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53화 (5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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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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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숙소 탐방

김인하를 불러 간단하게 노래, 랩, 댄스까지 모두 점검해 보았다. 김인하의 실력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오랫동안 쉬긴 했지만 최근 방송을 찍으며 감을 다시 살렸다고 했다.

테스트 결과 솔직히 말해서 왜 신디에게 밀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원인은 딱 하나인 것 같았다. 이미지가 너무 겹치기 때문에…….

“역시 더블케이 출신이라 그런지 춤하고 노래는 기본기가 탄탄하네?”

편하게 말을 놓기로 했다. 김인하도 그러길 원했다.

“그렇게 몇 년간 빡세게 연습했었는데 어디 가서 꿀릴 실력은 아니죠.”

그녀의 얼굴에 자부심이 흘렀다. 아무리 데뷔 조에서 탈락했더라고 하더라도 신디와 경쟁했던 아이였다.

“노래도 메인보컬은 무리지만, 이 정도면 리드보컬로 차고 넘치는 수준이야. 거기다 특히 랩은 최고야. 솔직히 대단해. 여름 씨와 비교해 봐도 꿀릴 게 없어. 여름 씨야 톤이 워낙 독특해서 그렇지. 기본기는 네가 더 위 같아.”

“에이… 여름 언니는 전문 래퍼의 길을 걷지 않았잖아요. 그 정도면 천재라고 해도 될걸요.”

“글쎄? 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는데?”

“네? 그럼 작곡가님이 여름 선배님 재능을 발견하신 거예요?”

끄덕끄덕.

김인하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을 크게 떴다.

‘놀랍냐? 나 이런 사람이야. 크흐흐흐… 경배해라…….’

사실상 소울퀸즈 딱 하나 성공시킨 주제에 어깨에 뽕이 과하게 들어간 강전기였다.

“그런데 작곡가님! 저 질문 있어요. 작곡가님은 왜 연예인 안 하세요?”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 외모로 어째서 작곡가를 하나 싶어서요.”

김인하가 눈웃음을 살살 치면서 강전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도 강전기의 패왕 색기에 반응한 것일까? 평소 주위에서 절대로 보기 힘든 존잘러인 강전기는 숨만 쉬어도 여자가 꼬였다. 최근에 패션 감각이 나날이 좋아지며 학교나 길거리에서 모르는 여자들의 대시가 상당히 많아졌다.

‘후… 이놈의 존잘 인생…….’

김인하는 어렵게 구한 1호 연습생인데 키워야지 따먹어야 할 대상이 아닌지라 이쯤에서 끊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런 쓸데없는 질문은 그만하고 얼른 데뷔할 생각을 해야지.”

“네에…….”

강전기의 차가운 대답에 인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부우웅… 부우웅…

“어? 작곡가님, 전화 왔어요.”

‘응? 수아잖아? 웬일이지?’

“여보세요? 수아냐?”

―그래, 나다. 뭐 하냐?

“나 지금 일하고 있지. 넌 스케줄 없냐?”

―킥킥… 네가 무슨 일을 해? 우린 그룹 활동 마치고 며칠 쉬기로 했어. 멤버들 개개인 스케줄 잡힌 것만 할 거 같아.

“그렇구나… 그런데 어쩐 일로?”

―가족들하고는 내일 대만으로 놀러 가기로 했거든. 오늘 하루가 비는데 놀 친구가 없네.

“지금 벌써 오후 네 시 다 됐는데 오전엔 뭐 하고 지금 연락하는데?”

―오랜만에 늦잠 자고 뒹굴뒹굴했지.

“그래서 얼굴이라도 좀 보자고?”

―응, 맞아. 내가 주소 찍어줄 테니까 거기로 와라. 저녁 먹자.

“오케이…….”

강전기가 전화를 끊고 김인하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연습 좀 더 하다가 들어가. 내가 약속이 생겼네!”

“혹시 데이트예요?”

“데이트는 무슨… 그냥 동네 친구야.”

* * *

강전기는 수아가 찍어준 다인기획 근처 중식당인 정선루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그는 직원에게 봉황실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문을 열자마자 안에 있던 수아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야! 강전기… 뭔 옷을 그렇게 차려입고 다니냐? 대학생 주제에…….”

“차려입긴… 항상 이 정도로 하고 다녀. 요즘 패션에 눈을 좀 떠서…….”

사실은 황아영이 다 알려준 코디였다. 의외로 황아영이 남자 옷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

“그래, 너 예전부터 옷 잘 입고 다녔었지.”

수아는 털털한 성격답게 그냥 편한 복장이었다. 몸에 약간 붙는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에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오우야… 미친… 쟤는 저렇게만 입어도 왜 이렇게 섹시하지? 역시 섹시 1대장 그룹의 리더답다.’

“너 이렇게 남자 만나고 돌아다녀도 되냐? 스캔들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네가 남자냐? 방송에 그렇게 나왔는데 해명하면 되지. 우리 자매 사이잖아. 내가 네 언니고… 히히…….”

“아, 맞다. 너 왜 그런 사진 SNS에 올렸어. 친구 놈이 너 좀 만나게 해달라고 요즘 옆에서 들들 볶는데 죽겠다.”

