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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다크 히어로 이기민의 등장!
선작, 댓글, 추천은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완전체와 데뷔 준비
이기민은 커튼을 걷고 입에 담배를 물었다. 담배 연기가 가슴 깊숙이 빨려 들어왔다.
“쓰으읍…….”
그는 담배를 피우며 베란다의 수영장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갑자기 한여름 씨가 보고 싶군.’
재벌가 아들이었지만 청소년 시절 잘생긴 형들의 외모에 위축되고 재벌 집 자식들 모임에서도 얼굴로 무시당하자 점점 여자를 멀리하게 된 이기민이었다.
그도 클래스가 있는지라 여자들이 나오는 가게에 갈 일이 자주 있었다.
하지만 그는 술을 따르는 여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게 될 뿐이었다. ‘이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이런 걸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그러한 유흥에서도 아무런 즐거운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이기민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경쟁이 싫어 일찌감치 경영권 싸움에서 한 발짝 물러선 상태였다.
이기민은 그냥 패닉룸 안에 틀어박혀 노는 게 편했다. 하지만 자신의 집에 우연히 찾아온 소울퀸즈의 한여름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한여름은 그에게 너무 사심 없이 잘해줬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순백의 도화지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그래서였을까? 그는 사적으로 지시를 내려 소울퀸즈의 음방을 컨택하게 했으며 각종 프로그램에도 쉽게 나갈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 어떻게 보면 소울퀸즈의 성공에는 이기민도 어느 정도 일조한 바가 컸다. 물론 한여름은 그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자신의 패닉룸 안에 숨겨져 있던 리얼돌이 입고 있던 수영복을 입은 한여름은 아주 아름다웠다. 더구나 옆에서 관찰해 본 결과 그녀가 평소에 하는 취미도 너무나 맘에 들었다. 게임 하기, 축구 보기, 드라이빙 등등…….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서 몰래 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한여름 앞에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디스플레이된 모니터에서 「이벤트는 필요 없어」의 뮤직비디오가 무한 재생되고 있었다.
“후후… 귀여웠어.”
‘흠… 그건 그렇고, 일렉케이가 레몬캔디의 곡을 써주면 좋을 텐데…….’
케이 라임의 곡을 만든 신성 일렉케이는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뭐, 손을 써서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1억 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대형 TV를 응시했다. 일곱 명의 소녀의 사진이 부드럽게 깜빡이고 있었다.
이기민이 제작한 「걸즈 스쿨」은 그야말로 그의 취미이자 유희인 셈이었다. 만수르가 축구단을 소유하듯 그는 걸그룹을 제작했다. 그것도 자신이 들고 있는 방송국을 이용하고 최고의 인재들을 이용한 전략을 써가면서 말이다. 멤버들도 철저히 본인의 취향으로 선별했고 콘셉트조차 머릿속으로 이미 정해진 상태였다.
자신의 지령을 받은 솜씨 좋은 PD는 신들린 편집으로 100% 맘에 드는 결과를 보여줬다. 그 PD에게는 승진과 더불어 독일 명차가 선물로 주어졌다.
어차피 남아도는 게 돈이었다. 그룹 경영권 싸움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뮤직넷과 다이아 엔터의 100%의 지분을 얻었고 나머지 자신의 몫으로 상속받은 통신, 중공업, 유통, 건설 등… 많은 그룹사의 주식을 형들에게 되팔았다.
그 당시 주식 시장이 비쌌던 때라 지분을 매각하고 얻은 차익이 어마어마해서 다이아 엔터 같은 회사는 수십 개를 굴려도 될 정도였다.
그 차익들은 미국의 초대형 기업들에 투자되어 투자 당시보다 거의 열 배가 늘어난 상황이었다. 국내에서 현금으로 따지면 자신과 견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수준이었다.
그에게 인생은 너무 쉬웠지만 여자 문제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타인의 감정을 너무 잘 이해하는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재벌 집 자식들처럼 개망나니처럼 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응?”
