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41화 (14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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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벌써 140회네요.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걸그룹 4차 대전의 서막

“그런데 시유는 어쩌다 그렇게 예뻐진 거야?”

“네?”

시유가 강전기의 말에 깜짝 놀라며 동그랗게 눈을 떴다. 뭔가 안 좋은 소리를 듣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던 그녀는 뜻밖에 자신의 외모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듣게 되자 긴장감이 약간 사라지는 것 같았다.

“레이카는 시유 관리하느라 진짜 수고했다.”

레이카가 강전기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 듯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시유는 고작 3개월 만에 춤이 이 정도까지 올라온 걸 보면 댄스 재능도 괜찮은 것 같아. 뭐, 더 연습하면 다른 멤버들 발목 잡는 일이 없을 것 같고, 앞으로 그렇게 연습하면 데뷔까지 큰 무리가 없어 보이네. 무엇보다도 열심히 추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느껴져서 좋았어. 최시유, 잘했어.”

“흑…….”

강전기의 심사평을 들은 시유가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그녀의 하얀 손 밖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옆에 있던 레이카와 다미, 인하가 모두 시유를 꼭 껴안아 줬다.

“울지 마, 시유야.”

“잘 따라왔어. 잘했어.”

“으아앙…….”

최시유는 지금까지 고생한 게 떠오르는지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다.

‘세상이 얼마나 힘든지 이제 좀 알았겠지? 시유는 이제 방구석 폐인을 벗어나는 1단계는 클리어했다. 이제 2단계로 들어갈 차례야. 이제 언니들을 따라잡는 거지. 레이카 녀석, 애를 얼마나 굴렸길래 저렇게 서럽게 우는 거야?’

사실 시유가 우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본인이 힘든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냥 노력하면 되니까. 그게 언제가 되더라도 묵묵히 해나가다 보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니들에게 폐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이 꼭 핑크엔진의 아킬레스건이 된 것 같아 원형 탈모가 올 정도였다.

오늘 강전기의 평가로 그간 가슴을 졸여왔던 걱정이 사라지고 자신의 노력을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사실에 감동하여 그만 폭포수 같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만 것이다.

‘녀석들, 사이가 엄청 좋아졌네. 하긴 멤버가 네 명뿐이니 친해질 수밖에 없지. 세 명은 동갑에 한 명은 막내고…….’

“크흑… 장하다.”

“응?”

강전기가 고개를 슬쩍 돌려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니, 시유의 아버지 최민호도 어느샌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이정수 대표도 눈가가 촉촉해진 것 같았다.

‘창피하게시리 왜들 오버하고 그러는 거야?’

강전기는 민망한 나머지 최민호를 데리고 연습실을 나갔다.

“진정하세요, 형.”

“전기야, 고맙다. 우리 시유가 뭔가를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건 처음이야. 난 아버지가 돼서 지금까지 뭐 했는지 너무 한심해. 그깟 돈 몇 푼 벌겠다고 시유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알지도 못했잖아. 크흑…….”

“그거야 지금부터 잘하면 되죠. 지금까지 개선된 거 보니까 더 잘할 거 같은데요.”

“후… 내 새끼라 그런 게 아니고, 진짜 열심히 연습하더라. 요즘에는 숙소에서 살다 보니 내가 직접 보진 못했는데 저녁에는 신문 같은 것도 읽나 봐. 단어 모르는 거 있으면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하고… 인하랑 같이 역사 만화 같은 거도 본다고 하더라.”

“오… 그거 좋은 현상이네요. 전 지금까지 춤 연습만 하는 줄 알았는데요?”

“응, 그런 교육은 내가 좀 신경 쓸게. 넌 곡이나 잘 써. 알았지?”

“그럼 저야 편하죠.”

그렇게 데뷔 조 점검이 끝났다.

강전기는 오후에 이정수 대표와 회의를 했다.

“뮤직넷 방송 전까지는 약 2개월 넘게 남았지만, 데뷔 앨범과 뮤직비디오 제작 등을 생각하면 시간이 그리 많이 남은 것도 아닙니다.”

성기호가 눈에 힘을 주고 노트북을 폈다.

“그런데 뭐 하는데 요 며칠간 그렇게 바빴어?”

“제가 정규 방송을 다섯 개나 하고 계신 형님보다 바쁘진 않죠. 그냥 며칠간 .EXE하고 작업했어요.”

“응? .EXE?”

이정수 대표는 강전기의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EXE가 3월 초에 복귀하는데 제 곡이 타이틀곡으로 선정됐습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노트북을 보고 있던 성기호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놀라지 말고 앉아, 인마.”

“너… 언제 곡을 넣은 거야? 경쟁률이 장난 아닐 텐데?”

“다들 오해하지 말고 들으세요. 제가 저번에 소울퀸즈랑 음방 갔을 때 .EXE 만났다고 이야기했던가요?”

성기호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이정수 대표는 소울퀸즈의 수진이 누나에게 들었다고 했다.

“아무튼, 그때 에릭하고 안면을 텄는데 우연히 걔네 사옥에 놀러 갔다가 곡을 넣고 왔어요.”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소리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사실대로 말해봐.”

