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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레몬같은 상큼이들
“귀 좀…….”
정우리는 강전기에게 다가가 귀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강전기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앞으로 2주일간 운동만 하세요. 체력을 우선으로 키우고 근력도 길러야 합니다. 그렇다면 가창력이 눈에 띄게 좋아질 거예요. 해결책은 단순합니다.’
정우리는 강전기의 입김이 간지러운지 솜털이 곤두서고 목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면서도 강전기가 하는 말을 가슴속에 새겨 넣었다.
그냥 멀리서 말로 해도 되는데 방송을 의식해서 쇼맨십을 보여주는 강전기였다.
“알았죠?”
강전기는 정우리를 쳐다보며 이해했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네… 알겠습니다, 피디님. 명심할게요. 다음번 진짜 녹음할 때는 발전해서 오도록 하겠습니다.”
“후후후… 지금 우리 씨는 보컬 스킬을 따로 열심히 연습할 필요가 없어요. 당분간은 제가 알려드린 것만 중점적으로 하시면 될 거예요. 의외로 해결책은 가까이 있습니다.”
“감… 감사합니다, 피디님.”
강전기는 특성 분석이 알려준 대로 그녀에게 체력과 근력 운동을 추천했다. 약한 체력은 그녀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나노 로봇이 분석한 내용인데 틀릴 리 없었다.
한편,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정우리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이고 그녀가 간지러워하는 장면을 똑똑히 목격한 레몬캔디와 작가들이 무슨 한 편의 로맨스 드라마의 명장면을 본 것처럼 헛바람을 들이켰다. 누군가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발을 동동 굴렀다. 오전부터 강전기의 패왕색기에 노출됐던 작가들은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꽉 잡고 이빨을 꽉 깨물었다.
정우리가 자리로 돌아오자 옆에 있던 남민지가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언니, 좋았어?’
‘그게 무슨…. 너 조용히 안 해? 언니한테 혼나 볼래?’
‘히잉… 뭐 질문도 못 해? 너무하네.’
“그리고 메인 보컬 다음으로 파트가 많은 멤버는…….”
강전기는 망막에 송출된 다음 멤버의 분석 사항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간편 분석]===
1. 기본 사항 (중요)
―키 : 158cm / 몸무게 : 42kg / 시력 0.8(좌우) / 체력 C / 근력 C / 민첩 C / 지력 B+
2. 사용자의 요구로 상대 개체와 교감을 나눌 시 유용한 분석 내용은 생략됩니다.
3. 사용자 요구 반영 분석 사항 (마이너 사항)
―가창력 : C+ (B+) / 댄스 : C+ (B) / 언어능력 B+ (S) / 연기력 B- (A+) / 예능감 C+ (B+)
#지수는 어빌 (포텐)로 표시됩니다.#
(요약) 해당 개체는 언어 능력과 연기력의 포텐이 뛰어남. 가창력도 개발 여하에 따라 발전할 가능성이 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탁월하며 문장력이 뛰어날 것으로 예측됨. 감수성이 높으며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함. 연기자나 작사가의 소질이 보임. 현재 어빌은 포텐에 비해 낮은 것으로 분석되며 공감 능력이 높으므로 칭찬으로 능력을 키우는 것을 추천함. 참고로 5분 간편 분석은 통계학적 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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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씨?”
“네? 저… 저요?”
이유리는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깜짝 놀라고 말았다.
“네, 유리 씨요. 음색이 아주 독특합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요. 평소에도 말을 아주 조리 있게 잘하는 편이죠?”
“그… 그런 거 같아요.”
다른 멤버들도 다 같이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눈가에 피어올랐다.
“혹시 일기 같은 것도 쓰나요?”
“헉…….”
이유리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낮게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라는 바람에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디님, 유리요. 일기를 매일매일 쓰는 것도 모자라 메모충이에요. 그리고 로맨스 소설도 몰래몰래 쓴대요… 으으읍…….”
이유리가 급히 정신을 차리고 도른자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괜찮습니다. 유리 씨는 재능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뭐, 현재 노래는 그럭저럭 평범한 수준이긴 한데 조금만 연습하면 크게 개선될 여지가 있습니다.”
“정말요?”
강전기는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는 유리를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못 믿으시는 건가요? 제가 누구인가요?”
“일렉케이 프로듀서님요. 천재 작곡가…….”
“음… 천재라뇨. 좀 민망하군요. 하하… 그런 뜻이 아니라 저는 여러분들을 육성하고 프로듀싱을 하기 위해서 온 사람입니다. 멤버들을 현재 실력대로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진단을 내리고 해결 방안을 찾아주는 게 제 일이죠.”
“…….”
녹음실 안의 모든 사람이 강전기가 하는 개소리에 현혹된 상태였다. 특히나 당사자인 이유리는 뭔가 신흥 종교에라도 심취한 사람처럼 두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까부터 보니까 유리 씨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아주 탁월하더군요. 타인의 감정에 대해 공감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그런 면을 보고 사람들이 유리 씨에게 큰 호감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런 성향 때문에 자신의 색깔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면이 강하게 드러나는 게 바로 노래예요. 어떤 노래는 잘 부르는데 어떤 노래는 망하는 거죠. 문제는 자신의 색이 아닌데 너무 원곡에 맞추려고 하는 버릇이 있어요. 사실 어떤 가수도 그런 능력은 없거든요.”
