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02화 (10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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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특성 분석은 이렇게 쓰는거라굿~ 이거때문에 두 편을 할애하다니...ㅠ

내일은 꼭 두편 올리겠습니다. 순위 폭망중 ㅠ

선작, 댓글, 추천 항상 감사드립니다.

뉴욕의 그녀들

강전기는 일요일을 아주 충만하게 보내고 행복감에 취해 개운하게 일어났다. 케일린은 집안 약속이 있다며 아침에 나간 상태였고 탁자 위에는 그녀가 준비해 놓은 우유와 샐러드 그리고 샌드위치가 놓여있었다.

침대에서 나체로 일어난 그는 목이 마른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잔을 들고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어우… 시원하다. 요거 우유 맛있네.”

그는 옆에 있는 우유 통을 들어 브랜드명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흐음…….”

그리고 샌드위치를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

“음… 맛있네. 일린이가 해준 거라 그런가?”

케일린의 이름을 멋대로 줄여 부르는 강전기였다.

“으으… 이놈의 물건은 어제 그렇게 물을 빼놓고도 아침이면 꼭 이런다니까?”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그의 대물이 풀로 텐트를 시전 중이었다.

‘아… 노팬티라 텐트는 아닌가? 흐흐…….’

그는 의자에 털썩 앉아서 창문 밖 뉴욕의 거리를 보며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운치가 있네. 이게 바로 뉴요커의 삶인가?”

이틀 동안 방앗간이라도 차릴 기세로 떡만 잔뜩 친 주제에 뉴요커 흉내를 내고 있었다.

‘뉴욕 사람들도 다들 섹스를 할 거 아냐? 원래 도시가 그래. 삶의 원동력이지.’

그의 개똥철학이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바쁘게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아… 나도 조금 이따가 어학원에 들러서 수강 좀 하고… 새로운 경험을 좀 해봐야지.”

강전기는 침대 위에서 깜빡이고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 창가로 들고 왔다.

“어디 보자, 누가 메시지를 보냈는지…….”

[수아 : 야! 언니다. 미쿡에서 잘 지내고 있어? 우린 어제 뮤비 찍었다. 나중에 놀라지 마. 뮤비 완전 잘 나왔다. 노래가 좋으니 임팩트가 엄청나. 우리 멤버들 성적이 얼마나 나올지 지금 바들바들 떨고 있어.]

“후후… 뮤비가 때깔 좋나 보네. 그래, 인마. 너희가 좀 1등 좀 해줘봐. 작곡 천재가 아직 국내에서 차트 1위가 없다고……. 이게 말이 되냐?”

겨우 한두 곡을 10위권에 올려놓은 주제에 자만심만 가득 찼다.

그리고 다음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황아영에게 온 톡이었다.

[아영 : 채널에 너희 애들 나온 영상 올라갔다. 한번 체크해 봥…. 근데 너 게네들은 도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한 명은 물광이고 한 명은 로켓이네?]

“큭… 하하… 이 미친… 물광에 로켓이라니……. 하여간 단어 선택 하곤…….”

아마도 물광은 피부가 미칠 듯 깨끗한 레이카를 뜻할 거고, 로켓은 로켓 가슴 이다미를 지칭하는 게 분명했다.

강전기는 구독 중인 황아영의 미튜브 채널로 들어갔다.

“오, 죽이네… 112만 명? 구독자 수 미쳤네. 어떻게 얘는 구독자가 왜 이렇게 팍팍 늘어? 콘텐츠가 좋나? 다들 비슷비슷한 것 같던데…….”

사실 콘텐츠는 비슷했다. 하지만 황아영은 이른 시간에 해당 주제인 화장품, 패션 트렌드 쪽을 완벽하게 선점해 버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고 있었다. 이른바 선점 효과가 너무 강력했다.

“역시 인터넷은 먼저 시작한 놈이 장땡이라니까…….”

강전기는 얼굴을 찌푸리며 최신 동영상을 클릭했다. 최신 화장법을 소개해 주는 영상이었다.

‘지나 잘하고 다닐 것이지… 하여간 머리하고는…….’

강전기는 황아영에게 머리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말해왔지만, 항상 들은 척 만 척이었다.

‘그래도 취향 하나는 확고하지. 저렇게 뚝심이 있으니 성공할 수밖에…….’

[자… 이렇게 얼굴에 메이크업하시면 됩니다. 쉽죠? 이제 모델을 모셔서 한번 이게 다른 사람에게도 어울리는지 보겠습니다. 독자분들이 항상 자기는 했더니 별로다, 어쩐다 하도 말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오늘도 모델을 데려왔습니다. 자, 나와주세요… 뿅!]

화면이 싹 바뀌고 레이카가 스튜디오에 들어와 있었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에서 온 스무 살 레이카라고 합무니다.]

“와, 일본인 코스프레 보소… 말은 한국 사람보다 잘하면서 억지로 일본인 티 내네. 헐…….”

일단 브랜뉴 걸그룹에 개인 코너를 개설하기 전까지는 걸그룹 연습생이라고 이야기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괜히 홍보로 낙인부터 찍힐까 봐 몸조심하고 있었다.

