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42화 (14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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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드디어 막이 오른 걸그룹 4차 대전!

과연 강전기는 씹던 껌처럼 단물만 쪽 빨릴 것인가!

항상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걸그룹 4차 대전의 서막

뮤직넷을 소유하고 있는 KM 미디어는 케이블TV 채널 및 음반, 드라마, 각종 예능 제작사 및 영화 제작, 투자, 배급을 총괄하는 엔터테인먼트계의 거대 공룡이었다.

그중에서 다이아 엔터는 뮤직넷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스타들을 매니지먼트 해주기 위한 전문 회사였다. 하지만 최고 인기프로그램인 「아이돌 메이커」가 조작으로 밝혀져 그룹의 이미지가 단번에 땅으로 추락했다. 그 프로그램 하나에서 시작된 불공정성이 화두가 되어 뮤직넷과 아무 상관 없는 KM 그룹까지 비리의 온상처럼 도매금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모두 다 당황하는 사이 KM 그룹의 3남인 이기민이 전무로 취임하여 빠르게 일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우선 기존 뮤직넷의 경영진을 다 날리고, 새로운 관찰형 오디션인 「걸즈 스쿨」을 론칭시켜 꽤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물론, 당시 「걸즈 스쿨」은 여초의 싸늘한 반응 때문에 큰 호응은 얻지 못했지만, 관찰형 오디션이라는 새로운 포맷으로 30대 여자와 20대 남자와 30~50대 아재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탄탄한 팬덤을 쌓은 상태였다.

이기민은 그룹 내 경영권 다툼에서 일찍이 손을 뗀다는 조건으로 KM 미디어를 물려받았다. 다른 KM 그룹의 지분은 형들에게 넘긴 뒤 그 돈으로 미국 하이테크 기업에 투자하여 열 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형들보다 거대한 부자가 되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사는 대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걸그룹을 제작하여 그들을 성공시키기 위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실사판으로 벌이는 중이었다.

일단, 출발은 좋았다. 자신의 오른팔인 한정석 피디가 자신의 취향인 멤버들을 모두 다 데뷔시켰으니까. (악마의 편집은 했지만, 투표는 조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데뷔를 시키려고 보니 자신의 취향으로 뽑아놓은 멤버들이 문제였다. 최근 걸그룹의 트렌드는 걸크러시였는데 이들은 모두 상큼이들이었던 것! 최근에 케이팝 신은 이런 극남성향 그룹들이 전혀 힘을 못 쓴다는 게 문제였다.

물론, 팬덤은 신인치고 탄탄했기 때문에 데뷔한다고 해도 망하진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걸그룹이 그 정도에 머무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억만금을 들이더라도 1위를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바로 일렉케이였다. 일렉케이라면 자신의 그룹을 분명히 띄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의 민감하고 예민한 촉이 발동한 것이다.

일렉케이가 작곡한 블루비의 신곡을 들었을 때의 그 충격이란! 이기민은 그때 바지를 내리고 수음해 버렸던 일을 떠올렸다. 비록 이화의 불행한 사고로 활동은 중단됐지만 음원은 아직 10위권에 알박기를 한 상태였고, 미튜브는 억대 조회 수를 진즉에 돌파하여 블루비의 새로운 신화를 써가고 있었다.

이기민은 조용히 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일렉케이와 만나기 위해 30분 정도 일찍 퇴근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저녁 일곱 시가 되자 비서의 안내를 받은 일렉케이와 성기호가 거실로 들어왔다.

“기민이 형, 저희 왔어요. 일찍 퇴근하셨네요?”

“어… 그래. 기호야, 어서 와.”

“안녕하세요, 형님. 일렉케이 강전기입니다. 저번에 뵙고 오랜만이네요. 별일 없으셨죠?”

“네,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에이… 형님, 말 놓으세요. 기호에게는 반말하시면서 저한테 존댓말 하시면 이상하죠.”

“그… 그럴까?”

일렉케이에게는 역시나 잘생긴 놈들 특유의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거부감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호감으로 다가왔다. 보자마자 말을 놓으라고 하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이기민이었다.

‘이런 잘생긴 동생이 있으면 왠지 뿌듯하지.’

그는 일렉케이의 외모를 찬찬히 관찰하고 있었다.

‘입고 있는 건 나름 신경 쓴 명품 옷들이군. 저번에 봤을 때하고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아무래도 연예계 일을 하다 보니 취향이 바뀌게 된 거겠지. 머리도 적당히 길고 얼굴은 꼭 예전 록가수였던 불세출의 미남 ‘테리우스’ 같은 느낌이야. 지금으로 따지면 .EXE의 막내 에릭과 느낌이 닮았어.’

그들은 비서가 내온 차를 마시며 가벼운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김 비서님, 고마워요. 이제 퇴근하셔도 됩니다.”

단정한 미녀 비서가 공손히 인사하며 거실을 나갔다.

“자, 이제 슬슬 우리 애들 데뷔곡을 한번 들어볼까? 가져온 거 맞지?”

“기호야, 얼른 노래 좀 틀어봐. 제목은 「마지막 여름」입니다. 친한 친구인 여고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여름방학에 여행을 떠나는 그런 곡입니다.”

