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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과연 레몬캔디는 떡상할수 있을까요?
오늘 연참을 하려했으나 장거리 출장을 다녀와서 그런지 영 눈이 침침하네요.
한숨 때린뒤 아침에 일찍 깨면 한편 더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모든 경연팀이 다 나오는 건 아니니 걱정마시길..
첫번째 경연
“디튠 출신의 작곡가 한수호 프로듀서가 참여한 텐뮤지스의 동생 그룹입니다. 지금 만나보시죠. 나. 인. 테. 일!”
무대 위에서 나인테일이 일렬로 옆 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모델들처럼 포즈를 취하며 일렬로 대형을 만들었다. 몸에 밀착된 화이트 계열의 미니스커트는 왠지 모르게 고혹적이고 섹시한 느낌을 주는 의상이었다. 외모에서 주는 성숙함이 첫 무대였던 레몬캔디와는 사뭇 달라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뭐야. 평균 키가 170㎝가 넘겠는데? 거기에 킬힐까지? 역시 여신들이구만! 세상에는 예쁜 여자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강전기는 본연의 캐릭터답게 주지육림 속 하렘물을 떠올렸다. 그는 경연도 잊은 채 엉뚱한 상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다 깔끔한 기타 리프와 더티 신스 사운드가 결합된 하우스 풍의 EDM 댄스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겨우 정신을 차렸다.
나인테일은 전주에 맞춰 길쭉길쭉한 다리를 성큼성큼 들어 올리며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기럭지들이 모델처럼 길어서 그런지 댄스가 시원시원하네. 노래도 꽤 괜찮은 수준이고… 곡에 약간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나 같으면 이렇게 안 했을 텐데…….’
강전기가 워낙 텐뮤지스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에서는 거의 박사급 전문가라고 할 수 있었다. 블루비의 1위곡 「세뇨리타」가 괜히 나온 곡이 아니었다. 경험이 녹아든 오랜 내공에서 만들어진 명곡이었던 것!
그런 면에서 나인테일의 데뷔곡 「스르륵」은 그의 눈에 보완할 점이 여러 군데 보이기 시작했다.
‘캬… 예전 감성 오진다. 느낌은 진짜 잘 살렸어. 뭐, 우리 레몬캔디 애들하고 극명하게 대비돼서 그런지 인상이 강렬하네.’
아니나 다를까, 화려한 오프닝 무대에서 달궈진 관객들이 흥에 겨워 허리를 꿀렁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요즘에 별로 없는 섹시 계열인데 이 프로그램으로 단숨에 자리를 잡을 것 같은데?’
그녀들이 보여준 노래, 댄스, 랩은 모두 수준급이었던 것! 노래가 살짝 아쉽긴 했지만 크게 약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섹스 토이 강전기의 수준이 심하게 높을 뿐이었다.
[아픔이 몰려와 갑자기 네 생각이.
미쳤어 왜 이래 어쩌다 또 나타나
스르륵 니가 와 또르륵 눈물 흘러.]
중간에 나온 랩 파트를 맡은 멤버가 눈에 띄었다. 모델처럼 섹시한 복장으로 멋진 정통 힙합 스타일의 화려한 랩을 구사했다.
‘어우… 쟤 뭐야. 딜리버리 죽인다. 억지로 소리를 키우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귀에 팍팍 꽂히네.’
화려하게 터트리는 시원한 샤우팅 고음으로 무대가 종료됐다.
“우와아아…….”
반응이 꽤 괜찮아 보였다. 약간은 트렌드와 먼 클래식한 섹시 스타일이었지만 나름 틈새시장에 안착할 정도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전기는 손을 들어 박수를 쳤다.
한수호 프로듀서는 첫 오프닝 무대가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걱정이 많았는데 실수도 없었고 관객들 반응도 괜찮은 것 같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마치 평타 이상은 쳤다는 표정이었다.
