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67 Because Poe wrote on(1)
시간이 정오를 조금 넘겼을 무렵, 콜린은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삼십 분 정도를 유유히 걷다가 정원 한 켠에 있는 정자에 앉는다.
그늘에 가만히 있었더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좋았다.
"콜린."
그러다가 등 뒤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와 무심결에 돌아보았다.
"시안 씨. 산책 나오셨어요?"
"응. 조금 전에 깨서."
이어서 피곤하다는듯 하품을 하며 콜린의 곁에 앉는 그녀의 모습에 콜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괜찮으세요? 너무 많이 마시게 한 거 아닌가요?"
"아니. 술 자체는 그다지 안 마셨어…. 그냥 오늘따라 좀 피곤해서 그래."
다행히도 숙취로 골골대거나 하는 상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콜린은 약간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너야말로 괜찮아? 듣기로는 어제 밤새 섹스했다고 하던데."
"어… 저도 잘 모르겠는데 괜찮더라고요."
"대체 그 몸은 어떻게 되어먹은 건지 모르겠네."
"저도 모르니까 괜찮다는 걸로 해두죠."
그럼 더 나쁜 상황 아니냐며 태클을 걸까 고민했던 시안이었지만, 또다시 하품이 나와버린 통에 그냥 넘기기로 했다.
"…벌써 몇 시간밖에 안 남았네."
"긴장되세요?"
"그러게. 내가 싸울 것도 아닌데 괜히 떨리고 그래."
시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위로 들었다.
이어서 그 자세 그대로 시선만을 콜린에게 향한다.
"너는? 긴장 안 돼?"
"그야 당연히 긴장되죠."
떨리지 않을 리가 없다.
부점 길드의 존망을 건 싸움이 몇 시간 뒤면 시작되는 것이다.
'…그보다 우리 존망 너무 자주 걸리는 거 아냐?'
돌이켜보면 벌써 세 번째 멸망전이다.
처음은 백설과, 다음은 까마귀 길드와, 그리고 이번에는 모자 장수와.
"저희 생각보다 뒤끝이 없는 것 같지 않아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지금은 백설과 까마귀 길드 양쪽 모두 손을 잡은 상태잖아요."
멸망전 상대가 전부 동료가 된 지금의 상황은 조금 아이러니하게도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모자 장수는 어쩔 거야?"
"마치 씨가 무슨 일이 있어도 죽여야겠다고 하지만 않으면 살려두려고요."
콜린의 말에 그대로 시안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엄청 복수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하지만 꼭 죽여야만 복수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콜린은 자리에 앉은 채 팔을 쭈욱 뻗어 기지개를 켜며 말을 이었다.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일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뭐, 그건 그렇긴 한데……."
"그래서 딱히 반대가 안 나오면 트위들 자매에게 성노예로 던져줄 생각이에요."
"…그 돼지들에게?"
잠시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가 이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같은 편이니까 먹이 정도는 던져줘야죠."
"하긴 뭐… 당하는 입장이면 끔찍하긴 하겠다."
"무엇보다 그 권능, 솔직히 조금 탐나지 않아요?"
이어서 콜린은 히죽 웃었다.
"시간을 멈추는 권능이라고 했던가? 있으면 엄청 유용하긴 하겠지."
"아예 권능을 빼앗거나, 그게 안 되는 상황이면 정신을 무너뜨려서 조종하거나."
"…그렇게 표현하니까 뭔가 엄청 무서운데?"
"괜찮아요. 백설에게도 했던 거니까."
'그러니까 무섭다고 하는 건데.'
그 자존심이 콧대를 찌르던 여자가 하루아침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애완견이 되어버렸던 걸 시안은 기억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이마를 짚는 시안이었다.
생각해보면 방향성이 조금 다를 뿐 이 소년에게 푹 빠져있는 건 여전했으므로.
"아무튼, 수고해."
"어쩐지 매정하네요."
"어차피 이기고 올 거잖아?"
시안은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자리에서일어났다.
"다들 신뢰가 너무 과한데요."
