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52화 (5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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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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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연습생

“그러니까 인하 씨, 더블케이 엔터에서 4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고 ‘네임드로즈’의 최종 데뷔 조에서 탈락했다 이 말입니까?”

“네, 막판에 저 대신 신디가 들어갔어요.”

“아아… 어쩐지… 딱 봐도 각이 다르더라.”

네임드로즈.

더블K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글로벌 5인조 걸그룹으로 돈은 마이하트에 비해 반도 못 벌지만 서구권에서 인지도만큼은 상당한 우위를 가지고 있는 그룹이었다. 어떻게 보면 글로벌 인지도 1위의 걸그룹이라 할 만했다. 힙합 베이스의 음악을 하며 걸크러시 쪽에서는 압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최종에서 아깝게 떨어졌다, 라.

‘진짠가? 그런 애가 여기는 왜 나왔지?’

강전기가 이정수 대표를 불러 맞는지 확인해 보라고 했다.

‘알았어. 형석이한테 전화 한번 해볼게.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봐.’

이정수가 강전기의 귀에 대고 안 들리게 속삭였다.

피디가 나갔지만, 카메라는 계속 돌고 있는 상태였다. 강전기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이런 질문 하기가 좀 잔인하긴 한데 왜 신디한테 밀렸나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다시 터질 것 같았지만, 꾹 참고 강전기의 질문에 대답하는 인하였다.

“「걸즈 스쿨」에서는 한 번도 안 나오긴 했는데요. 제 특기가 랩이에요. 여기서도 하긴 했는데 나중에 보니 편집됐더라고요.”

당시 김인하는 소규모 장기자랑에서 엄청난 랩 실력을 보여주었으나 PD에게 편집당하고 말았다. 만들고자 하는 그룹의 취지와 많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래퍼 포지션… 그리고 신디라면 이해가 가는군.’

네임드로즈에서 일인자라고 불리는 게 바로 신디였다. 주로 랩을 담당하는 해외 교포 출신 멤버였다.

강전기가 김인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이정수 대표가 통화를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왔다. 강전기는 아직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는 그녀를 진정시키고자 했다.

“인하 씨, 잠시만… 여기 앉아계실래요?”

이정수 대표가 강전기를 구석으로 불렀다.

“어떻게 됐어요? 통화하셨어요?”

“어, 더블케이 출신 맞더라. 형석이가 걔는 꼭 잡으라고 하네. 애가 성실하고 빠지는 구석이 없다네.”

“그런데 왜 네임드로즈에서 탈락했대요? 그렇게 괜찮다면서?”

“그게… 원래 최종 데뷔 멤버에 포함됐다가 내부에서 신디하고 이미지가 너무 겹친다고 저울질하다가 막판에 떨궜다더라. 신디랑 같이 랩 포지션이고 외모도 비슷하고…….”

“아니, 그렇게 비슷한데 왜 쟤만 떨어져요? 신디는 들어가고?”

“신디가 미국 교포잖아.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니까. 딱 그걸로 결판났나 봐. 네임드로즈가 애초부터 글로벌 걸그룹을 표방하고 나왔잖냐. 외모는 쟤가 조금 더 나은데 랩이랑 언어가 되니까 그렇게 된 거라고 하네!”

“그렇군요.”

대화를 마친 이정수와 강전기가 다시 김인하에게 다가가 재차 질문하기 시작했다.

“인하 씨, 「걸즈 스쿨」은 왜 나오신 거예요?”

“그게… 제가 네임즈로즈 최종에서 탈락하고 멘탈이 나가서 회사도 나가다 말다 하다가 일 년도 안 돼서 그만뒀어요. 집에서 우울증 걸린 것처럼 멍하게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평소에 흥미를 느끼고 있던 작곡을 배우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는 도중이었거든요. 어차피 학교는 진즉에 중퇴했고요. 그런데 보다 못한 동생이 저 몰래 여기에 원서를 대신 넣었더라고요.”

‘그렇게 된 거구먼. 동생도 무슨 프로그램인지 좀 파악하고 넣지. 프로그램 취지하고 안 어울리는데. 걸크러시 스타일이면 모를까? 한데 실물로 보니까 의외로 그렇게 센 인상은 아닌데?’

“그런데 솔직히 우습게 봤던 여기서도 데뷔 조에 못 들어가니 암울하더라고요. 데뷔는 실력순이 아닌가 봐요. 흑…….”

예쁘고 실력 있는 인재들이 얼마나 사라져 갔는가? 솔직히 개개인의 능력이나 외모로는 현 최강 걸그룹 마이하트조차 발라버리는 애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다 성공하느냐? 그건 아니다. 뭐, 나중에 시집은 잘 갈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이 운이라는 것도 사람의 운명을 크게 좌우한다. 하지만 김인하는 오늘 그 운을 만났다. 바로 떠오르는 천재 작곡가 일렉케이를 만난 것이다. 비록 18세에 신디라는 고비를 만났지만, 드디어 운명의 귀인을 만난 것이다. 물론 연습생이 아무도 없고 하꼬 중의 하꼬인 리부트 엔터라는 약점은 어쩔 수 없었다.