강전기는 한수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이 분야의 마스터인 내가 너를 인정한다는 표정이었다. 강전기의 표정을 보고 한수호가 비로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주자까지 괜찮은 무대를 선보이자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다음번 무대를 프로듀싱한 작곡 레전드 김찬기 프로듀서였다.
나인테일이 무대에서 인터뷰하는 사이 강전기가 김찬기에게 말을 건넸다.
“선배님, 얼마나 멋질지 궁금한데요? 기대해도 되겠죠?”
“어? 으, 응.”
계속 능구렁이처럼 깐죽깐죽 받아치던 사람이 지금까지의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에 말아먹었던 그룹이 생각났던 걸까?
‘이 양반이 왜 이러지? 두 무대를 보고 갑자기 뭐라도 깨달았나?’
“자! 다음은 오랫동안 우리가 사랑해 온 작곡가 김찬기 프로듀서가 프로듀싱한 그룹입니다. 유앤아이 ENT가 오랫동안 야심 차게 육성했다고 하죠? 무대로 불러볼까요? 라라걸즈……!”
MC가 호명하자 무대 위에서는 라라걸즈의 멤버들이 댄스 포메이션을 만들고 각자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있었다. 7인조 중 반수 이상의 멤버가 드라마에 나와도 무리가 없을 듯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와, 외모 미쳤네. 역시 배우 기획사였던 유앤아이랄까? 거기서 쓸 만한 애들은 다 트레이닝시켜서 데리고 나왔나? 나인테일보다는 기럭지가 딸리지만, 얼굴로 커버해 버리네. 와꾸부터 심상치 않은데 김찬기 피디는 왜 이렇게 불안해하지?’
강전기는 라라걸즈의 퍼포먼스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예쁜 애들의 무대 연기가 괜찮아 보였다. 외모가 달리는 전문 보컬 요원과 댄스 요원이 그룹의 평균 외모를 깎아 먹고 있었지만 뭐, 그 정도는 이해되는 수준이었다.
‘응, 뭐지. 이 위화감은? 어라?’
그는 이 위화감의 정체를 겨우 깨달았다. 그녀들의 배우 같은 외모에 홀려있었지만, 문제는 곡이었다.
김찬기 프로듀서가 만든 곡은 「고백해 줘」라는 하우스 풍의 발랄하고 청순한 스타일의 곡이었다. 김찬기 프로듀서는 명성에 맞게 꽤 괜찮은 곡을 만들었다. 가사도 썸남에게 고백 언제 할 거니? 라고 재촉하는 스타일의 노래였던 것.
하지만 나인테일에 버금갈 정도의 기럭지에 성숙해 보이는 그녀들과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었다.
‘허허…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이거였군. 곡하고 분위기가 안 어울려. 그리고 멤버 간 편차가 너무 심해. 누가 봐도 전문 요원들을 꼽사리로 껴놓았다는 걸 느낄 정도야.’
김찬기 프로듀서가 앞선 두 팀의 무대를 보고 그 사실을 문득 깨달은 뒤 살짝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각 팀의 강점에 올인한 무대를 보고 퍼뜩 자신이 프로듀싱한 그룹이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후후후… 선배님, 너무 늦었어요. 뭐, 그런데 비주얼이 살렸네.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은 잘 눈치채지 못할 수 있지. 아, 아니구나. 대부분 눈치채겠네. 앞의 무대를 안 봤으면 모를까.’
드디어 라라걸즈의 무대가 끝나고 앞에 앉은 헨리 피디가 비릿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선배님, 잘 봤습니다. 멤버들 비주얼이 좋네요. 거기에 메인 보컬하고 메인댄서가 확실한 역할을 해주고…….”
실실 쪼개면서 돌려 까고 있는 헨리 피디였다. 속으로 아주 고소하다는 표정이었다.
‘헨리 피디 아주 좋아 죽네. 너무 속 보인다, 인마. 근데 그런데도 그렇게 이상하진 않았다고.’
