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48화 (14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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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아... 내가 쓰고도 오글거리네...쩝.

항상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레몬같은 상큼이들

“초고속 엘리베이터…….”

이유리가 마치 사이비 교주를 영접한 것 같은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제가 선택했습니다. 빌보드에서 노는 제가 뭐가 아쉬워서 이러고 있을까요? 그건 제가 여러분의 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가지세요. 여러분은 이미 1차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죠. 이미 「걸즈 스쿨」에서 살아남고 저를 만난 순간 성공에 반쯤 다가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알겠나요?”

“네!!”

“좋습니다. 굿!”

강전기 자신도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횡설수설했지만 다행히 개똥 같은 소리를 찰떡처럼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그는 뒤에 있던 조연출을 불렀다. 그리고 그의 귀에 손을 대고 작게 이야기했다.

‘피디님, 방금 한 소리는 개소리 같으니 알아서 잘 커트해 주세요.’

‘네? 괘… 괜찮은데요?’

‘에이… 좀 이상하지 않았나요?’

안경을 낀 조연출이 아니라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음… 이제 파트를 배분하겠습니다. 여기, 여기는 초희 씨가… 이쪽 후렴구에서는 우리 씨가 나오고…….”

자기 파트를 분배받은 과학고 출신 이보경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학교까지 포기하면서 출전한 프로그램에서 5위라는 성적으로 데뷔 멤버가 된 것도 창피했는데 데뷔곡에서는 1/4명분 노래를 부르게 생겼으니 가슴속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여렸을 때부터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 그녀였다. 전교 1등이 아니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성격이라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집요하게 계획을 실행하곤 했다. 머리도 좋은 아이가 노력까지 미친 듯이 해대니 자연스럽게 톱을 유지했다.

하지만 춤과 노래는 공부하고는 달랐다. 어쩌면 공부보다도 타고난 유전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일지 몰랐다.

‘나는 절대 이 정도가 아니야. 우리 언니와 가창력을 경쟁하던 나였다고. 아무리 세계적인 프로듀서라고 하지만 어떻게 사람을 한 번만 보고 알겠어. 그리고 난 아직 정상적인 컨디션도 아니고…….’

그랬다. 이보경은 폐렴 증세로 한 달 반 정도를 병원에서 입원해서 데뷔 조가 받는 트레이닝을 유일하게 받지 못한 멤버였다. 심한 기침으로 폐에 무리가 가서 최근까지 영향을 줬을 정도였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불필요한 변명은 하지 않았다.

‘피디님께 인정받는 길은 연습뿐이야.’

그렇게 필사의 연습을 예고한 이도 있었지만…….

그와는 반대로 개그 듀오 차은성과 남민지는 혼날 때 눈물을 쏙 뺐지만, 강전기가 랩을 시키자 또 재밌다며 둘이서 난리가 났다. 그 모습을 본 강전기는 혀를 차며 둘은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이 개그 듀오 녀석들은 뭐가 돼도 될 놈들이다. 그래, 너희 맘대로 해라. 그게 팀 분위기상 좋겠다.’

강전기가 그리고 있는 콘셉트는 핑크엔진이 러블리함이 있는 걸크러시였다면, 레몬캔디는 철저히 대중성을 추구하면서 마이하트와 체리스노우 그 중간쯤인 러블리 큐트 콘셉트였기 때문에 아까처럼 패잔병 분위기면 곤란했다.

마지막으로 팀의 막내 공소연.

얼굴은 상큼 그 자체요, 눈웃음 한 방에 세상에 모든 더러운 것들을 99.9% 소독해 버리는 손 세정제와 같은 불가사의한 힘을 가지고 있는 소녀였다.

‘소연이는 그냥 팀에다 세워놓으면 그림이 완성되는 그런 멤버야. 노래는 잘 못하지만 춤은 오래 배워서 그런지 그럭저럭 봐줄 만해. 소연이도 체력을 길러서 비주얼, 댄스 멤버로 키워야지.’

