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54화 (5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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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걸그룹 숙소 탐방

“다 먹었으면 이제 가자. 전기야, 너 혹시 어떻게 왔니?”

“나 차 몰고 왔어. 아래 주차장에 차 있어.”

“오케이… 잘됐네. 회사에서 걸어왔거든. 네 차 타고 숙소로 가자.”

강전기와 수아가 계산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어? 설마 이 차가 네 거야? 왜 이렇게 커? 이거 독일 차지?”

“어… B사 7시리즈야.”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고급 차를 사? 소울퀸즈 곡 정산 아직 안 됐을 건데?”

수아가 전기의 자가용을 좌우로 둘러보며 감탄했다. 새로 뽑은 7시리즈의 위용이 대단했다.

“케이 라임 씨가 고맙다고 선물로 준 거야.”

“무슨 선물을 이런 비싼 걸 줘? 이거 1억 넘지 않아?”

“어… 훨씬 넘지.”

“뭐야? 너 혹시… 케이 라임 씨하고…….”

수아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강전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야…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네. 넌 나를 무슨 쓰레기로 생각하냐? 라임 씨가 나이가 몇 살인데…….”

“아니면 말고… 왜 성질을 내고 그래.”

‘이게 내가 무슨 기둥서방이나 창남인 줄 아나? 확 곡을 뺏어버릴까?’

수아가 문을 열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우와… 좋다. 확실히 비싼 거라 그런지 멋지네……. 곡 하나 잘 쓰고 엄청나게 짭짤하네?”

“후후후… 좋지?”

‘아깝지만 수아 너는 시승 2호다. 어우… 내 인생에 걸그룹을 옆에다 태우고 운전하는 날이 올 줄이야. 감개무량하네.’

차에 시동을 거니 조용하고 묵직한 엔진음이 들려왔다.

“잠깐만, 벨트 좀.”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조수석에 앉은 수아의 벨트를 대신 매줬다. 그녀의 샴푸 향인지 화장품 향인지 기분 좋은 냄새가 전기의 후각을 자극했다.

퍽!

갑자기 수아의 냥냥펀치가 전기에게 날아들었다.

“오… 강전기! 매너 좋고……. 너 맨날 이렇게 여자 꼬시지?”

“…허 참… 너 나 음해하려고 불렀냐?”

“농담입니다요. 킥킥…….”

“네비에 주소 찍어봐.”

“잠시만… 그런데 케이 라임 씨가 곡이 진짜 마음에 들었나 보다. 이런 비싼 차도 사주고…….”

“케이 라임 씨 수익이면 이 정도 차는 한 달도 안 돼서 벌걸? 나중에 곡 작업 더 같이하자고 준다더라고…….”

“흐음… 나를 주지. 그 노래 엄청나게 좋던데…….”

“넌 소화 못 해. 노래 톤도 다르고 딱 맞춰서 만들어준 노래야.”

“참… 네가 무슨 거장이냐? 허세 쩔게 말하고 있네.”

“미래의 거장이다, 이 말이야. 너도 잘 보여라. 수틀리면 곡 안 준다.”

“어이쿠… 천녀 황공하옵게도 귀인을 알아보지 못하여…….”

“이게 진짜…….”

수아는 강전기의 부드러운 운전으로 편하게 블루비의 숙소에 도착했다.

“오… 너 운전 꽤 잘하네?”

“노래 그렇게 마음에 드냐? 아니, 몇 번째 반복해서 듣고 있는 거야?”

“응! 미치도록 좋아. 이 곡은 내면 무조건 1등이야. 잘하면 공중파, 케이블 전부 올킬로 그랜드 슬램까지 달성할지도 몰라.”

“하하하… 그러면 나도 돈 좀 벌겠네?”

“말이라고 하니? 대박이지. 저기야. 저기다 지하에 차 세우고 들어가자.”

“혹시 주차장에 사생팬들이 사진기 들고 숨어있고 하는 거 아니냐?”

“그건 우리 이화 정도나 돼야 가능한 이야기고… 난 그 정도 극성팬은 없어. 그리고 우리 숙소 주차장은 아무나 못 들어와. 비밀번호 눌러야 해.”

“그렇구나…….”

현역 걸그룹의 숙소라니? 아무리 강전기가 미녀들에게 적응된 상태라고 해도 떨리는 심장을 어쩔 수 없었다.

수아가 숙소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블루비의 숙소는 그냥 일반 아파트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여자들이 살다 보니 각종 화장품 냄새가 많이 난다는 점만 달랐다. 뭔가 샤방샤방함을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환상이 깨어졌다.

“숙소에 여러 명이 살다 보니 좀 지저분해.”

“으…응……. 일곱 명이나 되는데 뭐. 그래도 집이 크네.”

“응, 방이 네 개야. 일곱 명이 방 세 개를 나눠 쓰고 매니저 언니가 작은 방을 가끔 써.”

끼이익―

방문이 열리며 안경을 쓴 한 여인이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언니 왔어? 어맛… 누… 누구야?”

