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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화 〉43 일곱 장군(3) (43/89)



〈 43화 〉43 일곱 장군(3)

"흠……."

콜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졌는데?'

그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조금 전 아라크네에게서 까마귀 길드의 군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참이다.

그리고 그 병력이라는 것이…

"사람이 대략 오백, 대포가 아홉 문… 저희 병사 수가 어떻게 되죠?"
"아마 오십이 조금 안  텐데……."

체셔의 대답에 콜린은 이마를 짚었다.

게다가 일단 이쪽은 조직 이름부터가 '경비대'이지 않은가.

애초에 치안 유지 목적으로 길러진 거지 전쟁에 적합한 사람들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체셔의 영지, 펠레이라는 그리 좋은 땅이라 보기 어려웠다. 딱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 정도의 평가가 어울릴 것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길드가 이곳을 침략해오는 일도 딱히 없었다.

아무리 병력이 적다곤 해도 레니와 마치라는 이레귤러가 있으니 리스크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런 리스크와 리턴을 비교해봤을 때 부점 길드는 결코 좋은 먹잇감이 아니었다.

그것이 여태껏 체셔가 길드를 안전하게 유지해올  있던 이유였다.

그리고 지금, '혁명군 수장'이라는 새로운 지위 탓에 리턴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버렸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영주를 탓할 수는 없었다.

그는 힘을 차근차근 키워갈 생각이었을 텐데, 콜린의 등장에 의해 모든 상황이 가속되고 말았던 것이니.

"그래도 이쪽이 유리한 점은 수성이라는 것과 강자들이 많다는 것… 정도일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이 그 부분이었다.

부점 길드에는  규모에 맞지 않는 강자가 둘이나 존재했다.

한때 제후 대리에게 적으로 찍힐 정도였던 마치, 그리고 그녀에 준하는 힘을 가진 레니.

부점은 오갈 데 없는 도망자들을 위해 체셔가 세운 길드였기 때문에 이런 기형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거기에다 최근 이쪽에 끌어들인 백설과 난쟁이들까지 있다.

콜린은 흘끗 시선을 돌렸다.

 자리에는 난쟁이 아이쉬마와 무릎을 꿇은 백설이 있었다.

'쟤는 왜 또 저러고 있냐…….'

백설의 태도에 콜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망가뜨려서 굴복시킬 생각이었던  맞지만 이 정도까지 충성을 바치게 할 생각까진 아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본인이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백설. 싸움은 잘하냐?"
"그, 난타전 정도라면……."

'크게 도움은  된다는 소리구만.'

콜린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불사의 신체가 있는데 써먹지를 못하고 있는 그녀였다.

애초에 난쟁이들에게 죄다 맡기며 살아왔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저렇게 나태한데 뒤룩뒤룩 살이 찌지 않은 게 신기할 지경이다.

"아이쉬마, 당신은요?"

그리고 콜린은 시선을 백설 너머의 난쟁이에게로 옮겼다.

백설이야 이전 싸움 때부터 하대하고 있었지만, 난쟁이들에겐 아직 예의를 갖추고 있는 콜린이었다.

난쟁이들은 여태껏 백설이 시킨 대로 했을 뿐이다. 아이히만 어쩌고를 떠나서 권능 탓에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던 입장이었다.

'나를 범할  생각해보면 자기들도 나름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백설이 간간히 내어주는 포상을 받으며 이른바 꿀을 빠는 생활을 보내왔을 가능성이 높았으나, 일단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전투라면 어느 정도 가능해요."

난쟁이는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죽어도 하루이틀 정도 지나면 다시 소환할 수 있으니 마음껏 써먹어주시길."
"……."
"백설 님이 저희를 도구로 썼다는  때문에 그런 수단을 사용하는 데 거부감이 있으신 건 알지만요."

냉큼 자살특공에 써도 괜찮다는 답을 해오기에 콜린은 어안이 벙벙해져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저희는 죽음에 둔감합니다. 적진에 돌격하라고 해도 그저 도구로 낭비된다는 느낌은 그다지 없어요."
"…좋아요. 열심히 굴려드릴 테니 긴장하고 계세요."