“나도 방송 이슈 한번 돼보려고 올렸다. 안 되냐?”

“이미 다 올려놓고 뭐래…….”

종업원이 들어와서 주문을 받아 갔다.

“전기야, 언니가 코스 요리 시켰다. 그리고 여긴 맘 놔도 돼. 우리 회사 공식 식당이야. 방도 따로 있고 해서 좋지. 여기 사장님이 우리 회사 대표님 친척분이셔. 종업원들도 다 이모님들이시고 음식도 진짜 맛있어.”

“흐음… 그렇구나…….”

드디어 음식이 나오고 중화요리를 먹으며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수아가 강전기가 나온 방송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며 한참 동안 그 이야기를 길게 했다.

“하여간 강소라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어. 큰누나는 병원에 휴가까지 냈다니까?”

“큰언니는 아직도 그대로더라. 안 본 지 한참 됐는데 어우… 진짜 예쁘긴 예뻐. 나 큰언니 싫어하는 거 알지? 옆에 서면 그냥 오징어, 쭈구리 돼서… 하하…….”

“큰누나 옆에 있으면 다 그렇게 돼.”

“네가 큰누나랑 닮았잖아. SSJ에서 네 별명이 비율 학살자였던가? 지금은 키가 더 커서 완전 넘사벽 됐어.”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수아였다. 진짜로 강전기를 이성으로 여기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진짜 지가 언니라고 생각하는 건가?’

“전기야, 이거 먹어봐. 진짜 신선하고 맛있어. 어때? 맛있지?”

그녀가 방금 나온 칠리새우를 하나 집어서 권했다. 그 새우를 입에 넣은 강전기가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요즘 학교는 잘 다니고 있니? 또 여자 꼬신다고 클럽 다니고 그러는 거 아니지?”

강전기가 속으로 뜨끔했지만 태연하게 사실을 이야기했다.

“클럽은 무슨… 학교 잘 다니고 있어. 수업도 꼬박꼬박 들어가고 동아리도 자주 놀러 가고 그래. 그리고 요즘 작곡도 하고…….”

“작곡? 아 맞다… 너 SSJ 나가고 작곡한다고 한창 깝쳤잖아. 푸핫…….”

“깝치다니! 말이 심하네.”

“오우, 쏴리…… 좀 들려달라니까 죽어도 안 들려준 게 누군데…….”

“그거야 그때는 햇병아리 시절이라 그랬지. 어디 들려줘 봐야 욕만 먹는 수준이었어.”

“어째 지금은 겁나 잘하는 것처럼 말하냐?”

자꾸 자기를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에 강전기가 약간 짜증 났다.

“요즘은 물이 올랐지. 너 소울퀸즈 최근 노래 들어봤냐?”

“그거 요즘 핫하잖아. 소울퀸즈가 불러서 그렇지, 다른 인기 그룹이 불렀으면 완전 대박 났을걸?”

역시나 업계 종사자답게 냉정하게 평가한 수아였다.

“혹시 그거 작곡 팀에 너도 들어간 거야? 일렉케이인가 뭔가가 작곡했던데? 그거 작곡 팀 아냐?”

“아니… 그게 내 예명이야.”

“응? 뭐라고? 일렉케이가 너라고? 팀명이 아니라?”

끄덕끄덕.

“막내 누나 소개로 리부트 엔터 전속 작곡가 계약을 했거든.”

“에에에? 진짜?”

수아가 밥 먹다 말고 테이블을 치며 벌떡 일어났다. 위에 걸치고 있던 트레이닝복 저지가 땅바닥에 떨어지며 몸에 달라붙는 나시 티를 입은 그녀의 가슴선이 드러났다.

‘오우야…….’

“아… 뭘 그리 놀라고 그래.”

“혹시 케이 라임 노래도 네가 작곡한 거 맞아?”

“어? 어떻게 그거까지 알고 있니?”

“그 괴물 신인이 너였어? 우리 회사에서는 팀이라고 추측하던데…….”

아무래도 일렉케이가 업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케이 라임의 곡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할 대박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미쳤네, 미쳤어… 강전기가 일렉케이라니……. 어? 생각해 보니 그거 네 이름이네?”

“이제 알았냐?”

“야! 이 자식아. 그런 곡이 있으면 언니한테 먼저 들려줬어야지… 왜 거기로 갔어? 미치겠네.”

“왜 그렇게 열 내냐… 너희는 내가 곡 안 줘도 잘나가잖아.”

“어우… 말을 말자. 진짜 내가 짜증 나서…….”

수아가 답답한지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최근 블루비의 음원 성적은 개판이었다. 기존에 곡을 주던 작곡 팀이 아니라 다인기획 자체 전속 작곡 팀에서 가져온 곡을 선택해서 일어난 참사였다. 아무래도 지금껏 쌓아온 이미지가 있으니 1.5군에 머물러 있는 거지 순전히 음원 성적만 놓고 본다면 낙제였다.

“왜? 초반이라 그런 거 아냐? 아직 전속 팀이 자리를 못 잡을 수도 있잖아?”

