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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안녕하세요.
처음 써본 글이라 웹소설 작법을 몰라 빌드업 하느라
메인 스토리가 좀 늦게 전개됩니다.
작곡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게 30편 정도부터입니다.
이점 유념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보니까, 재밌는 내용을 앞에 몰아 놔야 되더군요.ㅠㅠ)
선호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리얼돌 섹스토이의 탄생
[백석빌딩]
홍대 주변에서 약간 떨어진 코너에 자리 잡고 있는 3층짜리 건물이었다. 주기만이 평생을 벌어 장만한 전 재산이었다. 허름해도 홍대 근처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30억에 가까운 돈을 주고 산 건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던 3층으로 올라가던 중 방화문이 잠긴 것을 생각해 냈다.
‘젠장! 큰일이다. 들어가려고 해도 열쇠가 없다.’
건물을 사고 진즉에 최신식 도어 록으로 바꿨어야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건물 밖으로 나온 기만은 건너편 커피숍에 들어가 평소에 먹던 커피 한 잔을 시키고 혹시나 방문할지 모르는 강전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카운터에는 평상시처럼 여자 알바생이 근무 중이었다.
“라테 한 잔 주세요.”
지갑을 꺼내 현금을 건넸는데 알바생이 환하게 웃으며 주문을 받았다.
“뜨겁게 해드릴까요?”
“아이스로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이스라테 주문받았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강전기는 주문을 받은 카페 알바생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야. 나한테는 맨날 무표정하게 주문받았었는데 잘생긴 사람한테는 친절하네? 역시나 사람은 잘나고 봐야 하는 건가?’
그는 이내 알바생에게 관심을 거두고 스마트폰을 열어 습관대로 기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기만이 창가에 앉아있는데 알바생이 계속 흘끔거리며 그를 훔쳐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고개를 까딱하며 눈치로 동료에게 창가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깨톡으로 메시지를 날렸다.
[훈남 출현! 지금 창 쪽 한번 봐라.]
그러자 옆에서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들고 있던 다른 알바생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오… 훈훈하네. 이 맛에 홍대에서 알바한다.]
[미친년 ㅋㅋㅋ 좋다네. 그런데 진짜 고급지다. 그치?]
[인정. 그런데 여친 기다리는 거 같은데?]
[아쉽다. 저런 애 한번 사귀어 봤으면…….]
[응, 꿈 깨셔… 너한테는 너무 과분하고 나 정도는 돼야지. 안 그래?]
[응, 꺼져.]
한편, 주기만은 어제 공원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 혹시나 기사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분명히 강렬한 빛에 휘말렸던 기억이 있었다.
“어라? 관련 기사가 전혀 없네.”
한참 동안 기사를 검색해 보던 그가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열쇠는 없고, 찾는 사람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하아… 공원에 다시 가봐야 하나? 거기 가서 한번 둘러봐야겠다.’
“안녕히 가세요…….”
카페를 나온 기만이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공원에서 다른 흔적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다시 강전기의 집 주변에서 서성거렸다. 또 그러다 아무런 성과를 못 올리자 백석빌딩으로 다시 돌아왔다. 계속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다 밤이 되었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뭐… 배고픈데 밥이나 먹자.’
그는 근처 단골 국밥집에서 순대국밥 한 그릇을 뚝딱해치우고, 강전기의 투룸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꺼냈다. 냉장고 안에 생수와 외국 맥주들이 상표가 정면으로 보이게 칼같이 정리되어 있었다. 방의 상태나 냉장고를 보니 주인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편집증적일 정도로 정돈이 잘되어 있는 상태였다. 휴지나 먼지조차 없었으니까.
“참… 너도 피곤하게 산다.”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니 복잡하게 생각되던 것들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침대에 철퍼덕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주머니를 뒤져 스마트폰을 꺼내고 연락처 앱을 눌러 다른 이름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누를까 말까를 망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뭐, 본래 주인이 올지도 모르니까 일단 그냥 지켜보도록 할까나?’
“아, 참… 오늘 키스마이걸이 컴백하는 날이었지!”
주기만은 스마트폰에서 미튜브를 클릭하고 키스마이걸을 검색했다. 새로운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되어 있었다. 그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뮤비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키스마이걸은 기만의 최애 걸그룹 중 하나였다. 때로는 청순하고 때로는 귀여웠다. 노래도 항상 퀄리티가 좋았다.