이기민은 주머니에서 사각거리는 이물체를 꺼냈다. 예전에 뮤직비디오 감독이 건네주었던 명함이었다.
‘걸그룹 24시간 직캠 방송이라… 후후후…….’
그는 담배를 다 태우고 책상으로 돌아가 아메리카 TV에 접속했다. 해당 방송국으로 들어가 보니 약 200명의 회원이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투명한케이엠 님이 방송에 참여하였습니다.]
이기민이 로그인을 하자 방장인 브랜뉴걸BJ가 말을 걸어왔다.
[브랜뉴걸BJ : 안녕하세요, 브랜뉴걸 방송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투명한케이엠 : 네, 안녕하세요.]
[브랜뉴걸BJ :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정회원-사랑사랑 님이 방송에 참여하였습니다.]
[정회원-사랑사랑 : 방장 형, 할룽…]
[브랜뉴걸BJ : 사랑이 왔니? 오늘은 어디 갔다 왔어?]
[정회원-사랑사랑 : 과천요. 키스마이걸 오늘 행사 있었잖아요.]
[브랜뉴걸BJ : 그래, 수고했다.]
[정회원-사랑사랑 : 오늘 윤정이 다시 검은색으로 염색했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브랜뉴걸BJ : 오… 역시 윤정이는 검은 머리지!]
[정회원-사랑사랑 : 맞죠! 맞죠!]
[투명한케이엠 : 윤정 씨 실제로 보니 정말 예쁘던데요.]
[정회원-사랑사랑 : 오늘 세린이가 저한테 손 흔들어줬어요.]
[브랜뉴걸BJ : 사랑이 오늘 좋았겠네…]
“응? 여기 무슨 고인 물 방인가? 친목질 뭐야? 내 말은 씹고 자기들끼리만 친하네?”
이기민은 왠지 모르게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
[브랜뉴걸BJ : 아… 윤정이 보고 싶다.]
[정회원-사랑사랑 : 형, 또 그 이야기예요? 친구 따라갔다가 윤정이랑 뮤직비디오 찍었다는……. 어우… 100번은 들었겠다, 진짜 ㅋㅋㅋ]
[브랜뉴걸BJ : 야… 네가 거기 없어서 그래. 진짜 현실인가 싶더라.]
[정회원-사랑사랑 : 어우… 못 말려.]
‘응? 브랜뉴걸BJ가 그때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감독인가 본데?’
추억을 만들어준 그를 위해 후원을 조금 해주려고 푼돈이지만 결제했다.
[투명한케이엠 님이 달풍선 1,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브랜뉴걸BJ : 으아아악… 투명한케이엠 님이 달풍선 1,000개!!]
[브랜뉴걸BJ : 으리앙라라아랑라ㅏㅇ라아아알ㄹ아악 케이엠 형님, 감사합니다. 나이스…?]
정말로 오랜만에 터진 천 개(10만 원) 달풍선이었다. 이런 직캠 방에서는 크게 터져야 100개 정도였으니까.
[브랜뉴걸BJ : 케이엠 형님, 뭐 보고 싶으신 거 있으신가요?]
역시 돈의 힘은 대단했다. 본 척 만 척하던 방장이 곧바로 저자세로 돌변했다.
[투명한케이엠 : 소울퀸즈 한여름요.]
[브랜뉴걸BJ : 오우… 오랜만에 신청이 들어왔군요. 소울퀸즈의 한여름 갑니다. 기분으로 연속 세 개 쏩니다.]
[투명한케이엠 : 감사합니다.]
이기민의 모니터에는 한여름 직캠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다 본 영상들이군.’
이기민도 한여름 덕후였기 때문에 이미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웬만한 동영상은 전부 저장해 놓은 상태였다.
세 번째 직캠 영상이 재생되었다. 영상은 한여름이 녹음 부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영상이었다.
