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34화 (13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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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어제 지적해주신 132화를 약간 다듬었습니다.

곧 미국 생활을 슬슬 끝내야 할 것 같네요. 원래는 플롯이 더 길었는데

제가 지치네요.ㅎㅎ 정말 미국에서 떡밥을 오지게 깔았습니다.

수습을 어떻게 하죠 ㅋㅋ 뭐 하나씩 해야겠죠. 천천히 가겠습니다.

항상 선작, 댓글, 추천은 사랑입니다. 쿠폰 주신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미국의 국민 여동생

아침에 눈을 뜬 강전기는 물을 한 잔 마시기 위해 거실로 나갔다. 그곳은 완전히 개판 일보 직전이었다. 그걸 보고 절대로 집에서 파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실의 지저분한 모습에 얼굴을 찌푸린 강전기가 물을 마시며 스마트폰의 깨톡을 열었다. 여러 메시지가 와있었다. 그는 성기호가 보낸 메시지를 클릭했다.

[성기호 : 살았니, 죽었니? 일단 진행 상황 보고한다. 우선 영상 콘텐츠 반응이 괜찮아. 미용, 패션 쪽은 전체적으로 그저 그런데 인하의 힙합 도장 깨기 반응이 뜨거워. 신박하다는 반응이야. 그리고 레이카가 이번 주에 캠핑 콘텐츠 찍으러 계룡산에 간다. 다미도 브랜뉴 걸그룹 신규 코너 걸그룹 댄스 배워보기 코너에 짧게 나올 예정이고……. 아, 참. 저번에 오디션 보고 뽑은 은하가 8대 핑크하니로 뽑혔어. 얘 물건이더라. 말도 엄청 잘하고 구김살이 없더라. 잘하면 초통령 등극해서 인지도 상당히 올릴 수 있을 듯…….]

핑크하니! 교육방송의 어린이 예능 프로로 10년간 장수하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은하가 바로 그 메인 MC가 된 것이다.

‘핑크하니가 되다니 좋은 소식이구나. 은하는 이제 중3 올라가니까 그런 활동 하면서 데뷔 준비해야지. 고1쯤 돼서 국민 여동생 등극 가야지.’

은하는 연기력 포텐이 A였다. 이정수에게 연기 레슨도 시키라고 했는데 오디션도 보고 다니는 거 보면 꾸준히 관리하는 거 같았다.

성기호의 메시지를 시작으로 하리, 황아영, 강소라, 수아, 리나까지 안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으음… 레이카…….’

그는 레이카가 보낸 내용을 클릭했다.

[레이카 : 연습 잘하고 있음! ― 동영상 링크]

[레이카 : 최근 시유 모습이에요. 얼굴 사진하고 몸 사진 보내드려요. ― 사진 링크]

그는 급하게 동영상을 눌러보았다. 춤을 혼자 원테이크로 찍은 영상이었다.

‘오… 최시유 많이 늘었어. 엄청나게 연습했나 보네. 대견하다.’

그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레이카가 보낸 시유의 사진도 확인했다. 첫 번째 사진은 쌍꺼풀 수술 후 붓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시유의 얼굴이었다.

‘오옷! 귀… 귀여워!’

사진 속 시유의 얼굴은 정말로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레이카의 심미안이고 나발이고 시유의 얼굴이 몰라보게 예뻐졌다. 어떻게 쌍꺼풀 수술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강전기였다.

그리고 레이카가 옆에 붙어서 강제로 밥을 먹였는지 살도 적당히 올라와서 예전에 그 음습하던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 숙소에서 완벽하게 규칙적인 생활과 식단을 지키고 땀을 빼는 운동까지 하다 보니 몸도 정상 체중으로 돌아오고 눈 밑의 다크서클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다른 전신 사진도 마저 눌러보았다. 강전기가 타이트한 배꼽티에 레깅스를 입은 시유의 전신 사진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쥐며 소리쳤다.

“오케이! 이거야! 이제야말로 핑크엔진은 진정한 완전체가 됐어!”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 자고 있던 남자가 강전기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눈을 비비며 눈을 떴다.

“미안… 더 자라.”

사진 속 시유의 몸매는 S라인이었다. 사실 난민처럼 말랐을 때도 골반 선은 어느 정도 살아있긴 했다. 아직은 좀 모자라긴 하지만 적당히 살이 오른 시유의 라인은 언니들 못지않았다. 시유 어머니가 미인이었다고 하니 사실 시유의 유전자는 민호 형보다 엄마에게 더 많이 물려받은 것 같았다.

“와, 이제는 뭐 멤버 전원이 외모 1티어네. 레전드다, 레전드.”

강전기는 동영상과 사진을 보니 한국이 그리워졌다. 사실 미국에서 좋은 것도 많이 보고 경험도 많이 하긴 해서 좋긴 했지만, 역시 한국만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리만 스쿨 워크숍만 끝나면 2월 초에 바로 귀국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 * *

오후, 뉴욕의 한 녹음실.