성기호는 곧바로 이기민에게 파일을 보냈다. 이기민은 잽싸게 컴퓨터를 켜고 음악을 재생했다. 수천만 원 이상 나가 보이는 진공관 스피커에서 깔끔하고 시원한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크으… 좋다. 바로 이거야. 매력적이고 시원스러운 비트에 베이스가 펑키해. 딱 여름에 듣기 좋은 그런 음악이야. 데뷔가 5월 중순이니 딱 맞는군. 국내에서는 이런 비트를 아주 선호하지. 아주 힘이 팍팍 솟는 느낌이야. 무슨 여고생들이 자기들끼리 신나게 여행을 떠나면서 노는 그런 느낌이야. 귀여운 랩 파트, 적절히 끊어주는 브리지, 시원하지만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강렬한 일렉기타 사운드! 정말 여름 댄스곡의 세련된 진화로군.’

“어때요, 형?”

“역시… 내 감은 틀리지 않았어.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야.”

강전기는 이기민의 활짝 핀 얼굴을 보며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 이 곡은 사실 현존 케이팝 최고의 히트메이커 마이하트를 떠올리고 만든 곡이었다. 강전기가 지금까지 만든 곡 중에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괜찮을 수밖에 없는 그런 곡이었다.

“다른 작곡가들에게 곡을 의뢰했더니 다들 레몬캔디의 이미지만 생각해서 간드러지고 청순하고 귀여운 그런 곡들만 죄다 만들어왔더군. 그런데 역시 전기 너는 다르구나.”

“척하면 척이죠. 그런 곡들을 보내온 작곡가들하고는 놀지 마세요. 하하하…….”

“다시 한번 들어봐야겠어.”

그는 곡을 두 번 정도 더 반복 재생했다. 이기민의 머릿속에 레몬캔디가 입을 의상과 뮤직비디오 장면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일렉케이의 곡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런 묘한 느낌이 있어. 어서 빨리 제작에 들어가고 싶다.’

“레몬캔디 같은 비주얼 그룹이 청순으로 가는 건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완전히 그쪽 남자에게 아양 떠는 그룹으로 찍혀요. 차라리 연애 같은 건 아예 빼버려야 해요. 아니면 그런 걸 넣고 싶으면 걸크러시 가사처럼 수동적이지 않은 그런 당당함을 보여줘야 해요. 아니면 마이하트처럼 발랄하게 가야 하죠. 그래서 통통 튀는 느낌을 줬습니다. 중간중간 펑키한 베이스와 일렉기타 소리 들으셨죠?”

“그렇구나. 진짜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간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콘셉트를 잡아야 할 건지 자연스럽게 떠올라.”

“형님, 이거 제가 레몬캔디에 대해 애정이 있으니 이렇게 신경을 써서 만든 거예요. 제가 「걸즈 스쿨」 본방 사수한 거 모르시죠?”

“그랬어?”

“제가 마지막 선발식에 갔던 거 모르세요? 리부트에서 만드는 걸그룹도 거기서 한 명 데려왔어요.”

“누구?”

이기민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 고개를 갸웃했다.

“저희가 그때 김인하를 영입했어요.”

김인하라면 더블케이 출신의 연습생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완성형이라 실력이 출중하고 외모가 뛰어났지만 다른 멤버들하고 밸런스가 맞지 않아 처음부터 편집에서 제외한 참가자였다.

‘그렇게 편집으로 잘라냈음에도 8위를 해버렸었지.’

“아… 김인하가 리부트로 갔니?”

“흐흐… 땡큐입니다. 크흠… 어쨌거나 제 최애가 차은성, 이유리, 정우리, 김초희였어요.”

“얼씨구, 전부 상위권 멤버들이네. 어떻게 걔들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 거야? 떨어지면 주워가려고 거기에 간 거야?”

“뭐, 사람들 눈이 다들 비슷한지 데뷔 조에 전부 다 들어가더라고요. 거기서 멘붕이 왔는데 다행히 천운으로 숨은 보석인 인하를 업어왔죠.”

“딱 한 군데에서 왔다고 했는데 그게 리부트였구나.”

“뭐, 그래서 제가 만들고 싶은 그룹의 노선을 한 130도 정도 틀었어요.”

“130도?”

“예, 180도를 틀면 걸크러시가 되니까요. 저희는 걸크러시+러블리 콘셉트입니다.”

“쯧… 어려운 노선을 잡았네. 그런 애매한 콘셉트는 3대 기획사에서나 하는 건데…….”

“걱정 마세요. 대박 납니다. 노래는 들려드리지 못하지만 제가 뽑은 곡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퀄리티예요.”

“후후… 기대하지. 하지만 우리 애들한테는 안 될 거야. 우리 애들 요즘 관리받고 엄청 예뻐졌지. 보면 깜짝 놀랄 거야.”

“흐흐흐…….”