‘전기야, 계약하자. 실력이야 뭐 가르칠 것도 없네. 즉시 전력감이다.’

이정수 대표가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얘를 베이스로 그룹을 만들면 되겠네. 춤, 노래, 외모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

이정수가 강하게 권했지만 약간 주저하는 전기였다.

‘김인하가 들어오면 내가 구상하고 있는 그룹의 노선을 좀 바꿔야 한다. 흠… 아무래도 마이하트와 네임드로즈의 중간 형태로 맞춰야 하나?’

사랑스러운 발랄함과 걸크러시의 중간 형태라……. 강전기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그룹을 구상했다.

“인하 씨, 저희 리부트 엔터가 걸그룹을 만들려고 하는데 혹시 들어오실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물론 저희가 소속 연습생이 한 명도 없고… 또 최근 걸그룹을 제작한 경험이 전혀 없는…….”

“할게요!”

말도 안 끝났는데… 김인하를 보니 뭔가 의욕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물기가 고인 눈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초롱초롱 빛났다.

‘으응? 말도 다 안 끝냈는데?’

강전기와 이정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봤다.

“자… 좋습니다. 내일 강남에 있는 우리 사무실로 오시면 됩니다. 거기서 계약을 하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일 꼭 찾아뵐게요!!”

“어억후… 힘이 넘치시네.”

그렇게 멘탈을 다시 잡은 것 같은 김인하가 미소를 지으며 대기실을 떠나갔다.

“전기야, 실제로 보니까 진짜 애가 괜찮은 것 같다. 명색이 저런 애가 팀에 딱 버티고 중심을 잡아줘야 하지. 더구나 얼굴 되는 래퍼라니… 진짜 희귀한 클래스야.”

“그러게요. 뭔가 선한 느낌이 드는 얘네요. 텐션도 좋고…….”

“너도 좀 멘탈 회복한 것 같다? 아까 발표할 때 소리 지르고 절망하더니만?”

‘그야 당연하지, 이 양반아. 최애 캐 네 명이 싹 다 합격을 해버리는데 멘탈 안 터지느냐고?’

“머릿속으로 구상하던 게 있어서 그랬어요.”

“전기야, 사람들이 보고 듣는 게 다 비슷해요. 네 눈에 괜찮으면 다른 사람 눈에도 그런 거야. 난 오히려 왜 김인하 같은 애가 저렇게 남았는지 그게 의외다. 내가 보기엔 시청자층과 기획 의도가 천운으로 남겨준 인재라고……. 알겠냐?”

“예, 알았습니다. 저도 제 맘처럼 안 될 거라는 거 알고 있었습니다. 그냥 의욕에 차서 욕심 부린 거죠.”

“일단은 한 명은 구한 것 같은데 다른 욕심 나는 애 없어?”

“예, 관심 있는 애들이 싹 다 데뷔 조에 들어갔어요.”

“그럼 이만 가자. 난 PD 놈이랑 이야기 좀 하고 갈게.”

강전기가 먼저 대기실을 나가 체육관 밖으로 빠져나왔다. 방송이 끝난 후 아직도 돌아가지 않고 있는 팬들이 체육관 주변을 서성대고 있었다.

“야… 진짜 대박 아니냐? 레몬캔디 완전 베스트 멤버로 구성됐다.”

“난 정우리 안 될까 봐 진짜 걱정했는데 진짜 다행이다. 하마터면 걸그룹이 메인보컬 없이 갈 뻔했어.”

“그러게. 아무리 비주얼 그룹이지만 메보는 있어야지.”

“앞으로 덕질하기 좋겠다. KM에서 무지하게 홍보해 줄 거 아냐. 프로그램에도 팍팍 꽂아주고…….”

“근데 아마 좀 더 연습하고 나올 거 같아. 캐릭터로는 기존 그룹 싹 다 발라버리지만 애들 수준이 다른 그룹이랑 비비기엔…….”

삼삼오오 모여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레몬캔디로 뽑힌 멤버들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흐음… 왠지 얘네들 뜰 것 같은데? KM 미디어 자회사인 다이아 엔터에서 계약하고 데뷔시킨다고 했지? 이런 미친 기획을 한 거 보면 바뀐 경영진 중에 제대로 된 놈이 있을 확률이 높아.’

강전기 근처에 있는 덕후들이 전봇대 같은 그를 보고 슬슬 자리를 피했다. 다른 남자들은 다 오징어, 찐따로 만들어버리는 말 그대로 색기 갑 비율 학살자였다.

PD와 이야기를 끝낸 이정수의 밴이 강전기를 싣고 주차장을 떠났다.

다음 날이 되어 김인하가 리부트 엔터에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깔끔하게 차려입은 김인하가 45도로 꾸벅 인사했다.

