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45화 (14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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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세이프~~~

여러분의 사랑으로 작가는 커갑니다. (선삭 NO~ NO~)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12시쯤 글을 올린뒤 스마트폰으로 오타를 최종 점검합니다.저는 그렇게 봐야 잘보이더라구요. 바로 올린 버전은 부분부분 이상한 것들이 많으므로 이점 유념하시기 바립니다. 사실 퇴고라는 걸 거쳐야되는데요. 도저히 그럴 시간이 안나네요.(심지어 오늘은 9시부터 쓰기 시작 ㅠㅠ) 바로쓰고 오탈자만 수정하는 정도네요. 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너그러운 이해 바랍니다.

레몬같은 상큼이들

공중파 뉴스의 언급과 KM 미디어의 작정하고 때리는 무차별 광고로 뮤직넷의 새로운 경연 프로그램인 「걸그룹 4차 대전」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일렉케이 이슈와 시기적절하게 일정이 딱 맞아떨어지며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어그로의 선봉은 단연코 일렉케이 강전기였다. 인터넷에는 그에 관한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었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케이팝에 대한 국뽕 게시글들과 일렉케이에 대한 신상 털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일렉케이의 인터뷰 중에 SSJ 연습생 출신이라는 발언에 착안하여 몇 년 전 이탈한 연습생들의 신상이 하나둘씩 털리는 중이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작곡가 일렉케이. 그는 과연 누구인가?]

[댓글]

―지금 SSJ 연습생 팬 카페 난리 남. 갑자기 가입자 폭증.

―난데없는 SSJ 루키즈 집중 조명

―SSJ 연습생 레슨에 작곡은 없습니다. 그냥 일렉케이 자체가 잘난 거야.

―이미 팬카페 출신 네티즌 수사대가 유력 대상들을 추려놓음.

―그거 알아서 어쩔 거임. 어차피 본인이 프로그램 때문에 인터뷰 안 한다잖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TV에 나올 건데 호들갑 떨긴…….

―너무 언론에 대해 까다로울 필요 없긴 해. 나와서 속 시원하게 인터뷰해 줬으면 좋겠다.

―너무 속 보이는 짓 아님? 프로그램 한번 띄워보겠다고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네.

―와, SSJ 배 아프겠다. 연습생이 나가서 저리 성공해 버리면 거기 담당자들 징계 먹는 거 아님?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고 오지게 욕먹을 것 같다.

―그건 개오버지.

―일단 며칠 간격으로 참전하는 기획사와 소속 그룹에 대해 떡밥을 푼다고 약속했으니 기다려보자. 고인 물 3세대(?)를 이제 밀어내보자.

―이거 맞다. 이제 3대장 좀 갈아보자.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지.

―ㅋㅋㅋ 3대장 팬클럽에서 이 댓글을 싫어합니다.

―특히 SSJ 걸그룹 체리스노우가 레전드 아니냐? 벌써 6년 차인데 후속 걸그룹이 없잖아.

―거긴 남돌에 집중하잖아. 여돌 연습생 풀도 거의 박살 난 거 같던데?

―SSJ에서만큼은 무조건 나와야 한다. 체리스노우 너무 우려먹었어. 6년 차가 걸그룹 막내임 ㅋㅋ

―나올까? 뮤직넷 프로그램에 한 번도 안 나왔잖아.

―지금까지는 나올 필요가 없었지. 그래도 명색이 우리나라 최고 기획사인데 굳이 뮤직넷에 자사 연습생을 내놓을 필요가 없었지.

―요즘 마이하트 대박 낸 JB Ent.에게 시가 총액에서 밀려서 2위 아님?

―그렇게 따지면 비상장 빅샷이 1위지. 기업가치로 따지면 말야.

―거긴 논외로 치자. 원팀 회사.

―어쨌건 회사별 데뷔 조 전쟁이면 나와야 할 거야. 이렇게 전국적으로 판을 깔아주는데 안 나오면 손해 아니냐? 만약 SSJ가 걸그룹을 조만간 내놓을 생각이 있다면 나올 거야.