“농담 아니라 진짜야.”

이런 어설픈 거짓말로 성기호를 속일 수 없는 것은 자신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이쪽 계통을 워낙 잘 알고 있는 놈이라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욕에서 테러범을 때려잡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 그냥 중간 생략하고 간단하게 통보한 것이다.

성기호의 눈을 보니 전혀 못 믿겠다는 얼굴이었다.

“뭘 그렇게 째려봐. 며칠 있으면 음원 나올 테니까 한번 들어보면 될 거 아냐?”

“진짜인가 보네.”

“그럼, 진짜예요. 형도 저 못 믿어요?”

“아니, 믿지. 그런데 뭔가 이상해서 그렇지.”

“자자… 우리 팩트에만 집중합시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자기들이 좋아서 쓴다는데 말릴 필요가 없는 거죠. .EXE가 쓴다고 하면 가져다 바쳐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사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관건입니다. 지금 뮤직넷에서 SSJ하고 협상이 지지부진하지 않습니까?”

“그래, 기호한테 다 들었지.”

“정수 형도 SSJ가 나오지 않으면 이슈가 되기 힘들다는 것도 이해하신 거죠?”

“그래, 이해했어.”

“SSJ가 참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제가 기꺼이 총대를 메겠습니다.”

“응? 네가 무슨 총대를 메?”

“뮤직넷에서 SSJ하고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게 어그로를 좀 끌어보려고요.”

성기호가 뭔가를 눈치챘는지 의심이 가득한 눈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입꼬리를 쓱 올리며 자신의 턱을 매만지고 있었다.

‘하여간 눈치는 빨라 가지고…….’

“형! 제 전 소속사가 어디입니까? SSJ죠. 거기 연습생 출신이 프로듀서가 돼서 빌보드 1위를 찍고 방송에 자기가 직접 프로듀싱한 걸그룹을 론칭한다는데 이슈가 될까요? 안 될까요? 그리고 뮤직넷이 작정하고 홍보를 빵빵 터트려 준다면? 그것도 SSJ 연습생 출신 빌보드 1위 작곡가라는 걸 강조하면서 말이죠.”

“흐음…….”

“빌보드 1위 작곡가까지 출연하고 신인 걸그룹이 몽땅 나와서 경연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는 SSJ의 걸그룹이 과연 혼자서 이슈 몰이를 할 수 있을까요?”

“자… 잠깐… 근데 빌보드 1위 작곡가 뭐야? 네가 무슨 무당이니? 있지도 않은 일을 확정하고 말을 하냐?”

“대표님, 이번에 복귀하는 .EXE라면 빌보드 1위 할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물론 강 PD가 쓴 곡이 타이틀곡이라면 말이죠.”

성기호가 옆에서 조용히 강전기를 지원 사격했다.

“타이틀곡입니다. 진혁이 형하고 술도 마셨어요. 거기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진혁이 형? 혹시 빅샷 나진혁 대표 말이냐?”

“물론이죠.”

“너… 너 언제 나진혁 대표랑 인맥을 튼 거야?”

“그건 뭐, 중요한 건 아니고요. 아무튼 타이틀곡이 맞으니 지금 우리 핑크엔진이 출연하는 「걸그룹 4차 대전」을 어떻게 하면 성공하게 할지 머리를 맞대자고요.”

강전기는 리부트 엔터의 등기 이사가 되면서 회사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는 외부 활동이 언제든 가능하도록 계약 내용을 바꾼 상태였다. .EXE에게 곡을 줘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사실 회사 내에서는 곡을 줄 가수도 없었다.

“아… 진혁이 형이 언제 술 한잔 같이하자고 하네요.”

“나랑?”

“예, 예전에 몇 번 방송국에서 만난 적 있다면서요?”

“맞아. 그걸 기억하고 있었네! 진혁이가… 허허…….”

‘쯧… 언제 봤다고 벌써 진혁이래…….’

“잠시만요, 강 PD의 말이 맞는다면 아마도 SSJ의 참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뮤직넷이 작정하고 어그로를 끌면서 홍보해 줄 텐데 SSJ 신인 걸그룹이 안 나온다면 이슈에서 완전 소외될 수도 있거든요.”

“일리가 있어.”

“그렇죠?”

“그런데 강 PD, 너 감당할 수 있겠어? TV에 나오는 거 싫다며?”

이정수 대표의 질문은 예전에 강전기가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를 꼬집는 말이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연예계 일을 하려면 얼굴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고요. 알려질 바엔 유명해지는 게 낫죠.”

“허허허… 우리 전기가 약을 잘못 먹었나, 갑자기 왜 이러지?”

“저도 이제 철 좀 들어야죠.”

“그래, 네 생각이 맞아. 내가 예전에도 말했을 거야. 그때 「우리 마을 예체능」 통편집된 거 말야. 그게 너랑 우리 리부트가 인기가 있고 힘이 있었다면 그렇게 맘대로 했을 거 같아?”

“아뇨.”

