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65화 (16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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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번째 경연

강전기는 음악을 들으며 G파워 멤버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역시 아무리 연습생 풀이 망가졌다고는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멤버들이 하나같이 1티어에 근접한 애들뿐이로구나. 과연 SSJ답다.’

센터 이유진! 리더이자 센터인 멤버로 확실히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톱비주얼 1티어였다.

[내 입술을 지우고, 귀걸이는 노노노

하이힐은 치우고, 머리를 물들였어.]

가사 자체는 노골적인 걸크러시 콘셉트였는데 더티 신스 사운드가 절묘하게 억제되고 있어서 그런지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노래가 일반적인 코드 진행이 아니라 상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템포를 늘였다 줄이기를 반복하고 있어서 마치 틀을 깨부수는, 상상외로 퀄리티가 높은 곡이었다.

‘우와! 신선하다. 역시 SSJ 간지 프로듀서! 명불허전!’

간지 피디와 스모킹독을 힐끔 쳐다보니 G파워가 잘하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쉬는 시간에 G파워를 찾아가서 정신 무장을 단단히 시키고 온 것 같았다.

‘흐음… 그런데 실험적인 게 조금 과한데? 여기 앉아있는 프로듀서들은 굉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일반 리스너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애매한걸? 좀 더 들어보자.’

강전기는 작곡가 이전에 일반인으로서 대중성을 판단하는 감각이 매우 뛰어난 편이었는데 몸이 바뀐 이후로는 그 감각이 훨씬 더 극대화된 상태였다.

[난 누굴 위해 바꾸지 않아

난 오직 날 위해 살아.]

다시 한번 곡이 빨라지며 킥 드럼으로 빌드업을 한 뒤 퓨처 하우스 풍의 후렴구가 장내를 강타했다. 익숙한 하우스풍의 음악이 나오자 관객들이 역시나 온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더티 신스사운드와 하우스풍의 댄스곡 스타일을 절묘하게 혼합시켰는데 곡의 진행이 전형적인 패턴이 아니고 변화무쌍했다.

‘와, 진짜 세상에 천재들이 많구나. 이런 곡은 몇 년이 흘러도 절대 촌스럽지 않지. 그런데… 흐음…….’

강전기는 곡을 들으면서 감탄하면서도 고개를 갸웃하고 말았다.

‘이건 트렌드를 너무 앞서가는 곡이다.’

작곡에서는 뛰어난 곡이었으나 과연 대중들이 받아줄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몸을 들썩이려고 하면 변화가 일어났다. 관객들은 갸우뚱. 자꾸 리스너들의 통수를 때리는 전개가 펼쳐졌다.

반면, 무대 위의 G파워 멤버들은 역시나 오랜 기간 거친 풍랑을 겪어온 베테랑 연습생들답게 완벽한 댄스와 수준 높은 노래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브리지 부분에서 웅장한 사운드에 더티 사운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귓가를 파고들었다. 프로듀서들은 소름이 돋는지 움찔하면서 서로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계속된 변화에 특별히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분석 모드로는 감탄이 나오는데 즐기기엔 적당하지 않은 흐름이 펼쳐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가 끝나자 관객석에서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를 펼친 G파워의 실력이 도저히 갓 데뷔하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 노래도 세련됐고 가사도 강렬했다. 특히나 여성 관객들의 걸크러시 콘셉트에 대한 호응이 상당히 좋았다.

대기실에서도 프로듀서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강전기조차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크게 쳐주고 있었으니까.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았다.

“간지 피디님, 스모킹독 작곡가님. 수고하셨어요. 노래 진짜 좋네요.”

강전기는 솔직한 심정으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간지 피디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악연을 가진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빌보드 1위 작곡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인정해 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그녀였다.

스모킹독도 무대가 매우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강전기가 솔직한 감상을 말해주자 고맙다고 연신 꾸벅꾸벅 인사했다.

‘뭐, 곡은 멋지네. 인정! 흥행은 글쎄?’

그가 판단하기에 이 곡의 치명적인 문제는 강력한 후크가 없다는 점이었다. 너무 신선함을 강조하다 보니 곡이 좋긴 좋은데 다 듣고 나서는 인상적으로 기억나는 멜로디가 없었다. 평소에 음악을 많이 듣고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행이다. 핑크엔진하고는 분명 차이점이 있어. 비슷하지만 달라. 난 최신 트렌드에다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다 때려 박았지롱.’

현재 노래가 끝나고 MC들이 G파워를 인터뷰하고 있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리더 이유진은 데뷔 무대가 감격스러운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있었다.

‘흐음. 이유진, 강렬했다. 과연 SSJ 7년 차 연습생답구나.’

요즘 연습생치고는 늦은 스물두 살의 나이였지만 7년 차의 짬에서 나오는 포스가 카메라를 통해서까지 느껴졌으니, 그간 얼마나 원기옥을 모아왔을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후… 하지만 우리 인하, 레이카, 다미도 만만치 않은 능력자들이야.’

드디어 마지막 주자인 핑크엔진의 무대만 남은 상황이었다. G파워의 인터뷰가 끝나고 출격만 남은 상황!