그다음 무대는 헨리 피디가 애지중지 키웠던 글로리아의 차례였다. 헨리 피디는 마치 대작을 써놓고 대중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듯 흥분한 표정이었다.
‘쯧쯧… 뭘 어떻게 만들었길래 저렇게 흥분하지?’
라라걸즈의 인터뷰가 끝나고 드디어 헨리 피디의 글로리아가 무대 위에 올랐다.
“자… 점점 더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블루비의 다인기획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그룹입니다. 최근 제로쿨과 블루비까지 프로듀싱한 실력파 작곡가 헨리 프로듀서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미래의 폐허 속에서 살던 소녀가 과거에 살았던 소년의 일기를 발견하고 그 소년을 만나기 위해 차원을 넘어 만나러 간다는 장대한 서사시입니다. 자, 다 함께 만나보시죠. 글로리아가 부릅니다. 「시공을 넘어」!”
MC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클래시컬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울려 퍼지며 무대의 화면에는 마치 우주의 은하수(밀키웨이)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곡은 현대적 클래식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딱 봐도 장엄한 서사용 음악이라는 게 느껴졌다.
‘오우… 장중한 분위기 무엇? 스토리도 좋고……. 뭐, 곡은 잘 만들었네. 하긴 줄리어드를 폼으로 들어간 건 아닐 테니 당연한 거겠지?’
무대 위에서는 평균 키 160대 초반의 9인조 소녀들이 짜임새 있는 음악에 맞춰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관객석은 지금까지 신나는 분위기와 180도 다른 기분으로 차분하게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적이 감도는 관객석을 보고 멤버들의 몸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헨리야, 어이구… 이 녀석아. 어떻게 데뷔하는 애들한테 이런 곡을 주니? 이건 베테랑들이나 살릴 수 있는 곡이야. 응? 뭐야? 보컬 키는 왜 이렇게 높아? 자기 음역대도 아닌 거 같은데 억지로 부르는 거 같은데?’
강전기는 헨리의 욕심에 혀를 차고 말았다. 이건 완전히 자신의 곡을 돋보이게 하려고 그룹을 억지로 끼워 맞춘 꼴이었다. 더군다나 데뷔 무대라 엄청 떨리는데 관객들까지 평가하겠다고 눈을 부라리고 있는 이곳.
글로리아에게는 맞지도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불편함이 느껴졌다. 급기야 메인 보컬은 1절 후렴구에서 삑싸리까지 내더니 마치 모래 함정에 빠진 것처럼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허… 애들이 그래도 풋풋하고 여리여리해서 키스마이걸 열화판 정도는 되는 거 같은데 헨리 놈의 욕심이 망쳤구나. 애들 수준을 보고 곡을 맞춰야지, 거꾸로 하다니… 초보 같은 놈.’
딱 일반적인 데뷔 무대였다. 정작 퍼포먼스를 하는 당사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끝났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쏙 빠진 상황이었다.
MC들이 곡이 끝나고 무대 위로 올라가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디가 위로하는 말에 메인 보컬이 왈칵 눈물까지 터트리고 말았다.
고개를 돌려 헨리 피디를 살펴보니 완전 죽상에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가 바로 다음 차례인 옆에 앉은 브라이언 정까지 덩달아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쯧쯧… 아마추어 같은 놈. 대중음악계가 우습게 보이냐? 그냥 만만하게 보고 네 취향대로 만들면 그냥 빵! 뜰 줄 알았어? 넌 좀 몇 번 더 망해보고 공부 좀 해야겠다.’
마치 순문학 쓰던 사람이 웹소설을 한 편 정도 읽어보고 무작정 글을 써서 폭망한 느낌이랄까?
‘넌 망해도 싸다. 괜히 애들만 불쌍하네. 실력은 그럭저럭 괜찮은 거 같은데 회사 가서 들들 볶겠구만.’
갑자기 글로리아가 안쓰러워지는 강전기였다.
