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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배드가이 강전기가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지게 떡밥을 깔고 왔네요.
몇 개였죠? 모릅니다. 몰라요.
이제는 한국 생활이 이어집니다. 핑크엔진 데뷔시켜야죠.ㅋㅋㅋ
요즘 하루에 하나만 올렸더니 순위가 쭉쭉 내려가서 주말에 연참한번 가겠습니다. 어차피 코로나로 놀러도 못가는데..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선작, 댓글, 추천은 사랑입니다.
흔한 걸그룹의 컨텐츠
레이카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서 그런지 기분이 매우 좋아 아이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성기호와 여자 후배는 왠지 모를 서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아.’
성기호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엄지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생각에 잠겼다.
반면, 오랜만에 캠핑을 나온 레이카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사고 후 몸이 바뀌고 나서는 처음 나온 캠핑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추억이 가장 많아서 동호회에 가입해서 꾸준히 다닐 정도였는데 워머신이 된 지금은 머릿속에 각종 서바이벌 지식까지 입력된 상태였다.
‘야외에서 그냥 살아도 될 정도야. 후훗… 여자 베어그릴.’
더군다나 몸은 피로란 걸 모를 정도로 강해진 상황! 잠을 자면 꿀잠이요.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맑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최근에는 연습도 많이 해서 피로해질 만한데도 컨디션이 최상이었다. 문제는 단 한 가지, 먹는 양이 좀 늘었다는 것이다.
‘조금이 아니라 2~3인분은 먹어야 해. 워머신의 신체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 같아.’
몸이 바뀌고 처음에는 초인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실제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고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이 증폭된 효과와 키가 커진 것 그리고 피부가 좋아진 게 다였다.
현실에서 전투할 것도 아니고 원래 그런 것에 관심이 있지도 않았으니까. 괜히 남들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것 때문인지 무의식적으로 성격이 이상해지는 부작용도 있어서 최근에는 주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캠핑할 때만큼은 바뀐 몸이 너무 편한 게 사실이었다. 안 그래도 즐거웠던 캠핑이 몇 배로 재미있었다.
“자, 이제 적당한 크기의 나무와 잔가지가 다 모였습니다. 짜잔… 원래는 나무가 더 많이 있어야 하지만 주위를 보니 죽은 나무들이 많아서 서너 개만 베었습니다. 이 영상을 보시는 여러분! 아무 데서나 나무를 자르면 절대 안 돼요. 여기가 사유지 야영장이라 가능한 거예요. 아셨죠?”
레이카는 산비탈을 오르더니 죽은 통나무를 번쩍 들어 먼지를 탈탈 털어낸 뒤 가녀린 어깨에 메고 내려왔다.
‘흐미… 아무리 죽은 나무라지만 저 큰 걸. 힘 진짜 세네. 윽. 아무것도 없는 나도 비탈을 내려가기 힘든데 무슨 마실이라도 나온 거야?’
성기호가 카메라를 들고 헉헉대며 레이카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땅을 파고 심은 Y자에 통나무를 걸었다.
“자, 셸터를 쉽게 만들기 위해서 한쪽 면은 비탈이 있는 곳에 일부러 평탄화 작업을 한 거예요. 이렇게 하면 Y자 기둥만 있어도 뼈대가 쉽게 만들어지거든요? 자, 보세요…….”
그녀는 뼈대에 베어온 나무와 주위의 죽은 나무들을 ㅅ자 형태로 세우기 시작했다.
“자… 벌써 90%가 끝났어요. 엄청 쉽죠? 여기저기 널려있는 죽은 나무껍질과 잔가지들로 나무 사이사이를 메워주면 끝납니다.”
“설마 여기서 세 명이 같이 자는 건 아니겠죠?”
성기호가 ‘에이, 농담이지?’ 하는 표정으로 레이카를 보며 질문했다.
“딩동댕… 맞아요. 겨울이라 춥습니다. 아무리 요즘 역대급으로 안 추운 겨울이라지만 밤이 되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니 침낭에서 다들 다닥다닥 붙어서 자야 해요. 저체온증으로 죽기 싫으면 말이죠.”
“흐헉… 저체온증…….”
벌써 앞이 캄캄해지는 성기호였다. 옆을 살짝 보니 여자 후배 녀석도 똥 씹은 얼굴이었다.
“이렇게 나무 사이사이를 막았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매서운 추위를 이기려면 아까 땅에 깔고 남았던 비닐을 덮어줘야 해요. 아이쿠! 좀 모자라서 다 안 덮이네요.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아요. 뒤에 흙벽이 있어서 칼바람을 피할 수 있답니다.”
레이카는 아주 능숙하게 카메라를 보며 완벽한 한국말을 구사했다. 혼자 원맨쇼를 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진행이었다. 그녀는 가져온 노끈으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이제 셸터가 완성되었습니다! 참 쉽죠? 휴… 잠깐 쉬어야겠네요.”
그녀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이마에서 땀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
“아레?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앉을 곳이 마땅치 않네요. 자, 세 명이 앉을 만한 곳을 간단하게 만들어볼게요.”
‘어? 쉰다며?’
