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14화 (11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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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칼빵 아닙니다. 미국인데 갬성이 다르죠. 총입니다.

강전기 사망각? 사망 플래그? (퇴근하고 2편 썼더니 제가 사망각ㅠ)

차기작에서 뵙겠습니다.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쿠폰 주신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M케이콘

“어? What the fuck…….”

총을 든 남자는 강전기와 에릭을 번갈아 보더니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얼굴이 헷갈리는 모양이었다. 그는 오늘 공연을 못 보고 연회장에서 빡세게 일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누가 에릭인지 빠른 판단을 못 내리는 것 같았다.

“Shit!! 동양인 얼굴은 구분이 안 가!”

멀대처럼 생긴 범인은 약에 전 사람처럼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두 사람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다.

강전기는 정신을 못 차리는 범인의 그런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공포심이 점점 사라지고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뭐야, 저 색휘… 전형적인 개찐따잖아? 키만 크지 체격은 비리비리하고…….’

총구가 다시 강전기를 향하자 그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더니 양쪽 팔을 옆구리 높이로 들고 어깨를 으쓱했다. 마치 ‘나 아냐, 인마. 넌 그것도 모르냐?’라는 뜻을 제스처로 표현한 것 같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다 그 포즈의 의미를 캐치한 듯, 범인의 총구가 다시 에릭을 향했다. 곧바로 .EXE 멤버와 스태프 그리고 에릭의 얼굴이 급속도로 썩어들어 갔다.

주위 사람들의 그런 반응을 느낀 것일까? 그제야 범인도 슬쩍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로구나. 이 원숭이 같은 동양 놈아……. 너 때문에 줄리아가… 나의 줄리아가… 크흑…….”

범인은 오덕후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급기야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병신, 꼴값 떨고 있네.’

강전기는 총을 든 범인을 한심한 듯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마도 짝사랑하는 여자가 .EXE 팬이겠지? 안 봐도 훤하다, 이놈아. 여자한테 거절당하고 엄한 사람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는 게 분명해.’

강전기의 분석은 거의 정확했다. 평소에 짝사랑 문제로 .EXE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찐따 범인이 우연히 자신이 일하는 연회장에 .EXE가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계획을 짠 것이었다.

어차피 여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인생 살아봐야 뭐 하겠냐는 생각이었다. 차라리 장렬하게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고 싶다는 치기 어린 생각이었다.

‘어이구… 뒤지려면 여기서 이러지 말고 한강대학교 다이빙학과에라도 들어가든지……. 하여간 이런 놈이 진짜 민폐라니까?’

강전기는 긴장됐던 몸이 어느 정도 풀리자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저 시키 주의력이 엄청 떨어지는 거 같은데 그냥 힘으로 제압해 버릴까? 어떻게 하는 게 좋지? 펀치? 킥? 테이크 다운? 총이라 한 방에 골로 보내지 못하면 내가 도리어 위험해질 수도 있단 말이지. 솔직히 난 정확하게 치명상만 안 당하면 죽진 않을 거야. 치료 나노 로봇이 괜히 있는 게 아니거든?’

강전기가 미간을 찌푸리며 틈을 노리고 있는 찰나였다.

“Fuck! Fuck! 왜! 왜! 그녀는 왜 이런 원숭이들을 좋아하는 거야…….”

범인의 발광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당연하지, 너보단 100배는 낫거든. 아예 지랄병을 해라.’

‘꼭 이렇게 주저하는 놈들이 항상 참교육을 당하곤 하지… 그래, 킥으로 간다. 한 방에 떡실신시켜 주마.’

강전기는 「우리 마을 예체능」에서 축구를 연습하며 킥 연습을 많이 했다. 물론 축구의 킥과 타격기의 킥은 다르긴 하지만 어쨌건 킥에 익숙한 건 사실! 펀치로 한 방에 쓰러트릴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그는 정신없어 보이는 범인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범인과의 거리는 약 5미터… 강전기는 최대한 소리를 안 내기 위해 살금살금 범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4미터… 3미터… 2미터… 드디어 범인이 킥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강전기의 접근을 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EXE 멤버들과 스태프들은 놀란 눈으로 마른침만 삼키는 중이었다.

“으아아악!! Mother fucker! 뭣 같은 인생! 다 망해버려. 다 죽어버리라고!!”

발광하던 범인은 총구를 다시 정확하게 에릭에게 겨누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어이, 병신…….”

찐따 웨이터는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자 깜짝 놀라서 급히 몸을 돌렸다.

쉬익―!

원심력을 이용한 강력한 발차기가 바람을 갈랐다.

빠악!!

