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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40 놋쇠 구두(2) (40/89)



〈 40화 〉40 놋쇠 구두(2)

영주 저택의 어느 방.

저택 자체가 그리 큰 것은 아니었지만, 체셔에게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종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빈 방은 꽤 있었다.

 중에서 하나, 이 방은 마치 헤어의 놀이터로 쓰이고 있었다.

"아♥ 아♥ 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방에서는 참혹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검은 머리칼은 땀이 흐른 피부에 살짝 달라붙어 있었고, 남들보다 하얀 피부는 붉게 달아오른 모습이 훨씬 눈에 띄었다.

"윽♥ 아♥ 흐윽♥"

백설은 침대에서 팔이 묶인 채 한참을 마치에게 희롱당하는 중이었다.

범해지는 내내, 마치는 단 한 번도그녀에게 절정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직전에 강제로 멈춰진 것도 이제는 제대로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더욱이 콜린에게 조루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빠른 편인 백설이었으니 오죽했을까.

"츄읍… 하아……."

하다못해 단조롭기라도 하면 조금은 나을 텐데, 마치는 어디서 그런 발상이 튀어나오는지 몹시도 다채롭게 백설을 괴롭혔다.

지금에 와서는 콜린이 백설의 애널을 범했다는 걸 전해듣더니 항문에 혀를 집어넣은 채 애무를 이어나가는 상황이었다.

"으극♥ 제발♥ 제발… 가게 해주세여엇♥"

백설의 신음도 이제는 거의 짐승 우짖는 소리에 가까웠다. 몸을 잔뜩 비틀며 절정을 애원한다.

하지만 마치가 그녀를 용서해줄 리는 없었다.

"후윽♥ 읏♥ 앗…♥ 그만♥ 싫엇…♥"

또다시 절정의 문턱에서 모든 것이 멈춘다.

백설은 허리를 배배 꼬며 조금이라도  쾌락을 탐하지만 마치가 그녀의 하체를 꽉 억누른 탓에 제대로 되지 않았다.

"흐으윽…♥"

이쯤 되니 그야말로 엉엉 우는 것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콜린은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미 한 번 뽑았다곤 해도 저런 음란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시 아랫도리가 부풀기 마련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함부로 손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적어도 콜린에게는 저렇게 악랄할 정도로 여자를 몰아세우는 기술은 없었으니 말이다.

'슬슬 때가 된 거 같은데.'

콜린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뒤이어 마치에게로 시선을 보내자 그녀는 확인을 알리듯 싱긋 미소를 지었다.

"뭐어, 꽤 오래 했으니 이제 슬슬 다시 제안해볼까요."

그리 말하더니 마치는 생글생글 웃으며 백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몸이 너무 민감해진 탓인지 백설은 그것만으로도 몸을 흠칫 떤다.

"끝이 안 날  같으니 서로 조금씩 타협하도록 하죠. 난쟁이를 지배하는 권능만 넘겨주시면 가게 해드릴게요."
"흐윽, 거, 거짓말! 그래놓고  속일 거면서…!"
"잊으셨나요? 권능을 넘겨주려면 계약을 맺을 필요가 있잖아요."

백설을 절정시켜주는 것 역시 계약에 포함하겠다. 마치는 그리 덧붙였다.

"하아, 저, 정말로…?"
"계약을 하면 싫어도 지켜야 하는 거 아시죠?"

이내 백설의 눈앞─안대로 가려져 있긴 하지만─에 계약서가 나타났다.

"흐, 흐읏, 드디어… 드디어엇♥"

어찌나 다급했는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계약서는 빛의 입자가 되며 계약 성사를 알렸다.

'흠, 잘 통하네.'

 모습을 보며 콜린은 씨익 웃었다.

─백설은 「카피탈리아」의 권능을 콜린에게 양도한다.

─본 계약이 성사되고 20초 이내에 마치 헤어는 백설이 절정에 이를 수 있게 돕는다.

─백설은 신호에 맞춰서 절정한다.

만약 백설에게 완전히 복종하라는 계약을 제안했다면 그녀는 거부했을 게 틀림없다.

그녀는 간사한 여자였고, 이는 어느 정도 계산적이라는 의미다.

잠깐의 해방감을 위해 인생을 시궁창에 던질 정도의 얼간이는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콜린은 백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미끼를 던졌다.

그래. 애초부터 이건 그녀를 붙잡기 위한 덫이었다.

"읏?!"

콜린은 만족스러워하며 침대 위로 올라가 백설의 양다리를 벌렸다.

그의 행동에 깜짝 놀랐는지 소리를 치는 백설이었다.

…아니면 이제 그냥 허벅지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저런 반응이 나오는 걸지도 몰랐다.