무대 아래에서는 인하를 주축으로 핑크엔진 네 명이 스크럼을 짜고 기합을 넣고 있었다.

“얘들아, 평소대로만 하자. 연습 때처럼 우리 무대를 보여주면 돼.”

“언니들, 피디님이 하라고 한 거 있잖아요. 그거 하실 거죠?”

최시유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속삭이듯 말을 했다.

“해야지. 오늘 황당한 걸 봤잖아.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함성이 나왔는데 우리도 승부를 걸어야지.”

레이카가 호승심이 생겼는지 평소와 다르게 많이 흥분하고 있었다.

최시유는 그 모습을 보고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핑크엔진에게는 혹시 몰라 연습해 둔 필살기가 있었다. 강전기가 위기 상황이 오면 쓰라고 지시했던 게 있었다. 2절 댄스 브레이크 때 기존 안무 대신 넣어야 하는 그것!

장난삼아 몇 번 해보긴 했는데 설마 이것까지 써야 할 상황이 올 줄 몰랐던 것이다.

“막내야, 걱정 마. 나 못 믿니?”

레이카가 통통하게 올라온 시유의 볼살을 가볍게 꼬집으며 빙긋 웃었다.

“믿어요, 언니.”

“아유… 이 귀여운 것! 이리 와. 음와음와…….”

레이카가 시유를 끌어안고 볼에 뽀뽀까지 해댔다.

“이카야, 카메라 많다. 적당히 하자. 응?”

다미가 한소리를 했지만, 공들여서 키워낸 시유가 미칠 듯 귀여운 레이카였다.

‘아, 참. 경연 중이었지. 긴장 좀 해야지.’

하지만 레이카는 도무지 긴장되지 않았다. 그녀는 워머신이 된 이후 흥분만 자제하고 있을 뿐 긴장감이라곤 단 한 순간도 느껴보질 못했다.

육상 최강의 생명체인 그녀는 드디어 첫 데뷔 무대를 앞두고 흥분하며 몸을 가볍게 풀고 있었다.

G파워의 인터뷰가 끝나고 드디어 마지막 주자인 핑크엔진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걸그룹 4차 대전」 대망의 마지막 주자입니다. 바로 리부트 엔터의 핑크엔진입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기도 전에 엄청난 화제가 됐었죠. 바로 .EXE의 빌보드 1위 앨범의 타이틀곡과 미국의 팝가수 에밀리 로버츠의 복귀 앨범 타이틀곡을 작곡해서 빌보드 200 차트의 1, 2위를 동시에 석권한 천재 작곡가 일렉케이가 프로듀싱한 그룹입니다.”

“저는 사실 이 그룹이 제일 기대됩니다. 제가 아꼈던 동생이 리더로 있거든요.”

“어허… 신디 씨, 경연에서 누구 편들기 있기 없기?”

“해철 씨는 제일 처음에 레몬캔디를 보고 팬이라고 엄청 좋아하시더니 공연 보고 거의 실성… 아차… 선배님, 죄송합니다.”

“크흠, 제가 저지른 죄가 있으니 이만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두 분 다 잘들 노시는군요. 너무 대단한 무대들을 봐서 정신이 하나도 없으신 거 같은데요. 제가 수습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화제의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직접 발굴했다는 그룹입니다. 그들이 부를 곡명은 「루저 혁명」이라고 하네요. 자! 다 같이 만나보시죠. 핑크! 엔진! 소리 질러…….”

MC 정상균은 드디어 마지막 팀이 올라오자 퇴근이 기다려지는지 텐션이 높아진 것 같았다. 그의 손짓으로 메인 카메라가 무대 방향을 비추기 시작했다.

노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은은한 신스 전자음이 배경 음악처럼 흘러나오고 있었고 무대 화면에는 성기호가 디자인한 묵직한 엔진이 핑크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화면이 바뀌며 멤버의 모습이 한 명씩 클로즈업되고 있었다. 어차피 주어진 공연 시간은 5분으로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앞부분에 영상을 무조건 넣은 것이다.

‘핑크엔진은 외모가 갑이지. 엄청 예쁜 애들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줘야 해. 나만 알기 아까워. 큭…….’

강전기의 계산대로 화면에는 김인하의 차도녀 같은 세련된 얼굴과 모델 같은 기럭지가 제일 먼저 나오고, 사과 머리를 하고 넷 중 유일하게 치마를 입고 있는 최시유가 장난스럽게 생글거리고 있었다.

‘오, 오, 그거야! 그 귀엽고 장난스러운 미소! 시유야, 씹덕들은 다 네게 맡기마.’

그다음으로 딱 봐도 고양이상으로 묘하게 섹시하면서 매력적인 다미의 얼굴이 비치고 그녀의 환상적인 몸매가 클로즈업되고 있었다.

그녀는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긴소매 배꼽티를 입고 있었는데, 로켓처럼 도드라진 가슴과 날씬한 허리에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환상적인 골반 라인은 덤이었다. 남자 관객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차후 와꾸 3대 천후로 불리며 직캠 군단을 이끌고 다닐 다미 장군의 첫 출정식이었다.