“어… 정진아, 내 친구야. 넌 휴가 기간인데 아직 집에 안 갔니?”

머리를 내민 사람은 블루비의 리드보컬 정진(22세) 이었다. 수아와 함께 가장 많은 노래 파트를 소화하는 멤버였다. 숙소에 있다 보니 화장을 안 한 상태인 듯했다. 화장한 거랑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웬일이셔? 리더께서 숙소에 남정네를 끌고 오고? 그것도 매니저 언니 없는 틈을 노리다니! 킥킥…….”

“왜 이렇게 시끄러워…….”

욕실 문이 벌컥 열리며 수건으로 몸을 가린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까악…….”

강전기를 본 리나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헉…! 아재들의 1티어 육덕 리나!! 미친…….’

커다란 가슴과 둥근 골반에 나름 은근 귀여운 외모를 가진 섹시 담당 베이글 리나였다.

“어휴… 저년 저거 조심성 없는 건 알아줘야 해. 괜히 놀라지 마. 얜 내 친구야. 리나 넌 얼른 방에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아… 말을 해줬어야지. 짜증 나…….”

리나가 후다닥 자기 방으로 뛰어갔다. 두꺼운 수건으로 가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브먼트가 장난이 아니었다. 무의식적으로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정진아, 숙소에 너랑 리나밖에 없니?”

“아니… 지금 이화 조금 전에 들어와서 자기 방에서 자고 있어. 밤새워서 영화 찍었나 봐. 완전히 곯아떨어졌어. 안대랑 귀마개 하고 있어서 시끄러워도 안 깰 거야.”

“그렇구나. 그럼 나머지는 다 집에 갔겠네.”

“그렇지. 근데 옆에 소개 좀 해줘. 친구 누구신데?”

“아… 내 정신 좀 봐. 여긴 내 동네 친구 강전기라고 해. 인사해, 얘는 정진이야.”

“안녕하세요, 강전기라고 합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아… 호호… 영광은요. 전 수아 언니 남자 친구인 줄 알았어요.”

“남사친입니다. 남자 사람 친구.”

“그런데 어쩐 일로 저희 숙소까지 오셨는지…….”

정진이 리더인 수아를 째려보며 말했다. 왜 남자를 숙소에 들였냐 하는 눈치로 보였다.

“너희와 상의할 게 있어서 데리고 온 거야. 일단 냉장고에 맥주랑 안주 같은 거 좀 있어?”

“응? 술이야 남아돌지. 매니저 언니가 밖으로 탈출하지 말고 그냥 숙소에서 먹고 뻗으라고 양주에 소주에 맥주까지 다 쟁여놨잖아.”

“그래, 그럼 너는 술 좀 가져와 봐. 내 긴히 할 말이 있으니까…….”

“아니… 무슨 내가 시녀야 뭐야.”

정진이 투덜거리며 부엌으로 사라졌다.

“전기야, 소파에 좀 앉아봐. 다른 애들 세 명은 집에 갔나 봐. 숙소에 세 명 있네. 나까지 네 명이고…….”

“어우… 내가 여기 와도 되는지 모르겠다. 좀 난감하다.”

“왜… 여자만 있어서 부끄럽냐?”

“부끄럽기보단 좀 그렇다는 거지. 금남의 구역이잖아.”

“쳇… 금남의 구역은 개뿔… 저 문제아… 아니다… 쩝…….”

수아가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하려다가 만 것 같았다.

이윽고 맥주와 마른안주, 과자 등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리나도 머리를 말린 후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서 맥주 한 캔을 땄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고 잔을 들어 건배했다.

“오빠가 소라 언니 동생이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살았고?”

“그렇다니까……. 캬아… 오랜만에 전기랑 술 마시니까 좋네.”

“언니… 무슨 아재도 아니고 왜 그래… 그런 소리 좀 내지 마…….”

“아무리 봐도 소라 언니랑은 안 닮은 것 같은데……. 근데 이 오빠 얼굴 진짜 잘생겼다. 처음에 난 무슨 이중기 선배님이 오신 줄 알았어.”

“전기야, 네가 이해해라. 리나 얘가 알아주는 얼빠야. 특히 이중기 선배님 팬이거든.”

“칫… 다들 잘생긴 남자 좋아하면서 왜 그래. 나야 사람이 순수하다 보니 솔직하게 표현하는 거지.”

“허… 순수한 게 다 얼어 죽었냐? 순수는 거기에다 쓰는 단어가 아냐.”

수아가 짜증 난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핀잔을 줬다.

“하하… 그런 이야기 가끔 들어요. 약간 덩치 좋은 이중기라고…….”

“거봐. 내 말이 맞지?”

대화 초반은 성격이 활발한 리나가 주도했다. 강전기에게 궁금한 것을 계속 물어본 것이다. 아재들의 1티어가 이렇게 말이 많았다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반면 수아와 정진은 언니 라인답게 딴지를 걸며 리나의 폭주를 막고 있었다.

