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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역시 아침이 글이 잘써지네요.
두시간도 안걸리네요.
나는야 아침형 인간.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번째 경연
“자, 다음 무대는요. 여러분 모두 생소하실지도 모릅니다. 하늘기획이라는 신생 기획사에서 출전한 겁 없는 그룹입니다. 당당히 예심을 뚫고 올라왔기 때문에 실력은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프로듀서가… 으음… 강, 강 박사네요.”
심해철이 프로듀서의 이름을 말하다가 당황하고 말았다.
“네, 정체불명의 프로듀서죠? 제작진 대다수도 모르는 베일에 싸인 인물입니다. 오직 책임 피디만 정체를 알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굳이 왜 이러는지 모르지만. 뭐, 글쎄요. 어찌 됐건 여기 콘셉트가 담긴 큐시트가 있습니다. 제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제가 왜 이러는지 궁금하시죠?”
정상균이 자기도 황당하다며 큐시트를 펄럭이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뭐가 어떻길래 그렇죠?”
“네, 신디 씨도 잘 들어보세요. 이번 무대의 신인인 클로버즈는 오전에는 학교에 다니다가 오후에는 길거리에서 홍보하는 흙수저 걸그룹이라고 하는데요. 밤에는 외계에서 온 괴생명체와 사투를 벌인다고 합니다.”
“네? 외계의 괴물들과 싸운다고요? 갑자기요? 그 괴물들과 도대체 왜 싸우는 거죠?”
“그, 그게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어우… 자! 일단 보시고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상균이 닭살이 돋는지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했다.
“지구의 평화를 지킨다는 신생 걸그룹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클로버즈가 부릅니다. 「별빛 속의 댄스」!”
카메라가 심해철의 손을 쫓아 무대로 향했으나 정작 무대는 텅 비어있었다. 시커먼 무대 뒤 화면에서만 지지직거리는 디지털 패턴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광경에 관객들은 술렁였고 대기실에 있는 다른 신인 걸그룹과 프로듀서까지 방송 사고가 아닌지 눈을 휘둥그레하게 떴다.
‘크흐흐… 드디어 나오는구나. 어디 한번 내 주문대로 영상이 딱 맞게 나왔는지 기민이 형의 솜씨를 볼까?’
갑자기 화면이 환해지면서 일상적인 고등학교 교실 모습의 영상이 송출됐다. 클로버즈의 멤버인 정지우가 교실 제일 뒤에 앉아서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 옆에는 래퍼 이영주가 아예 엎드려서 자는 상태였다. 교실에서 수업 중이던 영어 선생님이 옆을 지나가면서 얇은 막대기로 정지우의 머리를 가볍게 내리쳤다.
딱!
[아야…….]
[너는 밤에 뭐 하고 꼭 수업 시간에 처자니? 옆에 맛이 간 애도 좀 깨워라. 어서!]
다른 층, 다른 반에는 막내 김주리가 이미 자다 걸려서 혼났는지 교실 뒤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고 벌을 서고 있었다.
바로 화면이 바뀌며 교문 앞.
하늘기획이라는 초라한 글씨가 쓰여있는 고물 봉고차 한 대가 털털거리며 교문 앞에 서있다가 하교하는 클로버즈 멤버들을 맞이했다.
[이것들아! 얼른 타. 빨리 행사 가야 해.]
차 안에는 리더 성다솜과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태리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또 어딜 가는 거야? 우리가 무슨 산골 마을 행사까지 가야 해? 그렇게 일이 없어? 데뷔까지 했는데 이게 뭐야…….]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시크하게 불만을 터트리는 이영주였다.
강전기는 송출되는 영상을 유심히 살펴봤다. 전반적으로 영상의 퀄리티가 거의 드라마급이었다. 모두 다 B급 이상의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멤버들이라 그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마치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연기력 죽이네.’
화면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득한 산골 마을 동네잔치 마당. 왜 이런 곳에서 행사를 하는지 모르지만 어쨌건, 그녀들이 동네 어르신들의 흥에 맞춰 노래와 춤을 추는 모습이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숙소로 가기 전에 등산이나 하자며 산으로 오르는 그들이었다. 그들은 함께 이름 모를 동굴에 떨어져 블루, 레드, 그린, 블랙, 핑크 클로버 목걸이를 각각 줍게 되는데…….
관객들은 처음에는 뭐지 하면서 웅성거리다가 상상 이상의 퀄리티의 영상에 영화관에 온 것같이 조용히 화면을 감상하는 중이었다.
[어? 이 클로버 버튼은 뭐지? 누르라는 건가?]