“아…….”
“그러니까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본인을 자책하는 거죠. 난 왜 이것밖에 안 될까. 내가 이 팀에 도움이 될까?”
“흑…….”
이유리의 두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자기도 모르게 벌어진 일이었다. 절대 이런 거로 울고 싶지 않았는데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아주 정확하게 자신의 아픈 곳을 환한 곳으로 꺼내버린 것이다. 너무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났다.
사실 이유리는 득표수 7위로 뽑힌 레몬캔디 멤버였다. 키도 제일 작아서 은근히 콤플렉스도 있었고 춤도 별로였고 잘 늘지도 않았다. 최근에는 그나마 약간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노래도 부르다가 실수하거나 망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했다. 그래서 최근 들어 자존감이 급격히 하락해 버린 유리였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못한 채 혼자 끙끙거리고만 있었다.
“자신의 스타일로 바꿔서 부르거나 아예 부르지 않으면 됩니다. 제가 유리 씨에게 맞는 곡을 몇 개 골라줄 테니 그것만 편한 느낌으로 계속 불러보세요.”
강전기는 특성 분석에 나온 결과와 자신이 상상한 개소리를 적절히 섞어 해결책을 제시했다.
‘뭐, 어때. 상태가 안 나빠지고 좋아지면 되는 거잖아? 내가 제시한 해결책은 100% 맞는 이야기야.’
모두 강전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앞에 있던 종이에 뭔가를 적더니 종이쪽지를 접기 시작했다. 뭔가 극적인 연출을 노리는 강전기의 얄팍한 수였다. 그러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 종이쪽지를 이유리에게 내밀었다.
“자신을 믿으세요, 유리 씨. 당신은 재능이 충분한 사람입니다. 여기에 적혀있는 곡들을 연습해 보세요. 다른 곡은 하지 마시고…….”
“흑… 감사합니다, 피디님.”
이유리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강전기가 내민 쪽지를 받았다.
“울지 말고…….”
“넵, 안 울어요. 훌쩍…….”
주위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마치 하이틴 웹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약간은 느끼하지만 간질간질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꿀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느낌 말이다.
이유리는 쪽지를 손에 고이 간직한 채 일행이 있는 소파로 돌아갔다.
“그다음엔…….”
강전기의 두 눈이 허공을 응시하고 망막에 뿌려진 다음 정보를 살펴보고 있었다.
===[간편 분석]===
1. 기본 사항 (중요)
―키 : 167cm / 몸무게 : 49kg / 시력 1.2(좌우) / 체력 B / 근력 B / 민첩 B / 지력 C
2. 사용자의 요구로 상대 개체와 교감을 나눌 시 유용한 분석 내용은 생략됩니다.
3. 사용자 요구 반영 분석 사항 (마이너 사항)
―가창력 : C+ (B+) / 댄스 : C+ (B) / 언어능력 C+ (B) / 연기력 C- (B) / 예능감 A (S)
#지수는 어빌(포텐)로 표시됩니다.#
(요약) 해당 개체는 예능감과 가창력의 포텐이 뛰어남. 가창력은 연습으로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됨. 순전히 노력 부족한 상태다.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는 전형적인 모태 미녀임. 어렸을 때부터 지속해서 예쁘다는 말을 듣고 자라 감정의 기복이 없고, 어려운 일을 당해본 적이 없음.
어떤 표정을 지어도 예쁘니 연기력에 한계가 있다. 대신 자기 자신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예능에 적응력이 높고 확실한 블루칩이 될 확률이 높다. 자존감이 높아 웬만한 일에도 타격이 없는 무던한 성격으로 추정됨. 당근과 채찍 중 채찍으로 능력을 키우는 것을 추천함. 참고로 5분 간편 분석은 통계학적 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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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채찍? 으헉, 분석 수치 뭐야. 와, 뒤통수를 처맞은 수준이다. 황당한 능력치네. 예능감이라고?’
“그다음으로 많은 파트를 소화해야 할 멤버는… 김초희 씨.”
“네…….”
“와! 김선녀다.”
김초희는 자신의 이름이 이유리보다 늦게 불리자 살짝 기분이 나쁜 상태였다.
도른자가 ‘역시 김선녀네’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김초희는 도른자의 입을 또 막을까 말까 하다가 일렉케이 피디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피디님, 저는 어떻게 쉽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좀 알려주세요.”
김초희가 무표정으로 조곤조곤 말했지만, 그녀의 실체를 알게 되자 살짝 빈정 상하는 강전기였다. 그는 전생이 상찐따 출신이라 이런 유형의 캐릭터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진 편이었다.
“초희 씨가 제일 간단합니다.”
“그게 뭐죠, 피디님?”
