에게 말을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뒤에서 나와 한예령을 본 한 학생이 우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오오! 우리 과 퀸카 킹카가 왔다!”

술이 들어가서 텐션이 상당히 올라간 사람들은 쉽게 선동되어 우리를 보며 한 마디씩 하더니.

금방 우리가 있는 곳으로 술을 들고 몰려와 순식간에 판을 깔았다.

“자,자 우리 같이 마십시다!”

뭐라 할 틈도 없이 둘러싸여 순식간에 술자리가 만들어지자 어떻게 빠져 나가기가 애매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자 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술 게임을 시작했다.

“자! 태영이가 좋아하는 랜덤게임~ 무슨 게임~ 무슨 게임~.”

강제로 자리에 앉아 술 게임을 하며 술을 꽤 마셨을 무렵.

“걸렸다! 마셔라! 마셔라!”

나는 옆에 앉아 있는 한예령을 봤다.

한예령은 술 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았는지 하는 족족 걸려 꽤 많은 술을 먹은 상태였는데.

무표정의 얼굴이지만 그녀가 힘들어 하는 것이 느껴지자 주변에서 기다렸던 남자애들이 그녀에게 흑기사를 말했다.

“제가 대신 마셔줄게요!”

“힘들면 나한테 넘겨!”

정말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지만 흑기사를 하면 소원을 들어줘야 그녀가 망설이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나는 그녀가 들고 있는 잔을 빼앗아 그대로 입에 털어 넣었다.

“오오! 흑기사다 흑기사!”

내가 대신 흑기사를 자처하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남학생들이 나를 노려봤고.

그런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있을 때 한예령은 자신이 무리했다는 것을 자각했다.

‘너무 많이 마셨어...’

원래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조금만 마시거나 할 생각이었는데 이진석의 옆에 앉은 것이 실책이었다.

처음에 한 다짐은 이진석에게서 풍기는 기분 좋은 냄새를 계속 맡게 되자 점점 까맣게 잊어버렸고.

그 이후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텐션이 너무 높아져 주는 술을 족족 다 마셨다.

한예령이 자신의 주량을 넘어 힘들어 하고 있자 나는 대충 자리를 파하기 위해 그녀에게 말했다.

“너무 많이 마신 거 같은데 좀 쉴까요?”

내 말에 한예령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려고?”

“취한 거 같아서 산책 좀 하려고.”

“안 돼 안 돼! 가려면 벌주 마시고 가!”

벌주라는 말에 한예령이 나를 쳐다봤다.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의 눈은 꽤나 애처로운 눈빛이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나는 그녀의 벌주까지 한꺼번에 달라했다.

“오오...오케이!”

내 말에 학생들은 500ml짜리 큰 맥주잔을 가지고 오더니 거기에 소주 7 맥주 3의 환장의 비율을 만들어 내게 건네줬다.

“그거 원샷하기 전까지는 절대 못가!”

이렇게 많이 마셔놓고 저 술을 절대 마시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다들 실실 웃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진화된 육체로 인해서 밤을 새도록 마실 수 있는 나에게는 별 상관이 없는 일이라.

옆에서 걱정된다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한예령에게 괜찮다는 눈빛을 보내주고는 곧장 마시기 시작했다.

“마셔라! 마셔라! 다 못 마시면 또 마셔야 해!”

술을 마시기 시작하자 한창 높아진 텐션은 내가 거의 반을 넘게 해치웠을 쯤 점점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고.

“크으...!”

거의 다 마셨을 때쯤에는 모두들 침묵하고 있었다.

모든 술을 다 마시고 너무 독한 알콜 냄새에 숨을 한 번 크게 내쉰 나는 얼빠진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들에게 머리 위로 잔을 거꾸로 들어 올려 한 번 털어줬다.

‘아 진짜 맛 더럽게 없네.’

환장의 비율이라 그런지 김이 거의 다 빠진 콜라마냥 적은 양의 탄산과 함께 소주 맛만 가득하게 나자 맛이 더 쓰레기 같았다.

“나가죠.”

술을 다 마시고 나서 옆에 앉아있는 한예령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함께 일어섰다.

“쉬다가, 꼭 와야 해!”

뒤에서 꼭 다시 오라는 말이 들렸지만 그냥 무시한 채 비틀거리는 한예령을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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