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35화 (13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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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은 잔잔바리하게 갑니다.

사실 오늘 댓글로 정신적 테러를 당하고 너무 쓰기가 싫었네요.

삭제하긴 했지만 깨달은게 있습니다. 제가 3인칭이라고 혼잣말을 너무 많이 넣었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나이도 있고 왠만한 일에는 사실 큰 타격은 없죠 ㅎㅎ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흔한 걸그룹의 컨텐츠

리만 스쿨 워크숍에서 같은 조인 휴이와 함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사용할 곡에 대해 논의했다. 휴이가 몇 번의 가사 수정 끝에 최종 버전을 완성해 온 것이다.

“내가 가사를 완성했네. 한번 들어보겠는가?”

“네, 직접 부르시게요?”

“그럼, 당연하지. 너도 해야 해. 프레젠테이션할 때 나랑 너랑 일인 다역을 해야 한다고!”

“엑…….”

휴이는 강아지일 때 자신을 키워주었던 어린 주인을 찾아가는 개의 모험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물론 진돗개는 쏙 빠졌지만, 어린이들은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보였다.

“애들이 이런 스토리를 좋아할까요?”

“언제나 잘 먹히는 스토리지.”

“그런가요? 저는 잘…….”

이미 세상사에 치여 살아서 그런지 애완동물과의 애정이 이해가 안 가는 강전기였다. 하지만 그는 한숨을 푹 내쉰 뒤 휴이가 하자는 대로 따라 했다. 이 프레젠테이션은 거의 의무감으로 꾸역꾸역해 나가는 중이었다.

휴이는 자신의 작품이 꽤 마음에 드는지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곡들이 아주 좋아. 이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될 거 같은데…….”

“에이… 그건 좀 오버죠. 우리 둘이 대충 만든 건데 그게 가능하겠어요?”

“그런가? 나는 괜찮다고 보는데 말이지. 원래 유치하고 익숙한 게 잘 먹히거든. 어린 주인을 그리워하며 대륙의 끝에서 끝을 가로질러 찾아가는 버려진 개… 우와… 마음부터 따뜻해지지 않아?”

“아, 네네…….”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강전기가 휴이와 파트를 나눠 뮤지컬 대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노래는 그다지 잘한다고 볼 수 없는 그에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뒤 워크숍의 수강생들이 다 모인 공간에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했다. 휴이의 개의 모험에 대한 스토리는 강전기의 생각과는 다르게 반응이 엄청 좋았다.

“음? 뭐지? 왜 이렇게 반응이 뜨거워?”

강전기는 애완동물을 키워보지 않았기 때문에 개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리만 스쿨의 마지막 날이 끝났다. 강전기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었고 그는 초대돼서 온 청강생이라 1개월만 수업을 들었다.

“휴이, 한 달 동안 수고했어요.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지? 아쉽네. 자네 같은 천재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나는 정말 슬프다네.”

‘아재요, 신토불이 몰라요? 그리고 한국이 훨씬 좋다니까요?’

“네, 저도 아쉽습니다. 뉴욕에서 추억을 많이 만들고 가네요.”

“언제라도 놀러 오게. 내 방에서 재워줄 테니까.”

“하하… 마음만이라도 고맙네요.”

강전기는 뉴욕에 오면 언제든지 자신을 반갑게 맞아줄 크리스티안과 에밀리가 있었지만, 이 마음씨 좋은 아저씨도 정말 좋았기 때문에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케이, 그나저나 우리가 같이 만든 게 너무 아까워서 그러는데 여기저기에 공모하거나 내가 직접 발품을 팔아서 세일즈를 해보려고 하는데 어떤가? 나랑 대리인 계약을 맺을 건가?”

“직접 고생하시게요?”

“그럼, 아까운 내 자식 같은 작품인데…….”

“흠… 그렇다면 제 변호사를 알려드릴게요. 대니얼 박이라고, 그분이 해결해 주실 겁니다.”

“오케이… 좋아. 내가 좋은 소식이 들리면 빼먹지 않고 자네에게 연락해 주겠네.”