그녀의 보이스는 타고나기를 청량하고 얇은 목소리라 아무 생각 없이 대충 말해도 뭔가 신경 써서 말한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단어는 딱 한 단어였다.
“노오력!”
“에?”
김초희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뭔가 신박한 해결책을 원했는데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노력’이었다.
“풋…….”
김초희가 도른자를 옆에서 쳐다보고 있어서 웃지를 못했는데 의외로 차은성이 빵 터지고 말았다.
“큭큭… 노력… 와… 나 지금 소름 돋았어요. 마치 초희 언니를 며칠간 관찰한 사람 같았어요.”
“잠시만요, 차은성 씨. 제가 파트를 많이 분배하는 건 방금 부른 세 사람뿐입니다. 다른 멤버들은 한 사람 몫을 네 명이 나눌 겁니다. 남을 놀릴 시간이 없어요. 자신을 돌아보세요.”
강전기의 입에서 뜻밖에 차가운 말이 튀어 나갔다. 사실 이것은 그의 진심이기도 했다. 김초희가 꼴좋다는 듯 차은성을 보고 웃으려다 분위기를 보고 이빨을 꽉 깨무는 게 보였다. 전기는 그 모습을 보고 혈압이 올랐다.
“아직도 장난치려고 하네? 김초희 씨는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괜찮아지는데 왜 노력을 안 하는 거예요? 지금 그렇게 자신 있어요? 내가 보기엔 아닌 거 같은데?”
“…죄…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이 몇 달간 합숙해서 친자매 같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뷔 만만히 보지 마세요. 냉정히 생각해 보라는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SSJ 같은 곳에서 몇 년간 죽도록 경쟁하던 애들을 따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강전기의 뼈를 때리는 팩트 공격에 모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지금 방송 끝나고 살아남아서 기분 좋죠? 여러분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어요. 당장 신곡 나오면 누구랑 경쟁할 것 같나요? 「걸즈 스쿨」에서 떨어진 친구들? 이번에 같이 나오는 신인들? 아뇨. 마이하트, 네임드로즈, 체리스노우, 키스마이걸, 블루비, 디어엔젤 등등!! 이름만 들어도 히트곡들이 몇 개는 떠오르는 그런 그룹들하고 진검 승부를 겨뤄야 합니다. 그것만 있습니까? .EXE 같은 남자 아이돌도 있어요. 거기다 상위권에 알박기하는 원조 음원 강자들까지!!”
다들 고개를 푹 떨군 가운데 누군가가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다.
“초희 씨.”
“네… 네…….”
“초희 씨는 하루에 한 시간씩 보컬 연습한 동영상을 저에게 보내도록 하세요. 매일! 성대가 아주 순수하게 강해요. 절대 무리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네.”
‘채찍은 이만 들어야지. 이러다 역효과 나겠다.’
녹음실 분위기가 삽시간에 너무 얼어붙은 것 같았다. 마치 매머드의 사체가 발견된다는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 같은 느낌이었다. 작가들까지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두 눈만 뒤룩뒤룩 굴리고 있었다.
‘아… 내가 너무 애들 기를 죽였나? 괜히 김초희 분석 내용 때문에 오버한 거 아냐? 얘네들은 구김살 없이 하하 호호 웃어줘야 하는 애들인데… 에라, 모르겠다.’
“다들 고개 들어요, 어서!”
레몬캔디 멤버들이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과학고 이보경 같은 경우는 굴욕감을 느꼈는지 두 눈이 빨갰다. 멤버 중 김초희만 평상시와 같은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언급된 멤버는 개선만 된다면 다른 데뷔한 그룹과 충분히 경쟁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도 열심히 잘 따라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
두 눈은 강전기를 향해 있었지만, 패잔병들이 몇 명 섞여있는 모습이었다. 패잔병들은 부대의 분위기를 급격히 다운시키는 암적인 존재이긴 했다.
‘아… 실수다. 안 되겠어. 긴급히 뭐라도 주입해야겠다.’
“여러분!”
똑. 똑. 똑. 똑…….
강전기가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볼펜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멤버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전기를 향하기 시작했다.
그는 볼펜을 놓고 손으로 찰랑이는 긴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기 시작했다. 그의 겨드랑이에서 풀파워의 패왕색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여자에게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버리게 하는 수준의 농도로 말이다.
“제가 누굽니까?”
“…….”
“차은성 씨, 제가 누구예요?”
강전기가 책상에 팔꿈치를 대고 두 손으로 깍지를 낀 다음 그 위에 베일 듯한 날카로운 턱을 올려놓았다. 그의 눈에서 레이저라도 발사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눈빛이 마치 호랑이와 같이 번뜩였다.
“큭… 그… 그게 저희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주려고 오신 프로듀서님요…….”
“아뇨, 아닙니다. 저는…….”
“……?”
강전기는 말을 싹둑 자르더니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일어섰다.
“저는 빌보드 1, 2위를 동시에 차지한 작곡 천재 일렉케이입니다. 여러분들을 1티어로 개조시키고 위로 올려줄 초고속 엘리베이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