―내가 아는 형이 그러는데 준비 중인 데뷔 조가 있다던데?

―내가 그 소리를 2년째 듣고 있음.

―아무튼, 각 회사 데뷔 조라면 「아이돌 메이커」 나왔던 애들보다 수준이 높을 거 같다.

―이거 맞다. 애들도 애들이지만 회사 프로듀서들이 칼을 갈고 나올 건데?

―근데 회사에 프로듀서 없는 애들은 어쩌냐? 곡을 외부에서 공수하는 곳도 있을 텐데…….

―그런 건 뮤직넷이 알아서 하겠지. 세상에 평등한 게 어디 있냐. 태어난 것 자체가 불평등하게 태어나는데…….

이렇듯 일렉케이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한편, 인터넷은 난리가 나든 말든 묵묵히 예쁜 아이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이가 있었으니…….

‘으… 긴장된다. 우리 애들 녹음할 때보다 더 떨려.’

오늘따라 유독 긴장하는 강전기였다.

“일렉케이 프로듀서님, 지금 레몬캔디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강전기는 자신이 본방 사수를 하고 직관까지 갔던 「걸즈 스쿨」 멤버들을 본다는 사실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그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깊이 심호흡을 했다.

“휴우우…….”

‘진정하자, 강전기. 넌 예전의 오덕후가 아냐, 인마. 프로듀서라고!’

그는 눈을 감고 차분히 크리스티안을 생각했다. 어떤 순간에도 흔들림 없는 여유로움. 만나는 여자가 떠나가도 시크한 손 인사 한 번뿐인 쿨함. 북유럽의 귀족!!

‘그래! 나는 크리스티안이다. 내추럴 본 존잘러.’

오랜 시간 므흣한 역할 놀이(?)로 단련된 연기력이 오랜만에 발동됐다. 미국에서 사이코드라마까지 찍은 강전기의 숙성된 연기가 펼쳐진 것이다.

그의 눈에서는 우수에 젖은 눈빛이 미칠 듯 발사됐다. 순식간에 나르시시즘에 빠진 크리스티안에 빙의한 것이다. 머리를 쓱 뒤로 쓸어 넘기자 그의 겨드랑이에서 과도한 패왕색기가 뿜어져 나왔다.

‘헉…….’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뮤직넷의 여작가가 자신의 허벅지를 꽉 내리눌렀다. 무의식적으로 그와 함께 침대 위에서 뒹구는 상상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드디어 녹음실 문이 열리며 고대하던 레몬캔디 멤버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들어왔다. 그녀들은 줄을 주르륵 서더니 강전기가 아니라 녹음실 엔지니어인 최민호에게 45도로 인사했다.

“하나, 둘, 셋! 안녕하십니까! 레몬캔디입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약간은 어두운 폐쇄적인 녹음실에 인공 태양이 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최민호가 당황하는 사이 강전기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인사를 받았다.

“그래요, 어서 와요. 반갑습니다. 작곡가 일렉케이입니다.”

“에엣!”

“에?”

일곱 명 전원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을 부릅떴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올 법한 외모의 키다리 오빠가 일렉케이라니? 레몬캔디 멤버 전원은 짧은 비명만 지르며 일순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

일동의 시선이 강전기의 외모에 집중됐다. 그는 레몬캔디의 연령에 맞게 젊은 감각으로 깔끔하고 댄디한 스타일의 연출을 하고 나온 상태였다.

“지… 지… 진짜예요?”

팀의 씹덕을 맡고 있는 예능 캐릭터 차은성이 그나마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취미를 잔뜩 가지고 있는 최종 병기 덕후 같은 스타일이었지만 얼굴은 꽤나 귀여운 편이었고 딱 봤을 때 호기심이 많게 생긴 그런 얼굴이었다. 프로필상의 키는 164cm였다.

“얼마 전 뮤직넷에서 영상 못 봤어요? 광고 진짜 많이 하던데?”

“에에? 설마… 그리고 영상은 모자이크라…….”