강전기와 이기민은 잠시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아, 참. SSJ를 끌어들일 방법이 있다고? 안 그래도 5월 중순 방송인데 늦어도 3월에는 프로그램 기획을 끝내고 광고를 해야 해. 솔직히 늦은 감이 없지 않지. SSJ가 참전해야 카오스 ENT도 나온다고 했어. 다들 알지? 파인트의 카오스 ENT와 KM 미디어는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치는 경쟁자라고. 어떤 묘수가 있는지 한번 들어볼까?”

이기민이 쓰고 있던 안경을 손끝으로 살짝 올리며 말했다. 강전기가 눈짓하자 성기호가 어제 이정수 대표와 했던 이야기를 요약해서 전달하기 시작했다.

“흐음… .EXE 타이틀곡 작곡가에 SSJ 연습생이라고? 허, 참…….”

“어떻습니까? 어그로 좀 끌겠죠?”

“이런 이야기를 SSJ에 살짝 흘리면 깜짝 놀랄 것 같은데? 항상 그렇지만 방송에서는 어그로와 이슈가 최고거든. 이 정도 떡밥이면 엄청난 이슈가 될 거야. SSJ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나올 수밖에 없을걸?”

“그렇죠. 새로 론칭한 그룹이 비슷한 시기에 우리 프로그램 때문에 묻혀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안 그래도 지금 업계에서는 일렉케이가 누군지 많이들 궁금해하는데 이번에 .EXE 타이틀곡을 작곡했다고 하면 아주 난리가 날 거야.”

“뭐… 난리까지야…….”

“SSJ와 협상은 우리한테 맡기고 너는 프로듀싱만 신경 써. 「걸그룹 4차 대전」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편성하고 광고 빵빵하게 때려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부득이하게 티저 광고를 하면서 전기, 네 이야기를 많이 할 거 같은데 이해 좀 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띄워놓고 제가 능력을 못 보이면 욕이란 욕은 다 먹겠죠?”

“나는 기본적으로 동생을 믿지. 그런데… 만약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을 정작 쇼에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건 온전히 동생이 떠안아야 할 엄청난 부담이 될 거야.”

“그렇겠죠. 이해합니다.”

“잘하면 소속 그룹을 단박에 1티어에 근접시킬 기회야. 그 반사 불이익은 충분히 감수해야 해.”

한없이 투명한 남자 이기민의 얼굴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역시 사업가답군. 철저하군. 철저해. 받을 건 받고 줄 건 주는구나. 능력을 못 보이면 가차 없이 버리겠다는 거야. 후후… 이것이야말로 어른들의 세계! 내가 바라는 바다.’

“그리고… 쇼에서 진행될 미션은 자네에게도 알려줄 수 없네. 극비 사항이야.”

“알려달라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예산만 빵빵하게 지원해 주세요. 최대한 화려하게 터트렸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돌 메이커」 이상으로 말이죠.”

“글쎄… 「아이돌 메이커」 이상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돈은 걱정하지 마. 적자를 보더라도 예산은 넘치도록 꽂아줄 테니까. 그리고 책임프로듀서는 「걸즈 스쿨」을 제작했던 한 피디가 다시 맡을 거야. 괜찮지?”

“그런 건 형님이 알아서 하세요. 전 주제넘게 그거까지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습니다.”

“역시 생각이 깊군. .EXE 복귀는 3월 1일이라고?”

“네, 맞습니다.”

“그래, 시간이 촉박하군. 그 시기에 KM 미디어 채널에서 일제히 광고가 들어갈 거야. 만약 빌보드 1위를 한다면 그 멘트까지 광고에 들어가겠지. 감당할 수 있겠어?”

“이제 살짝 부담되는군요.”

이기민은 살짝 부담된다고 말하는 강전기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부담이 전혀 없군. 무슨 자신감이냐, 일렉케이!’

‘흐흐… 만약 프로그램에서 우리 애들 신경 써주지 않으면 차후에 아주아주 힘들어질 거야.’

“크흠… 얼른 SSJ와 협상을 마무리하고 각 그룹이 데뷔곡을 녹음하는 것부터 촬영에 들어가게 될 거야. 일정은 우리 제작진들이 전달할 거니까 거기에 맞춰서 진행하자고.”

성기호는 이기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등골이 쭈뼛해졌다. 사람 좋은 형으로만 알았는데 일에서는 한없이 냉정한 사내였다.

반면에 강전기는 그게 아주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내가 이번에 능력을 보여주면 되는 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한 번만 신뢰를 주면 끝까지 가거든. KM 미디어라는 우군을 얻을 좋은 기회야.’

이기민과의 미팅은 그렇게 끝났다. 그들은 협상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기호야, 혹시 요즘 소울퀸즈는 뭐 하니?”

이기민이 당황한 음성으로 소울퀸즈의 안부를 물었다.

“아… 여름이 누나요?”

“응? 그… 그렇지… 저번에 여기서 촬영했잖아. 그게 생각나서…….”

“저도 누나 본 지 오래됐네요. 요즘 행사 다니고 예능프로그램 나가느라 바빠요.”

“그렇구나.”

“나중에 연락해서 저번 그 촬영 멤버들 모여서 식사나 한번 할까요? 키스마이걸 윤정 씨가 시간이 될지 모르겠네.”

그 소리를 들은 이기민이 목이 타는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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