“그래요. 너무 애쓰지 마시고요.”

“아니지, 사나이가 뜻을 품었으면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니던가?”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인데요?”

“하하, 들켰네. 중국 영화에 나오는 대사야.”

“전 한국인인데요?”

“큼… 아무튼 조심히 돌아가도록 하게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강전기는 휴이와 헤어진 뒤 크리스티안과 에밀리 그리고 브랜든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브랜든이 계속 미국에 있으면 자신이 다른 아티스트를 소개해 준다고 했지만, 한국에 가고 싶어 다음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그렇게 그의 약 45일간의 미국 생활이 끝났다.

* * *

온몸에 명품을 두른 남자가 인천공항을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공항을 나서는데 연예인 공항 패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그를 계속 쳐다보고 따라오고 있었다. 물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지라 고개만 갸웃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강전기가 리무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고 있었다.

‘쓰읍…….’

갑자기 그가 깊숙이 숨을 들이마셨다.

“캬… 이 서울의 뭣 같은 공기… 역시 가슴이 턱 막히는군. 공기만 어떻게 미국이랑 못 바꾸나?”

사실 뉴욕의 공기도 가히 좋지는 않았지만, 서울보다는 훨씬 좋다고 느꼈던 것이다.

다음 날.

강전기는 아침부터 리부트 엔터로 출근했다. 근 두 달간 동료들을 못 봤더니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았다.

자신의 애마를 주차시키고 회사 내부로 들어가니 아는 얼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마케팅 부서를 지나니 이민영 대리가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이 대리님, 안녕하세요. 바쁘세요?”

“어멋! 강 PD님, 진짜 오랜만이에요. 어째 더 잘생겨진 것 같아요. 머리도 길었고. 아, 참! 미국은 잘 다녀오셨어요?”

“네, 뭐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서요. 경치만 다르지 서울이랑 비슷하더군요.”

“에이… 비슷하긴 뭘 비슷해요. 저는 뉴욕에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이에요. 원체 바빠서 짬이 안 나네요.”

‘별로 안 바쁜 것 같던데…….’

“휴가 때 한번 다녀오세요. 제가 관광지 추천해 드릴게요. 혹시 대표님은 사무실에 계세요?”

“아니요, 오늘 방송 스케줄이 있으세요. 오늘은 아마 안 오실 거 같고 내일 오전에 출근하실 거예요.”

“네, 전화로 인사드리죠. 뭐. 핑크엔진 애들은 열심히 연습하고 있나요?”

“기획 팀 기호 씨한테 물어보세요. 핑크엔진은 기호 씨가 딱 붙어있어서 제일 잘 알아요.”

“네, 대리님. 일 보세요. 전 기호한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그는 마케팅 팀을 나와 녹음실 앞에 새로 만들어졌다는 기획 팀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컴퓨터 세 대와 책상, 의자 그리고 촬영 장비들이 놓여있었다. 강전기가 사무실에 걸려있는 시계를 힐끗 쳐다보았다.

‘음, 아홉 시 십 분인데 성기호 이놈 출근도 안 하고 이거 빠져 가지고 큰일이네.’

강전기는 녹음실로 이동해서 장비들을 한번 훑어보고 소파에 앉아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몰라 그간의 뉴스들을 읽어보고 있었다.

아홉 시 반이 돼서야 어슬렁거리며 성기호가 출근했다.

“야, 인마. 참 잘하는 짓이다. 기껏 사무실까지 만들어줬는데 지각이나 하고… 쯧쯧…….”

성기호는 녹음실에서 나오는 강전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야… 너 언제 왔어? 온다고 말 좀 하고 오지.”

“그냥 비행기 스케줄 당겨서 미리 왔다. 미국도 오래 있으니까 지겹더라.”

“관광 잘해놓고 무슨 소리야. 가서 뭐 했어? 뉴욕 이야기는 왜 전혀 안 해주냐?”

성기호의 질문에 강전기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미국 가서 실컷 여자 만나고 놀았다고 어떻게 자기 입으로 털어놓겠는가? 케일린, 아야카, 멜리나, 에밀리……. 모두 그에게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강전기는 헤벌쭉한 표정을 수습하며 태연하게 거짓말했다.