강전기의 하이 킥이 범인의 왼쪽 관자놀이에 정확히 작렬했다. 프라이드 FC 전설 크로캅의 불꽃 하이 킥에 비견되는 스피드와 파워였다. 사람들은 무언가 빠개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몸은 빼빼 말랐지만 키는 상당히 컸던 범인이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 마치 벌목되어 넘어지는 나무처럼 일자로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강전기는 정신을 잃은 범인에게 다가가 그가 떨어트린 총을 발로 멀리 차버렸다. 그제야 공포에 떨고 있던 주위 스태프들이 슬금슬금 다가와 범인의 몸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에릭의 다리가 풀리며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는 게 보였다. 그는 엄청나게 놀랐는지 얼굴이 하얘져서 손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오줌을 안 싼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지려버렸을 상황!

“혀… 혀… 형…….”

에릭은 총도 안 맞았으면서 꼭 총 맞은 사람처럼 한쪽 팔을 들고 부들부들 떨면서 강전기를 애타게 찾았다.

“케이……!!”

갑자기 아야카가 울면서 강전기의 품으로 와락 뛰어 들어왔다.

“흑흑… 케이… 케이 짱…….”

“아… 왜 그래. 누구 초상 치렀어? 여기가 무슨 상갓집도 아니고 왜 울고 그래. 별것도 아닌 거 갖고…….”

“바보야! 위험하단 말야.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랬어?”

아야카는 주먹으로 강전기의 가슴을 가볍게 치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괜히 그랬을까? 다 통제 가능한 일이었어. 어휴, 이 귀염둥이. 휴… 너를 어찌하면 좋을꼬?’

강전기는 자신을 걱정해 주는 아야카를 품에 꼭 안고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녀의 온몸이 으스러질 정도로 꽉 안아주었다.

‘됐다. 세상에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된 거야.’

전생에는 진짜 아무도 없었다. 그가 방에서 고독사하더라도 누군가 자신을 기억하고 슬퍼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저 경찰에서 나온 현장 감식반 직원이 외롭게 방에서 썩어버린 자신의 유해를 수습해 줬을 것이다.

아야카의 따뜻한 품을 느낀 강전기의 눈가에도 눈물이 살짝 차올랐다.

“형…….”

에릭이 자신을 부축하던 멤버들과 스태프들을 밀치고 강전기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그는 아직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았고 반쯤 정신이 나가있는 상태였다. 에릭은 강전기에게 다가오다가 다리가 풀렸는지 도중에 잠시 숨을 고르고 다리를 풀었다.

“혀엉…….”

“아, 왜 자꾸 불러… 징징거릴 거면 오지 마.”

“…고마워요, 형.”

그 말을 건넨 에릭이 다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띠링… 심각한 위기가 감지되었습니다!]

갑자기 터진 시스템 알람에 정신이 번쩍 든 강전기였다. 감각이 극대화된 그는 옆으로 다가오는 에릭에게서 시선을 떼고 주변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약 7~8미터 떨어진 곳에서 한 사내가 자신을 총으로 겨누고 있는 게 아닌가? 그의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를 당기는 중이었다.

‘이 씨발! 두 명이었냐!!’

강전기는 강한 각력을 이용해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품 안에 아야카를 안고 있었다.

터억!

‘응? 이런 씨댕…….’

몸을 날린 쪽에 에릭이 있어 서로의 몸이 부딪쳤다.

타앙!

연회장 안의 사람들은 상황 종료된 것으로 알고 긴장이 풀어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뒤이어 총소리가 들리자 다들 비명을 질러대며 그 자리에 엎드리기 시작했다.

‘이 시팔…….’

가까스로 총알을 피한 것 같았다.

‘후… 만약 그때 2성 스킬인 감각 강화를 사지 않았더라면 여기서 죽었을 거야.’

그랬다. 그는 미국에 와서 승무원 한빛나와 있을 때 사이즈 조절을 사려다 전날 TV에서 본 총격 사건을 떠올리고 막판에 마음을 바꾼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에 경각심을 가지고 감각 강화를 구매해서 위험을 회피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으윽… 씨X!! 이게 얼마짜리 패딩인데…….’

아야카가 사준 비싼 패딩에 구멍이 난 것이다. 그는 얼굴을 구기며 평생 했던 욕을 오늘 전부 하고 말았다. 공포심이 분노로 치환되어 생긴 심리학적 현상이었다.

구멍 난 패딩에서 거위 털이 우수수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 개새끼가…….”

강전기는 순간적으로 그만 뚜껑이 열려버리고 말았다.

“뒤져!!”

그는 총을 들고 다른 곳을 위협하고 있던 범인 2에게 번개처럼 달려들어 그의 다리를 잡고 바닥으로 넘어트렸다. 엄청난 스피드로 부딪힌 어깨 박치기의 충격으로 범인의 총이 멀리 튕겨 날아가 버렸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격투기 교과서에 나올 법한 테이크 다운이었다. 강전기는 마운트 자세로 범인을 깔고 앉아 커다란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마구 내리쳤다.

