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2화 (2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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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추코 감사합니다.

강제로 TV 출연

“우리 똥강아지들 왔니?”

드디어 어머니가 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손에는 장바구니를 한가득 지니고 있었다. 전기는 재빨리 뛰어가 장바구니를 들었다.

“우리 막내… 사람 됐네? 근데 카메라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지?”

“절대 아니죠. 저 원래 이랬잖아요?”

“응? 뭐라고? 전역하고 집에 들러서 꼴랑 30분 있다가 친구 만난다고 휙 하니 나가서 한 달 만에 들어온 녀석이?”

“…….”

“아마 그때 여자 만나러 갔을 거야…….”

“누나!!”

“킥킥킥…….”

강전기의 어머니는 50대 중반의 나이치고는 상당히 젊어 보이는 편이었고 기본적으로 그 나이대에서는 보기 힘든 큰 키였다. 아마도 자식들이 다 키가 큰 이유가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런 것 같았다. 차분한 단발머리에 강인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었다.

‘기업을 운영하신다고 하셨지? 그래서 그런지 인자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구나. 얼굴을 보니 둘째 누나가 엄마를 진짜 많이 닮았구나. 회사 CEO와 공군 파일럿이라…….’

둘째 누나 강소영이 바로 리틀 윤정희 여사였던 것이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앉아있어. 엄마가 해물탕 금방 끓여줄게…….”

“야호, 신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엄마표 꽃게 해물탕이다…….”

윤정희 여사가 팔을 걷어붙이고 요리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자매들이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있는 사이 강전기는 집 안을 둘러보았다. 아파트 내부가 좋은 자재를 썼는지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웠고 상당히 널찍했다. 부동산 앱을 검색해 보니 (구) 45평이라고 떴다.

‘집 인테리어가 진짜 좋네. 되게 넓기도 하고 말이야. 우왓… 한강 뷰가 정말 끝내주네. 그런데 대가족이라 그렇게 넓다는 느낌은 안 들었겠는데?’

이윽고 6인용 식탁에 커다란 냄비가 놓였다. 그 안에서 맛있는 냄새와 함께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소라야… 매니저님도 이리 오시라고 해라. 다 같이 먹자.”

“알았어요, 엄마.”

“잘 먹겠습니다!”

모두들 앞에 놓인 엄마표 해물탕을 폭풍 흡입했다. 살이 오른 통통한 꽃게와 오징어, 미더덕을 푸짐하게 넣고 된장, 고추장, 다진 마늘, 청양고추로 매콤하게 간을 했는데 국물도 진짜 깔끔했다.

“와… 너무 맛있어, 엄마!”

강소라가 자신의 허벅지를 탁탁 내리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디 맛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낫다. 너무 맛있어.’

강전기도 입맛을 다시며 식탁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머니는 인자한 눈빛으로 자식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누나 둘은 뜨거운지 해물을 호호 불어가며 열심히 먹고 있었다. 이게 바로 행복한 가정이라는 그런 느낌이 물씬 전해졌다.

갑자기 강전기의 눈가가 촉촉해지며 이상한 감정이 왈칵 밀려왔다. 일평생 혼자 외롭게 밥을 먹었던 그에게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특히 명절에 갈 곳이 없어 집 안에 틀어박혀 책이나 TV만 온종일 봤던 그였다.

그때 강소라가 꽃게를 들고 소리쳤다.

“엄마… 막내 울려고 해. 해물탕이 너무 맛있나 봐.”

“크흡… 아냐, 뭔 소리야. 자꾸 왜 가만히 있는 나 가지고 그래.”

“그럼 내가 너 가지고 그러지. 큰언니한테 그럴까? 넌 우리의 영원한 밥이란 이 말씀이야!”

“맞지…….”

“맞긴 뭘 맞아!”

“이 녀석들이 만나면 맨날 이런다. 시끄러우니까 얼른 먹어.”

“강전기… 설거지는 네가 해라.”

둘째 누나가 밥을 한 숟갈 퍼 넣더니 그를 보며 말했다.

“참나, 알았어요. 요즘은 군대에서도 이렇게 전부 안 시키는데 어디 부대세요?”

“······.”

강전기의 공격에 둘째 강소영의 얼굴이 벌게졌다. 설마 군대 드립을 칠지는 몰랐던 모양.

“이게 죽고 싶은가 보네. 너 많이 컸다? 누나가 유도로 팔 한번 시원하게 꺾어드릴까? 뽀독뽀독?”

“소영아… 밥상에 밥알 다 튄다. 조용히 안 하니?”

미소를 머금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이 조금 굳어지자 둘째 누나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큰누나는 언제 온대요?”