“할 이야기가 있어야 해주지. 그냥 워크숍에서 미국 아재들하고 뮤지컬 만들다가 왔어.”

“왜? 서양 여자는 안 만나고?”

“만나긴 뭘 만나.”

“아닌데, 네 외모면 충분히 서양 여자들도 넘어올 거 같은데…….”

“그건 쌉인정.”

“체… 이야기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나도 바쁘다.”

그 소리를 들은 강전기가 짜증 나서 손을 들고 꿀밤을 한 대 먹여주려다가 말았다.

“야! 그렇게 바쁜 놈이 30분이나 지각하냐?”

한국에 와서 또다시 부활한 꼰대 강이었다.

“나 집에서 새벽까지 편집했다고! 지금 30분 늦은 게 대수야?”

“아니, 너 도와줄 직원 하나 뽑으랬더니 뭐 하는데? 저번에 아는 여자애 홈마스터 한 명 있다며?”

“몰라, 조금 하다가 힘들어서 못 하겠대. 얼마 전 그만뒀어.”

“참, 나. 뭐 한 게 있다고?”

“야, 나 죽도록 고생한 거 모르지? 너 영상 보면 깜짝 놀랄 거다. 며칠 전 레이카 캠핑 영상 찍는다고 계룡산 간다고 했잖아? 거기서 진짜 죽을 뻔했다. 수습 직원도 거기 같이 갔다가 놀라서 그만둔 거야.”

“아니, 캠핑 가서 뭐 했길래?”

“그게…….”

성기호가 3박 4일간 펼쳐졌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 * *

레이카와 성기호 그리고 수습 사원은 콘텐츠를 찍으러 계룡산으로 출발했다. 성기호는 레이카와 같이 캠핑을 한다는 자체로 가슴이 두근대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심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는 차를 몰아 계룡산 근처의 계곡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올라가서 차에 실린 짐을 내렸다.

“이곳이 바로 1박 2일로 캠핑 영상을 찍을 곳입니다.”

성기호는 큰집에서 소유하고 있는 선산을 섭외하여 그곳에서 수렵, 채집 활동까지 하겠다고 허락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2월 초라 그런지 날씨가 너무 추웠다. 야영장에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와… 겨울인데도 경치가 제법 좋은데요? 눈이 왔으면 더 멋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

“네? 눈요?”

“아, 농담이에요. 호호.”

“…….”

“아래쪽에 흐르는 계곡도 있어서 좋네요. 물도 구하기 쉽고…….”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물을 왜 구해요? 지금 하루 치 식량하고 물은 여기 야영장에서 나오는데요?”

“오빠… 아니, 실장님. 그건 사용 안 할 거예요. 그게 무슨 캠핑이에요. 그냥 놀러 온 거죠. 전 제가 가져온 것만 쓸 거예요.”

레이카의 말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가져온 물품은 배낭 딱 하나였다. 그녀는 배낭을 뒤지더니 야전삽과 간이 도끼 그리고 정글도를 꺼냈다.

“자… 언니는 영상 잘 찍으시고요. 실장님은 카메라 밖에서 저 좀 도와주세요. 아무래도 시간이 없다 보니 시간을 단축해야 할 것 같아요.”

“에에?”

레이카는 가벼운 겨울용 등산복 차림에 활동하기 편한 얇은 파카만 입고 있었다.

그녀는 일단 야전삽을 들고 카메라를 보며 대사를 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캠핑소녀 레이카라고 합니다. 오늘 찍을 콘텐츠는 ‘야생에서 3박 4일 동안 살아남기’입니다.”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거 1박 2일짜리 콘텐츠예요.”

성기호가 깜짝 놀라 카메라를 내리며 소리쳤다.

“에이… 실장님, 1박 2일은 초등학생을 둔 아빠들이나 하는 거고요. 최소 3박 4일은 해야죠.”

그렇게 성기호의 의견을 가볍게 무시하고 나서야 레이카의 진정한 원맨쇼가 이어졌다.

