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강박사 VS 일렉케이!!
특이점은 특이점으로 상대한다.
최초 아크로바틱 걸그룹?
첫번째 경연
레이카가 다미를 뛰어넘으며 공중에서 1,440도 턴, 네 바퀴를 돌며 바닥에 착지했다. 무릎을 꿇고 마치 스파이더맨이 가볍게 착지하는 자세로 땅에 내려선 것이다.
“우와아아아…….”
관객들은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열광적으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강전기도 주먹을 불끈 쥐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렇지! 나이스!! 레이카… 표정 좋고…….’
그녀는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카리스마가 줄줄 흐르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핑크엔진은 착지한 레이카를 중심으로 가로 일직선으로 대형을 펼치더니 다시 한번 일사불란한 댄스를 펼치고 있었다.
‘여윽시 워머신! 3m 이상 뛰는 건 일도 아니구만!’
한편, 마지막 경연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걸그룹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듣보잡이었던 클로버즈가 CG로 도배한 블록버스터급 영상으로 무대를 뒤집어 놓더니, 이번에는 남자 아이돌이라도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서커스 수준의 묘기가 튀어나오자 입만 쩍 벌리고 있었던 것.
프로듀서 대기실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김찬기 프로듀서는 아주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진짜 뭐 전쟁하러 나왔어? 다들 왜 그래. 이건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한정석 피디와 무대 리허설을 담당했던 일부 사람들만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리허설에서 그 장면을 보고 놀라 뒤집어졌으니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퍼포먼스가 끝나고 곧바로 강전기가 특별히 공들인 클라이맥스 부분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변주로 시작되는 뽕기 그득한 화려한 보컬의 향연이었다. 네 명의 톱티어 보컬이 하모니를 이뤄 관객들의 고막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핑크엔진은 댄스 가수였지만, 자신들이 리부트 엔터 소울퀸즈의 후계자라도 되는 양 엄청난 성량으로 노래를 내지르고 있었다. 인하는 자신의 랩처럼 유려하고 딜리버리가 뛰어난 보컬이었고, 레이카는 여리여리하지만 고음을 아주 쉽게 내는 깨끗하고 청량한 보컬이었다. 그리고 베이스를 잡아주는 다미의 소울풍 보컬이 정교하게 믹스되어 절묘한 하모니를 연출하고 있었다.
‘어우… 미치겠네. 화음 보소? 퀄리티 뭐냐. 리허설보다 훨씬 잘하잖아?’
압권 중의 압권은 하이 피치에서 터지는 다미와 시유의 주고받는 절묘한 화음이었다. 마지막에 스피커를 찢어버릴 듯 관중들의 함성을 뚫고 나오는 3옥타브 솔(G5)을 때리는 최시유의 고음은 원곡자인 강전기조차 소름 돋게 만드는 것이었다.
관중석도 난리 났는데 다들 소름이 돋는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우와아… 핑크엔진! 핑크엔진! 핑크엔진!”
관중들은 핑크엔진을 외치며 주먹을 들고 환호하고 있었다.
클로버즈와는 또 다른 열광적인 무대였다. 클로버즈가 영상과 함께 신개념 퍼포먼스를 펼쳤다면, 핑크엔진은 남자 그룹을 능가하는 마샬아츠 퍼포먼스와 전원 상타치 보컬의 역량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일렉케이가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하게 짜둔 결과물이었다.
그가 계속 사운드 조절을 해줬기 때문에 정확한 음을 잡을 수 있었고, 그게 사람을 홀리는 하모니로 연결된 것이다.
‘잘했다, 애들아. 자랑스럽다.’
핑크엔진은 정말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다들 집중했는지 자신의 실력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준 것 같았다.
무대 위의 멤버들은 사이좋게 껴안고 정말 잘했다고 서로를 칭찬해 주고 있었다.
“앙코르! 앙코르! 앙코르!”
무대 위로 올라온 MC들이 관객들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여러분들, 조용히 좀 해주세요. 저희가 인터뷰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핑크엔진 여러분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놀라운 무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말 보면서 신인들의 데뷔 무대가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어요. 자. 해철 씨, 핑크엔진 무대 어떠셨나요?”
“후… 혹시 이거 AR 틀어놓았던 거 아니죠?”
“당연히 라이브입니다. 다들 똑같은 조건입니다.”
“아니… 실화입니까? 어떻게 그런 격렬한 안무를 하면서 라이브를 그렇게 해요? 이해가 안 가네, 정말…….”
“아니, 해철 씨. 자신이 못 한다고 남들도 다 못 하란 법 있습니까?”
“제가 못 한다는 게 아니라요. 아… 뭐… 사실 핑크엔진처럼은 못 합니다.”
“거봐요. 괜히 질투하는 거지, 이게…….”