“언니 오고 있다고 깨톡 왔어. 해물탕 남겨놓으라네.”

“운전 조심히 해서 오라고 그래. 요즘 수술도 많이 하고 그래서 피곤할 텐데…….”

어머니가 차려준 맛있는 음식을 해치운 뒤 거실에서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꽃이 피었다.

강전기는 싱크대에 붙어 설거지했다. 23년간의 자취 생활로 단련된 실력이었다.

띠띠띠띠··· 끼릭, 띠리릭…

“큰언니 왔다. 언니…….”

누군가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전기도 고개를 돌려 들어오는 사람을 쳐다봤다.

“엄마, 저 왔어요. 소영이, 소라도 잘 지냈니?”

첫째 누나인 강소희가 청아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언니 왔어?”

“그런데 이 카메라들 뭐니?”

아무래도 첫째 누나에게도 촬영 이야기를 안 한 모양이었다. 강소라가 우물쭈물했다.

강전기는 큰누나 실물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나… 지금껏 살면서 본 여자 중 실물이 제일 예쁘잖아? 진짜 뭐지, 이 집안?’

큰누나 강소희는 서른한 살로 모 대학병원의 외과 의사로 재직 중이었다. 170cm는 되어 보이는 키에 얼굴이 작고 신체 비율이 좋았다. 하얀 피부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가 매력적이었는데 얼굴이 예전 대한민국의 최고 여배우였던 임영애와 비슷한 것 같았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외모였다. 약간 냉막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원판과 얼굴이 비슷해 보였다.

‘저렇게 생겨놓고 의사라고? 이거 사기 아니냐?’

“우리 막내도 오랜만이네…….”

“오··· 오셨어요?”

강전기를 바라보던 강소희의 눈이 순간적으로 꿈틀했다.

“뭐지? 이 어색한 존댓말은?”

“소희야, 왜 그래. 엄마는 듣기 좋구만. 우리 막내가 이제 철들었나 보다.”

윤정희 여사가 첫째 딸의 핸드백과 짐을 받아주며 말을 했다.

“흐음… 이제 소라만 철들면 되겠네.”

“큰언니! 내가 뭘 어쨌다고…….”

“몰라서 묻니? 이 트러블 메이커야. 너 예전에··· 읍!”

강소라가 번개처럼 달려들며 큰누나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언니! 조용히 좀… 누가 들으면 오해할 것 같네요. 하하하…….”

소희가 어색하게 웃고 있는 강소라의 손을 떼어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더러워. 너 손은 씻고 이러는 거니?”

그렇게 거실이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큰누나는 식탁에 앉아 어머니가 다시 끓인 해물탕을 먹고 있었다. 촬영 이야기를 못 들었던 터라 약간 짜증 난 상태인 것 같았다. 소파에는 어머니와 누나 둘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그때 강소라가 벌떡 일어나서 방에 들어가더니 앨범 몇 권을 들고 나왔다.

“짜잔… 지금부터 추억의 사진들을 감상할 시간입니다.”

설거지를 마친 강전기가 손의 물기를 닦고 가족들 근처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강소라가 그런 강전기를 힐끗 쳐다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

“따라라라따… 따라라라…….”

강소라가 입으로 백그라운드 뮤직을 깔았다. 앨범 안에는 예전 어릴 적 모습들이 예쁘게 담겨있었다.

“와… 소라 쪼그만 것 봐라. 멀대 같은 지금하고 다르네?”

둘째 누나가 강소라의 신경을 살살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때도 소라가 제일 못생기긴 했네. 하하하…….”

“강소영, 입조심 좀 하시지?”

집에서 무슨 파티 같은 것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각자가 재미있는 옷을 입고 유치한 포즈를 잡고 있었고 양옆으로 부모님이 서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와… 근데 진짜 큰언니는 어릴 때도 진짜 이쁘셨네요. 정말 군계일학이셨네.”

사진을 같이 보고 있던 강소라의 매니저가 마치 고고한 학처럼 서있는 강소희 어릴 적 모습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

“어우… 내가 말을 말아야지. 우리 큰언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왜?”

“왜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니를 쫓아다니는 남학생들 때문이었지.”

“아하…….”

“동네 어르신들한테 소라가 TV에 나온다고 했더니 다들 첫째는 어쩌고 제일 못난 애가 연예인이 됐냐고 그러시더라.”

“큭큭큭…….”

“엄마……! 왜 쓸데없는 소릴 하고 그래?”

“그때 큰언니 얼짱이니 뭐니 해서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 근데도 꿋꿋이 공부만 해서 한국대 의대에 들어가더라고··· 독하기로는 말도 못 해.”

