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80화 (180/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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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강전기 사단 간다앗!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추코는 사랑입니다.

첫 방송 걸그룹 4차 대전!

[네, 보이시죠? 그렇다는군요. 안녕하세요. SSJ의 간지 프로듀서입니다.]

그녀는 자기 옆으로 자료 화면이 주르륵 뜨는 걸 알고 있는지 손으로 가리키며 자신을 소개했다. 항상 음악만 생각하고 다른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처럼 이러한 인터뷰에서도 그녀의 성격과 스타일이 나오고 있었다.

[많은 분이 일본어라고 오해하고 계시는데 제 예명은 본명하고 관계가 있습니다.]

[프로듀서 중에서도 장수한 편이고, 여성으로서는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성공하신 편인데 왜 언론에 전혀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셨는지?]

질문 자막이 간지 프로듀서 아래에 팝업으로 나타났다. 간지 피디는 약간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의 단조롭고 공격적인 말투가 느껴졌다.

[제가 음악적인 것 말고는 사실 굳이 제 개인적인 것들을 노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뭐, 제가 좀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왜 처음으로 방송에 나오게 됐는지?]

[물론 G파워 때문입니다. 제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게 되었습니다. 뮤직넷에서 지속적으로 제의해 와서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 옆에 있는 이 친구가 힘을 줘서 같이 출연하게 됐습니다.]

화면이 옆을 비추자 스모킹독 작곡가가 앞을 보며 살짝 까딱거리면서 인사했다. 딱 봐도 왠지 교포스러운 느낌의 벙거지를 쓴 이 남자.

[스모킹독입니다.]

[애견인인데 흡연자신가요?]

[풋!]

[맞음, 무언의 인정]

빵 터지는 스모킹독의 웃음소리와 함께 영상은 곧바로 간지 프로듀서에게 포커싱되었다.

‘후후… G파워 프로듀서긴 하지만 나 때문에 회사 내부 세력 싸움에 밀려 프로그램에 나온 건 말 못 하겠지.’

강전기를 축출해야 한다고 제일 선봉장에 서서 열을 냈던 사람이 바로 간지 피디였다.

[뭔가 녹음실이 화려하군요.]

[음, 제가 사실 장비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녹음실도 회사와 협의해서 상당히 고가의 장비들로 세팅한 상태고요. 보시면…….]

화면은 초호화 럭셔리 녹음실을 비추고 있었다. 프로듀서들이라면 눈이 돌아갈 만한 엄청나게 비싼 장비들이 총출동한 상태였다. 한쪽에 시상식에서 받은 상패들이 주르륵 전시돼 있었다.

‘뭐야, 간지 피디 장비충이잖어? 맨날 남자도 안 만나고 음악 하고 장비나 만지면서 저러고 있나 보네.’

다시 간지 프로듀서의 짧은 인터뷰가 이어지고, G파워 멤버들이 녹음실에서 데뷔곡을 녹음하는 장면이 송출됐다.

물론 노래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간지 피디는 녹음하면서 엄청나게 세세하게 주문하는 편이었고, 멤버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못 따라오는 경우에는 혼내는 경우도 많았다. 한 멤버가 간지 피디에게 따끔하게 충고를 듣고 눈물을 쏟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과연… 전설의 간지 프로듀서는 「걸그룹 4차 대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는지?]

[무조건 우승이죠. 이번 프로그램 모토가 Great war, 즉 총력전이잖아요? 우린 SSJ 등에 올라타 있으니 꼭 1등을 해야 합니다. 아니면 면목 없죠. 사실 1등 해도 본전이에요.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요.]

간지 피디의 강력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였다.

‘하긴 저분이 능력은 알아주지. 천재기도 하고.’

강전기가 생각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턱을 매만지며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 어라? 피디님! 방금 비웃었죠?”

핑크엔진의 스타일리스트가 강전기를 쳐다보다가 무심코 이야기하고 말았다. 그녀는 프로그램보다 강전기가 더 신경 쓰이고 있었다. 만화를 찢고 나온 존잘남이 옆에 있으니 가슴이 쿵쿵대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석에서 가까이 있기는 처음이었다.

“제가요? 아니요, 아닙니다.”

강전기는 살짝 웃으며 절대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젓고 있었다.

게시판에 실시간으로 간지 프로듀서 간지 쩐다, 카리스마 있다, 의외로 얼굴이 깔끔하다, 녹음할 때 포스 쩐다 등의 의견들이 주르륵 포스팅되고 있었다.

곧바로 화면이 바뀌며 번화가에 있는 한 빌딩이 화면에 잡혔다.

[유앤아이 ENT]

유엔아이의 한 사무실에 아까와 비슷한 식으로 라라걸즈 멤버들이 속속 입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데뷔를 경연으로 할 거라는 소식이 전해지는 장면이 나왔다. 멤버들은 모두 깜짝 놀라서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와… 무대에서는 화장해서 긴가민가했는데 진짜 배우처럼 예쁜 애들이구나. 물론 전문 보컬, 댄스 요원은 좀 외모가 처지긴 하지만… 그 두 명 빼고도 다섯 명이 상타치 외모네.’