클로버즈의 막내인 김주리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핑크 클로버 목걸이의 문양을 손으로 꾹 눌렀다. 그러자 영화 「베넘」처럼 목걸이에서 시커먼 근육 같은 것들이 온몸으로 퍼지며 전신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 시커먼 물질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강화 전투복으로 쓰이고 있는 ‘심바이엇(외계 기생체)’이었는데 그들이 습득한 목걸이가 바로 심바이엇을 봉인한 강식 장갑의 정체였던 것!
[꺄아악! 언니들… 살, 살려줘… 까아악…….]
막내 김주리의 몸이 시커먼 강식 장갑에 먹히며 클로버로 변신하고 있었다. 목걸이의 코어가 빛나며 전신의 색상이 검은색에서 분홍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콰드드득…….]
‘허억… 컴퓨터 그래픽 퀄리티 실화야? 미, 미친…….’
강전기는 영상에 나오는 김주리의 핑크 클로버 변신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 팬티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 음향 처리도 공을 들였는지 사운드 이팩트가 아주 오지고 지렸다.
관객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니 짧은 영상에 얼마나 공을 쏟아부었는지 알 것 같았다. 예전에 찍었던 「아이돌 전사 파워업 클로버즈」 영상은 바로 불구덩이에 처넣어야 할 정도였다.
‘이거 CG가 영화급이잖아? 거의 「베넘」급인데? 아니, 클로버들의 전투복은 그 이상이다.’
완벽하게 핑크 클로버로 변신해서 자신의 손을 신기한 듯 이리저리 바라보고 있는 김주리의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특수 효과 분장 팀이 맨눈으로 보기에도 정교하고 움직이기도 편한 전투복을 아주 멋지게 완성한 것이다. 사실 핑크 클로버는 거의 로봇 형상에 가까운 핑크 가이버를 약간 더 사람의 형태로 아름답게 바꾼 모양이었는데 지금의 모습이 기존보다 훨씬 부드러워 보였다.
‘역시 성기호 이 오덕후 같은 놈. 큭큭… 이건 너무 섹시하잖아. 뭐 어때? 연령대를 높여버렸는데…….’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며 요새 같은 곳에서 얼굴을 가린 강 박사의 메탈릭한 음성이 들려왔다.
[너희는 케이론 행성의 전사 클로버즈. 고대의 강식 장갑이 너희를 선택했으니 현 행성을 지켜야 할 운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다섯 명의 클로버가 화면 속에서 관중석 쪽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김주리의 핑크 클로버뿐만 아니라 블루 클로버인 성다솜부터 블랙 클로버인 이영주까지 모두 다 무대로 걸어 나왔다. 실제로 걸어 나온 게 아니라 전신이 점점 커진 것이었지만 그렇게 보이도록 연출한 정교한 장면이었다.
클로버 가면 뒤에서 멤버들의 얼굴이 반투명하게 지직거리며 언뜻 비치고 있었다. 마치 영화처럼 누가 어떤 색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우와아아…….”
마치 영화와 같은 화면 연출에 관객들이 놀라 숨넘어가는 함성이 장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미 내용과 화면 구도까지 다 알고 있던 강전기조차 그 퀄리티에 엄청나게 놀랐는데 처음 보는 관객들은 오죽할까?
출연자 대기실에서 클로버즈를 밥으로 생각하고 자신들 앞에 박아놓은 장본인이었던 SSJ의 G파워 멤버들이 머리를 감싸 쥐고 입을 쩍 벌린 채 멍한 얼굴로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뭐야. 이거?”
다섯 명이 손을 들어 목에 있는 클로버 문양을 동시에 누르자 강화 전투복이 아이언맨처럼 해체되기 시작했다.
“와……”
“허어…….”
관객들이 전투 장갑이 해체되는 CG를 보고 탄성을 터트렸다. 그만큼 고퀄이라는 뜻이었다. 장갑이 벗겨지며 원래 입고 있던 팬시한 교복 스타일의 무대 의상이 드러났다. 그리고 별안간 무대 위의 조명이 일시에 꺼졌다.
갑자기 장중한 신스 사운드가 공개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위에 신나는 비트의 쿵쿵대는 퓨처 베이스 사운드와 킥드럼이 고막을 강타했다. 다시 무대 위에 불이 들어오자 다섯 명의 실물 클로버즈가 댄스 포메이션을 짜고 전대물 형식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두둥―
블루 클로버 역인 성다솜이 가운데에 서서 두 손으로 허리를 받치며 다리를 벌리고 당당하게 서있었다.
그 앞에 그린 클로버 정지우와 블랙 클로버 이영주가 무릎을 꿇고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땅을 내려치고 있었고 장신즈인 레드 클로버 이태리와 핑크 클로버 김주리는 성다솜 뒤쪽 양 끝에서 마치 래퍼들이 쓰는 댑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클로버즈……!! 대박!! 대박!!”
어떤 오덕후 같은 청년이 입을 막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SSJ 신인 걸그룹을 보러 왔다가 그야말로 미쳐버린 콘셉트의 걸그룹을 발견한 것이다.