그녀는 다시 도끼를 들더니 죽은 통나무를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홈을 파서 간이 의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퍽퍽…….
“짜잔… 어때요, 여러분? 보기에도 꽤 편해 보이죠? 간이 의자는 이런 식으로 만들면 돼요.”
“자… 이제 커피를 끓여볼 거예요.”
‘헉…….’
“저… 저기… 레이카, 우리 좀 쉬었다 하면 안 될까?”
성기호가 커피를 끓이자며 화덕을 만들고 물을 뜨러 가자는 그녀를 긴급히 제지했다.
“아, 힘드세요?”
기호는 레이카의 웃는 얼굴을 쳐다보고 눈이 웃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네가 한 게 뭐가 있니?’라는 표정 같아 보였다.
“어… 그게… 아… 아니야.”
“아니죠? 맞아요. 지금 어둑어둑해지고 있으니 빨리 불을 피워야 해요. 그래야 물도 마시고 밥도 해 먹고 커피도 끓이죠.”
‘어야우, 벌써 죽겠다.’
레이카는 나무와 계곡의 돌 그리고 흙을 이용해서 간이 화덕을 금세 뚝딱 만들었다.
‘아니, 무슨 길거리 노숙 생활이라도 한 건가? 솜씨 뭐야?’
그러더니 큰 배낭을 뒤져 대형 코펠과 그릇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오빠는 아래 내려가서 코펠에 물 좀 떠 오세요. 언니는 카메라 잡으시고…….”
성기호는 마치 레이카의 아바타처럼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 물을 떠 왔다. 한겨울임에도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헉헉… 여기…….”
“아주 잘했어요.”
무슨 어린애나 기르는 애완동물을 칭찬하는 어투였다.
“여러분, 계곡에서 떠 온 깨끗한 물을 끓여 마시면 되긴 하는데 위생상 물은 웬만하면 꼭 정수해서 드세요. 자, 제가 간이 정수 필터를 준비해 왔습니다. 아주 유용한 장비예요. 100리터 정도는 정수할 수 있답니다.”
레이카는 성기호가 떠 온 물을 필터에 거르기 시작했다.
“다음은 불을 피워야겠죠? 시간이 되면 보우 드릴이라고 끈과 막대를 이용해 나무에 비벼서 불씨를 살리는 기구를 만들 텐데 지금 날씨도 그렇고 시간이 늦어서 그냥 파이어 스틱으로 불을 붙일 거예요. 겨울이라 바싹 마른 잎들이 널려있다 보니 괜찮아요. 나무껍질에서 벗겨낸 마른 섬유질도 엄청 불이 잘 붙거든요.”
“이건 힘과 약간의 스킬이 좀 필요해요. 저는 많이 해봐서 쉽게 되는데 처음 하시면 잘 안 되실 수도 있습니다.”
파이어 스틱의 가루가 튀기며 불꽃이 일어났다.
“보세요. 엄청 쉽죠? 땅!”
레이카가 고개를 기울이며 윙크하면서 손으로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화면에 화려하고 러블리한 그녀의 얼굴이 가득 담겼다.
그녀는 배낭에서 비닐 팩을 꺼내더니 빈 코펠에 내용물을 담았다.
“응? 그게 뭐지?”
“헤헤… 어제 시켰던 족발입니다. 제가 어제 조금 먹고 많이 남았어요. 거기에 고추장 양념을 해서 숙성시켰습니다. 바로 데워서 먹도록 하죠.”
“오오오!”
“원래는 먹을 것을 채취하려고 했는데 겨울인 것을 감안했어요. 그래서 식량을 좀 가져왔답니다.”
금세 코펠이 달궈지며 내용물이 데워지기 시작했다.
“와… 맛있는 냄새. 미치겠는데…….”
온종일 먹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지 침이 꿀꺽 넘어가는 성기호였다. 여자 후배도 입에 침이 고이는 모양이었다.
지글지글―
족발이 다 데워지자 레이카가 짧은 군용 나이프로 족발을 푹푹 찔러 각자의 접시에 놓아주었다.
“드세요. 제가 양념한 특제 족발입니당……!”
레이카가 귀여운 척하면서 뺨 근처에서 두 손을 흔들었지만 한 손에 들고 있는 나이프에 찔릴까 무서워 목이 움츠러드는 성기호였다.
여자 후배는 촬영이고 뭐고 카메라를 대충 던져놓고 레이카가 만들어준 양념 족발을 폭풍 흡입하기 시작했다.
“어때요? 맛있어요?”
“우와… 핵 꿀맛!”
엄청 맛있는지 여자 후배의 눈이 동그래졌다.
“으… 진짜 맛있다. 배고파서 더 맛있어.”
“아니에요. 원래 맛있어요.”
“그… 그래. 그런 거 같다.”
“저거 카메라 잘 돌아가고 있는 거죠?”
레이카가 군용 나이프로 카메라를 가리켰다.
“당연하지. 화질도 얼마나 좋다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잠깐만요, 실장님. 먹방도 찍어야 하지 않아요?”
“먹방?”