"흐읏♥"
"기대하던 절정이면 가장 기분 좋게 맞이하는 게 낫잖아?"

이윽고 콜린은 페니스를 그녀의 비부에 맞대었다. 그녀의 상태는 홍수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자, 그럼 3… 2……."

콜린이 귀두를 살짝 집어넣고 자세를 취하자, 마치는 히죽 웃으며 백설의 귓가에서 속삭이기 시작했다.

잡고 있는 백설의 다리에서 움찔거리는 경련이 느껴졌다. 그녀의 몸은 벌써부터 앞으로 찾아올 절정을 대비하고 있었다.

백설은 숨을 들이켰다.

"…0."
"으그으으으으읏♥"

즈부부붑!

마치의 신호에 맞추어 페니스가 질내로 파고든다.

"하으윽♥ 으긋♥ 읏♥ 읏♥ 크흑♥"

그리고 백설은 벌린 입으로 추잡하게 혀를 내민 채 절정했다.

허리가 멋대로 펄떡펄떡 뛰었다. 만약 팔이 고정된 상태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침대에서 굴러떨어졌을 것이다.

"그흐읏♥ 윽♥ 으윽♥ 앗…♥"

한참이고 유예되었던 것이 단숨에 터져나온 쾌감은 맨정신으로 버텨낼 수 있는  아니었다. 뇌가 타버릴 것만 같았다.

"아흑♥ 잠까안♥ 움지기면…♥ 흣♥"

그것만으로도 심장이 멎는 게 아닌가 착각이  정도였는데, 거기에 더해 페니스가 그녀의 질내를 헤집기 시작했다.

백설의 내부는 그야말로 쾌락 절임  자체였다.

이미 콜린도 꽤 참고 있었던 상태였는데 거기에 그녀의 속살이 쥐어짜려는 듯 쪽쪽 달라붙어오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윽?!"
"그마안♥ 그러케 놔둘 것 같앗♥"

뒤이어 백설이 취한 행동은 거의 생존본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백설은 다리로 콜린의 허리를 휘감았다.

얼핏 보면 정액을 애원하는 창부의 모습으로도 보였으나 본인은 지금 매우 진지했다.

허리를 꽉 눌러서 콜린이 피스톤질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었다.

"풀어."
"싫엇… 움지기면 나 진짜 죽는다고…♥"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흐읏…?"

콜린은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마치에게로 시선을 건네었다.

그러자 마치는 기다렸다는 듯이 싱글벙글 웃으며 백설의 귓가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3… 2… 1……."

귀를 간지럽히며 들려오는 나긋나긋한 목소리.

하지만 백설은 거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이미 잔뜩 지친 몸으로는콜린을 붙잡고 있는  집중하는 것도 한계였다.

"0."
"…어?"

그리고 다음 순간 들려온 마치의 목소리와 함께 백설은 몸이 깊은 심해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깊고도 깊은, 검고도 검은 바닷속.

그리고 순식간에 그 어둠 속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흐으으으읏──♥"

절정. 몇 시간째 미루다가 겨우 찾아왔던 조금 전의 감각이 다시금 그녀의 몸을 휩쓸었다.

"아힉♥ 앗♥ 뭐얏♥ 흐으윽♥"

다시금 허리가 튀어오르고, 힘이 풀린 다리가 스르르 아래로 내려갔다.

팡팡팡!

그때를 놓치지 않고서 콜린은 다시 허리를 세차게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으극…♥ 흐앗♥"
"3… 2… 1… 0."
"흐냐아아앗♥"

또다시 찾아오는 절정. 백설의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백설은또 잘못된 계약에 넘어가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떤 조항이 문제였는지는   없었다. 계약을 다시 확인해볼 여유 따위는 그녀에게 없었다.

"0. 0. 0. 0. 0…"
"그윽♥ 그만♥ 흐읏♥ 그만해주세여엇…♥"

마치는 아주 신난 목소리로 백설의 귓가에서 숫자를 연호했다.

콜린에게 자궁을, 마치에게 뇌를 범해지는 그 상황에 백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헐떡일 뿐이었다.

"흐끅♥ 읏…♥"

찌걱찌걱.

폭력에 가까운 쾌감이 꽂힌다.

심장이 기이한 박자로 맥동했다.

그러나 이 원망스러운 불사의 몸뚱이가 망가질 리는 없었다.

먼저 부서지는  그녀의 뇌일 게 분명했다.

"──!!"

질내에 정액이 왈칵 쏟아진다. 자궁이 꿈틀거리며 그 백탁의 오물을 받아들였다.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팔이 구속되어 있지만 않았어도 이미 손톱으로 자해를 시작했으리라.

하지만 제대로 된 발버둥도 허용되지 않는 이 상황에서는 두려운 쾌감만이 몸에 축적될 뿐이었다.