"나도 알아. 콜린 네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괴물은 아니라는… 흐아암."
멋진 말이라도 해주려고 했는데. 시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필 이 타이밍에 하품이 나올 것은 또 뭐람.
이제 와서 멋있는 대사를 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시안은 그냥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을 그대로 내뱉기로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안 질 거라는 정도야 알고 있거든."
이건 빈말이 아니었다.
콜린은 만능이 아니다.
이기는 때도 있고 지는 때도 있을 거라는 건 당연한 소리였다.
그러나, 적어도 패배하는 게 지금은 아니다.
그 눈동자에 스며있는 기백은 시안이 몇 차례 보았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상대를 완전히 파악하고서 짓는 그 웃음은 인간을 파멸시키는 악마를 떠올리게도 했다.
시안은 생각했다. 여기까지 오면 문제는 그가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니라고.
그저 상대를 시안이 동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리라.
그리고 물론 이번에는 명백히 후자였다.
×
제후궁의 앞뜰.
모여있는 것은 여섯 사람.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백설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부점 길드와 싸울 때와 너무나도 비슷한 구도였던 탓이다.
다만, 이번에 그녀는 다수 쪽에 속해있었지만 말이다.
백설은 이내 모인 인물들의 면면을 바라보았다.
도망자의 길잡이 체셔 캣. 여왕의 토끼 마치 헤어. 테세우스 가문의 레니 테세오.
그리고 그녀들의 뒤에서 스며들듯 서있는 콜린.
적대하는 입장에서는 나머지 셋보다도 위협적인 인물일 테였지만, 어째선지 그는 이번엔 자신을 최대한 감추고 싶어하는 모양이었다.
콜린의 생각을 짐작한 백설은 그에게 시선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그녀의 주인이 바란다면 그리 함이 마땅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시선을 향한 곳은 모든 일의 원흉이 서있는 자리.
살짝 푸른 기운이 도는 검은 정장.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 옷과 같은 색으로 맞춰진 모자에는 은빛의 장식이 매달려 있었다.
모자 아래로는 살짝 희끗한 금발이 자라난 사내. 외견으로는 20대 중후반 정도일까.
물론 백설로서는 잊을 리 없는 얼굴이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직속 상사였던 남자였으니 말이다.
"다들 죽을 준비는 된 모양이로군."
"뭐라는 거예요. 어차피 아공간에서는 죽여도 안 죽잖아요."
오만하게 말하는 그에게 마치는 퉁명스럽게 불평했다.
그러나 모자 장수는 여전히 비웃음을 얼굴에 가득 머금을 뿐이었다.
"잊은 건가? 그쪽이 게임에서 지면 전원 자결이라는 사실을."
"죄송합니다만. 이쪽은 얌전히 죽어줄 생각이 없습니다."
"상관없는 일이지. 반항해봐야 소용도 없을 텐데 그럼 얌전한 것과 무슨 차이가 있지?"
물론 그 오만함에는 충분한 근간이 있었다.
시간을 멈출수 있는 권능 보유자와 한 시간 동안 술래잡기를? 백설은 이 어처구니가 없는 게임에 헛웃음을 흘렸다.
…자기도 일전에 별 다를 바 없는 게임을 제안했다는 건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백설은 왼손에 들고 있던 메이스를 꽉 쥐었다.
"…후우."
그녀는 무심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듯 조금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건 오로지 모자 장수 한 사람뿐.
그는 모자를 벗어서 먼지를 탁탁 털며 느긋하게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종이 울린다.
첨탑에 매달린 종이 하루의 끝을 외쳤고, 아주 잠깐이지만 모두의 호흡이 멈췄다.
동쪽으로 기울었던 종이 서쪽으로 기울며 두 번째 소리를 내었다.
거의 동시에 그 이외의 소리가 모조리 사라졌다.
새가 날개를 푸닥거리는 소리,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그 모든 게 완전히 소멸한다.
세 번째 종소리가 울렸을 즈음, 그들이 아공간으로 넘어왔음을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이 알아차렸다.