[어? 일본인? 너무 예쁜데요? 피부도 엄청 좋고?]

[감사합니다. 저 아영 님 팬이에요.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레이카 진짜 화면발 잘 받는다. 미쳤다, 미쳤어. 얼굴이 미쳤는데?”

강전기는 어이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 반가워요. 이번에 어떤 메이크업을 할지 궁금하시죠?]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영상이었다.

강전기는 끝까지 보지 않고 댓글을 확인했다.

―모델 누구임? 화장 지웠는데 개이뿌노?

―아영 언니… 모델 진짜 이뿌네요. ㅠㅠ 저런 얼굴로 살아보고 싶다.

―화장법 진짜 좋네요. 모델도 좋고…….

―커헉… 여친이 보고 있길래 무심결에 봤다가 지금 집에서 열 번째 돌려보는 나 무엇?

―위에 나랑 똑같은 놈이 있었네. 지금 연속재생 걸어놓고 ASMR로 쓰고 있다.

―와, 미친. 존예 보스.

―언니… 이 일본 년 누구야? 이 시국에 왜 일본 년을 데려왔어?

―어이… 이 시국이라니. 얘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잘못은 일본 총리가 한 거잖아? 우린 그냥 예쁜 것만 감상하자.

―씹레전드네. 얼굴이 충격적이다. 10년 전 김태휘를 CF에서 봤을 때 그 느낌이다.

―태휘보다 훨씬 더 예쁜 듯…

―안녕하세요, 관상학과 운명을 보는 대학생입니다. 제가 분석해 봤을 때 정확하게 황후의 얼굴상입니다. 야심이 크며, 성격이 상당히 강하고 근성이 있는 상입니다.

―위의 이 미친놈아. 일본 애라잖아. 일본 여자가 어떤지 모르는 모쏠아다구만. 븅신

―근데 화장하는 것보다 얼굴만 보고 있는 나는 뭐지… 자괴감 들어요…….

―대박… 일본에서 무쌍을 찍어야 할 초절정 미소녀가 왜 한국 미튜브에… 헐…

그 밑으로도 온통 레이카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임팩트 살벌하네. 다들 얼굴 이야기만 해대는군. 뭐, 내가 봐도 미쳤는데… 오죽하겠어. 당연히 나야 레이카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별다른 감흥이 없지만… 그나저나 저 관상학과 댓글 뭐야. 분석이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네. 야, 인마… 네가 나중에 역술관 차리면 내가 꼭 가본다. 흐흐…….”

다음은 이다미가 출연한 동영상이었다. 패션 쪽 영상이었는데 그 영상 속에 이다미는 완전 패션모델처럼 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모델로 출연할 이다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까… 메이크업 모델로 나온 레이카 친구예요?]

[네… 레이카하고 동갑이고 친구입니다.]

[와, 어쩜 친구들이 이렇게 다 예쁘게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언니 팬이에요…]

“…쟤는 어디 쇼핑몰 피팅 모델 알바라도 뛰어봤나? 왜 이렇게 자연스러워?”

그러다 이다미가 겉옷을 벗는데 몸에 달라붙는 봉긋한 블라우스가 드러났다.

‘우왕… 탱탱한 가슴부터 잘록한 허리 라인 보소. 저거 진짜 현실 몸매냐? 로켓이 따로 없네. 요즘 살이 살짝 올랐는지 완전 베스트 컨디션이네. 왜 아영이가 로켓이라고 말하는지 알겠어.’

역시나 댓글들도 가관이었다.

―안녕하세요. 다인기획에서 나온 캐스팅 디랙터입니다. 여기 나오신 다미 씨 연락처 부탁합니다. 저희 회사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위에 미친… 너 혹시 이화 아니냐? 몸매로 경쟁자가 나올 거 같으니까 조지려고…….

―헉… 들껴땅… 오빠 한국대 다녀요? 머리 너무 좋당…

―아영 언니… 여기 모델 언니가 하고 있는 뽕브라 뭐예요? 다음 편에 공개되나요?

―안녕하세요, 브라자 감별사 수박 선생입니다. 저건 딱 봐도 레알입니다. 저 라인은 현존 국내외를 막론하고 판매되고 있는 뽕브라로 절대 나올 수 없는 형태로 보입니다. 물론 인공적으로 수술했다면,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죠.

―아, 위에 저 새끼 콘셉트 한번 잘 잡았네. 여기 모든 동영상에서 저런 식으로 어그로 끄는데 진짜 골 때린다.

―후후… 은근히 기대됨. 수박 선생이라니… 미친… ㅋㅋㅋㅋ…….

그 밑으로는 이다미의 가슴이 자연이다 인공이다 싸우는 댓글들로 가득 넘쳐났다.

“저 수박 선생이라는 놈 진짜 어디 속옷 회사에서 근무하는 놈인가? 진짜 날카로운데? 뭐 하는 놈이지? 뭐야,아이디가 걸그룹판독기네? 미친… 하여간 아이디 꼬락서니 하곤… 아무튼, 어그로는 오지게 끌었네. 좋다. 이제 성기호 이 쉐키만 빨리 일하면 되겠어. 음… 다음은 누구지?”