‘어? 이건 처음 보는 영상이네?’
[투명한케이엠 : 이건 처음 보는 영상이네요.]
[브랜뉴걸BJ : 당연하죠. 제가 녹음실에서 찍은 거니까요.]
[투명한케이엠 :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이기민은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넌지시 채팅을 쳤다.
[브랜뉴걸BJ : 제가 리부트에서 소울퀸즈하고 같이 일해서요. 제 친구가 소울퀸즈 곡을 쓴 작곡가인데 인연이 돼서 지금은 아예 리부트로 출근해서 신인 걸그룹을 키우고 있죠.]
“응? 신인 걸그룹? 작곡가? 친구? 방장이 일렉케이의 친구인가?”
[정회원-사랑사랑 : 와… 역시 우리 방장님. 역시 홈마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브랜뉴걸BJ : 쑥스럽구먼…]
[투명한케이엠 님이 달풍선 1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브랜뉴걸BJ : 아악… 대박! 투명한케이엠 님이 달풍선 10,000개를…!!]
[브랜뉴걸BJ : 끄어어어억… 허어어엉 ㅠㅠ 케이엠 형님 감사합니다. 나이따…]
신기록이었다. 오래된 직캠 고인물방에서 만 개 달풍선이 터진 일은 당연히 한 번도 없었다.
[정회원-사랑사랑 : 으아아아… 금수저 큰손 출연!! 대박 사건!]
[브랜뉴걸BJ : 형님, 감사합니다. 뭐 더 보고 싶은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훌쩍…]
[투명한케이엠 : 아닙니다. 가끔 소울퀸즈 한여름 동영상을 틀어주시면 됩니다.]
[브랜뉴걸BJ : 진정한 대인배…! 형님, 알겠습니다.]
[투명한케이엠 : 그런데 리부트에서 걸그룹이 나오나요?]
[브랜뉴걸BJ : 네, 비밀이긴 한데요. 뭐, 사실 알려져도 아무런 상관이 없긴 한데……. 아무튼, 제 친구가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프로듀서고, 내년 초에 데뷔합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어? 우리 레몬캔디하고 시기가 겹치는데 이거?’
[투명한케이엠 : 아… 소울퀸즈 곡 만든 작곡가 말씀이시군요.]
[브랜뉴걸BJ : 오… 이해가 빠르세요, 형님.]
역시 돈의 힘은 대단했다. 무슨 주인 앞에서 밥 달라고 헉헉대는 강아지처럼 충성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투명한케이엠 : 정말 잘 보고 갑니다. 종종 들르겠습니다.]
[브랜뉴걸BJ : 꼭 다시 오시리라 믿습니다. 꼭요! 형님, 사랑합니다.]
[투명한케이엠 : ㅎㅎ]
[브랜뉴걸BJ : 사랑아, 봤나? 오랜만에 왔더니 달풍 팍팍 터지는 거 뭐냐. 난 역시 대단해.]
[정회원-사랑사랑 : 역시 형님이십니다. 홈마의 레전드!]
[브랜뉴걸BJ : 자식아, 인제 나 홈마 아니다. 기획팀장이야.]
이기민은 브라우저를 종료시켰다.
“흠… 이제야 그림이 딱 맞게 되는구나. 그때 인사한 배우처럼 생긴 청년이 바로 일렉케이였구나. 세상 참 좁군. 이렇게 쉽게 알게 되다니…….”
역시 추론 능력과 직관력이 뛰어난 이기민이었다. 대략적인 정보를 가지고도 진실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진 경영자다웠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직캠방에 종종 들러야겠군. 뮤비 감독을 통해서 일렉케이에게 접근해서 곡을 좀 받아야 하겠어. 뭐, 일단은 최 이사가 가져온 곡을 들어봐야겠지만…….”