"흠… 역시 계속 이러는  목이 아프네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간이 지나며 마치의 숫자 연호가 줄어들기 시작했던 점이다.

물론 그때 백설은 이미 침을 질질 흘리며 경련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 이걸로 신호를 바꿀까요? 자, 집중하세요."

그리고 다음 순간 마치는 손가락을 튕겼다. 딱 하는 소리가 백설의 귓가에 꽂힌다.

"응♥ 히이이익…?!"

다시금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그대로뒤통수를 가격한다.

이어서 마치가 손가락을 연속으로 퉁기면 그 소리에 맞춰 온몸이 벌벌 떨렸다.

백설은 아직 정확히 알아채지 못했겠지만, 계약에 지정된 절정의 신호는 숫자로 고정된 게 아니었다.

그대로 서로가 '신호'라고 인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는 것이었다.

"흣♥ 흐윽♥ 으으응…♥"

발가락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백설이 이 쾌감을 발산할 곳은 고작 꼼지락거리는 약간의발버둥뿐이었다.

"으음, 이것도 오래 하면 힘들 텐데……."

하지만 그러다가도 만족스럽지 못한  마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누나."
"…역시 콜린이에요.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잠깐 침묵이 흐른다가 그녀에게 콜린은 무언가 속삭였다.

백설은 그 내용을 듣지 못했지만, 마치가 키득대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흐읏…?!"

시야가 물들었다. 백설은 이내 마치가 자신의 안대를 벗겼음을 알아차렸다.

난쟁이에 대한 권능을 양도했으니 딱히 눈을 가릴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다.

"자, 여기 보세요."

그러더니 마치는 그녀의 눈앞에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낡은 회중시계였다.

백설은 순간 자신이 얼마나 범해졌는지 알려주려고 시계를 들이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눈이 오랜만의 빛에 익숙해지질 않은 데다 눈물까지 잔뜩 흘러나온 탓에 바늘을 확인할  없었다.

"집중하세요… 들리시나요?"
"흐에…?"

들린다. 마치는 백설의 얼굴 가까이 회중시계를 들이밀며 말했다.

여전히 시야가 번져서 알기 어려웠지만 움직이고 있는  초침일 것이다.

틱. 틱. 틱.

태엽이 돌아가고, 바늘이 움직인다.

소리가 들려왔다.

"자, 잠깐…?!"

 순간 한계에 다다른 백설의 생존본능이 강제로 두뇌를 작동시켰다.

그리고는 끔찍한 현실을, 두려운 미래를 눈앞에 들이밀었다.

깨닫고야 만다.

저 여자가 신호하면 몇 번이고 절정에 이르는 자신의 상황을.

그리고 인간과 다르게 지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저 조그만 기계장치의 용도를.

죽는다.

아니, 차라리 죽고 싶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쾌락에 점철된 시간이 다가오기 전에.

하지만 마치는 여전히 다정한 미소를 지은 채 백설의 머리맡에 회중시계를 내려놓았다.

귀 바로 옆에서 째깍째깍 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할게요?"

틱.

"흐아아아아아앗♥"

틱.

"흐윽♥ 안 대엣♥ 이거 진짜앗…♥"

틱.

끝없는 절정이 다시 시작된다.

지치지도, 쉬지도, 성급해지지도 않으며 규칙적으로 쾌락의 파도가 물결쳐왔다.

아주 잠깐이지만 마치와 함께 휴식을 취하는가 싶었던 콜린도 다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으그윽♥ 게흑♥ 으흣♥"

그야말로 뱃속에 손을 집어넣고 자궁을 직접 문질러대는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몇 번이고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이대로면 정말로 망가져버린다.

"흐읏…♥ 으……?"

덜컥.

그때, 백설의 의식을 알 수 없는 감촉이 되돌렸다.

당장이라도 발광할 듯한 쾌락에잠긴 와중 아주 약간의 자아가 차갑게 식었다.

그리고 알아차린다.

──손목의 구속이 거의 풀린 상태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구속이라고 해봐야 ㄷ자로 구부린 철근을 침대에 박아두었을 뿐이었다.

제아무리 금속으로 만든 구속구라고 해도, 그걸 고정시켜둔 건 침대.

처음 그녀가 깨어난 순간부터 세면 십수 시간을 발버둥쳐온 셈이니 구속이 헐거워지는 것도 당연했다.

"윽?!"
"콜린!"

그걸 알아차린 순간 백설은 본능에 몸을 맡겼다.

아직도 남아있었다는  신기할 정도인 힘을 죄다 쥐어짜서 콜린을 밀어낸 뒤 침대에서 굴러 내려왔다.

마사지를 위해 조금 높게설계된 침대였다.

