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66화 (6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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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잠시 티타임 갖겠습니다. ㅎㅎ

우리마을 예체능

초반은 탐색전으로 펼쳐졌다. 미드필더 진영의 힘 싸움으로 중앙에서 볼을 뺏고 뺏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초반에 실력을 드러낸 이는 다름 아닌 박민호였다. 그는 중앙 미드필더로 공을 매끄럽게 이정수에게 연결했다. 감각적인 스루패스까지 선보이며 날카로운 공격을 주도했다.

객원 해설이 침을 튀기며 박민호의 플레이를 칭찬했다.

“신인 보이그룹 J-TEAM의 박민호 군, 상당한 실력자군요. 중원 장악력이 굉장합니다.”

“그렇습니다. 조금 전 나왔던 스루패스는 정말로 깔끔했습니다. 마치 중원의 마에스트로 요한 크루이프를 보는 듯했어요. 이광현 선수가 각도를 잘 좁히고 황호동 골키퍼가 잘 막아서 그렇지 거의 골로 연결될 뻔했던 장면이었습니다.”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인가요?”

객원 해설진이 농담 섞인 과장된 해설을 해가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박민호 선수, 정말 기대되는 인재입니다. 자… 계속되는 홍팀의 공격입니다. 미드필드 진영은 홍팀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강전기는 속으로 깜짝 놀라고 있었다.

‘저 녀석… 꽤 하잖아? 공이 이쪽으로 전혀 안 오네.’

사실 박민호는 고등학교 때 청소년 대표 출신 유망주였다. 중간에 노선을 바꿔서 연예계로 들어오게 되었지만, 한때 프리미어리그 선수를 꿈꾸던 소년이었다. 청소년 대표로 뽑히고 유럽 선수들과 친선 경기를 하고 자기는 절대 축구 선수로 대성할 수 없단 사실을 일찍 깨닫고 진로를 바꾸게 된 것이다.

“아… 박민호 선수, 다시 한번 날카로운 패스가 나왔습니다.”

“오… 정말 무서운데요? 앗! 지금 스태프가 긴급 정보를 건네주었습니다. 박민호 선수가 고등학교 때까지 청소년 대표로 뽑힐 정도의 실력자라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보가 늦었습니다. 이광현 선수만 신경 쓰다가 대어를 놓칠 뻔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해설진들이 모두 일어나더니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과장된 사죄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삐빅―

심판의 휘슬이 울리고 박민호가 그라운드에 넘어졌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아… 반칙입니다. 김수곤 선수, 치졸하게 손을 썼어요.”

“프로에서 심판을 보시는 분입니다. 저런 어설픈 반칙이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심하게 넘어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박민호 선수, 다시 공을 돌리는군요.”

“지금 청팀은 박민호 선수를 막지 못한다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리한 반칙까지 나오는 것이지요.”

한편, 수비 지역에 짱박혀 있는 이광현은 속에서 열불이 나는 것 같았다. 여기에선 무조건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데 웬 듣보잡 남자 아이돌 하나가 튀어나와서 이슈 몰이를 하고 있었다.

‘이 씨X, 왜 나만 여기에 처박혀 있어야 해? 몸이 근질근질해서 도저히 못 참겠네. 이거야, 원…….’

마음 같아서는 미드필더를 뚫고 수비수까지 제친 뒤 골 맛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전반전은 꼼짝없이 수비 지역에 박혀서 공이나 막아야 하는 처지였다.

사실 프로 시절 자신의 약점이 수비 가담이었다. 그 정도로 수비에 관심도 없고 능력도 떨어지는 이광현이었다. 유럽의 2부 리그에도 진출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아… 오늘 체면 구기네. 천하의 이광현이가 이게 무슨 굴욕이란 말인가.’

다시 박민호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정수가 페널티 박스 근처로 침투했다.

그 순간 이광현이 번개처럼 몸을 밀고 들어가 공을 탈취했다. 그는 원맨쇼를 계획하고 있었다. 상대 페널티 박스까지 드리블할 라인이 눈에 쫙 보이기 시작했다.

툭툭.

축구공이 거의 발에 달라붙은 것같이 드리블하면서 하프 라인까지 치고 나가는 이광현이었다. 주력이 워낙 빨라 미드필드 진영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미드필더 진영에 있던 두 명의 선수를 보디페인팅만으로 가볍게 제치고 순식간에 상대방 수비 진영까지 몰고 들어갔다.

“어어어… 이광현 선수, 압도적인 드리블과 개인기로 거의 60m를 주파하고 있습니다.”

“홍팀의 위기입니다. 이제 수비 라인 세 명뿐입니다. 3 대 1 상황!”

옆으로 따라붙는 왼쪽 풀백이 보였다. 곁눈질로 힐끗 앞을 본 이광현이 어떤 식으로 플레이할지 마음을 굳혔다.