강전기는 그런 차은성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빙긋 웃으며 소파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멤버들이 강전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우당탕거리며 소파에 앉기 시작했다. 곧 한 명이 벌떡 일어나더니 씨익 웃으면서 소리쳤다.

“에이… 이거 몰래카메라죠? 그쵸? 우리 미튜브 컨텐츠 찍는다고 또 속이는 거죠?”

레몬캔디에서 차은성과 만담 듀오로 유명한 개그 캐릭 남민지였다. 별명은 ‘도른자’였다. 계란을 먹을 때도 노른자만 먹는데 평소에 행동도 꼭 돌아이같이 한다는 뜻으로 도른자였다.

역시나 그녀는 도른자답게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몰래카메라라며 득의의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반대편에서 촬영을 지켜보는 뮤직넷 조연출과 작가들이 바로 고개를 좌우로 강하게 흔들고 있었기 때문에, 남민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을 꾹 닫고 말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몰래카메라 아닙니다. 노래는 많이 연습하고 왔나요?”

“…….”

“여러분? 작곡가님이 질문하고 계십니다.”

“아… 어… 엄청 연습하고 왔습니다.”

강전기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한 명의 소녀가 겨우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정우리 씨가 그룹의 메인 보컬이죠? 잘 부탁합니다. 우리 씨에게 거는 기대가 엄청 커요.”

“가… 감사합니다.”

강전기는 수줍게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메인 보컬 정우리를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얼어있나요? 제가 알던 레몬캔디가 아닌데요?”

“그… 그게요. 피디님이 너무 잘생기셔서…….”

“야아… 미쳤어…….”

개그 캐릭터를 맡고 있는 남민지가 무의식적으로 강전기의 얼평을 하자 옆에 있던 차은성이 엄청 당황하며 팔꿈치로 민지의 옆구리를 쳤다.

“아… 왜 그래! 그럼 못생겼다고 하냐?”

“창피하니깐 좀 조용히 해…….”

“하하하… 괜찮습니다. 이제야 좀 레몬캔디답네요. 다들 제가 누군지는 아시나요?”

“네… 알아여. 빌보드 1위 작곡가 일렉케이 님요.”

몸이 말라 보였지만 눈웃음이 아주 매력적인 팀의 막내 공소연이었다. 그녀는 작년에 중3이란 나이로 뽑혀 현재는 고1이었다. 별명이 종잇장녀, 체력 민폐녀인 병약공주 스타일의 막내였다.

‘어흑… 귀… 귀엽다.’

“에이… 그런 표현은 좀 민망하고요. 그냥 피디나 작곡가 등으로 부르시면 됩니다.”

“죄송한데요. 혹시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되나요?”

“크흠…….”

역시나 도른자 남민지였다. 이런 솔직함이 그녀를 개그 캐릭터처럼 보이게 한 것일 뿐 악의는 없어 보였다.

강전기는 크리스티안을 연기 중이었기 때문에 절대 기쁜 마음을 드러내면 안 되었다. 존잘러는 호들갑을 떨지 않는 법이니까. 마음 같아서는 그냥 오빠라 불러다오, 라고 말할 뻔했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은 찍어야 하니 처음부터 오빠는 무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는 것 같아 아랫입술을 살짝 깨무는 강전기였다.

‘병신 새꺄! 연기 중이라고!’

“여러분, 지금 카메라를 잊고 있나 본데요. 지금 열심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 맞다! 카메라…….”

소파에 앉아있던 일부 멤버가 조연출의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 각설하고, 노래는 땠나요? 소감이?”

“진짜… 너무 좋았어요.”

“음? 하하… 뭔가 틀에 박힌 멘트인데요?”

“아니, 진짜로요. 저기 안경 쓴 애 보이시죠? 쟤는 방에서 노래 듣고 울기까지 했어요. 곡이 너무 좋다고…….”

차은성이 끝에 앉아있는 멤버를 보며 노래를 듣고 질질 짰던 사실을 고자질하고 있었다.

‘보경이로군. 과학고 출신 이보경!’