댄디가이 브랜든이 에밀리가 부르면 좋을 만한 곡을 하나씩 들어보고 선별하고 있었다. 누가 보냈는지는 고려하지 않고 곡만 계속 듣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작곡가가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음, 왜 이렇게 마음에 드는 좋은 곡이 없지? 에밀리도 이제 한물갔다 이건가?’

솔직히 충격이었다. 이렇게까지 좋은 곡들이 안 들어오다니! 그래도 2년 전까지는 거대한 팬덤에서 음반과 음원을 소화해 줬는데, 최근 급격하게 붕괴한 팬덤으로 이제는 가까스로 빌보드 100위권에 이름만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그간 에밀리가 약물 스캔들로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졌어.’

연기자로는 국민 여동생 3인방 중 최하위였지만, 노래 실력만큼은 줄리아나 매들린을 압도적으로 눌러서 가수로서의 입지는 그 누구보다 탄탄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안 좋은 뉴스에 실망한 팬들이 점점 그녀를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하면 계약 해지까지 당할 텐데 걱정이군.’

개선되지 않고 안 좋은 모습만 보여준다면 자기조차 다시는 그녀의 프로듀싱을 맡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잡생각을 비우고 나머지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응?’

둥. 둥. 둥. 둥.

처음부터 나오는 피치카토 스트링(줄 튕기는 소리) 소리가 적막을 깨버렸다. 계속 반복적인 피치카토 스트링이 베이스로 깔리며 몽환적인 느낌의 느린 템포의 곡이 흘러나왔다.

‘으으음…….’

그런데 그 몽환적인 느낌의 멜로디에 트로피컬 하우스 느낌의 아주 작은 소리를 겹쳐 우울한 것 같으면서도 밝은 느낌을 주는 신기한 곡이었다. 발라드라고 하기엔 약간 빠르고 미디엄 템포라기엔 약간 느린 그런 희한한 느낌의 곡이었다.

중간 부분으로 장조가 바뀔 때를 딱 맞춰서 경탄이 나오게 하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브랜든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런 감각적인 멜로디가 중간중간 적절히 포인트로 배치돼 있었고, 자칫 지루할 수 있었던 곡에 고비마다 음이 바뀌는 포인트를 적절하게 배치한 노련함. 살짝살짝 끊길 때 넣어주는 기묘한 전자음은 곡 전체가 아주 치밀하게 짜여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허… 한 번만 들었을 뿐인데 도끼로 뇌를 팍팍 찍는 느낌이야.’

정말 그 정도로 아름답고 강렬한 곡이었다. 중반부까지 킥과 스네어를 극도로 줄여서 자연스럽게 멜로디와 보컬에 집중하게 하고 있었다.

‘이런 곡이라면 에밀리의 뛰어난 가창력을 100% 살릴 수 있겠어.’

후렴구는 압권이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풀어져 버리는 그런 힐링이 되는 코드 진행, 이른바 돈이 되는 머니코드를 활용하고 그 위에 앞부분의 피치카토 스트링을 절묘하게 얹은 것이다.

‘제… 젠장…….’

브랜든은 헤드폰을 벗고 레코딩 매니저에게 도대체 누가 보낸 곡인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오랜만에 듣는 명곡이었으니까.

“이거 누가 보낸 곡이죠?”

“잠시만요. 아… 여기 있네요. 작곡가 이름이 일렉케이네요.”

매니저가 알려준 이름을 듣고 빙긋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꽉 쥐는 브랜든이었다.

‘역시… 내 감각은 틀리지 않았어. 일렉케이, 넌 정말 물건이야.’

그는 전화를 들어 일렉케이의 이름을 검색했다.

얼마 후, 녹음실에 에밀리와 일렉케이 그리고 그의 친구 크리스티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어서 와. 여기 앉아.”

“하하… 브랜든! 왜 이렇게 갑자기 불렀어요? 오늘 곡 심사하는 날이라고 안 했나요? 하루 종일 해도 못 할 거라고 해놓고…….”

에밀리가 편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면서 말을 했다.

“그게…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에밀리를 보고 있던 브랜든의 시선이 강전기에게 옮겨 갔다. 강전기는 뭔가 예감한 듯 브랜든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빙긋 웃기만 했다.

“왜요? 빨리 알려주세요. 네?”

“그 이유는 제가 일렉케이의 곡을 듣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죠. 몇 시간 동안 들은 어떤 곡보다 뛰어나고 좋았습니다.”

브랜든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강전기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 강전기는 그 모습을 보고 역시… 라는 표정을 지었다.

‘브랜든은 뛰어난 프로듀서야. 귀도 정말 예민하고… 명곡이라는 걸 벌써 깨달은 거야.’

“정말 대단했어요.”

“케이, 잘됐다. 이제 에밀리가 네 노래를 부르는 거야?”

“글쎄… 브랜든이 아직 그런 소리는 안 했잖아.”

“아니요, 타이틀곡으로 갑니다. 곡을 다 듣자마자 단숨에 결정했어요. 이 곡은 정말 에밀리를 위한 곡이에요.”