강전기는 다시 정우리를 불러 소연이도 같이 운동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휴… 이제 됐어.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레몬캔디는 그렇게 각자의 숙제를 안고 리부트 엔터를 떠났다. 진짜 데뷔곡을 녹음하는 것은 2주일 뒤였다. 그때까지 얼마나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제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강전기는 레몬캔디를 조련하는 자기 자신이 대견했다. 처음에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으나 이내 변해버린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초일류 프로듀서처럼 행동했다. 과연 프로그램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최대한 크리스티안처럼 행동했는데 그게 통했을지 어땠을지…….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 3월 중순이 되었다.

핑크 엔진은 멋지게 나온 안무 시안을 바탕으로 하루에 열 시간 동안 맹연습 중이었다. 만약 말리지 않으면 밤늦도록 할 것 같아 강전기가 시간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런 식으로 리미트를 주지 않으면 과도한 연습으로 부상당할 염려가 있었다. 강전기는 휴식을 잘 취하는 것도 실력을 향상시키는 길이라고 믿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레몬캔디의 데뷔곡 녹음 전날 핑크엔진의 중간 점검을 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세 명의 톱클래스는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보컬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선사했다. 댄스, 노래, 표정 연기까지 전부 다 완벽했다. 그는 그들에게 힘만 좀 빼면 좋겠다는 평을 했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동작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허… 진짜 말이 안 나온다. 이건 그냥 레전드야. 보컬, 댄스, 외모, 스타일… 뭐 하나가 빠지는 게 없어. 심지어 내 필생의 역작인 곡이야.’

만약 이 노래가 공개된다면 반응이 어떨지 벌써 기대됐다. 그리고 핑크엔진의 사실상 비밀 병기이자 아킬레스건인 최시유의 발전이 눈부셨다. 그녀는 분명 언니들과 비교했을 때 춤에서 퀄리티 차이가 보였지만 이제는 그럭저럭 잘 따라가고 있었다.

“시유야, 춤출 때 약간 스웨그를 담아봐.”

“스웨그요?”

“어…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얼굴에 약간 거만한 표정을 담는 거지. ‘나는 메인 보컬이라 이 정도만 하면 돼.’라는 메시지를 주는 전략이야. 그러면 사람들이 춤은 모르겠지만, 노래는 굉장하겠다는 기대를 하는 이치지.”

“오히려 못하는 거 티를 내는 작전이군요.”

“맞아, 그렇다고 너무 대충하면 안 되지. 어느 정도 밸런스는 맞춘다는 가정하에 하는 말이야.”

“아니에요, 최대한 열심히 할게요. 제가 메인 보컬도 아닌데요.”

“데뷔곡은 시유 네가 메보잖아. 우리나라에서는 클라이맥스에 고음 내면 다들 그렇게 생각해.”

이다미가 흘러내린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잉… 아직 부족해요.”

“아냐, 진짜 많이 늘었어.”

김인하와 레이카가 시유의 옆으로 와서 칭찬해 줬다.

‘역시 팀이라는 게 이럴 때 좋구나. 서로 격려도 하고 보기 좋네.’

“피디님, 「걸그룹 4차 대전」에 나오는 팀들 다 체크해 보셨어요?”

최시유의 어깨를 두들기던 레이카가 강전기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 어제 자로 다 공개됐었지? 누가 미튜브에 친절하게 영상을 다 링크해 놓고 분석까지 해놨더라.”

강전기는 성기호의 브랜뉴 걸그룹 채널을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 브랜뉴 걸그룹 채널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인하야. 거기서 봤어. 덕후들이 참 부지런하고 꼼꼼해요. 넌 거기 나가보니 어떻디? 이상하지 않았어?”

“글쎄요, 전 괜찮던데요. 걸그룹을 그렇게 열심히 분석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에 감동했달까요? 뭐가 어찌 됐건 나쁜 짓만 아니면 뭐든 열심히 하는 건 아름다운 것 같아요.”