이기민의 속마음은 사실 일렉케이보다는 한여름에게 가있었다. 그를 통해서 잘하면 한여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헌데… 카오스 ENT랑 리부트 엔터에서도 우리 애들이 데뷔할 때 시기에 새로운 그룹을 낸다고? 경쟁이 장난 아니겠는데?’
이기민은 갑자기 리부트 엔터의 걸그룹이 궁금해졌다.
‘기호 씨와 전기 씨라면 대충 만들지 않을 것 같아. 다이아 엔터 쪽에 말해서 신경 좀 쓰라고 해야겠어.’
* * *
강전기의 집 근처 카페 안.
“여어, 백만 미튜버 황씨, 오랜만…….”
“야! 지금 몇 시야? 왜 바쁜 사람을 오라 가라 해! 해달라는 건 해주지도 않으면서…….”
실로 오랜만에 황아영을 보니 기분이 유쾌해졌다. 사실 황아영도 약간은 포기한 모양인지 그냥 할 말 없을 때 강소라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그녀는 역시나 패셔니스타답게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고 양손에는 묵직한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강전기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의 짐들을 받아주었다.
“나 만날 시간은 있는 거야? 요즘 엄청 바쁘다며? 어쩐 일이셔? 작곡가 선생님…….”
“이 오빠가 요즘 일하느라 바쁘잖아. 네가 이해해야지.”
“너 요즘 돈 좀 버니까 엄청 거만해진 거 같다?”
“존잘에 키 크지, 돈 잘 벌지, 그거 잘하지. 내가 못하는 게 있냐?”
“그거? 아하하… 하여간 그놈의 아재 개그…….”
“뭘? 너 저질이다. 난 축구를 말한 건데… 넌 어째 생각하는 게 매일 그러니?”
“풋…….”
황아영이 어이없는지 썩소를 날리며 강전기의 팔뚝을 툭 쳤다. 진짜 아영이와는 여자 사람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서 편했다. 여사친하고 떡은 안 치긴 하는데 뭔가 애매한 사이다.
“아… 네가 저번에 톡 보내준 거 말이지? 「우리 마을 예체능」? 나 그거 봤는데 너 별로 나오지도 않던데?”
“피디 놈이 내가 활약한 부분을 싹 다 편집했어. 이광현 때문에! 재미있는 거 하나도 안 나오더니 프로그램까지 종영해 버렸지 뭐야? 병신 같아.”
“너 엄청 열받았나 보다. 평소에 안 하던 욕도 하고 말야.”
“내가 말을 말아야지. 어우… 짜증 나. 다음에 이광현 보이면 진짜 완전히 뭉개 준다.”
황아영은 목이 타는지 강전기가 마시고 있던 라테를 빼앗아 한 모금 마셨다.
“하나 시켜줘?”
“아냐, 나 살 빼야 해. 네 것 한 모금만 먹고 그냥 물 마실래.”
“살? 네가 뺄 살이 어디 있어? 괜히 다이어트 같은 거로 스트레스받지 마라.”
“오, 강전기… 오랜만에 말을 예쁘게 하네? 어쩐 일이야? 기특한걸?”
“가뜩이나 체력도 약한데 무슨 다이어트까지? 그건 오버지.”
“체력 이야기 좀 그만해, 이 지루야…….”
“어이… 지루라니 실례라고. 누가 들으면 무슨 병 걸린 사람 같잖아.”
“병 맞잖아. 섹스 중독.”
“얘가 사람 잡네. 여친도 없는 순진한 사람한테 무슨 소리야. 모함하지 마라.”
“순진? 풋… 웃어도 되냐?”
“얼씨구? 구독자 백만 넘었다고 아주 막 나가는구만?”
“됐고… 소라 언니 언제 만나게 해줄 건데?”
황아영이 강전기를 보며 눈을 흘겼다.
“네 뷰티 채널에 우리 애들 좀 꽂자. 그러면 바로 소개해 준다.”
“우… 우리 애들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