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11화 (11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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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번 편을 쓰면서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갬성 무엇?

대사는 제가 보고 펑펑 울었던 이프 온리에서 살짝 따왔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선작, 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M케이콘

레드 카펫 주위에는 벌써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와… 사람 진짜 많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추운데 힘들게 기다리고 있는 거야?”

강전기는 붐비는 상황에 짜증이 났지만, 싱글싱글 웃고 있는 아야카를 보며 꾹 참았다.

‘하… 귀여워서 참는다.’

강전기와 아야카가 지나가자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앞이 쫙 갈라졌다. 주위 사람들은 무슨 케이팝 아이돌이 나타났는지 강전기를 힐끗힐끗 훔쳐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 사람이 붐벼 짜증이 나서였을까? 강전기의 몸에서 패왕 색기인 페로몬이 뿜어져 나왔다. 사람들이 슬슬 그것에 반응하고 있었다.

더구나 얼마 전 백화점에서 산 고급스러운 옷으로 세팅하고 와서 그런지 멀리서도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엥? 뭔데 이렇게 앞이 뻥뻥 뚫려? 어어어?’

아야카는 그의 손을 잡고 레드 카펫 거의 근처까지 쉽게 도달했다. 아야카도 흥분해서 그런지 몰라도 늦게 왔으면서 여기까지 왜 이렇게 쉽게 뚫고 올 수 있었는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았다.

‘너무 가까운데, 이거?’

약간 꺼림칙한 강전기였다.

‘에이, 설마 이 거리에서 나를 알아볼까? 걱정하지 마! 강전기. 가수들도 정신이 하나도 없을 거야. 개판 오 분 전에 아주 난리인데, 뭐…….’

“꺄아악…….”

갑자기 괴성이 강전기의 고막을 강타했다.

“으윽… 시끄러워……. 누구야?”

레드 카펫에는 신인급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돌이 천천히 인사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케이… 누군지 알아?”

“아니… 신인인가?”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가수를 엄청나게 반겨주는 미국 팬들이었다. 그 신인들은 단상에 서서 MC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받고 답해 주었다.

‘고추돌은 사실 잘 모르지. 걸그룹들 신경 쓰기도 24시간이 모자란다. 어쨌거나 신기하긴 하네. 한국에서는 별로 인기도 없는데 여기서 대접받을 줄이야. 그만큼 이 사람들이 본국에서 직접 케이팝 가수를 볼 기회가 적다는 뜻이겠지. 참 세상이 달라졌구나. 이렇게 케이팝 아이돌에 열광할 줄이야. 미튜브와 SNS가 이 흐름을 크게 만든 거지.’

강전기는 그런 생각에 빠져있어서 주변 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서 여자들이 레드 카펫을 지나는 아이돌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전기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명품 옷이 그를 더 빛나게 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과 고주파 비명이 난무하며 음파의 진동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어우, 시끄러워……. 누가 나왔길래 저러지? 고막 나가겠다.”

검은색 밴이 레드 카펫 끝에 멈추더니 문이 자동으로 스르륵 열리며 늘씬한 다리가 문밖으로 빠져나왔다. 곧바로 무대 의상을 차려입은 한 무리의 여자들이 차에서 차례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비행기에서 만났던 네임즈로즈였다. 아무래도 레드 카펫이라 그런지 메이크업과 옷에 힘을 줘서 비행기에서 본 것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이는 그녀들이었다.

“초향!!”

“안젤라!! 사랑해…….”

“라미! 여기 좀 봐줘… 흑흑흑…….”

“재은! 재은! I love you!”

“시인디! 신디! 사랑해… 아흐흐흑…….”

케이팝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네임드로즈의 명성은 절대 헛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더 강하면 강했지 못하지 않았다.

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멤버들이 팬들에게 손을 흔들자 레드 카펫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엄청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으으… 너무 시끄러워……. 고막이 찢어져 나갈 거 같아!’

강전기는 손을 들어 귀를 막는 시늉을 했다. 바로 옆에서 여자들의 고주파 비명을 처음 듣는지라 혼이 나가는 것 같았다.

네임드로즈 멤버들은 검붉은색 세미 정장에 검은색 스커트를 입고 위로는 털이 복슬복슬한 숏 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여전사 같은 걸크러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엄청난 환대를 받으면서 차례로 레드 카펫을 밟고 걸어오는 그녀들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와, 너무 멋지다. 케이… 네임드로즈 맞지?”

“응, 맞아. 인기가 엄청나네…….”

“미국은 마이하트보다 네임드로즈가 훨씬 인기 있나 봐.”

“아무래도 서구권은 걸크러시가 어필돼서 그럴 거야.”

마이하트의 팬인 아야카는 주위에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나마 조금 덜 흥분하고 있었다. 그녀는 강전기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 말하고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리는데 레드 카펫을 지나가는 신디와 눈이 딱 마주쳤다. 신디가 깜짝 놀랐는지 어깨를 움찔하면서 눈을 크게 떴다.