묘하게 복고 스타일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스코 풍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그들은 마치 정권을 내질러 적들과 싸우는 듯한 포즈의 절도 있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점프해서 킥을 한번 날리고 정권을 내지르고 괴물의 펀치를 막는 연속 동작의 신나는 댄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와우… 춤 봐… 미쳤다리… 웃기는데 열라 멋져. 이것이 바로 내가 노린 완벽한 쿨찐 콘셉트란 말씀!! 일명 믿고 보는 병맛!! 흐흐흐…….’
쿨찐 콘셉트의 전주가 지나고 벌스가 나오는데 마치 괴물을 쉽게 때려잡고 약간 으스대며 골목을 거닐고 있는 일진스러운 포즈의 어깨 댄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강전기 자신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는데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처럼 모두가 그 동작을 따라 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와서 춤추고 있는 레드 클로버 이태리의 으스대는 표정 연기도 대박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뺨에는 반창고가 붙어있어 뭔가 악동의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오호… 포스 오진다. 이태리 카리스마 쩔어!’
쉬워 보이는 초반 벌스였지만 태연한 표정으로 노래하면서 절도 있는 춤을 춰야 해서 쉽지 않은 파트였으나 그럭저럭 무난히 잘해내는 그녀였다.
‘좋아… 아주 좋아…….’
영상으로 한껏 호응도가 올라가서 그런지 몰라도 뭔가 흥분되는 감정을 참을 수 없는 강전기였다. 대기실에서 프로듀서들이 다들 야구 방망이로 뒤통수를 처맞은 듯 반쯤은 정신 나간 표정으로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심지어 장 대표까지도) 자신은 입술을 꽉 깨물고 최대한 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큭큭… 미치겠다. 어우, 배야.’
오각 편대 출격 댄스와 함께 강전기가 공들인 신나는 댄스 후렴구가 시작되었다. 메인 보컬 성다솜은 관객들의 반응이 엄청나게 좋은 것 같자 힘이 솟아났다. 그녀는 왜 이렇게 반응이 좋은지 솔직히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정작 클로버즈는 포즈를 취하느라 무대 뒤를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지 못하니 뒤에 어떤 영상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관객들의 엄청난 호응에 구름 위를 둥둥 걷는 기분이었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후렴구에서 성다솜의 가창력이 빵 터져주자 그 안정적인 분위기가 삽시간에 다른 멤버에게도 전염되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건 대박이라는 생각에 모두 힘이 불끈불끈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바로 팀의 정신적인 지주인 리더 성다솜의 능력이기도 했다. 그녀는 마치 오버로드처럼 안정적인 보컬로 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최전방 공격수인 댄스 천재 레드 클로버 이태리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이미 댄스에서는 거의 안무 창작자급에 도달해 있어서 그런지 거의 미친 듯 날아다니는 그녀였다.
2절에서 감각 있는 랩을 구사하는 이영주의 랩 파트가 터지고 특이한 비주얼 멤버인 정지우와 중2병 자이언트 베이비 김주리의 화사한 얼굴이 화면에 잡히자 관객석에서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벌스가 끝나고 브리지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잔잔한 미디엄이 나오기 시작하고 뒤 화면에서 별빛이 쏟아지는 화려한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대 위가 어두워지고 다섯 명의 멤버들은 각기 다른 자세로 댄스를 추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별빛 속에서 싸우는 건지 춤추는 건지 분간이 안 가는 모습이었다.
“와하하하…….”
“휘익…….”
관객들의 웃음소리와 입으로 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댄스를 멈추자 번쩍하고 암전이 찾아왔다. 무대 뒤 영상과 관객석 조명까지 모두 다 꺼져버린 것이다. 관객들은 뭔가 신기한 게 또 나올까 봐 소리도 못 지르고 눈만 크게 뜨고 있는 상황!
시커먼 화면에서 갑자기 흉측한 외계 괴생명체로 추정되는 괴물이 포효하며 불쑥 등장했다. 관객들은 암전된 상황에서 끔찍한 소리와 함께 괴물이 튀어나오자 오줌을 지릴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괴물의 CG 수준이 영화에 나오는 거대 좀비 수준이었던 것!
갑자기 어두운 화면에서 아까 멈춰있던 자리에 다섯 명의 교복을 입은 멤버들이 나타나며 다시 전투형 클로버로 「베넘」 수준을 능가하는 변신을 하기 시작했다. 그 장면은 그야말로 미친 퀄리티!!
물론 실제 멤버들은 어두운 구석에서 몸을 숙여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무대에는 따로 찍은 영상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클로버로 변신한 멤버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번개처럼 거대 좀비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죽여!”
장내의 관객들은 마치 자신들이 괴물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을 받았는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소리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