이것이 죽어도 부활할  있는 존재의 가치관인가. 콜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반대로 이런 그녀들이 그저 도구로만 쓰였다며 침울해할 정도라면 백설이 그녀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없었던 걸까.

"그러면 암울한 저희 병력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요. 저쪽은 어떻죠?"

뒤이어 콜린은 화제를 바꾸어 까마귀 길드에 대하여 물었다.

우선 상대를 알아야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법이다.

"길드장은 쌍둥이 자매고… 뭐랄까, 돈냄새 맡는 재주가 있는 녀석들이지."
"외모도 성격도 마음에 안 들지만, 매번 찔러주는 돈은 많았단 말이죠."

체셔가 설명하자 백설이 끼어들며 첨언했다.

그러고 보면 온갖 길드에서 민폐를 끼치고 다니던 백설이었다. 거기에 관해 여러 정보를 갖고 있는 것도 당연했다.

콜린은 얌전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길드장의 이름은 트위들덤과 트위들디. 굳이 따지자면 전쟁보다도 상업에 재능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흔히 탐욕스러운 상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딱 맞는 외견이라는 모양이다.

"주의해야할 상대는 리온이라는 녀석 정도일까."

따로 설명해야 할 강자도 한 사람 정도였다.

창을 잘 다루는 사자 수인. 수인이라고 해도 마치보다는 체셔에 가까운, 즉 이족보행하는 짐승에 가까운 외형이었다.

"레니 씨랑 맞붙으면 어느 정도죠?"
"그야 레니가 압승이지."

다만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상대는 아닌  했다.

'그래도 경계는 해둬야겠지.'

수적으로 크게 뒤지는  지금의 상황이었으니, 그 존재가 의외로 큰 변수가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제일  문제는 따로 있었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해야 한단 말이죠……."

콜린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치들었다. 산 너머 산이 아닐 수 없었다.

제후 대리가 보낸 실력자가 상대 가운데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혹은 성능 발군의 아이템일지도 모른다.

그는 부점 길드에 개입할  없는 계약이지만, 한두 명 정도라면 조항을 회피할 방법은  있다.

'뭐, 민간 주도의 의용군이라든가…….'

당장만 해도 콜린은 몇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지구에서도 전쟁에 개입해놓고 우리는 참전한 게 아니라며 내세우던 변명이었다.

"곤란하네요."

양적 우위는 물론이고, 여차하면 질적 우위까지 빼앗길지도 몰랐다.

'이길 수 있을까?'

당연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불안이었다.

"콜린?"
"아, 죄송해요. 좀 긴장해서."

그 감정이 표정에 드러나고 만 것이었을까.

약간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체셔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리 말하고서도 체셔는 콜린을 불안한 듯 바라보았다.

그야 당연히 체셔도 비슷한 불안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니, 길드장이라는 입장에 있으니까 더더욱.

"…콜린 님."

백설이 조심스레 입을  것은 콜린이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지금 웃고 계세요."
"…응?"

그제야 콜린은 자기 뺨으로 손을 가져갔다.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백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일찍이 그 표정을 한 차례 본 적이 있다.

그녀를 부숴버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콜린은 저것과 같은 얼굴이었다.

무릎을 꿇은 채 백설은 그대로 고개를 살짝 숙여 예를 갖추었다.

어느새 그 자리에는, 모략을 즐기는 독사가 한 마리 똬리를 틀고 앉아있었다.

×

그리고 그로부터 조금 시간이 지나──.

"…왔군요."

성벽 위에서 저 멀리 내다보며 마치는 중얼거렸다.

콜린에게도 무언가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고, 이내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심코 주먹을  쥐었다. 긴장감이 몰려왔다.

오백 명이라는 숫자에 압도된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 때 운동장에서 조례하던 것만 생각해도 두  정도는 되었다.

그렇다면 무기를  군인들의 행진에 압도된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그 무기가 머잖아 자신을 향해 겨눠지리라는 점 때문이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전쟁. 그래, 진짜 전쟁이었다.

"긴장했어?"
"조금은요."

그런 그에게 금발의 여성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고개를 돌아보면 한손에 검을 든 레니가 있었다. 아마 사이드소드라고 부르면 되겠다 싶은 외형의 검이었다.