[레이카 : 안무 연습 중]

“웃… 레이카인가?”

레이카가 보낸 영상을 클릭해 보니 땀을 뻘뻘 흘리며 댄스 기본기를 익히고 있는 시유의 모습이 나왔다.

‘어라? 눈에… 안경… 아… 쌍꺼풀 한다고 했지. 미국 오기 전에 못 보고 와서 잊어먹고 있었구나. 살짝만 봐도 눈이 부은 것 같긴 하다만…….’

[레이카 : 시유 쌍꺼풀 수술은 대성공이에요. 제가 옆에서 케어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그래. 너를 믿어야지, 뭐. 핑크엔진의 성공은 레이카가 키를 쥐고 있으니까…….”

강전기는 성기호에게 다시 톡으로 시원하게 닦달을 한번 해주고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아마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연락이 오겠지? 흐흐… 한번 열심히 굴러봐라, 기호야… 남의 돈 먹기가 그리 어렵단다.’

“으그그그… 씻고 어학원 등록하러 가야겠다.”

* * *

숙소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한 어학원.

엘리베이터가 4층에서 멈추며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어학원 안내 데스크에 앉아있는 직원이 강전기를 보며 미소 지었다.

“하이… 여기서 영어를 배울 수 있죠? 한 10일 정도 수강할 수 있을까요?”

“이 학원은 주 단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주 비용을 내시면 됩니다.”

“아… 그렇군요.”

강전기는 속으로 그거라도 어디냐고 생각했다. 한 달을 다닐 수가 없는데 한국처럼 한 달 비용을 내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용을 내시면 오늘부터 수강 가능합니다. 등록하실 생각이신가요?”

“네… 여기…….”

강전기가 비자카드를 내밀었다. 직원은 빙긋 웃으며 카드를 받고 바로 결제했다.

“일단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쉬는 시간이니 강사에게 레벨 테스트를 받으면 클래스가 정해질 거예요.”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강전기는 친절한 직원에게 미소를 보내고 미국식으로 눈인사했다.

‘학원에 사람이 꽤 많은 거 같은데? 반이 여러 개네?’

잠시 수업받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학원에는 정말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동양인뿐만 아니라 유럽 백인과 라틴 계열 그리고 중동 계열까지… 정말로 인종의 도가니탕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쉬는 시간에 간단하게 강사에게 레벨 테스트를 받았다. 얼굴이 길쭉하게 생긴 강사는 강전기에게 여러 가지 일반적인 질문을 했다. 어디에서 왔고 뭐 때문에 왔고 공항에 와서 뭘 봤고… 그런 질문들이었다.

강전기는 자기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성의있게 답변했다. 마지막 답변을 들은 강사가 그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했다.

“영어를 너무 잘하시네요. 단어 선택이나 구사력이 정말 뛰어납니다. 발음도 영국식 발음이고 고급스럽네요.”

“네? 영국식요?”

“왜요? 아닌가요? 약간 스코티시 악센트가 좀 있긴 한데…….”

‘뭐야… 영국식? 스코티시? 하하… 이거 내 김치 발음이 영국식으로 포장되다니 웃기는데? 아! 혹시 그거 때문인가?’

강전기는 2~3년 전쯤 엄청 열심히 들었던 한 미튜브 채널을 떠올렸다. 작곡하는 사람 채널이었는데 상당히 수준 높은 강의에 동영상도 상당히 많아서 한동안 열심히 몇 번씩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사람 고향이 아일랜드인가? 스코틀랜드인이었지, 아마? 그거 때문인가? 와…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해.’

“하하하… 강사님이 그리 말씀하신다면 맞겠죠. 전 어느 반으로 가면 되죠?”

“흐음… 당신은 제가 봤을 때 고급반으로 가도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여러 가지 자연스러운 표현만 익히면 금방 좋아질 것 같네요.”

“땡큐, 마르코…….”

“혹시 영어 이름은 있나요? 이름이 어렵네요.”

“아… 그냥 케이라고 부르세요.”

그렇게 강전기의 레벨이 결정되었다.

그는 마르코의 안내를 받아 수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일곱 명의 사람이 앉아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응? 역시 고급반이라 그런지 서양인들이 많네? 동양인은 남자 하나 여자 하나 단 두 명이네.’

나머지 다섯 명은 비아시아계였다. 강전기가 자리에 앉으니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무심한 척 다른 이와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강전기는 가방을 책상 옆에 걸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오른쪽에 동북아시아계로 보이는 여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강전기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몸을 움찔 떨더니 스스로 반응에 놀란 듯 책으로 시선을 옮기며 허둥지둥했다.

‘후후… 안경을 쓰고 있긴 한데 되게 귀엽게 생겼네? 한국 사람 아니면 일본인인 거 같구만…….’

그녀는 체구가 그다지 커 보이진 않았지만,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외모의 아가씨임은 분명했다.

‘잘 부탁한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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