“잠시만요. 우리 들어보고 나서 결정해요.”

에밀리가 지금껏 묵묵히 듣고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곡을 틀기 전에 잠시만요. 제가 에밀리에게 할 말이 있어요. 에밀리… 잠시 귀 좀…….”

“응, 왜 그래?”

강전기가 에밀리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어젯밤 역할 놀이를 했던 걸 기억해 봐. 그때 느꼈던 시원하고 치유됐던 감정을 말이야. 그리고 나는 내 곡에 네가 스스로 가사를 적었으면 좋겠어. 노래를 들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봐. 알았지? 아, 맞다… 내가 제목만 정했어. 「Not even an affair」, ‘불륜도 아닌’이야.’

‘뭐? 불륜……?’

에밀리는 솔직히 케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어찌 됐든 곡에 자신의 가사를 한번 붙여보라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럼 노래 튼다.”

브랜든이 마우스를 클릭하자 녹음실의 고급 스피커로 강전기의 「Not even an affair」가 흘러나왔다. 에밀리는 처음부터 울려 퍼지는 강렬한 피치카토 선율에 넋을 잃고 말았다.

‘어젯밤을 생각해 봐.’

음악을 들으며 어젯밤 일을 생각하자 모든 게 이해되는 에밀리였다. 케이는 자신에게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 가사로 만들어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힘들었던 과거와 비로소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자신의 스토리를 말이다.

‘오늘도 뉴스에서 당신을 봤어요.’

‘나는 이렇게 아픈데, 여전히 당신은 빛나고 있네요.’

‘우연히 날 보더라도, 안쓰러워하지 말아요.’

‘난 당신에게 불륜조차 아니었지만’

‘당신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소중한 첫사랑. 아니 혼자만의 사랑’

‘갑자기, 술에 취한 그날 밤이 생각났어요.’

‘나의 품에 안겨서 어린아이처럼 울던 당신.’

‘그것이 그녀를 사랑하는 당신의 마음인 것을 그땐 알지 못했어요.’

‘영원한 두 번째라도 되길 바랐지만’

‘난 당신의 불륜(affair)조차 아니었죠.’

에밀리는 마치 영상 속의 자막을 읽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가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간 슬프게 시작하다가 후렴구에 가서는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자신의 강인함을 떠올렸다. 강전기가 후렴구에 피치카토 스트링을 베이스로 쓰면서 힐링이 되는 밝은 느낌의 멜로디를 심었기 때문에 그런 자연스러운 가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노래가 끝난 후 크리스티안이 감동했는지 천천히 박수를 쳤다.

“와우… 환상적이야! 노래가 진짜 너무 좋다.”

하지만 에밀리는 가사를 쓰는 데 집중한 나머지 감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쓴 것은 중간중간 가사가 비어있기도 했고 자잘하게 작사가의 손을 거쳐 다듬어져야 했지만, 날것 그대로의 느낌도 아주 괜찮았다.

그녀는 음악을 반복해 들으면서 가사를 종이에 써 내려갔다. 옆에서 크리스티안이 그녀를 아주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었다.

‘잘하고 있는 거 맞아?’

‘후후… 아마도?’

아마 이 노래는 에밀리의 자전적인 가사로 마케팅될 것이다. 그리고 이 가사에 나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호사가들이 뒤를 캘 것이 분명했다. 얼마나 시끄러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에밀리는 이겨낼 거야.’

강전기는 그녀가 이제는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어제 사이코드라마를 찍으며 가슴속의 응어리를 모두 다 풀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크리스티안이라는 비장의 수를 심어 놓았다. 그는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그녀의 옆에서 에밀리를 돌볼 것이었다. 강전기가 한국으로 가도 크리스티안이 에밀리의 곁에 남아 힘이 돼준다면, 그녀는 분명 역경을 이기고 제2의 도약을 맞이할 게 분명했다.

그것을 완성시켜 주는 것이 바로 강전기의 곡이었다. 프로듀서인 브랜든조차 확신했다. 에밀리가 쓰는 가사를 조금 다듬는다면 정말로 큰 폭풍우가 몰려올 것을 예감한 것이다. 그는 눈을 들어 강전기를 쳐다보았다.

‘어린 나이에 이런 마스터피스를 뽑아내다니.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작곡 천재 아니고 뭐란 말인가? 정말 대단하다. 정말 이 세상은 넓고 놀랄 일은 더 많구나.’

모두가 그렇게 감탄하는 사이 강전기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크리스티안 이 녀석은 이제 기둥서방 같은 거로 언론에 소개되려나? 에밀리 복귀의 일등 공신 크리스티안… 뭐 이런 거로 말이지.’

강전기는 크리스티안이 에밀리의 오랜 팬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만났을 때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것이다.

‘자슥, 맨날 여자나 후리고 다닐 줄만 알았더니 그래도 좋아하는 여자가 한 명쯤은 있었구나.’

그렇게 미국 연예계와 빌보드를 발칵 뒤집어 놓을 곡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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