‘에헤이… 또 만났네. 관심 없는 척했으면서 여기에서 마주치게 되니 좀 민망한걸?’

신디는 강전기를 보고 반가운 듯 미소를 짓다가 옆에 팔짱을 끼고 서있는 아야카의 얼굴을 보더니 삽시간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여… 여자 친구?’

“언니… 거기서 뭐 해… 빨리 와.”

앞에서 걷고 있던 라미가 일행에서 멀어지는 신디에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신디가 강전기를 노려보며 인터뷰를 하는 단상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어우… 눈 무섭다. 재는 왜 이렇게 노려보는 거야?’

그녀는 멀리 단상에서도 강전기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케이… 네임드로즈의 신디가 여기를 보고 있어. 손 흔들어줄까?”

“하… 하지 마.”

“에에? 난데?”

“촌… 촌스럽잖아. 그리고 쟤네는 마이하트 라이벌이야.”

강전기는 팔을 들어 올리려는 아야캬를 필사적으로 말리기 시작했다.

“아야카, 우리 여기 계속 있어야 해? 다른 데 가면 안 될까?”

“안 돼… 나 .EXE 보고 갈 거야.”

“에이… 걔들은 홀에서 보면 되지. 좀 있으면 공연할 텐데…….”

“잠깐만 기다리자, 응?”

“허이, 참… 불편해 미치겠네.”

강전기는 하는 수 없이 아야카 옆 붙어서 고막 테러를 계속 당할 수밖에 없었다. 신디의 따가운 시선은 덤이었고…….

단상에서 인터뷰가 끝나고 네임드로즈 멤버들이 주위의 팬들에게 인사하고 건물로 들어갔다.

메인 보컬인 라미는 대기실에 들어와 리더인 신디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눈동자에 초점이 없어 보였다.

‘에휴… 저 모태쏠로… 큰일 났네, 큰일 났어. 왜 그 녀석은 여기까지 따라와서 우리 리더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거야? 언니가 좀 맘에 있었던 것 같은데 말야.’

네임드로즈의 다른 멤버들은 그런 신디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삼삼오오 나누고 화장을 고치거나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언니, 아까 봤어?”

“으…응? 뭐? 뭐라고 했어?”

‘정신 줄 놨네.’

“아까 그 사람 봤냐고. 비행기에서 언니 옆에 앉았던 사람. 여자 친구랑 같이 온 것 같던데?”

“몰라.”

“뭘 몰라. 아까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던데? 언니, 실망했어?”

“그… 그런 거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으휴… 이 모쏠 같으니라고…….”

“야! 김라미! 너 언니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넌 모르면 가만히 있어. 지금 우리 리더가 짝사랑에 빠졌단 말이야. 그것도 임자 있는 남자야.”

“뭐? 그게 진짜야? 언니, 얘 말 진짜야?”

쾅!

“이것들이 정말!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니?”

라미의 폭로에 당황하던 신디가 결국 테이블을 내리치며 폭발하고 말았다.

“악, 무셔…….”

사실 신디는 겉으로 드러나는 강한 여전사 이미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여린 성격이었다. 하지만 라미는 신디에게 다가가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언니… 그런 남자가 여자 친구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야.”

“…….”

“우리 리더… 순진해서 큰일이야. 내가 좋은 남자 소개해 줄까?”

“쳇… 됐어.”

라미는 이제야 신디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자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하지만 라미의 기대와 다르게 신디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강전기의 매력에 당해버린 상태였다.

‘여자 친구가 아닐 수도 있잖아.’

그녀는 약간은 무서운 얼굴로 자신의 무선 이어폰을 손에 꽉 움켜쥐었다.

드디어 케이팝의 제왕 .EXE가 레드 카펫에 나타났다.

강전기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괴성에 손을 들어 귀를 틀어막았다. 슬쩍 옆을 보니 아야카도 눈이 뒤집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비명을 마구 질러대고 있었다.

그들은 리무진 차량에서 한 명 한 명 내리는 중이었다. 리더인 레온을 시작으로 메인 댄서 현성, 개그와 기럭지를 맡고 있는 정신, 래퍼 티렉스, 작곡 담당 주우마, 메인 보컬 민우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핫한 피플로 등극한 .EXE의 센터 에릭이 얼굴을 드러낸 순간 레드 카펫 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거의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으악, 내 귀… 시커먼 놈들이 뭣이 좋다고… 휴… 고막 터지는 줄…….’

.EXE 멤버들이 팬들에게 인사하며 천천히 단상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인기는 겁나게 많네. 하긴 전 세계 1위 하는 애들이잖아. 쩝… 부럽네. 아니지. 부럽긴 뭐가 부러워? 재들은 자유롭게 놀지도 못하잖아? 항상 언론과 파파라치들이 따라다니느라 완전 감빵 생활이나 다름없을 거야. 그런 거에 비하면 내 처지가 훨씬 좋지. 이렇게 예쁜 애랑도 만나고… 으응?’

강전기가 미소를 지으면서 옆의 아야카를 슬쩍 보는데 그녀가 눈물을 흘리면서 흑흑대고 있는 게 아닌가!.