‘흐흐… 이 수비수만 벗겨내면 거의 앞은 무인지경이다.’

그는 메시의 전매특허인 라 크로케타(팬텀 드리블)를 써서 왼쪽에서 따라붙는 풀백을 순식간에 따돌렸다.

“아아! 엄청난 기술이 나왔습니다, 이광현!”

‘크크… 이런 건 아마추어 상대로 껌이지. 이제 골이다.’

그 결정적인 순간, 그의 옆으로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순식간에 몸을 밀고 들어왔다.

우당탕탕!

그 남자에게 밀린 이광현은 그라운드 위를 꼴사납게 구르고 말았다. 두 바퀴를 구른 뒤 정신을 차린 이광현이 이거 파울 아니냐며 심판을 보면서 두 팔을 크게 벌렸다.

“헤이… What the…….”

근처에 있던 심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칙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말도 안 돼…….”

이광현이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떨궜다.

“와, 지금 저희가 뭘 봤나요. 한 위원님, 지금 보셨나요?”

“네, 지금 강전기 선수가 중앙에서 엄청난 주력으로 순식간에 왼쪽으로 이동하더니 이광현 선수를 어깨 싸움으로 밀어버리고 공을 탈취했습니다. 자, 여길 보시죠.”

“성큼성큼 긴 다리로 이동하는 것 보세요. 전 무슨 리버풀의 반다이크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저 거구에서 나오는 파워로 이광현 선수를 그냥 밀어버리죠? 카메라로 봐도 손은 전혀 쓰지 않았고 순수하게 상체 경합으로만 볼을 빼낸 것입니다.”

“와… 피지컬이 무슨… 하하하… 툭, 하고 치니 데구루루… 으음… 이건 정정하겠습니다. 상대는 프로 출신 이광현 선수인데요. 이광현 선수도 몸싸움 강하기로 유명한 선수 아니겠습니까?”

“강전기 선수 누군가요. 지금 화면으로 보면 무슨 유럽 선수 같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긴 하체 좀 보세요. 아주 날카롭게 공을 건드려서 빼냅니다.”

“지금 스태프들이 건네준 정보에 따르면 강전기 선수는 이정수 씨가 급히 데려온 회사의 작곡가라고 하네요. 축구 경력은 전무하고 군대스리가(군대 축구)에서 수비를 봤다고 합니다.”

“거참… 대한민국 군대스리가의 저력이 진짜 무섭네요.”

“하하하핫…….”

“저는 지금 강전기 선수의 주력을 측정해 보고 싶습니다. 진짜 빨랐어요.”

해설진들이 괴이한 장면을 보고 아주 신나서 난리가 났다. 박민호조차 놀란 얼굴을 하고 강전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저 스피드는? 무슨 스프린터야? 그냥 성큼성큼 뛰어서 그냥 전 프로를 냅다 밀어버리다니…….’

강전기는 입맛을 다시면서 후원으로 나온 스포츠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뭐야? 전 프로라더니? 실력 다 죽었네. 그동안 운동 안 했나?’

갑자기 이정수가 다가오더니 전기의 등판을 짝하고 때렸다.

“으악… 뭐예요, 형… 아프잖아요.”

“야… 너 뭐냐? 혹시 어릴 때 축구 했냐? 움직임 뭐야?”

“축구는 무슨 축구요. 전 작곡이 취미라니까요.”

“허… 이 새끼… 이거 물건이네. 그냥 유전자발이라는 거 아냐?”

“형님, 새끼라뇨… 말이 좀…….”

“크흠… 쏘리… 내가 너무 흥분했나 봐. 어쨌거나 진짜 잘했다고…….”

박민호까지 와서 말을 걸었다.

“형… 나이스!! 어디서 축구 하셨어요?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신데요?”

“군대에서 조금…….”

“헐,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렇게 움직여요.”

“진짜야… 축구라곤 그때밖에 안 해봤어.”

“허, 참… 이거 본인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안 믿을 수도 없고……. 어쨌건 공 빼앗으면 저한테 바로 패스 좀 해주세요. 제가 이정수 작곡가님께 바로 연결할 테니…….”

“오키!”

경기가 재개되었다. 청팀은 이제 홍팀이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트라이커, 미드필더, 수비수까지 탄탄한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경기가 재개됩니다. 의외로 홍팀 선수들이 좋은데요? 공격부터 수비까지 라인업이 아주 잘 짜여있습니다.”

“네, 지금 상당히 의외의 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6 대 4 정도로 홍팀의 점유율이 높습니다.”

“아주 아주 좋고요…….”