"레니 씨는요?"
"그야 나도 긴장되지."

콜린의 되물음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평소보다는 조금 뻣뻣한 미소였다.

아무리 그 괴력의 레니라고 해도 전쟁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저 남들보다 아주 조금더 가벼울 뿐이었다.

성벽 위에서는 여러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서도 두려움이 묻어나와있었다.

그녀들대부분은 그저 작은 도시의 치안 관리만이 업무의 전부였다. 느닷없이 이런 상황이 되었으니 얼마나 긴장을 하겠는가.

남자인 콜린이 옆에 있기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괜찮은 척 하고 있을 뿐 다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게 뻔했다.

"콜린 님이 어떻게든 해줄 텐데 뭘 겁먹고 있냐. 이 쫄보들 같은이라고."

쯧 하고 혀를 차며 분위기를 깨는 것은 아니나 다를까 백설이었다.

그녀는 한손에 묵직한 둔기를 들고 허리에는 단검을  채, 다른 사람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제일 겁이 많은 건 당신이 아닐까요오?"

마치는 거기에 키득대며 딴죽을 걸었다.

그녀의 말도 마냥 틀린 건 아니었다.

백설은 몹시 겁이 많았다. 그저 콜린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신뢰가 두려움을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것을 지적하며 마치는 배트를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그 금속 몽둥이가 공기를 가르며 훅훅 소리를 내었다.

"다들 전투 준비."

그리고 각자가 마음을 다잡는 동안 저쪽의 군대도 도시로 다가왔다.

어느 정도 거리를 갖추고 그들이 멈춰섰을 때, 레니 역시 한손을 병사들에게 뻗어 명령했다.

이어서 그녀는 콜린에게로 눈짓을 했다.

아마 언제 움직이는  좋겠냐는 물음이었으리라.

"잠깐 대기하죠. 저쪽에서도 누가 오는 듯 하니."

하지만 콜린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정렬한 대열에서  사람이 말을 타고 나오고 있었다.

'이쪽은 말 한 마리 없는데… 역시 군대는 돈으로 굴러가는 건가.'

각자가 입은 갑옷과, 몇몇 인물들이 말에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콜린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벽으로 다가오는 두 사람. 그  하나는 뚱뚱한 여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갈기가 없는 탓에 흡사 표범과 비슷한 모습을 한 암사자였다.

'뚱뚱한 쪽이 트위들 자매  한 사람. 그리고 사자 쪽이 리온이겠지.'

적군을 대충 훑어본 바로는 길드장 두 사람 중에서  사람만 이곳에  모양이었다.

"이 몸은 까마귀 길드의 트위들덤이다! 제후님의 뜻을 거스르는 반역도당들은 들어라!"

그러다가 길드장 트위들덤이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고함을 쳤다.

"제후님은 무슨… 대리겠지요."

뒤에서 마치가 혀를 찼다.

물론 벽 아래에서 그게 들릴 리는 없었기에 트위들덤은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순순히 문을 열고 투항한다면 최대한 자비를 베풀어주마!"

어차피 질 게 뻔하니 괜히 서로 싸우지 말고 얌전히 꿇으라는 항복 요구였다.

"대체 왜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것이냐? 설마 테세우스 가에서 도망친 얼간이와 제후를 죽이려  반역자가 너희를 온전히 지켜주리라 믿느냐?"

거기까지 듣고서 콜린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러자 마치는 빙그레 웃으며 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후를 죽이려한 반역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물론 그건 콜린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마치의 이야기에 따르면 지금 제후가 쓰러진  제후 대리, 모자 장수의 모략에 의한 것이었다. 그 진실을알게 된 마치가 목숨을 건지기 위해 도망쳤으니 누명이 누구에게 씌워질지는 뻔한 일이었다.

다만 콜린이 의문을 품었던 것은 '테세우스 가의 도망자'라는 부분이었다.

"…나야."

한숨을 쉬며 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급했던 두 명 중 하나가 마치라면 다른 하나는 높은 확률로 그녀일 터였다.