직후 부점 길드의 모두는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발상 자체는 정답이군.'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모자 장수는 킥킥 웃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정반대에 있는 두 사람을 동시에 죽이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으니 정답이라면 정답이었다.
모자 장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 끝에는 순식간에 궁전 지붕 위로 올라타 도망가려는 마치 헤어가 있었다.
'제아무리 그래봐야 시간을 조금 버는 게 전부지만.'
이내 모든 것이 멈춘다.
시간을 멈추는 힘 앞에서는 어쭙잖은 잔재주 따위 모조리 무너져내리기마련이었다.
모자 장수는 조소하며 가볍게 도약했다.
중력조차 멈추는 이 세계 속에서 그를 묶어놓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정지한 공기를 지르밟고 헤치며 모자 장수는 지붕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괜히 황혼녘으로 정한 건 아니라는 건가.'
노을이 시야를 꽤 가로막고 있었다.
불그스름하게 번지는 빛과 어중간하게 어두운 하늘이 어우러지니 제대로 보이는 게 없다.
오죽하면 역광 탓에 실루엣만 겨우 보여 개와 늑대조차 구별할 수 없는시간이라고 하겠는가?
더욱이 능력을 쓰고 있는 동안은 상대의 윤곽 정도만 겨우 볼 수 있는 모자 장수에게 있어 이것은 꽤 치명적인 문제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능력을 한 번 해제해서 시야를 되돌린 뒤 상황을 파악하는 수밖에.
마치 헤어로 추정되는 실루엣은 분명히 있었지만 아직 100% 확신할 정도는 아니었다.
"젠장! 제가 첫 타자인가요!"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고, 세상이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모자 장수가 지붕에 올라올 때의 발소리가 뒤늦게 울려퍼졌다.
때마침 뒤를 돌아보고 있었던 마치는 모자 장수의 존재를 확인하더니 혀를 찼다.
하지만 다시 그 표정 그대로 제자리에서 굳어버리는 그녀였다.
모자 장수는오로지 한 번의 호흡만 들이킨 채 다시 시간을 멈춰버린 것이었다.
저벅저벅─그러나 물론 시간을 멈췄으므로 소리는 없이─ 그녀에게로 다가간 모자 장수는 손에 들린 모자에서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주저 없이 마치의 양쪽 발목을 그었다.
이어서 그 나이프를 그녀의 옆구리에 박아넣고서 모자 장수는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났다.
"크흑…?!"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
발을 망가뜨린 탓에 시간 정지를 해제하자 곧장 앞으로 거꾸러지는 마치였다.
그런데 그녀는 넘어지는 것과 동시에 금속 배트를 휘둘렀다.
모자 장수는 깜짝 놀라 한 걸음 더 물러서며 시간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조금 전의 실수를 깨달았다.
마치 헤어를 분명하게 확인하려고 했던 탓에 그녀에게 움직임을 발각당하고 말았다.
그녀는 이윽고 다시시간을 멈춘 모자장수가 자신을 공격하리라는 걸 간파했고, 통증이 가해진 순간 반격을 가하려고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괴물이라고 불리던 마치는 그가 멀리서 나이프를 던진 정도로 치명상을 입히긴 힘들다.
그렇기에 직접 접근해서 힘주어 타격을 가해야만 했다.
거의 바로 앞까지 내밀어진 몽둥이를 바라보며 모자 장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여차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 조금 물러나두지 않았더라면 그는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했으리라.
당연하게도, 술래가 죽어버리면 자동적으로 이쪽의패배가 확정되고 만다.
그렇게 불안과 놀람이 조금 잦아들고 나면 이어서 끓어오르는 건 분노였다.
감히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려 하다니. 생각해보니 꽤나 짜증나는 일이었던지라 모자장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리고 모자에서 꺼낸 나이프 몇 자루를 비틀며 꽂아넣었다.
이 정도까지 난도질되니 잔혹하기보다 익살스럽다는 느낌이었다.
그는 잠시 헛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시간 정지를 해제했다.