저렇게 화면으로 풀샷이 잡히니 미모가 확 드러났다.

‘다섯 명 중에 세 명은 또 극상타치다.’

화면에는 엘프같이 예쁜 얼굴에 키 큰 멤버가 하나 있었고, 미려하게 생긴 밸런스형 멤버가 있는가 하면, 얼굴이 귀염상인데 섹시하기 그지없는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멤버도 있었다.

다시금 커뮤니티가 화르륵 불타올랐다.

―와, 외모 미쳤다. 얘네들은 왜 걸그룹을 하지? 그냥 배우로 빠져도 되는 거 아니냐?

―나 세 명 찍었음. 외모 최상타치다.

―1티어가 세 명. 우왕…….

―이 프로그램 외모 미쳤는데? 뭐야, 이거. 대박이잖아.

―신인 연기자가 뜨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걸그룹으로 데뷔하고 배우 하는 게 요즘 공식 아니냐?

―유앤아이가 칼을 갈았구먼?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배우 기획사잖아. 예쁜 애들이 얼마나 많겠냐고.

―키 큰 애 뭐냐? 무슨 엘프냐? 러시아에도 저렇게 생긴 애 없겠다.

―괴물이네. 우리나라 미래가 너무 밝은 것 같다.

―응, 그럼 넌 좀 꺼져줘야겠다. 그래야 미래가 밝아지지.

―그런데 상대적으로 이질감이 드네. 뭔가 밸런스가…….

―나도 그런 생각이다. 왠지 두 명은 노래랑 댄스를 엄청 잘할 것 같지 않냐?

―ㅋㅋㅋㅋㅋ

―일단 지켜보자고…….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저희는 유앤아이 ENT의 신인 걸그룹 라라걸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미녀 군단이 모여서 인사하니 화면이 확 밝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각자 멤버들 소개가 지나가고 간단한 댄스 커버 영상들이 화면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그러다 라라걸즈가 사무실을 빠져나오고 다른 층으로 올라갔다. 위에 화려하게 꾸민 공간이 나타나고 간이 에스컬레이터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뭐야? 건물에 뜬금없이 에스컬레이터 뭔데?’

라라걸즈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니 녹음실을 빙자한 거대한 사적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레코딩 장비와 공간은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었고 엄청난 수의 각종 희귀 레코드판, 시상식에서 받은 상패, 상장, 그리고 꽤 비싸 보이는 분재들이 곳곳에 있었고 수묵화 같은 것들도 벽면에 전시되고 있었다. 뭔가 심하게 언밸런스한 느낌이었다.

그녀들이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니 한 중년의 사내가 고급스러운 안마 의자에 앉아 마사지를 받는 모습이 보였다.

“어, 얘들아. 왔니?”

마사지를 받던 사내가 살짝 몸을 일으키자 화면이 멈추고 자막과 자료 화면들이 휙휙 날아들었다.

[대한민국 대표 작곡가 김찬기]

그의 30년에 가까운 업적이 화면 위로 좌르르륵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정말 한국 대중음악계의 살아있는 레전드이자 히트곡 메이커였다. 메가 히트곡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와우… 이렇게 편집해 놓으니 진짜 미치긴 미쳤다. 곡들 뭐냐. 진짜 진정한 천재구만.’

강전기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찬기입니다. 반갑습니다.]

장면이 바뀌더니 뭔가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의 사내가 화면을 보고 꾸벅 인사했다.

[원래 본인의 회사를 운영하던 거로 알고 있는데…….]

[아… 이번에 유앤아이 액터… 아니, 유앤아이 ENT하고 제 회사가 합병했습니다. 모기업이 본격적으로 음악 쪽으로도 발을 넓히고자 해서 제가 총대를 메고 심혈을 기울여 신인 걸그룹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보세요. 정말 예쁘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하하…….]

[이 녹음실은 뭔가요? 혹시 여기서 사시는…….]

[예, 뭐… 가끔 여기서 일하다가 피곤하면 자기도 합니다. 저쪽에 산소 숙면방이 있거든요. 보실래요?]

그는 손수 녹음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개해 주고 있었다. 숙면방, 안마실, 희귀 레코드, 그림, 분재 등… 아재스러운 감성이 물씬 풍겼는데, 그게 또 되게 독특해서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물론 이런 소개 영상은 몇 배속으로 휙휙 지나갔다.

‘찬기 아저씨 웃기네. 저런 스타일이었구나. 말은 직설적으로 가끔 기분 나쁠 정도로 말하는데 캐릭터 자체는 재밌는 사람이네.’

강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빙긋 미소를 짓고 말았다.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반응들이 많았다.