‘뜨헉… 얘 왜 이래? 빠순이 빙의했나? 헐…….’

갑자기 그의 주위가 더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뭔데 이렇게 시끄러워?”

그는 아야카를 쳐다보다가 엄청 소란스러워진 레드 카펫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

그의 바로 앞에 .EXE의 센터인 에릭이 떡하니 서있는 게 아닌가?!

강전기는 에릭이 있거나 말거나 옆에서 자지러지는 여자들의 비명에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아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다.

“형! 오랜만이에요. 뉴욕엔 어쩐 일이세요?”

에릭이 엄청 큰 소리로 강전기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라… 에릭 씨?”

“에이, 형… 나중에 다시 보면 말 편하게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어… 그… 그랬던가? 아하하…….”

강전기가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나중에 봬요. 제가 우리 직원한테 말해 놓을게요.”

“응……? 그게 무슨…….”

에릭은 강전기를 보고 씨익 미소를 짓더니 이내 몸을 돌려 다른 멤버들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응? 뭘 말을 해? 거참 싱거운 놈이네……. 그리고 이런 곳에서 뭘 쑥스럽게 아는 척을 하고 그래…….’

강전기가 투덜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자 수많은 사람이 그를 주시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어우, 부담스러워… 다들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나 쟤 잘 모른다고. 음방에서 딱 한 번 본 게 다인데…….’

“아야카. 이제 좀 다른 곳으로 가자. 어우… 이거 창피하네. 어?”

강전기가 아야카에게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석상처럼 굳어있는 상태였다.

“아야카!!”

“에? 에에에?”

“왜 그래, 정신 차려…….”

“에에에?”

강전기는 연신 감탄사만 연발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아아캬의 팔을 잡고 인파를 헤치며 자리를 벗어났다. 그들은 한참을 걸어 한적한 벤치 옆으로 걸어갔다.

“정신 좀 차렸어?”

“케이 짱…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EXE를 아는 거야. 어? 어?”

“…….”

“케이를 잘 아는 눈치던데? 나 한국 드라마 많이 봐서 조금 알아. 분명히 에릭 사마가 형이라고 했어. 케이가 진짜 형이야?”

“무슨 소리야. 난 누나만 세 명이야. 남동생 없어.”

“그런데 왜 에릭이 케이한테 형이라고 해?”

아야카는 눈이 뒤집혀 마치 형사가 된 듯 강전기를 취조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냥 예전에 한 번 만난 적 있어. 한국에서는 그냥 다들 형 동생 하는 거야.”

“아닌데… 케이는 진짜 에릭이랑 얼굴이 비슷하게 생겼어. 그건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거야.”

“그래?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긴 해. 그렇다고 해도 그냥 우린 남남이야.”

“정말? 그럼 아까 에릭 사마가 뭐라고 하고 갔어?”

“글쎄? 나도 잘 몰라. 뭐 말을 해놓는다고… 암튼 잘 못 들었어.”

“헤에… 야바이… 야바이… 신지라레나이!”

갑자기 일본어 감탄사를 정신없이 쏟아내고 있는 아야카였다.

‘허, 참… 이렇게 보면 아야카도 완전히 평범한 일본 여자 같아. 한류를 좋아하는 케이팝 마니아……. 걔는 왜 거기서 아는 척해서… 에이… 불편하네. 이거…….’

잠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야카가 드디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잠깐 뭔가에 홀린 사람 같았다.

“케이… 미안해. 나 부끄러워. 내가 너무 호들갑 떨었지?”

“아냐, 그럴 수도 있지. 나도 예전에 세린이 나오면 그랬거든.”

“세린?”

“아냐… 넌 몰라도 돼.”

“케이 짱… 나 삐질 거야…….”

“히히, 맘대로 하라구… 우리 이제 입장하자. 어서…….”

“거기 서…….”

케이가 달려가니 아야카도 따라왔다.

그들은 VIP석이라 먼저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에는 시큐리티 가드들이 커다란 봉과 탐지기를 들고 입장하는 사람들을 검사하며 한 명씩 들여보내고 있었다.

“어? 뭐야… 콘서트장에서 무슨 테러라도 모의 중이래? 무슨 놈의 검사가 이리 빡빡하지?”

우락부락한 흑형에게 몸수색을 당한 강전기가 찝찝한 표정으로 바지를 추스르며 뒤따라 입장하는 아야카에게 말을 건넸다.

“케이는 모르는구나?”

“뭘?”

“어떤 미친놈이 에릭을 죽일 거라고 익명 SNS에 남겼다잖아. 그래서 경비들이 많을 거야. 수색도 많이 하고.”

“하여간 병신 같은… 음… 꼭 그런 찐따 새끼들이 있다니까? 그런 놈들이 하라면 또 못 해요.”

“나도 몰라. 자꾸 올리나 봐. 그래서 회사에서도 그런 거 신경을 쓰는 거겠지.”

“면상 한번 보고 싶네. 찐따 시키, 어휴…….”

전기와 아야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VIP석으로 입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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