“그래, 이 바닥은 인기가 바로 힘이라고 내가 말했었지?”

“넵!”

“우리 강 PD 이제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케이블에 내놔도 되겠어.”

“맡겨만 주세요. 제가 확실히 어그로를 끌겠습니다. 그리고 기호야, 네가 기민이 형 이야기는 대표님께 좀 해드려라.”

성기호는 이정수 대표에게 이기민의 제안에 대해 자세하고 정확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특히 다이아엔터의 레몬캔디까지 같이 프로듀싱해야 한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감당 가능하겠어?”

“그럼요. 충분합니다. 제가 못 할 거 같았으면 말도 안 꺼냈을 거예요.”

“흠…….”

이정수 대표가 허리를 뒤로 젖히며 팔짱을 꼈다.

“레몬캔디한테 흑심이 있는 건 아니고? 너 예전에 「걸즈 스쿨」 가서 엄청 아쉬워했잖아. 너 혹시 게네도 키워보려고 하는 거야?”

“아… 그건 아니에요. 그건 KM미디어 이기민 전무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포함된 사항이에요.”

“난 그게 이해가 안 가. 어차피 방송국 실세인데… 왜 굳이 너한테 프로듀싱을 받겠다는 건지…….”

“그거야 천재니까요.”

“응?”

성기호가 단호한 눈빛으로 이정수 대표를 쳐다봤다.

“강 PD가 천재라는 걸 이기민 전무가 알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저도 지금까지 긴가민가했는데 레몬캔디에게 주려고 하는 곡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허, 참… 나도 전기가 천재인 거는 알지. 그런데 전기만 천재가 아니잖아. 3대 기획사에 그런 작곡가들 많아. 그리고 프리랜서 작곡 팀들이 있잖아. 외국 작곡가들도 있고…….”

“글쎄요? 저도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강 PD의 이전 곡들이 마음에 들었나 보죠.”

“알았어. 너희가 알아서 해라. 어차피 강 PD하고 기호가 걸그룹 프로듀싱 책임자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봐. 그런데 내 촉은 뭔가 좀 이상하다는 거야.”

역시 대중음악계와 연예계에서 근 20년을 버틴 이정수라 촉이 있었다.

강 PD의 프로듀싱을 받는 것이 양질의 데뷔곡을 얻기 위함도 있지만, 이기민 전무가 자신의 이상형 한여름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위해서 쓰는 카드라는 것을 이정수 대표가 어찌 알겠는가? 강전기와 성기호도 지금은 전혀 짐작 못 하고 있었다.

“아니, 막말로 마지막까지 핑크엔진하고 레몬캔디가 남아봐. 그거 어찌할 건데? 끝까지 동시에 프로듀싱을 하겠다고?”

“설마요?”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구만? 그리고 말야. 뭔가 조작해서 우리 애들 떨어트리면 어떻게 해? 그럼 레몬캔디만 좋은 일 시켜주는 거잖아. 어그로는 강 PD가 다 끌고…….”

“…….”

“대표님, 저도 이기민 전무가 강 PD를 굳이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긴 한데요. 조심할게요. 그런데 별문제는 아닐 거예요. 어차피 이 기획을 추진한 사람이 저라…….”

“어? 뭐라고? 기호 네가 이걸 기획했다고? 허… 이거 참 점입가경일세. 알아서들 해라. 걸그룹 하나 데뷔시키는 데 진짜 복잡하다, 복잡해. 에잉… 난 스케줄이나 갈란다.”

성기호도 굳이 설명하기 귀찮은지 그냥 대충 넘어갈 심산이었다.

강전기는 아까 이정수가 말했던 질문에 대해 굳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곰곰이 생각 중이었다.

‘두 팀을 프로듀싱하는 데 문제가 있냐고? 나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드르륵―

이정수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마지막으로 강전기와 성기호를 바라보았다.

“그래, 둘이 잘 상의해서 결정해라. 만약 너희 생각대로 SSJ가 껴들어 오면 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어.”

“예, 명심할게요.”

“대표님, 들어가세요.”

“그래…….”

이정수 대표가 강전기와 성기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사무실을 나섰다.

“기호야, 얼른 기민이 형하고 약속 잡아라. 그쪽이랑도 계획을 짜야 할 거 아니냐.”

“당연하지. 조만간 같이 가서 담판을 지어보자고. 아마도 네가 전면에 나선다고 하면 뮤직넷에서 좋아할걸? 거기다가 곧 .EXE의 타이틀곡 작곡가라는 소리를 들을 건데…….”

“그래, 아마 뮤직넷에서 천재 작곡가니 뭐니 해서 아주 나를 하늘로 둥둥 띄울 거야. 만약 내가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중들에게 가루가 되게 까일 테고 뮤직넷도 씹던 껌처럼 나를 뱉어버릴 거야.”

“왜, 이제야 실감 나냐? 겁나?”

“겁나냐고? 풋… 진짜 천재라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줘?”

성기호는 머리를 휙 하고 넘기는 강전기의 허세 섞인 모습에서 묘한 기대감을 느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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