새하얀 얼굴에 앏은 안경을 쓰고 새초롬하게 생긴 이보경은 현직 과학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영재였다. 혹자는 과학고를 다니던 미래의 과학 꿈나무까지 아이돌 판에 뛰어든다고 국격 운운하며 아이돌에 몰리는 씁쓸한 현실을 비웃었다.

‘아냐,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지. 공부는 아무 때나 할 수 있지만, 아이돌은 지금이 아니면 힘들지. 암.’

강전기가 그때 이보경을 보면서 떠올렸던 생각이었다.

“보경 씨는 왜 그렇게 좋았어요?”

“이 곡의 제목이 「마지막 여름」이잖아요. 가사도 여고생 친구들이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신나면서도 뭔가 펑키한 느낌의 곡인데요. 그게 슬퍼서 운 게 아니라 수학적으로 너무 아름다워서 울었어요.”

“……?”

“음과 화음의 배치가 정말로 미칠 듯 절묘해요. 뭔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진 코드들을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작곡한 것 같아요. 이게 사실 음악의 코드가 수학에 기본을 두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곡이 꼭 알고리즘을 짜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어… 우우웁.”

남민지는 더는 못 들어주겠는지 말을 하는 이보경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야… 좀 조용히 해. 내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고!”

역시나 이보경은 과학고 출신이라 그런지 노래를 분석하는 것도 남들과 완전히 달랐다. 그녀의 뇌는 음악을 들으면 그것까지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모양이었다.

옛날에 독일의 유명한 수학자 라이프니츠가 음악에 대해 흥미로운 정의를 내린 적 있다.

‘음악은 수를 세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수를 세는 것을 즐기는 인간의 기쁨이다.’

음악이야말로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도구로 본 것이다.

아마도 이보경은 강전기가 작곡한 곡에서 그런 수학적 아름다움을 느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곡은 섹스 토이의 가공할 연산으로 만들어낸 완전무결한 코드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완벽한 코드 위에 각종 일렉기타와 신스 사운드가 절묘하게 겹쳐져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머리에 둔기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 전해졌다. 음악적 감성을 가진 수학 천재라…….

사실 강전기가 작곡하는 방식은 알고리즘 작곡이 맞았다. 모차르트가 미뉴에트 사용이 가능한 마디를 미리 작곡해 놓고서 11행과 16열로 이루어진 표에 빙고 게임을 하듯 수학적으로 선택된 마디를 연결하여 미뉴에트를 만들었다고 전해졌는데, 강전기는 그런 방식을 더 복잡하고 빠르게 시뮬레이션을 통해 만들고 있었다.

다른 작곡가들이 이보경이 하는 소리를 들었으면 그냥 웃고 말았겠지만 정작 자신이 그런 식으로 작곡하고 있다 보니 이보경의 그 말을 쉽게 지나치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에… 이거야 원… 진짜 천재를 보게 되다니?’

“보경 씨는 혹시 반에서… 성적이…….”

“웁웁…….”

“민지 씨, 보경 씨 풀어주세요.”

강전기가 고개를 옆으로 까딱하며 얼른 손을 놓으라는 시늉을 하자 이보경이 남민지의 품에서 풀려났다.

“후… 몰라요, 피디님. 저흰 석차가 없어요. 그런데 수학은 반에서 제가 제일 잘해요.”

“그렇군요. 혹시 곡 같은 거 만들어본 적 있어요?”

“아니요, 그런데 뭔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해요. 저 어렸을 때 피아노랑 바이올린도 배웠거든요.”

“흐음…….”

‘대박이야. 역시 레몬캔디 애들은 다재다능해. 이래서 내가 끌렸던 거야. 이보경만 해도 작곡에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났어. 이건 특성 분석을 안 해도 그냥 알 수 있는 사실이야.’

크리스타인에 빙의해 존잘러 연기를 하던 강전기의 입꼬리가 다시금 하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레몬캔디도 어떻게든 내가 키운다. 가능하면 강전기 사단에 포함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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