‘꿀꺽…….’

그 옆에는 짧은 검은색 반바지에 굽이 없는 부츠 그리고 탱크톱을 입고 그 위에 블랙 앤 화이트의 짧은 점퍼를 걸친 얼굴 천재 레이카가 등장했다.

‘자! 줌 땡겨! 그래, 그거야.’

커다란 화면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초절정 미소녀인 레이카의 얼굴이 가득 차자 관객석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오오오…….”

별안간 무대 위에 조명이 켜지고 강렬한 힙합 비트와 귀를 사로잡는 신스음이 절묘하게 믹싱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서 바로 절도 있는 댄스 동작이 시작되었다. 특별히 주문해서 만든 안무인 상급 난이도의 댄스였다.

‘댄스 좋고…….’

인트로가 지나자 일반적인 곡과는 다르게 벌스 부분으로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김인하의 강력한 랩이 시작됐다. 육중한 덥스텝 비트 위에 네임드로즈의 신디와 겨뤄 밀리지 않았던 그녀의 화려한 플로가 터져 나왔다.

[숨을 삼키고, 귀를 막고, 나의 길을 걸어가

모두가 등을 돌려도 나는 묵묵히 그대로 가

낮다고 불안해 안~ 해 나의 굳은 신념은~

높다고 까불지 마 그러다 나한테 혼이 나.]

김인하의 자작 랩 가사가 송곳처럼 흘러나왔다.

인하의 랩은 화려하면서 송곳처럼 귀에 팍팍 박히는 스타일이었다. 목소리를 부자연스럽게 크게 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는지 가사가 똑똑히 들렸다. 딕션이 좋고 특히나 딜리버리가 일반인들과 다르게 타고난 면이 있었다. 회사에서도 말을 크게 하지 않는데 전화 내용이 다 들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차가운 도시녀에서 쿨하게 바운스를 타며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미쳤다, 미쳤어.’

그녀의 랩은 듣는 사람들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지 관객들이 다들 리듬을 타고 있는 게 보였다.

김인하의 랩이 끝나고 벌스 부분에서 레이카와 시유의 노래 파트가 이어졌다. 묵직한 인하의 랩을 레이카, 최시유 순으로 약간은 분위기를 순화시키면서 후렴구로 들어서게 했다.

브레이크 다운이 빠르게 지나가고 곧바로 중독성 있는 하우스 느낌의 후렴구가 이어졌다. 1절의 후렴구는 서구형 R&B 보컬인 이다미의 파트였다. 아주 친숙하고 깔끔한 멜로디였는데 강전기의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대중들이 좋아하는 머니 코드를 쏙쏙 집어넣은 것이다.

곡에 여러 가지 요소를 이질감 없이 구겨 넣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지만, 그는 결국 해내고 말았다. 마치 한 곡에 두세 곡이 있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완성한 것이다.

‘크… 이거지… 뽕끼! 아무리 트렌드라지만 한국적인 게 있어야지. 중독성 있는 후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 크흐흐… 수능 금지곡을 노리고 만들었다고! 어우, 좋다.’

강전기는 미친놈처럼 자신이 만든 곡에 심취하고 있었다. 철저히 대중과 같은 감성으로 자신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앞선 G파워의 곡과는 다르게 뽕끼가 있어서 그런지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핑크엔진의 곡을 듣고 있던 심해철이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는지 눈을 크게 떴다.

‘잠깐! 이거 라이브였지? 무슨 AR인 줄? 노래 너무 잘하는데?’

그렇게 2절이 반복되고 드디어 소리가 잠잠해지면서 뭔가 폭발시킬 때 쓸 빌드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점점 빨라지는 비트를 느끼며 사람들이 댄스 브레이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절도 있는 댄스를 추며 최시유를 제일 앞 중앙에 두고 김인하와 이다미, 레이카가 일직선으로 섰다. 그들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전기가 유사시 한번 해보라고 짜준 퍼포먼스를 실행할 차례였다. 설마 이거까지 할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클로버즈란 그룹의 충격적인 무대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김인하는 최시유 뒤에서 관객을 등지고 무릎을 굽힌 자세로 깍지를 꼈다. 그러자 그 손바닥을 밟고 이다미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도움닫기와 김인하의 무릎과 손을 이용한 수직 점프였다.

마치 「백조의 호수」에서 공중 부양하는 모습으로, 최시유의 머리 위에서 발레의 그랑주떼 자세가 펼쳐졌다. 곧게 뻗은 두 발은 180도를 넘어 220도 정도로 유지하면서 턱과 두 팔은 꽃봉오리처럼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그 우아하고 환상적인 장면에 깜짝 놀라 환호성을 지르려다가 이다미 위로 스노보드 점프와 같이 허벅지를 잡고 빙글빙글 돌며 솟아오르는 레이카를 발견했다.

“우와아아…….”

관객들은 평생 처음 보는 장면에 미친 듯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워머신 레이카의 화려한 공중 회피 기술인 ‘파쿠르 텀블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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