‘아메리카 TV 24시간 걸그룹 직캠방 들어가 보면 그런 말 못 할 텐데… 뭐,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지.’

“레이카 너도 다른 팀 영상 다 봤니? 어땠어?”

“제 생각에는 SSJ의 G파워 정도만 신경 쓰면 될 것 같던데요.”

“G파워는 잘하는 거 같아?”

“네, 확실히 3대 기획사다 보니 애들도 상당히 뛰어난 것 같았어요. 완성도도 있었고… 한국말로 ‘썩어도 준치’라고 하던가? 아… ‘부잣집은 망해도 3년 간다?’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나도 그래. 잠깐 보여준 댄스 동영상을 보니 우리랑 이미지가 약간 겹칠 것 같더라. SSJ도 트렌드를 무시할 순 없는지 특유의 R&B 사운드에 세련된 걸크러시를 선보이는 것 같아.”

“맞아요, 항상 게네는 그랬어요. 뭔가 깔끔해요. 모범생 같은 이미지요.”

옆에서 레이카의 말을 듣고 있던 인하가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지 약간 무시하는 뉘앙스로 말하고 있었다.

‘흐흐… 그래도 더블케이 연습생 출신이라고 인하도 G파워를 미리 견제하는구나.’

“안 그래도 성 팀장님이 분석한 동영상을 보니 G파워가 사전 관심도 1위던데요.”

“2위는 누구지?”

“2위랑 3위가 비슷해요. 레몬캔디랑 저희요.”

“레몬캔디는 높은 관심도가 이해되는데 핑크엔진은 왜 그럴까? 너희는 알고 있니?”

강전기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핑크엔진 멤버들을 쳐다보았다. 마치 너희는 알고 있지 않으냐 하는 눈빛이었다. 마치 답정너처럼…….

“저희 팀이 사전 인지도가 높은 이유는 핑크엔진의 출중한 실력?”

“너희가 뭐 보여준 거 있니? 땡!”

“예쁜 외모?”

“땡!”

“일렉케이 프로듀서?”

“딩. 동. 댕! 바로 그거야.”

“큭큭. 피디님, 좀 민망하지 않으세요?”

“이카야, 민망할 게 따로 있지. 난 팩트만 말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한 이야기도 아니야. 성 팀장이 자기 채널에서 이야기한 거잖아. 거기 30만 명의 구독자들이 검증하고 인정한 소식이라고!”

“눼눼…….”

인하와 다미도 똑같이 G파워를 경쟁자로 선택했다. 아무래도 비슷한 콘셉트라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시유는 어때? 누가 신경 쓰여?”

“저는… 레몬캔디요.”

“레몬캔디? 아… 시유는 내가 레몬캔디 프로듀싱하는게 신경 쓰이는구나?”

“네? 아니요. 그게 아니라 거기에 엄청나게 귀여운 아이가 있어요. 공소연이라고……. 나이도 저보다 두 살이나 어리더라고요.”

“에? 공소연 때문에? 그게 뭐가 신경 쓰인다는 거야? 나는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얼마 전에 아빠가 집에서 전화하셨는데 한참 동안 레몬캔디가 녹음실에 온 걸 신나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때 공소연이라는 애가 아주 귀엽다고 몇 번을 이야기하는지 짜증 나서 죽는 줄 알았어요. 둘째 딸 삼고 싶다나. 그런데 영상을 보니까 이해가 가더라고요. 애가 너무 귀여운 거예요.”

강전기는 그 소리를 듣고 가슴이 뜨끔했다. 강전기의 사과폰 바탕 화면이 공소연과 녹음실에서 같이 찍은 사진이었기 때문이었다.