―저 양반이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레전드 작곡가냐? 근데 캐릭터 뭐냐.

―이상하긴 한데 왠지 호감이 간다. 나도 잘 모르겠어.

―난 저렇게 이상한 공간을 본 적이 없어. 돈도 많을 텐데? 그리고 유앤아이에서 공들여서 모신 건데 저딴 식으로 인테리어를 해놓다니? 말이 됨?

―냅두삼. 자기가 좋다는데 어캄?

―와… 진짜 희한하다. 뭔가 아재다운데 웃기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내 맘대로 해놓고 살고 싶다.

―안마기 저거 진짜 비싼 거야. 그런데 아재가 저러고 있으니 뭔가 웃기다.

―나도 저런 공간 하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어.

―유앤아이가 칼을 갈았나 보네. 김찬기 작곡가와 라라걸즈라… 살짝 기대된다.

―그런데 김찬기 작곡가 이제 한물갔지 않았음? 아재가 무슨 케이팝이야.

―윗분 잘 모르시나 본데 김찬기 프로듀서는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대 작곡가 중 한 명입니다. 가장 요즘에 히트한 곡으로 「아이돌 메이커」의 「PICK ME OUT」이 있어요.

―에? 레알임? 그 곡이 김찬기 작곡가가 만든 거라고?

―맞음. 그리고 최근 남자 아이돌 곡들도 상당히 많이 작곡함. 비록 타이틀곡이 안 되거나 묻힌 경우도 있었지만, 쫄딱 망하진 않았음. 나이를 먹고도 나름의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작곡가임.

―와… 30년을 해도 살아남는 사람이 있구나. 대단하네! 이 사람.

―이런 분이 바로 천재지. 반짝 뜨는 건 우연이고…….

―노래를 들어보면 스타일을 계속 바꿔서 살아남는 데 이골이 난 사람 같더라. 대부분 작곡가가 트렌드를 못 따라가서 거의 잊히는 경우가 많거든? 이 사람은 계속 바꾸면서 살아남더라고.

―니들이 어려서 모르지만, 김찬기 작곡가 곡들은 진짜 명곡들이 많다.

―네네, 틀딱 등판하셨네요. 내일 노인정 가시려면 일찍 주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간지 프로듀서에 김찬기 작곡가라… 레전드잖어?

―흠… 진짜 기대된다. 「걸그룹 4차 대전」.

화면이 전환되며 라라걸즈 멤버들이 녹음실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짤막하게 나오고 있었다. 강전기는 그 장면을 보고 자기도 곧 저렇게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포부는?]

[저 같은 노땅이 여기에 나와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 테니 우리 라라걸즈 예쁘게 봐주세요. 뭐, 순위는 높으면 좋겠지만 그냥 중간만 가도 만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장수하는 그룹으로 키울 작정입니다. 파이팅입니다.]

강전기는 그의 인터뷰를 보다가 실소하고 말았다.

중간만 간다니? 왠지 모르게 대중음악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무게감을 드러내고 있는 대가다운 그런 모습이 아니라 뭔가 머리 좋게 처신을 잘하면서 임원으로 올라가고 사장까지 등극하는 샐러리맨 같은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었다.

‘김찬기 프로듀서 재밌는 사람이네. 그런데 또 실력은 확실하지. 소리장도라고 할까? 웃음 뒤에 칼을 품은 느낌이야. 물론 지금 라라걸즈가 꼴찌에서 두 번째를 마크하고 있긴 한데… 분명 곡 문제는 아니었지.’

아무튼, 강전기는 김찬기 프로듀서의 사무실을 보고 영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가 뛰노는 공간이 너무 부럽기도 했고…….

‘.EXE 곡하고 에밀리 노래 저작권 정산되면 건물이나 하나 살까? 물론 대출을 많이 껴야 하긴 할 건데… 쩝.’

망상에 빠졌던 강전기는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TV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화면에서는 뭔가 퓨처리스틱한 느낌의 건물이 보였다.

[카오스 커뮤니케이션즈 ― 산하 카오스 ENT]

카오스 ENT 사무실이 아니고 스튜디오 같은 곳에서 프로필 사진 같은 것을 찍고 있는 모양이었다.

찰칵!

[좋아! 표정 좋고…….]

밝은 조명 아래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풍의 코스튬을 입은 퓨리틴 멤버들이 한껏 멋진 자세로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강전기의 표정에 이게 뭐지 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카오스 ENT 소속 신인 걸그룹 퓨리틴입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지금 뭐 하는 중인가요?]

[네, 저희 카오스 게임즈에서 새로 나온 모바일 게임 신작 「나만의 천사 대전」의 광고 티저를 촬영 중입니다.]

그것을 본 강전기의 미간이 확 구겨졌다.

‘와… 뭐야, 카오스 이놈들 진짜! 여기에서 기습적으로 게임을 홍보하네.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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