“솔직히 무슨 비보이들이 소울퀸즈의 노래를 완벽하게 부르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느낌이 났습니다. 마지막에 네 명이 함께 화음을 넣는데 와… 진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 정도면 댄스 가수로는 최고의 칭찬 아닌가요?”
“다들 눈과 귀가 있으면 알겠죠, 뭐…….”
“레몬캔디에서 갈아타시는 건가요? 해철 씨! 지금 대기실에서 레몬캔디의 막내 공소연 양이 울고 있다고 문자가 왔거든요.”
“켁… 갈아타다니요. 사람이 한식만 먹을 순 없잖아요. 양식도 먹고… 일식도 먹고…….”
“자자… 또 논란을 일으킬 만한 발언 같은데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죄, 죄송합니다.”
“우리 신디 씨? 신디 씨는 핑크엔진의 무대 어떻게 보셨나요.”
“아… 저는요. 처음에 노래 인트로 끝나고 랩으로 들어갈 때 있었죠? 거기서 이미 정신을 잃었어요. 너무 좋아서… 어쩜 그렇게 랩을 잘하는지… 예전에 제가 네임드로즈 데뷔 조에서 들었던 인하 씨의 천재적인 래핑이 생각났어요. 가슴이 뭉클하네요.”
“3년 후에 다시 들어도 좋다는 말씀이시죠?”
신디는 미소를 띠며 옆에 있는 인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습니… 흐윽…….”
그녀는 말하다 말고 감정이 북받치는지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인하는 왠지 그녀의 기분을 알 것 같아, 옆에서 포근히 신디를 안아주었다. 마치 ‘언니는 하나도 잘못이 없어.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한 인하의 얼굴이었다.
사실 인하보다 뒤늦게 들어온 신디는 인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미국에서 온 교포라 한국 생활에 서툴렀는데 인하가 친절하게 자신의 동생이 되어주었다. 같이 연습도 많이 하고 정이 많이 들었는데 인하가 데뷔 조에서 마지막으로 탈락하고 회사까지 그만두게 되자 그게 마음속 한편에 짐으로 남아있었다.
그녀도 인하와 자신의 색깔이 겹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대표가 그런 걸 고려해서 결정을 내렸으리라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디는 오늘 무대를 보고 확신하게 되었다. 인하는 자신 못지않은 스타가 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자 마음속 한편의 짐 덩어리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인하가 제자리를 찾았다는 기쁨에 그만 신디의 눈물샘이 터져버린 것이다.
“울지 마, 언니. 난 괜찮아.”
“그래…….”
조정실에서 이 영상을 보고 있던 한정석 피디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흐흐… 좋은 장면이다. 어그로용 영상으로 내보내야겠군. 신디가 눈물을 흘린 이유? 이렇게 편집하면 되려나?’
항상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으니까.
“자… 신디 씨, 진정하시고요. 진행하러 올라오셨는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하하…….”
“상균 씨, 죄송해요. 제가 너무 주책없었죠?”
“일단 인터뷰를 해야 하니 신디 씨가 왜 그랬는지는 따로 제작진들이 인터뷰할 겁니다.”
“아무튼, 신디 씨도 상당히 무대를 인상 깊게 본 것 같은데요. 저는 솔직히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있습니다. 바로 댄스 브레이크에서 저기 두 분이 점프했었죠. 전 그거 보고 정말 뒤로 넘어갈 뻔했습니다.”
“먼저… 이다미 씨? 발레 전공하셨어요? 공중에서 그냥 다리가 쫙……. 제가 그 점프 장면을 「백조의 호수」인가 그런 발레 공연에서 본 것 같거든요?”
“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해왔습니다.”
“엄청나게 높게 점프하시더군요.”
“저희 멤버인 인하가 손으로 올려준 겁니다. 혼자는 그 정도로 점프를 못 하죠.”
“상균 씨, 발레 동작도 좋았는데요. 전 다미 씨 위로 점프한 레이카 씨가 진짜 인상적이었습니다. 레이카 씨?”
“넵! 이시하라 레이카입니다.”
“몸에 투명한 피아노 줄 같은 거 달린 거 아니죠? 전 무슨 트램펄린을 타고 점프하는 줄 알았어요.”
“네, 제가 어렸을 때 기계 체조를 배웠습니다.”
“일본에서요?”
“넵.”
사실 레이카는 초등학교 때 일 년 정도 기계 체조를 배운 적이 있었다. 실제로 무대에서 사용한 능력은 워머신의 텀블링이었지만 그냥 우연히 끼워 맞춰서 이야기한 것이다.
“남자 아이돌도 절대 못 할 거 같은데… 전 지금도 이해가 안 가네요.”
“해철 씨… 지금 눈으로 보고도 못 믿으시면 어떡합니까? 여기 천 명의 관객분들이 보셨는데요.”