‘어우… 무대 의상 아닌데도 진짜 빛이 나는구나. 괜히 3대 기획사에서 공들인 게 아니야. 포텐이 엄청나다. 신디에게 밀렸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녀에게 밀리지 않을 애가 몇 명이나 있을까?’

문을 열고 들어온 김인하를 보고 강전기가 상념에 사로잡혔다.

“아차… 어서 와요. 밖에 비도 오는데 오느라 고생했네요.”

이정수 대표는 방송 일정 때문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강전기가 대신 프로젝트 책임자로 계약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표준 계약서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한번 읽어보세요. 아마 예전 소속사와 큰 차이는 없을 거예요. 표준 계약서입니다.”

“저… 계약할게요.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시면요.”

그녀가 계약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손으로 계약서를 짚더니 강전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뭐죠?”

“저 작곡가님께 작곡을 배우고 싶어요.”

‘응? 갑자기?’

“에… 가르쳐드리는 건 어렵지 않은데 저도 이쪽에서는 신인이라…….”

“아뇨, 전 알 수 있어요. 작… 작곡가님에게는 X재의 냄새가 나요.”

“에엣? 아재 냄새요?”

“아… 아뇨, 아재라뇨? 그게 아니고 천재요, 천재!”

작은 목소리라 천재를 아재로 잘못 알아들은 강전기였다. 그야말로 도둑이 제 발 저린 셈.

‘어우, 식겁했네. 아재라고 하길래 무슨 귀신이라도 들린 줄 알았다.’

“고맙긴 한데요. 아직 많이 부족해요.”

“저 케이 라임 님 노래도 들어봤어요. 그 노래 듣고 정말 충격받았어요. 작곡 공부하고 있는데 진짜 의욕이 꺾이더라고요. 전 이런 수준의 명곡을 만들 수나 있을지…….”

“어우…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저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 아닌데…….”

강전기도 사람인지라 자기를 칭찬해 주는 사람에게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 노래를 음악적으로 분석할 정도라면 나름대로 작곡 공부를 한 거라고 생각됐다.

그만큼 그 노래는 음악적 완성도가 엄청난 곡이었다. 처음에는 강전기 본인이 쓴 곡이 맞는지 자신조차 믿지 못했으니까.

“뭐, 가르치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근데 일단 인하 씨는 걸그룹 데뷔가 첫 번째 목표라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네, 명심할게요. 작곡가님은 제 곡 좀 가끔 봐주시면 돼요.”

“그래요. 그러죠. 그럼 회사 한번 구경할까요?”

김인하가 안내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오면서 겉옷을 벗은 상태라 몸매가 자동으로 스캔되었다. 매의 눈이 키와 쓰리 사이즈를 단번에 파악했다.

‘흠… 키는 168~170센티 사이에 몸무게는 한 50kg 초반… 가슴은 꽉 찬 A컵에 허리가 얇고 다리가 긴 모델 기럭지의 소유자. 언뜻 보면 동아리의 이다미가 떠오르는 몸매야. 얼굴은 색기가 줄줄 흐르는 다미와 다르게 세련되게 생겼어. 저기다 화장을 세게 하면 그대로 걸크러시가 되지만 투명 메이크업을 하면 차도녀쯤으로 약해질 거 같은데? 웃으면 약간 귀여운 거 같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키워야 할 연습생을 분석해 버리고 말았다. 강전기는 머릿속에 떠오른 잡생각을 얼른 지웠다.

‘하여간 이 미친놈. 이제는 네가 책임지고 프로듀싱해야 할 애들이야. 정신 차려! 강전기!’

짝!

별안간 강전기가 자신의 뺨을 후려갈겼다.

“어? 왜 그러세요?”

“아녜요. 뺨에 파리가 붙는 거 같아서…….”

“아… 하하하…….”

“여기가 연습실이에요. 잘 안 쓰는데 마음껏 쓰시면 돼요. 음… 청소 좀 해야겠네. 짐도 좀 다른 곳으로 옮기고…….”

노래 연습실은 사용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춤 연습실은 소울걸즈 말고는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청소 상태가 불량했다. 강전기는 더러운 연습실을 보며 민망한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연습실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우리 회사엔 연습생이 저 말고 없나요?”

“네… 솔직히 최소한 서너 명은 더 구해야 합니다. 혹시 주변에 노는 괜찮은 연습생이라도?”

“글쎄요… 없을걸요. 네임드로즈 데뷔 조 떨어지고 나간 애들이 몇 명 있긴 한데 다들 다른 소속사 찾아갔어요.”

“그렇군요.”

‘어떻게 구해야 할지 막막하군. 막상 초보자 오디션을 보자니 우리 회사 규모를 뻔히 아는데 좋은 애들이 온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야. 여기저기 떨어진 애들만 올 거야.’

하지만 강전기의 고민과 다르게 두 번째 연습생을 만나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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