“네, 캠핑 와서 맛있게 먹는 모습이 나와야죠.”
“그… 그렇지.”
그렇게 성기호는 족발을 한 입만 먹고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레이카가 카메라를 보고 진행을 다시 시작했다.
“여러분, 이거 보세요. 윤기가 좌르르 흐르죠? 이렇게 먹다 남은 것도 재활용할 수 있어요. 먹음직스럽죠?”
그녀는 물티슈로 손을 닦은 다음 손으로 족발을 잡고 맛있게 뜯기 시작했다. 입가에 고추장이 조금 묻었지만 그게 더 귀엽고 생생하게 느껴졌다.
“와… 너무 맛있어요. 짱짱! 캠핑에서 먹는 족발은 사랑입니다.”
성기호는 그렇게 촬영을 끝낸 뒤 식어 빠진 족발을 먹기 시작했다. 가슴속에서 서러움이 복받쳤다.
‘흐윽… 시바…….’
“언니, 원두? 아님 믹스?”
“난 원두로. 오빠는 믹스죠?”
“어… 맞아.”
레이카가 배낭을 뒤져 일회용 커피 스틱을 꺼내고 개인용 스테인리스 컵에 커피를 넣었다. 그리고 끓는 물을 컵에 부었다. 커피 향이 곧바로 진동했다.
“꺄아… 식후에 모닥불 옆에서 마시는 커피. 진짜 분위기 최고죠?”
레이카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엄지 척을 날렸다.
그녀는 분위기가 별로라며 화덕을 만든 것도 모자라 죽은 나무토막을 이용해 모닥불까지 만든 것이다.
성기호는 하루가 피곤하긴 했지만 믹스 커피를 한잔 마시자 몸이 풀리며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 시작했다. 몸이 조금 고생스럽긴 해도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긴 했으니까. 자기도 이런데 여자들은 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레이카가 훨씬 일을 많이 했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힘든 척도 안 하고 영상을 찍는 거 보면 진짜 대단한 것 같아.’
그는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레이카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전혀 피로감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텐션이 엄청 높아진 상태였다.
커피를 마시자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레이카는 배낭에서 라이트를 꺼내 셸터 위에 걸었다.
“요즘은 라이트가 진짜 잘 나와요. 오래가기도 하고. 이거 하나면 끝이랍니다.”
더군다나 주위에는 피워놓은 불이 두 개나 있는 상황이었다. 산속이었지만 꽤 좋은 분위기였다.
“분위기 좋다. 날씨만 좀 안 추웠으면 딱인데…….”
“그러니 일찍 자야죠.”
레이카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춥지도 않은지 아까부터 얇은 파카만 입고 있었다.
“양치하고 일찍 잘 거예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먹을 것 좀 구해야죠.”
그녀는 양치하고 따뜻한 물로 입 안을 헹구었다. 그러더니 배낭에서 물티슈를 두 장 뽑아 얼굴을 쓱쓱 문질렀다.
“앗! 레이카, 무슨 짓이야? 무슨 걸그룹이 싸구려 물티슈로 얼굴을 닦아?”
배도 부르고 커피도 한잔해서 기분이 좋아진 여자 후배가 레이카의 행동에 깜짝 놀라 소리를 쳤다.
“아… 어차피 화장도 안 했는데 괜찮아요.”
“뭐? 지금까지 화장 안 한 얼굴이었어? 난 투명 메이크업이라도 한 줄 알았는데…….”
“아하하… 아니에요. 캠핑 왔는데 무슨 화장씩이나…….”
물티슈로 닦은 레이카의 얼굴은 마치 물광을 한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미… 미친 얼굴…….’
홈마 일을 하면서 여러 연예인을 봤지만 이렇게 피부가 좋은 사람은 진정 처음이었다. 아무리 예쁜 얼굴이라도 화장으로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카메라에 클로즈업으로 잡혔을 때 분명 어색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레이카는 방송에 그냥 노 메이크업으로 나와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았다.
‘회사가 작아서 그룹은 망해도 얘는 무조건 뭐라도 되겠어. 얼굴만 팔아먹어도 될 수준이야. 부… 부럽다.’
자신은 화장을 지우면 완벽한 흔녀였기 때문에 여자 후배는 부러우면서 동시에 질투가 났다.
‘아, 갑갑해. 화장 지우고 싶어 죽겠어. 괜히 두껍게 해서… 미치겠네. 아, 그런데 이거 설마 3박 4일을 진짜 찍는 거 아니겠지?’
일행은 먹은 것들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아우우우우…….”
깊은 산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뭐야? 산에 늑대라도 있는 거야?”
성기호와 여자 후배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레이카를 쳐다보았다.
“한국에서는 육식 동물이 거의 멸종했어요. 아마 집 나간 개 정도 될 거예요. 물론 승냥이가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보기 힘들 거고… 있다면 멧돼지 정도?”
“멧돼지? 레이카! 그게 더 위험한 거 아냐?”
“후후후…….”
레이카는 알 듯 모를 듯 한 표정을 지으며 슬슬 웃고 있었다. 그녀는 내일 아침부터 무엇을 할까 그런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