“너희 그거 아냐? 얘가 소울퀸즈 노래랑 케이 라임 노래를 만든 작곡가야.”

“에? 정말요?”

“그 곡들 요즘 한창 핫하잖아!”

정진과 리나가 동시에 깜짝 놀란 듯 소리쳤다.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 설마 작곡가 일렉케이가 내 친구일 줄이야.”

“야… 너무 띄우지 마. 나 그 정도로 유명하지 않다니까…….”

“얘가 자신을 너무 모르네. 일렉케이가 누군지 지금 업계 사람들이 엄청나게 주시하고 있어. 관짝으로 들어가는 소울퀸즈를 좀비처럼 살려놓고 커버곡 가수까지 월드 스타로 만들어 놓기 직전이잖아.”

“허허허… 참 내…….”

수아가 전기를 일렉케이라고 소개하자 난리가 났다. 어떻게 그런 곡을 만들었느냐는 둥 작곡은 어떻게 배웠느냐는 둥 이것저것 질문이 들어왔다. 수아도 그게 궁금한지 옆에서 유심히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냥 독학하신 거라 이 말씀이시네요. 와… 이걸 믿어야 하나?”

“뭐, 작곡 쪽으로 천재신가 보지. 어떤 분야에 타고난 천재들이 있잖아.”

리나의 의문에 정진이 대신 대답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한 가지 일에 큰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1만 시간 동안의 학습과 경험을 통한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건데 강전기는 비록 독학이지만 이미 20년에 가까운 작곡 경험이 있었다. 거기에 최근 섹스 토이의 가공할 연산 능력이 더해지자 그야말로 히트곡 제조기로 재탄생되었다.

“그래서 내 친구 작곡 천재님께서 우리를 위해 곡을 주시겠다는 말씀이지…….”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약간 홍조를 띤 얼굴을 한 수아가 손으로 탁자를 탁하고 내리쳤다.

“오호라… 오라버니께서 오신 이유가 바로 그거였군요. 우리에게 특A급 곡을 하사하기 위해서…….”

“리나야, 넌 오늘 처음 본 사람한테 오라버니가 뭐니?”

“오라버니도 좋은데?”

강전기가 오라버니라는 말을 듣고 헤벌쭉 웃음을 지었다.

“히히… 거봐. 메롱…….”

“그런데 일단 노래를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정진이 손을 들며 소신 발언을 했다.

“자, 내가 블루투스 스피커로 들려줄게. 전기야, 네 스마트폰 좀 줘봐. 다들 조용…….”

수아가 곧바로 전기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곡을 실행했다. 스피커에서 감각적인 EDM 사운드의 댄스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기들 노래라고 장난 안 치고 집중하네? 역시 가수 맞구나.’

4분여의 노래가 끝났다. 블루비의 숙소는 침묵에 빠졌다.

그러다 곡의 여운을 음미하고 있던 리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그녀가 일어설 때 슴브먼트가 굉장했다. 강전기는 누구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가슴이… 으으으… 대… 대박이다.’

“꺄아아… 이걸로 1위 가즈아!”

리나는 곡이 무척 마음에 드는지 시끄럽게 떠들며 발을 동동 굴렀다.

“푸훗… 저 망나니 저거 나랑 똑같은 대사를 하네?”

수아가 소리를 버럭 지르는 리나를 보고 씩 미소를 지었다.

“와, 진짜 깜짝 놀랐어. 노래가 귀에 팍팍 꽂히네. 조금 있으면 대형 그룹들 투어 많이 해서 거의 빈집이나 다름없는데 이 곡 들고 나가면 무조건 1등 할 거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리드보컬 정진의 얼굴도 무척이나 상기된 것처럼 보였다.

블루비가 시장에서 1. 5티어 대접을 받고 있지만, 실제 1위를 한 적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2집 미니앨범 발매 후 타이틀곡이 지상파 한 방송국에서 잠시 1위에 올랐을 뿐 실제론 큰 성과가 없었다.

물론 1위는 많이 못 했지만 스테디셀러 같은 곡들이 꽤 있었고 블루비의 센터인 이화가 워낙 많은 CF와 영화에 출연하다 보니 언론 노출이 많아 그룹 자체가 과대평가를 받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화를 제외한 멤버들은 항상 인기에 굶주려 있는 상태였다.

섹시 원톱이지만 무관의 제왕에 가까운 그들이 이름에 걸맞은 명실상부한 위치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지상파 음방 올킬이 필요했다. 다음 컴백 싱글까지 음원이 망한다면 2티어로 추락할지도 몰랐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강전기가 작곡한 곡이 꼭 필요한 블루비였다.

그때였다.

“으으음… 뭐예요. 뭐가 이렇게 시끄럽지?”

오른쪽 방문이 열리며 흰색 티에 분홍색 네온 레깅스를 입고 있는 여인이 졸린 눈을 비비며 쭉 빠진 몸매를 드러냈다.

걸그룹 최강 몸매라 불리며 뭇 남성들의 단백질 도둑인 블루비의 센터 이화의 등장이었다.

강전기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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