거기서 밀쳐진 콜린을 내버려두면 크게 다칠  뻔했으므로 마치는 그를 붙잡으러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백설은 벌떡 일어나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다리에 힘이 들어오지 않았다. 흡사 꿈속에서 달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백설은 억지로 다리를 움직였다.

무슨 수를 써서든 그녀는 도망쳐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느 한쪽으론 확실히 죽을 게 분명했다.

"비, 비켜…!"
"꺄악?!"

복도를 달려나가던 그녀는 무언가를 옮기고 있던 소년 시동을 밀쳐냈다.

그는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넘어졌다.

원래 타인에 대한 배려라곤 없던 백설이, 이런 다급한 상황에 방해물을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윽!"

그리고 달음박질로 계단을 내려가다가 데굴데굴 구르고 마는 그녀였다.

어떻게 보자면 인과응보일지도 몰랐다.

백설은 이를 악물고 다시금 벌떡 일어났다. 다리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어딘가 부서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백설은 억지로 통증을 참아내고서 절뚝거리며 나아갔다.

어차피 골절 정도는 비교적 금세 낫는 몸이었다.

고통스럽긴 했지만 그만큼의 동기도 있었다.

저택의 정문이 코앞이었다.

'여길 빠져나와서, 골목에 숨기만 하면… 시간을 벌  있다…….'

백설은 다리를 뻗어 앞으로 나아갔다.

"어…?"

그러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마치 벽에 가로막힌 것만 같았다.

아니, 실제로 눈앞에 벽이 있었다.

'뭐야…?'

아니다. 그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부드러운 융단은 벽이 아니라 바닥이었다.

백설은 잠시 시간이지난 뒤에야 자신이 바닥에 엎어져 있음을 알아차렸다.

'언제 넘어진 거지? 아니, 우선 얼른 일어나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몸이 둔했다.

백설은 고개를 약간 들었다. 공중에 먼지가  올 있었다.

그것은 바람에 떠오르지도, 중력에 가라앉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자세히 보면 멈춘  아니라 아주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느리게.

그제서야 백설은 그녀의 시야 끝에 있는 물체가 무엇인지 알  있었다.

영주 저택의 1층에는 커다란 괘종시계가 있었다.

그리고 백설은 자신의 하반신에서무언가 축축한 액체의 존재를 느꼈다.

그녀는 실금하며 바닥의 융단을 적시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고서 백설은 공포에 질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는  아니다.

견딜 수 없는 자극이 몰아친 나머지, 뇌가 자신을 보호하고자 감각을 잠시 뒤로 미뤘을 뿐이었다.

"아…"

괘종시계의 추가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백설의 감각이 원래의 속도로 되돌아온다.

"끄윽──?!"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던 쾌감이 한순간에 뇌리에 꽂힌다.

뭍에 끌려올라온 생선처럼 허리가 튀어올랐다.

하반신에서 오줌줄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쪼르르 물소리가 울려퍼지지만 수치를 느낄 여유도 없었다.

"흐극♥ 흑♥ 크흑♥"

백설은 흡사 개구리 같은 자세로 파들파들 떨었다.

시계추가 좌우로 움직이고 그때마다 기절할 정도의 쾌락이 전신을 덮쳤다.

"흠, 도망쳐도 소용없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 전에 도망치면 어쩌냐."

그리고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콜린이었다.

"도, 도망쳐서… 흐긋♥ 죄송, 제셩합니다…♥ 제바알, 용서르읏♥"

백설은 온몸을 벌벌 떨면서도 몸을 억지로 틀어 그를 바라보았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애원뿐이었다.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서최소한의 자비를 구한다.

"흐끅……."

그리고 시선을 돌린 순간 백설은 딸꾹질을 하고 말았다.

싱긋 웃고 있는 콜린의 뒤, 마치 헤어가 이런저런 크기의 시계들을한아름 끌어안고 있었다.

백설은 그들이 자신을 용서할 의향이 쥐꼬리만큼도 없음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결코 추격이 늦은 게 아니었다.

어차피 백설이 여기서 거꾸러질 걸 예상하고서 느긋하게 저택 여기저기에서 시계를 챙겨온 것이었다.

"아, 아아……."

본래라면 1초에 번씩 찾아오던 절정.

그러나 세상 모든 시계가 정확히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을 리는 없다.반드시 조금씩 오차가 어긋나기 마련이었다.

그렇다면.

저 소리는 1초에 몇 번이나 울려퍼진단 말인가.

이건 진짜로죽을 수도 있다. 공포가 전신을 휘감았다.

틱.

시계 소리가 울려퍼진다.

"흐으으으으으윽─♥"

틱틱.

틱틱틱틱틱.

그 순간 백설은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이었다.

일찍이 감찰관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암컷의 교성은, 저택에서 한참이고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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