“그랬죠. 그만큼 놀랐다는 겁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였어요.”
“지금 할 말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없네요. 자, 우리 제일 막내분 인터뷰해 볼까요? 시유 씨?”
“넵! 시유입니다.”
“아유… 귀여워라. 헤어스타일 너무 귀엽네요.”
“해철 씨, 또 취향 저격입니까? 그놈의 취향은 도대체 몇 개인지 모르겠네요.”
“크흠… 제가 보기엔 시유 씨가 핑크엔진의 메인 보컬 같은데요. 맞나요? 여기 보면 핑크엔진은 따로 언급된 포지션이 없네요.”
“아… 제가 메인 보컬이라기보다는 이번 노래에서만 후렴구에서 높은음을 담당했습니다. 사실 저희는 멤버 전원이 메인 보컬입니다.”
“네? 전원이 메인 보컬요? 하하하… 황당하네요.”
“아까 2절 후렴구 하이라이트 부분을 떠올리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어쩜 라이브로 그렇게 부르는지…….”
신디도 그 부분에서는 깜짝 놀랐는지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핑크엔진은 벌써 기존 그룹의 1티어 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마지막 무대가 끝났습니다.”
“여러분! 정말 이게 신인들의 무대인지 의심스러우시죠?”
“네에……!!”
관객들의 커다란 함성이 공개홀에 울려 퍼졌다.
“앙코르! 앙코르!”
“하하… 지금 관객분들이 너무 아쉬운지 앙코르까지 외치시고 있는데요. 죄송합니다. 보고 싶으시면 다음 경연까지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걸그룹 4차 대전」에서는 상상 그 이상의 무대를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이제 곧 전문가들의 평가와 관객 투표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관객분들께서는 서두르지 마시고 여덟 팀의 무대를 떠올려보시고 냉정하게 평가해 주시면 됩니다.”
“저희는 다음 방송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까지 채널 고저어엉!!”
“와아아…….”
그렇게 길게 느껴졌던 경연이 끝났다.
대기실에서 화면을 보고 있던 강전기는 자신이 만든 세 팀이 완벽한 무대를 보여줘서 그런지 기분이 엄청나게 좋은 상태였다.
“짝짝짝…….”
그는 마무리 무대를 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러자 다른 프로듀서들도 마지못해 박수를 따라 쳤다.
“이제 좀 있으면 1차 결과가 나오겠죠?”
강전기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역시 자식 새끼들이 잘나면 부모들의 어깨 뽕이 과해지는 법!
그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브라이언 정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휴… 피디님은 좋겠어요. 느낌상 두 팀 다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저희는 애매하네요. 이렇게 수준이 높을지 몰랐어요. 약간 안일하게 본 걸지도…….”
“정 피디님, 퓨리틴도 괜찮았어요.”
강전기가 브라이언 정 옆에 붙더니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솔직히 누가 떨어질지는 표정 보면 나와 있잖아요.’
그는 브라이언 정에게 말하며 옆에서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는 헨리 피디를 슬쩍 쳐다보았다. 헨리 피디는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글로리아가 이번 무대에서 쫄딱 망했다는 걸 어느 정도 감지한 모양인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허공을 보고 있었다.
‘쯧쯧… 그러길래 공부 좀 해라. 자꾸 너 하고 싶은 거 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 아냐? 그래도 이 무대가 끝이 아니잖아? 내가 봤을 땐 여기 얼굴을 디밀었다는 자체가 큰 홍보다. 이 프로그램은 안 뜨고는 못 배긴다. 무명에서 2년 이상 헤맬 수도 있는데 그 시간을 아낀 거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강전기는 경연이 끝나고 옆의 작은 무대로 옮겨 1차 경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레몬캔디와 핑크엔진이 모여있는 쪽 앞에 있는 자리에 앉아있었다. 한정석 피디가 의도한 건지 모르지만, 프로듀서가 배경 화면인 클로버즈도 레몬캔디 옆에 앉아있어서 언뜻 보면 강전기가 세 팀을 담당한 프로듀서로 보이기도 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레몬캔디와 핑크엔진 멤버들이 자신을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들의 표정을 보면 이제 강전기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것으로 보였다.
‘다들 만족하나 보군. 그래, 내가 누구냐? 빌보드 1위 작곡가 일렉케이 아니니? 너희는 나만 따라오면 된다. 이게 바로 누워서 떡 먹기지!’
그는 레몬캔디 옆에 조용히 착석 중인 클로버즈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조용히 눈빛을 교환했다.
‘너희도 잘했고…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 다들 1티어로 강제로 끌어올려 주마!’
강전기의 표정이 웃음을 참느라 다시 게슴츠레해지기 시작했다.
‘큭큭큭… 과연 누가 일등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