화면에서 베이비 페이스에 청순한 소녀가 깜찍한 표정을 짓자 기만의 입이 헤벌어졌다.
“우왓! 세린이! 겁나 이뻐.”
키스마이걸의 최애 세린의 등장에 흥분한 기만이었다.
“노래 좋다. 근데 좀 아쉬운 게 보이네.”
주기만, 자기가 뭐라고 전문가들이 쓴 곡을 평가하는 걸까? 사실 주기만은 15년 경력의 아마추어 작곡가였다. 모솔아다였던 그는 취미가 걸그룹 덕질이며 특기가 작사, 작곡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존재였기에 대리 만족으로 덕질이 시작되었다.
천애 고아 보육원 출신인 그가 서울에 허름하지만 3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이유도 어처구니없이 전적으로 걸그룹 덕질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초등학교 때 뺑소니를 당해 머리를 심하게 다친 적이 있었는데 회복되고 난 뒤로 머리가 비상해지더니 성적도 좋아졌고 배운 적 없던 피아노까지 칠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 그것이 ‘후천적 서번트 신드롬’이라는 사고 후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후, 수학자가 되거나 화가나 피아니스트가 되는 케이스도 보고된 적이 있는 그런 증상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태생이 소극적인 성격에 열등감에 시달리고 외모로 차별받았던 그가 그런 사실을 공개할 리 없었고 철저히 숨기고 살게 되었다. 그는 언제나 남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성적도 중상위권, 교실에서도 튀지 않기 위해 조용히 지냈다. 물론 외모가 너무 떨어지다 보니 그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지만.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서 9급 공무원이 되었다. 대학을 가봤자 고등학교와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인상이 좋지 않아 대민 업무나 창구 업무는 하지 못하고 주로 내근직을 돌게 되었다.
역시나 직장 생활에서도 철저히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그가 노력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타인에게 상처받으며 형성된 소심함 때문에 그런지 스스로 잘 적응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업무가 끝나면 허름한 원룸에 틀어박혀 책을 읽거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었고 걸그룹의 뮤직비디오도 감상했다. 걸그룹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미칠 듯한 창작 욕구가 끓어올랐다. 억눌렸던 모솔아다의 에너지(?)가 그쪽으로 폭발하는 것 같았다.
그는 적은 월급을 쪼개 컴퓨터와 미디 프로그램, 마스터 키보드 등을 구입하여 독학하기 시작했고, 서번트 신드롬의 영향이었는지 집념이었는지 몰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가 좋아하는 걸그룹이 불렀으면 하는 곡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아마추어 작곡가가 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드디스크에 수십여 곡이 쌓여가자 슬슬 그도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제법 훌륭한 것 같은데, 만약 걸그룹이 내 곡을 부른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는 호기심에 연예기획사 이메일로 작곡된 노래를 투고해 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 당시 꽤나 폐쇄적인 음악 시장에 대해 자세히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그의 노래는 아무도 듣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아무런 연락이 안 오는 상황에 솔직히 실망했다. 하지만 그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작곡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의 곡들은 하드디스크에 차곡차곡 저장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덕질하던 중 SSJ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하는 걸그룹 소녀세븐에 빠져들게 되었다. 최고 기획사 연습생 출신들이다 보니 노래와 춤은 기본이고 외모까지 빼어났다. 개개인이 특화된 재능까지 겸비한 그룹이었다.
걸그룹 전문가 주기만은 분명히 이 그룹이 히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이벌 기획사 JB Ent.의 걸그룹인 슈퍼걸스의 충격적인 데뷔에 밀리며 대중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주기만은 소녀세븐이 언젠가 대박을 터트릴 것으로 확신했다. 그동안 안 쓰고 꾸역꾸역 저축한 돈 오천만 원으로 SSJ의 주식을 매입했다. 그 당시 SSJ는 일본에서 크게 히트 친 자사 보이그룹과 지루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었고 야심 차게 내놓은 걸그룹이 라이벌 회사에 밀리자 주가가 곤두박진 상황이었다.