“우선 바닥 작업을 해야 합니다. 여기에 집을 짓고 바닥에 누웠을 때 평평해야 잠이 잘 오거든요?”

그녀는 비교적 평평한 지역을 골라 삽으로 바닥을 퍼내며 평탄 작업을 했다. 돌이 있는 경우 힘으로 바닥에 박힌 돌을 꺼냈다. 그녀는 숙달된 삽질로 놀라운 속도를 보여주며 순식간에 작업을 끝마쳤다.

‘세상에… 무슨 공사판에서 20년은 굴러먹은 건설 노동자 같아. 속도 미쳤어! 공익 생활할 때 삽질해 봤는데 저렇게 안 쉬고 하기 힘든데…….’

“휴… 좀 땀이 나네요? 어때요? 바닥이 평평해졌죠? 이제 여기 위에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비닐을 깔아야 합니다. 원래는 바닥을 파서 화덕의 열기로 난방이 되게 만들면 좋은데 한 3일만 있을 거라 그런 작업은 생략할 거예요.”

‘난… 난방?’

그녀는 배낭 밑에 길쭉하게 돌돌 말린 투명 비닐을 풀어 바닥에 깔았다.

“이제 나무를 하러 갈 차례입니다. 비바람을 피하려면 집을 올릴 뼈대가 필요하고, 지붕도 필요하죠.”

레이카는 카메라를 향해 상큼한 미소로 윙크를 날리고 서바이벌 도끼를 엑스자로 가볍게 휘둘렀다.

‘허억…….’

성기호는 앞에 서있다가 도끼가 날아올 거 같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 따라오세요. 컴 온, 컴 온…….”

레이카는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들어가 베기에 적당한 나무들을 탐색했다.

“여기 있는 나무들을 베어야겠네요. 참고로 이곳은 사유지로 모든 것들은 사전 허가되었음을 밝힙니다. 자, 어쨌건 이 도끼 보세요. 좀 묵직하죠? 아무래도 겨울철에 나무를 베려면 좀 묵직한 게 좋아요.”

그녀는 말하면서 자기 팔뚝보다 두꺼운 나무를 도끼로 내려찍기 시작했다.

퍽! 퍽! 퍽!

그녀가 도끼질을 몇 번 하자 나무가 쉽게 부러져 나갔다.

“어때요? 무지 쉽죠? 이런 작업을 한 20~30개 정도 할 거예요. 그런데 도끼질은 조심해야 합니다. 꼭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을 잘하셔야 해요. 잘못하면 도끼가 팍… 큰일이 난답니다.”

레이카는 손날로 자신의 얼굴을 내리치는 시늉을 했다. 그러더니 주변의 비슷한 두께의 나무들을 몇 번의 도끼질로 손쉽게 베어 넘겼다.

‘흐미… 저게 저렇게 간단한 작업이었나? 엄청 쉬워 보이네?’

성기호와 여자 후배는 얼굴에서 빛이 날 정도로 엄청나게 예쁜 여자가 화려한 등산복을 입고 도끼질하는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간단한 동작만으로 나무를 쓱쓱 베어 넘기는 중이었다.

“실장님, 제대로 찍고 계세요?”

“아… 네… 걱… 걱정 마세요.”

“그리고 잔가지들도 최대한 많이 챙겨야 합니다. 뼈대를 세우고 사이사이 잔가지들을 넣어서 벽처럼 만들 거예요.”

“자, 이제 모아놓은 자재들을 옮길 예정입니다. 이제 집으로 가볼까요? 따란…….”

“이제 그만 찍고 같이 옮기시죠? 시간이 없어서 혼자 다 하기는 어렵겠어요. 이건 실장님이 들어주시고… 그리고 이 잔가지는 언니가 좀 옮겨주시고요.”

“에? 저도 해야 해요?”

“왜요. 앞으로 3박 4일 같이 동고동락할 텐데 서로 도와야죠. 헤헤…….”

성기호는 꾸밈없이 웃고 있는 레이카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마치 홀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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