“강소라… 너 어째 말하는 본새가 심히 거슬린다?”

해물탕을 드시고 계시던 큰누나 강소희가 막내 누나에게 조용히 경고했다.

“히히히…….”

“음… 그런데 제일 조그만 여자애는 누구예요?”

강소라의 매니저가 손가락으로 사진 위를 가리켰다.

“누구긴 누구야. 우리 막내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자기가 여자인 줄 알았던 녀석.”

“에에? 진짜……?”

“어? 정말 그러네? 지금 얼굴을 자세히 보니까 막냇동생 맞네.”

“머리도 길고 다 여자 옷만 입고 있네. 대박…….”

“누나들이 입던 거 입혀놔서 그래요. 예전에는 지금처럼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거든.”

어머니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해주고 있었다.

“보면 알겠지만 큰언니하고 막내가 좀 닮았지. 지금이야 긴가민가하지만 여자처럼 하고 다녔을 때는 영락없는 판박이였지.”

“이 집 사람들은 다 왜 이래? 무슨 유전자가 이렇누? 어? 보니까 아버님이 진짜 잘생기셨구나. 막냇동생분 보니까 이제 아버지 얼굴이 살짝 나오네요.”

매니저 누나가 아버지 이야기를 하자 어머니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아무래도 뭔가 사연이 있는 모양이었다.

“와하하하… 막내야, 이 사진 좀 봐라. 진짜 웃긴다.”

강소라가 한 장의 사진을 가리키며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다. 사진 속에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머리카락을 밀리고 있는, 드레스를 입은 강전기의 모습이 보였다.

“아… 이거 기억난다. 나 중3 때였나? 막내 초등학교 들어가기 바로 직전인데 머리 깎기 싫다고 울고불고 아주 생난리를 피워서 나랑 엄마가 미용실에서 엄청 창피했었는데…….”

큰누나가 밥을 다 먹고 사진을 보더니 슬쩍 말을 꺼냈다.

“어휴… 그때 자기는 여자라고 막 울면서 왜 머리를 미느냐고 그렇게 대성통곡을 해대더라. 그때 내가 엉덩이 막 때려줬었는데…….”

어머니까지 합세해서 강전기의 흑역사를 들추고 있었다.

“맞아… 그때 얘가 우울증 비슷하게 걸려서 놀려먹지도 못하고 심심했었지.”

“내··· 내가 그랬었나?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만.”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그 흑역사가 어디 가는 건 아니지. 여기에 다 저장되어 있다고. 킥킥…….”

강소라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깐족거렸다.

“누나만 셋이라 어렸을 때부터 누나들이랑만 놀아서 그렇게 됐지. 그때는 너네 아빠도 나도 너희들 교육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던 때였으니까.”

“솔직히 그때 막내를 보면 누가 봐도 여자애라고 생각했으니까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

“맞아, 맞아.”

“머리 밀었을 때 막내 동네 친구들도 다 깜짝 놀랐었지, 아마?”

“그나마 그때 수아 아니었다면 큰일 났을걸? 걔 말고는 놀아주지도 않았으니깐.”

“…….”

가족들이 앨범을 보며 강전기의 흑역사를 재미있게 즐기고 있었다.

‘수아 이름이 여기서 나오는구만. 저번에 자취방에 와서 자꾸 자기가 언니라고 했었지? 그게 다 이런 이유였군.’

“그런데 제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요?”

“뭔데? 뭔데?”

매니저 누나가 강소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막내가 초등학교 때까지 누나들 방에 몰래 들어와서 여자 옷을 입고 그랬어.”

“와… 진짜? 막냇동생 왜 이리 귀엽누…….”

“치마 입고 거울에 막 비춰보고 있다가 나한테 딱 걸렸잖아. 하하하…….”

본인이 하지 않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강전기의 안면이 홍조로 물들었다.

‘아씨… 해명 잘못하면 완전 변태로 이마빡에 낙인찍히겠는데?’

“흥? 누나… 이거 좀 봐봐.”

강전기가 갑자기 팔뚝을 들어 올리더니 근육에 힘을 주었다. 그의 이두박근에 힘이 빡 하고 들어갔다. 그러더니 상의를 중간까지 올리면서 섹시한 복근까지 보여주었다.

“이래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 이제 정말 짐승남이거든?”

누나들이 재미있다고 손뼉을 쳐대며 아주 자지러졌다.

“꺄아아… 너무 웃긴다…….”

“크흡… 누가 뭐래? 예전에 네가 그렇게 여성스럽게 컸다는 거지. 지금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 장면을 촬영하고 있던 정 PD의 입꼬리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번 편은 대박 확정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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