퍽, 퍽, 퍽, 퍽…….

끔찍한 소리가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그의 펀치가 한 방씩 꽂힐 때마다 피가 튀고 살이 튀고 이빨이 튀어 올랐다. 모두가 그 사태에 경악하고 있을 때였다.

“그… 그만!!”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강전기를 껴안고 이성을 상실한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녀는 네임드로즈의 신디였다.

“제발! 이제 그 정도만 해요. 이 사람 이미 만신창이예요.”

“허억, 허억, 허억…….”

야수의 모습을 한 강전기가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거친 호흡으로 그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신디는 그의 번뜩이는 눈빛을 그대로 받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흡에 노출된 그녀의 몸이 마치 메두사의 눈을 본 것처럼 뻣뻣해지고 말았다.

‘흐윽… 대… 대체 이 남자는…….’

신디는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바로 강전기의 전매특허인 미친 패왕 색기에 노출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다량의 아드레날린 폭주로 인해 페로몬이 엄청나게 증폭된 상태였기 때문에 바로 근처에서 다량의 페로몬을 들이마신 그녀는 치명적으로 중독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영혼에 각인이 새겨진 것처럼…….

‘흐읍… 흑…….’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며 그대로 주저앉고 마는 신디였다. 언뜻 그녀의 바지에 비치는 물기는 아마도 착각이었을까?

반면, 강전기는 신디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강전기의 양쪽 주먹에서는 붉은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모든 이의 시선이 강전기에게 집중되었다.

설명은 길었지만, 정말 눈 깜짝할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씨발… 내 몽클레어 패딩… 이게 얼마짜린데… 아… 욕하면 안 되는데…….”

그는 총알에 뚫린 패딩 구멍에 검지를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구멍에 거시기를 팍팍 담그고 싶다.’

뜬금없이 성욕이 후끈 달아오르는 강전기였다. 사실 그것은 생명체의 원초적 본능이었다. 그는 죽을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자손을 남기기 위한 종족 번식의 본능이 엄청나게 강해진 상태였다.

“케이!! 괜찮아? 지금 뭐 하는 거야.”

“뭐 하냐고? 그냥 물건을 팍팍… 응? 아야카? 아… 아무것도 아냐. ”

강전기의 눈에 아야카의 귀여운 얼굴이 들어왔다.

“손은 괜찮아? 어디 줘봐. 어떡해. 주먹 빨간 것 봐.”

“그거 피야. 손은 아무렇지도 않아. 원래 때리는 게 안 깨지면 아픈 법이거든. 깨버리면 하나도 안 아파.”

“…….”

강전기는 자신이 깨버린 것을 고개를 돌려 흘깃 쳐다보았다.

‘우우욱…….’

강전기는 헛구역질했다. 점심으로 먹은 햄버거가 위장에서 기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끔찍한 광경이요, 참상이었다.

“보… 보지 마. 인과응보야. 케이는 아무 잘못 없어.”

“맞아요, 형. 형은 정당방위였어요. 제가 증언할게요.”

“증언?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저 사람 죽은 게 아닌가 싶어서…….”

에릭은 아까 강전기가 범인을 주먹으로 내리칠 때 나던 끔찍한 소리가 떠올라 몸을 움찔 떨었다.

“전기 씨, 얼른 패딩 벗어봐요. 아까 내가 뭘 본 게 있는데…….”

충격에서 겨우 벗어난 신디가 강전기 근처에 와서 손가락으로 패딩 아래쪽을 가리켰다.

“아니… 뭐를 봤다고…….”

그는 잠시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입고 있던 패딩을 벗었다. 아무래도 자꾸 거위 털이 떨어져 내리고 있어서 벗는 게 나은 것 같았다.

“까아악… 케이!!”

갑자기 아야카의 입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옆… 옆구리에 피… 피가…….”

‘어? 으윽… 뭐지? 시스템이 아무런 공지를 안 해줬는데…….’

머리가 띵해지고 하늘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강전기가 휘청하면서 옆으로 넘어졌다.

“케이……!!”

“형……!!”

[띠링… 쿨타임 5분 종료!]

[2성 스킬 감각 강화 ― 위기 감지 스킬을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다른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시스템이 재가동됩니다.]

[띠링… 옆구리 외복사근에 출혈이 감지됩니다. 치료 나노 머신이 긴급 가동됩니다.]

‘아아아… 씨바, 쿨타임… 젠… 젠장할… 끄아… 졸라 아파…….’

쓰러진 강전기는 아야카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눈을 감고 말았다.

홀 안의 사람들은 이게 무슨 일인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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