떠올려보면 안젤리나도 이전에 명문가 어쩌고 이야기를 꺼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름난 가문이에요?"
"제후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문이에요."
"와, 레니 씨. 공주님이었나요."

콜린의 물음에 백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개를 불쑥 들이밀었다.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두들겨주며 콜린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레니는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조금 전의 '도망자'라는 표현도 그렇고, 하필이면 이 부점 길드에 머물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좋은 일로 가문을 나온 아니었나보다.

"마치 헤어! 너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괜히 다른 사람들을 현혹하지 말고 순순히 죗값을 치르거라!"
"그렇다는데요, 콜린?"
"일단 머리가 좀 나쁘다는 건 확실히 알겠어요."

마치는 전혀 곤란하지 않다는 투로 콜린에게 미소를 지었다. 콜린도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부점 길드의 반역적 행위를 전부 마치 탓으로 돌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줄 테니 항복하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얌전히 따르면 최대한 자비를 베풀어주겠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저들은 나름 제후 대리의 눈에 들어보겠다고 여길 공격했다는 점이었다.

제후 대리가 바라는 건 부점 길드 대부분의 몰살일 테다.

그런데 마치 헤어 한 사람의 목으로 책임을 면해주겠다니?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간 이번 싸움에서 이기더라도 제후에게 좋은 소리 듣기는 힘들 것이다.

"흠흠, 어쩔 수 없네요.  트위들덤이라는 여자를 위해 희생해줄까 생각도 했지만, 제가 죽어도 저 여자가 출세하긴 글렀다면 의미가 없겠죠."

뒤이어 전혀 마음에도없는 말을 내뱉는 마치였다.

"다만, 역시 저런 말을 듣고도 그냥 넘어가긴  명예가 용서하지 않네요. 콜린, 말은 잘 하시나요?"
"그런 거라면 기똥차게 하죠."
"그럼 저 양반에게 최대한의 모욕을 안겨줄 수 있게 좀 도와줘요."

그리고는 씨익 웃는다. 트위들덤의 언행이 꽤나 짜증났던 모양이다.

그리고 방금  자기가 반역자 취급을 받고서도 웃으며 자랑했던 걸 감안하면, 아마 그 분노의 원인은 레니를 얼간이라 불렀기 때문이겠지.

"뭐, 최대한 노력해볼 테니 마치 누나는 적당히 따라서 외쳐주세요."
"제가 남한테 빌붙는 거 하나는 잘 하는 걸요."

콜린 역시 마치를 따라서 살짝 웃었다. 원래 이런 건 기세에서 먹고 들어가야 하는 법이다.

"방금 제게 양심이 남아있느냐 물으셨나요."
"방금 제게 양심이 남아있느냐 물으셨나요!"

마치는호흡을 크게 들이키더니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콜린은 그 소리에 어깨를 흠칫 떨었다. 대체 어디서 저런 성량이 나오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역시 가슴에 달린 게 공기주머니인가?'

그런 실없는 농담을하면서도 다음 대사를 조용히 읊어주는 콜린이었다.

"제 양심이라면 당신이 지능을 두고온 곳에 함께 놔두고 왔답니다!"
"마치 헤어, 비열한 반역자여!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느그 애비 후장에다 쳐박아두고 왔다고요!"

그리고 잠시 침묵이 일었다.

이쪽에도 수십 명이 있고, 저쪽에는 오백 명이 있으니 조금의 웅성거림도 있을  했는데, 정말로 희미한 바람 소리밖에 들리질 않았다.

"…콜린?"

마치조차도 일단 반사적으로 콜린의 말을 따라하긴 했는데 자기가 방금  들은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콜린에게 시선을 향했다.

"어… 콜린,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아, 실은 제가 정글 출신이라서."
"……?"

마찬가지로 당황한 레니가 조심스럽게 콜린에게 묻자, 콜린은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듯이 싱긋 웃으며 답해주었다.

"어… 근데 다들 분위기가  이래요? 서로 모욕적인 말을 주고받는 시간 아니었나요?"

그렇다. 여기 있는 이 소년, 콜린은 게임에서 실수하면 어머니가 하루아침에 필리핀 병아리 감별사가 되는 동방예의지국의 주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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