“됐어. 가망 없다. 대표님 아들내미가 작곡가 한답시고 나대는데 짜증 나 죽겠어. 은근히 멤버들한테 치근덕대기도 하고 완전 개밉상이야.”

“대표 아들?”

“어, 미국 줄리아드인가? 작곡 전공했다던데 내가 보기엔 예전 작곡가가 걔보다 훨씬 나아. 대표님이 병원에 입원했거든. 몸이 안 좋으신가 봐. 그래서 요즘은 아들이 대신 경영하고 있는데 우리 말을 안 듣네. 예전에는 그래도 듣는 시늉이라도 했었는데… 정나미 떨어진다, 진짜로…….”

‘음… 줄리아드라면 세계 최고 아냐?’

“그러다 하나 터질 수도 있잖아.”

“앓느니 죽지.”

수아가 상당히 열 받는지 모자도 벗고 손을 부채처럼 펄럭이며 얼굴을 식히고 있었다.

“진정해라. 회사에서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겠지.”

“시간이 아깝잖아. 슬슬 신인들 치고 올라오는데… 전기야, 그런데 혹시 만들어놓은 곡 없니?”

“곡이야 많지.”

“진짜……?!”

“어, 만들어놓은 거 하나 들려주랴?”

어차피 리부트 엔터 걸그룹은 멤버도 달랑 한 명이라 언제쯤이나 데뷔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말이야 6개월 내로 준비하자고 하는데 그것도 좋은 멤버들을 모은다는 전제였다. 그리고 이미 만들어놓은 수준의 곡들은 언제든지 뚝딱 뽑아낼 수 있었으니까. 그 정도로 여유가 있는 강전기였다.

“얼른 들려줘 봐.”

곡이 있다고 했더니 몸이 달아 재촉하는 수아였다.

강전기는 사운드 클라우드 앱을 실행시키고 블루비를 떠올리고 만든 블루지한 느낌의 EDM 곡을 실행했다.

무선 이어폰으로 곡을 듣고 있던 수아가 입을 다물고 집중하고 있었다.

‘말을 안 하고 있으니 꽤 귀엽네.’

4분가량의 노래가 끝났다. 수아가 무선 이어폰을 빼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왜 그래? 별로야?”

수아가 강전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다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나름 독특한 사운드와 중독성 있는 비트, 후렴구로 블루비만의 어른스럽고 끈적한 느낌을 잘 표현한 곡이었는데 맘에 안 드는 걸까?

“전기야, 솔직히 말해봐. 너 내가 아는 강전기 맞니? 네가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 수 있어?”

그가 수아의 말에 도둑이 제 발 저리듯 가슴이 뜨끔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

“후… 무슨 소리긴… 이 곡 진짜로 좋다.”

“응?”

“정말 우리한테 딱이라고!! 느낌이 팍하고 왔어. 좋았어… 이번에 이걸로 1위 한다.”

수아가 엄청나게 흥분했는지 1위를 호언장담했다.

“…….”

“와… 노래가 귀에 팍팍 꽂히네. 너 요즘 무슨 모차르트로 빙의했니? 만드는 곡마다 퀄리티 뭐야…….”

수아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미래에는 인공 지능이 만든 소설을 읽고 음악들을 듣게 될 거라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거의 인공 지능에 필적할 능력을 보유한 강전기였다. 물론 지금은 일부 기능(섹스 토이 스킬 및 빠른 연산)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고 본인 스스로도 여자 만나고(?) 곡 만들고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조차 없는 상태였다.

“좋으면 가져가서 쓰든지…….”

강전기가 무슨 안 쓰는 물건 빌려주는 듯한 어투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수아의 표정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어머… 그래도 돼? 너 리부트 엔터 전속이라며?”

“거긴 노래를 줄 가수도 아직 없어. 소울퀸즈한테 줄 수도 없는 곡이고…….”

“하긴 그렇지. 오호호… 큰일이네. 이거 빨리 멤버들한테 노래를 들려줘야겠는데? 이럴 게 아니라 일단 우리 숙소로 좀 가자. 몇 명은 집에 갔을 수도 있는데 아직 애들이 있을 거야.”

“응? 내가 거길 왜 가? 거기 가도 되는 곳이었어?”

“야… 이 곡을 들이밀려면 계획을 짜야지. 어차피 오늘부터 휴가라 매니저 언니도 집에 갔어.”

“그래?”

가슴이 쿵덕쿵덕 뛰기 시작했다. 섹시 1티어 그룹의 숙소라… 이른바 금남의 장소! 강전기의 입꼬리가 피식피식 마구 올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그였다.

7인조 블루비(Bul-Ruby) 중 세 명은 평소에도 강전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이화, 수아, 리나 3인방이었다.

걸그룹 최강 CF 퀸 이화 22세

섹시 리더 수아 (소꿉친구로 제외) 23세

아재들의 1티어 육덕 리나 21세

과연 오늘 그들의 숙소에서 그 세 명을 다 볼 수 있을 것인지…….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강전기의 머릿속에는 꽃향기로 샤방샤방한 블루비의 숙소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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