공소연은 제2의 키스마이걸 세린이라 불릴 정도로 귀여워 골수팬들이 상당히 많았다. 강전기는 자신의 행동이 찔리는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자신의 스마트폰을 슬쩍 들어 바지 주머니 속에 넣었다. 불시에 전화라도 오면 들킬 수도 있었으니까.

“자… 잠깐! 너무 귀여워서 경쟁자라고 보고 그게 신경 쓰인다는 거야?”

“네, 맞아요. 저 쌍꺼풀 잘되고 살도 쪄서 이 사과 머리 진짜 잘 어울리게 됐는데 지금 너무 큰 적을 만났어요.”

“그게 무슨 개솔… 아니… 내가 물어본 건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옆에서 레이카가 미간을 찌푸리며 강전기의 팔을 붙잡았다.

절레절레…….

‘그냥 놔두세요. 더 물어봐야 피디님만 피곤해져요.’

‘그… 그러냐?’

끄덕끄덕.

‘하긴, 아무리 신문도 보고 역사책도 본다고 하지만 3개월 만에 어떻게 사람이 바뀌겠어. 내가 실수한 거야. 그래, 계속 조심하자.’

강전기가 레이카를 쳐다보며 눈을 깜빡이면서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네가 옆에 붙어서 잘 좀 컨트롤해라.’

‘알았어요.’

그들은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치 심어(心語)를 주고받는 것처럼 마음이 통했다.

“피디님, 피디님은 다른 어떤 팀이 괜찮았어요? 관심 가는 팀 있으세요?”

“나는 당연히 세젤귀 핑크엔진이지.”

“에이…….”

“우우… 엎드려 절받기다.”

“히히히…….”

마치 결혼이 얼마 남지 않아 히스테리를 부리는 여친 달래듯 예의상 해본 말이었지만, 야유하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는 애들을 보니 본전은 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너희 말고는 대원기획의 나인테일이 기대되던데…….”

“네? 정말요? 피디님 그런 취향이에요?”

“왜, 취향이 어때서?”

강전기가 그 말을 하자마자 김인하와 이다미 그리고 레이카까지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강전기는 그들의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아재 취향의 노골적인 섹시 스타일을 좋아하느냐는 그런 의미였다.

“해체한 텐뮤지스의 동생 그룹이야. 거기다 텐뮤지스를 프로듀싱했던 디튠에 소속됐던 젊은 작곡가들이 나와서 대원기획으로 들어갔다네.”

“그래서요?”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그냥 개인 취향인데? 예전에 텐뮤지스 팬이었어. 너희 텐뮤지스 무시하니?”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도저히 나이로 보나 뭐로 보나 매치가 안 돼서 그렇죠. 중, 고등학교 때부터 텐뮤지스를 좋아하셨다고요?”

“…….”

“저는 처음 들어보는 그룹이에요.”

“레이카는 모를 수도 있어. 10년 전 데뷔한 그룹이야. 2년 전 해체했지.”

왜 음악적 취향을 무시하는 건지 강전기는 기분이 상했다. 비록 찐따 시절 좋아하던 그룹이었지만 그들이 명품 보컬, 래퍼를 모두 보유한 뛰어난 실력의 그룹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디튠이 프로듀싱했을 때 나온 곡들은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았다. 단지 데뷔를 완전 노골적인 섹시 콘셉트로 해서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게 문제였다.

생각해 보니 블루비가 불러서 음원 차트 1위에 오른 고급스러운 섹시 댄스곡 「세뇨리타」의 베이스가 바로 이 텐뮤지스를 떠올리면서 오랜 시간 떠올렸던 악상이었다.

“예쁘고 섹시한 걸로 따지면 유앤아이ENT의 라라걸즈가 더 나은 것 같던데요? 거긴 외모가 뛰어난 연기자 출신들이 여러 명 있던데…….”

“조용… 너희하고 음악적인 논쟁을 할 생각이 없어. 모든 건 프로듀싱하기 나름이야.”

강전기는 만약 자신이 나인테일을 기획한다면 어떤 식으로 하게 될지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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