"윽… 이 비겁한 자식이……."
"가진 능력을 사용하는 게 뭐가 비겁하다는 건지 모르겠군, 마치 헤어."
모자 장수는 바닥에 널브러진 마치를 내려보다가 이내 발을 내려찍어 그녀의 목에 꽂혀있는 나이프를 더욱 깊이 박아넣었다.
혈액이 솟구치고 잠시 경련하던 신체는 이내 축 늘어졌다.
그녀의 육체는 이내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목숨을 잃고 아공간 밖으로 쫓겨난 것이었다.
"좋아. 이걸로 하나."
그것을 바라보며 모자 장수는 기지개를 켰다.
몸이 조금 뻣뻣한 것이 스트레칭 정도는 해두고 움직일 걸 그랬나 싶었다.
물론 그 정도로 느긋한 여유까진 없다는 걸 그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을 멈출 수 있다곤 해도 꽁꽁 숨어버린 녀석들을 찾으러 수도를 뒤진다면 한 시간은 꽤나빠듯할 것이다.
그러니 완전히 흩어져서 숨을 자리를 찾기 전에 끝내버려야 했다.
다행히 시간은 아직 1분도 채 지나질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모자 장수는 그가 찾고 있던 인물을 발견하고서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금발. 레니 테세오가 지붕을 내달려 도망치고 있었다.
휘익!
모자 장수는 거리를 가늠하고 나이프를 집어던졌다.
이어서 아주 잠깐이지만 레니와 눈이 마주친다.
그러나 그녀는 그저 더욱 속력을 높일 뿐이었다. 나이프를 피하려는 생각 따위는 없어보였다.
전투에 있어선 그 마치 헤어에 맞먹는다는 레니였다.
어차피 방금의 공격이 자신에게는 닿지 않으리라는 걸 이 거리에서도 순식간에 간파해냈겠지.
모자 장수는 시간을 멈추고서 도약했다.
레니 테세오가 있는 지붕까지 일직선으로 갈 작정이었다.
'이쪽으로 오기엔 건물 간격이 넓다고 방심하고 있나본데.'
그게 아니라면 자신과 눈이 마주친 순간 바로 방향을 바꿔 도망쳤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한 번의 도약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긴 했다.
하지만 모자 장수는 씨익 웃은 뒤 조금 전 내던진 나이프를 밟고 다시 한 번 도약했다.
사실 이런 수단을 쓰지 않아도 멈춘 시간 속에서는 공기 중을 헤엄칠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야 꼴사나운 자세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둥실 떠오른 그의 신체가 건너편지붕에 착지한다.
눈앞에 서있는 것은 희미한 실루엣.
그러나 이런저런 장식이 있던 궁전과는 달리 이곳의 지붕은 탁 트여있기에, 그것이 레니 테세오라는 건 확신할 수있었다.
손에 들려있는 기다란 무언가는 아마도 그녀의 검이겠지.
모자 장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히죽 웃고는 레니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 팔을 구부려 레니가 들고 있던 검을 그녀의 복부에 비틀어 찔러넣었다.
조금 뒤로 물러나 감상해보니 마치 할복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자세였다.
"……?!"
이내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자 레니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내장을 헤집은 것 때문인지 쿨럭쿨럭 피를 토해낸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건데 왜 그리 열심히 도망쳤는지 모르겠다만."
"모, 모자장수…!"
"어디… 1분 30초 정도인가. 생각보다도 여유롭군."
레니가 눈을 크게 뜨고 이쪽을 노려봤지만 모자 장수는 그저 비웃으며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었다.
"옳거니. 다른 년은 저기 있었나?"
시계를 집어넣은 뒤도 레니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골목의 어느 건물로 백설이 숨는 모습을 발견한 탓이었다.
"──!"
레니 테세오가 복부의 검을 뽑더니 최후의 저항으로 그에게로 달려든건 그 순간이었다.
그러나 직후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그녀가 인식한 것은 이번엔 자신의 목을 관통하고 있는 검의 존재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