오천만 원이면 그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지만 투자하면서도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분명히 뜰 수밖에 없는 그룹으로 보였다. 그래서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그의 예측대로 소녀세븐은 점차 슈퍼걸스의 인기를 따라잡더니 한국을 평정하고 일본의 도쿄 돔에서 공연할 정도로 큰 히트를 쳤다. 그야말로 광풍에 가까운 신드롬이었다. 역시나 최고 기획사답게 외국어 교육을 통해 언어까지 준비된 소녀세븐은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SSJ는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주기만은 그로 인해 여덟 배 차익을 거두게 되었고 1년 만에 종잣돈 5천만 원이 4억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그의 찐따력이 어디 가겠는가? 그 당시 크게 사고 싶은 게 없었고 걸그룹 앨범이나 사진집을 사는 것을 제외하고는 종잣돈 4억과 매달 월급이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물론, 통장에 쌓인 돈은 그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고 음악 채널에서 시청률 똥망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걸그룹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는데 거기서 그는 곧바로 데뷔 결성된 JB Ent.의 마이하트에 꽂혀버리고 말았다. 소녀세븐과 동일한 기시감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외국인 멤버들이 다수 포진한 글로벌 걸그룹! 통장에서 잠자고 있던 현금이 다시 주식 계좌로 옮겨졌고 그의 촉대로 마이하트가 아시아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며 일곱 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안겨주었다. 소녀세븐 이후로 터진 대박이었다. JB Ent도, 주기만도 행복한 한 해였다.
3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단 두 번의 엔터주 투자로 벌어들인 것이다. 그의 나이가 서른여섯 살이 되던 해였다. 그렇게 그가 건물주가 된 것이다. 순전히 걸그룹 덕질로 모은 불린 돈이었다. 사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은 돈이 없고 돈이 있는 아재들은 그런 유행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빠르게 캐치한 기만이 돈을 버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그는 지금도 무서울 정도로 뮤직비디오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노래 후렴구가 좀 약하네. 다른 코드를 좀 썼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서 후렴구를 바꾸며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기만이었다. 누가 보면 프로 작곡가로 오해할 만했다.
깨톡―
“응?”
깨톡 알림음이 울렸다. 오늘 처음으로 강전기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왔다.
[유민성 : 형, 뭐 해? 어제 어떻게 됐어? 어제 일본 애 맛있게 냠냠했어?]
“뭐야?”
기만은 유민성이라는 사람의 프로필을 눌러보았다. 사진에는 나름 평범하지만 깔끔하게 생긴 청년이 힙합 스타일로 포즈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굴이 작게 나와서 확실하지 않은데 어딘가 낯익은 모습이었다.
[유민성 : 형, 내 문자 씹는 거야? 왜 보고도 답장 안 해? 레이어드 형들이 형이 몰래 제일 예쁜 애랑 튀었다고 엄청 빡 돌았어!]
“뭔 소리야, 이거. 일본인? 레이어드? 뭐지? 이름은 얼핏 들어본 거 같은데?”
기만이 멈칫하며 답장할까 말까 하다 짧게 답신했다.
[강전기 : 별일 없었어.]
[유민성 : 와… 어디서 구라 치고 있어? 내가 형을 몰라? 개가 똥을 끊냐? 보나 마나 냠냠했겠지. 아무튼 조심해, 형. 내가 커버 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강전기 : 알았다.]
[유민성 : 그리고 제이디가 다음 주 금요일에 ‘스팀’에서 보자더라.]
“제이디?”
‘제이디라면 연예인 아냐? 그 기획사에서 사고 치고 나가서 피해자 행세하면서 힙합으로 예전 사장 디스하고 제법 유명해진 놈인데?’
[강전기 : 그래, 알았어]
[유민성 : 내가 금요일 날 집으로 갈게. 거기다 차 좀 주차하고 같이 걸어가면 되겠네. 스팀 거기서 가깝잖아. 그럼 잘 자고.]
[강전기 : 그래, 너도…….]
스팀이라면 홍대 부근 클럽이다. 아무래도 동네 인근이다 보니 기만도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주말에 보자고? 큰일인데……. 그때까지 이 사태가 해결 안 되면 어떻게 하지? 강전기 이 새끼는 산 거야, 죽은 거야? 씨바, 나도 모르겠다.”
기만이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포스와는 다르게 범생이처럼 세수하고 이까지 꼼꼼히 닦은 후 스킨과 로션, 그리고 기능성 크림까지 얼굴에 발랐다.
“내 몸은 아니지만 뭐, 관리는 해줘야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불을 끈 뒤 잠자리에 들었다.
“어찌 될는지 나도 모르겠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