그 장면을 보고 특별 편성을 준비한 김 PD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이걸 어떻게 편집해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광현이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맥없이 떼구르르 구르는 장면은 완벽하게 굴욕적인 이슈가 될 확률이 높았으니까…….

“군대스리가 출신 강전기라… 흐음… 이거 대박인데?”

한편, 강전기는 이광현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었다. 마치 잡아먹으려는 듯 독수리 눈을 하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번 넘어졌다고 되게 쳐다보네. 짜증 나게… 아무튼 아까부터 맘에 안 드는 놈이야.’

이광현은 아직도 마치 눈싸움이라도 해보자는 듯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나 이광현이야. 서울 레드윙스의 테리우스라고! 어디서 듣보잡 같은 놈이… 두고 봐라. 넌 죽었다.’

‘어쭈… 은근히 별것도 아닌 거 같은데 까부네? 다시 한번 붙으면 아주 묵사발을 만들어줘야겠어.’

강전기도 그의 눈빛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의 시선을 받고 비릿하게 웃어줬다.

“어? 잠깐만요… 군대스리가 출신 강전기 선수가 지금 웃었어요! 웃었습니다!! 지금 이광현 선수를 도발하는 건가요?”

“둘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카메라에 강전기가 웃는 모습이 잡히자 해설진들이 다시금 열을 내고 떠들고 있었다.

그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강전기는 명백하게 비웃는 표정을 유지 중이었다. 사실 강전기의 외모는 웃지 않고 있으면 상당히 냉미남에 가까운 날카로운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로 비릿하게 비웃는 표정이 나오자 무슨 갱스터 무비의 잔인한 악당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잠시만요…….”

이정수가 손을 들었다.

“이광현 선수는 전반전에 수비만 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생각해 보니 이정수는 수비수에 포진하고 있었다. 스태프들이 이내 회의하더니 결론을 내렸다.

“공격을 시작한 게 자기 진영의 페널티 박스였고 거기서부터 원맨 드리블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도 공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광현 선수는 전반전에는 공격하시면 안 됩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제가 공격진에 서서 패스를 받은 것도 아니고 수비하다가 볼을 가로채고 몰고 가서 슛을 하려고 한 건데요……. 그리고 저기도 알게 모르게 선출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제한은 너무 압박이 큽니다.”

이광현이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

그의 항의에 제작진이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수비 라인에서 나가는 공격도 금지해야 하는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그때 J-TEAM의 박민호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까짓 거 그런 거 그냥 없이 가죠?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의 생각에 뒤에서 강전기가 수비를 받쳐주면 아무리 전 프로가 있다 하더라도 쉽게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오… 젊음의 패기! 바로 그거지! 피디님, 이거 상대방이 도발하는데 우리도 응수해 줘야겠는데예…….”

청팀의 주장 황호동이 사투리를 써가며 끼어들었다.

“홍팀 주장 정수 씨, 어떻게 하실래요? 제한 다 풀고 그냥 할까요?”

“흐음… 아무리 봐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밀리거나 그러지 않을 것 같긴 한데… 뭐, 그럽시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싸나이 그냥 가는 거지!”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그냥 정상적으로 가겠습니다. 이광현 씨는 아무 포지션에서나 뛰실 수 있습니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이광현의 표정이 그제야 풀어졌다.

‘후후후… 어디 두고 보자. 왜 괜히 프로인지 보여주마. 일반인들은 아무리 덤벼도 소용없다고…….’

국가 대표급 선수는 조기 축구회 수준에서는 양민 학살자가 되는 게 명백한 사실이었다. 국가 대표 레전드인 박재성이 조기 축구회에서 열 명을 농락한 일화는 유명했다. 반칙해서 다리를 부러트리지 않는 한 웬만해서는 막기가 불가능했다. 군대에서도 잘하는 선수는 과격한 태클로 막는 게 관례(?)였다. 물론 그러다 패싸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하지만 이광현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강전기는 절대로 일반인이 아니었다. 그는 2080년형 생체형 안드로이드인 리얼돌 섹스 토이로 현재 육체 레벨이 거의 인간계의 끝에 도달해 있는 상태였다.

강전기는 어제 혹시 몰라서 민첩까지 16으로 올려놓은 상태였으니 아무리 국가 대표 출신이라고 해도 그의 적수가 될 순 없었다. 혹시 은퇴 전 최상의 상태였다면 비슷하게 붙어볼 수 있었겠지만 6개월간 쉰 상태로는 절대 상대가 불가능했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이광현은 자신감에 가득 차 전방 공격수로 나서 볼을 뒤로 돌리기 시작했다.

“자자… 파이팅합시다. 아직 0 대 0입니다. 이제 제가 앞에서 공격할 테니 잘 보좌해 주십시오, 형님들…….”

‘좆같은 꺽다리 새끼! 넌 죽었다. 전 프로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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