‘제2의 아이윤인 심은하는 우리 리부트로 오길 잘했지. 지금 벌써 핑크하니로 자리도 잘 잡았잖아? 글로리아는 헨리 피디가 각성하지 않는 한 시공을 못 넘어오고 지하 세계에서 미궁을 탐사할 것 같은 느낌이야.’
헨리에 대한 고소함과 글로리아에 대해 안쓰러움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다음 타자는 JB. Ent에서 과감하게 독립한 브라이언 정이 프로듀싱한 생기 넘치는 발랄한 그룹이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소녀들의 귀여움을 담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합니다. 자, 다 함께 만나보시죠. 퓨리틴의 「Heart to Love」!”
장내에는 귀여운 전자음과 강렬한 킥드럼 비트의 사운드가 고조되며 일곱 명의 퓨리틴 멤버들이 손을 뻗고 귀여운 내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의상은 나름 핑크색 티에 청바지로 통일된 모습이었는데 그 복장은 조금씩 달랐다. 센터인 멤버는 허리가 얇아서 그런지 분홍 배꼽티를 입고 있었다.
내레이션이 끝나고 경쾌하고 발랄한 일렉기타 사운드가 터져 나왔다. 역시 마이하트의 곡을 작곡한 프로듀서답게 곡이 아주 깔끔했다. 벌스를 치고 나오는 멤버의 톤도 적당해서 아주 달달하게 들려왔다.
‘오… 표정 좋고, 느낌 좋고, 곡 좋고… 좋아, 좋아…….’
이 순간만큼은 강전기도 아재 팬이 된 느낌이었다.
‘약간 마이하트 짭 분위기가 나긴 하는데 나름 괜찮은데? 글로리아 때문에 축 처졌던 분위기를 단번에 고조시켰어.’
강전기는 브라이언 정의 깔끔한 곡의 비트에 맞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브라이언 정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에게 엄지를 들어주는 강전기였다.
브라이언은 심호흡하더니 다행이라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밤을 새워서 맘을 전할 편지를 고쳐
내 맘을 이렇게 몰래 줘볼까?
내게 빠지게 작전을 짜볼까?
그냥 쿨하게 사귀자 할까?
두근두근 너를 놓치긴 싫어
다른 애들이 널 뺏을까 겁나
창피해도 OK! 난 너에게 빠졌어.]
전반적으로 퓨리틴 멤버들도 외모 수준이 상당했다. 일류 기획사에서 스카우트했다는데 나름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 그녀들의 실력 또한 괜찮은 수준이었다.
단 하나만 빼면…….
‘음… 메인 보컬이 너무 달리는데? 브라이언이 곡을 다운 튜닝한 거 같은데도 라이브가 너무 흔들리네. 너무 아쉬운걸?’
더블케이에서 스카우트된 손미연이 메인 보컬이었으나 제 몫을 다해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네임드로즈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이유가 있었구나.’
살짝 미소를 짓고 있던 브라이언 정의 표정에도 불편한 심기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런데도 프로듀서가 멤버들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파악해서 곡을 수정했는지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무대였다. 나름 곡이 신나서 그런지 꽤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퓨리틴의 인터뷰가 끝나고 이제는 강전기가 긴장할 차례였다. 가까스로 클로버즈의 무대 영상이 도착했지만 그걸 이용해서 제대로 된 리허설을 하지 못해 약간 불안한 상태였다. 그녀들의 무대는 그 하이라이트 영상이 비밀 무기였던 것인데 정작 아무도 보지 못한 상태였으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강전기! 애들을 믿어. 아까 그 환상적인 안무를 봤잖아? 그리고 기민이 형의 돈을 믿자! 아, 참… 클로버즈를 프로듀싱한 게 나라는 건 장 대표님만 빼고 아무도 모르지? 편안하게 봐야겠어.’
그렇게 전설이 될 클로버즈의 무대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