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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강전기 1인 크리에이터 도전??
오늘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잠깐 쉬려고 누워있다가 잠을 잤네요.
일렉케이 비공식 데뷔
강전기는 6화 방송 녹화가 끝나고 3차 경연에 매진했다. 계속해서 세 개 팀에 대해 진도를 체크하고 퍼포먼스를 지켜봤다.
역시나 핑크엔진은 척하면 척이었다. 사실 별로 조언해 줄 것도 없었다. 「Open Arms」를 연습시키고 3일 만에 강전기가 생각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너무 쉽게 부르길래 테크니컬한 부분들은 아예 잊어버리고 오로지 가사에 감정을 싣는 연습만 하도록 했다.
이 노래는 떠나갔던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찾아왔고 나는 두 팔을 벌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노래할 때 일단 잠깐만 행복한 느낌을 줘야 해. 결국, 새드 엔딩이거든.”
“피디님, 가사는 그게 아닌 거 같은데요?”
“어, 가사는 좀 희망적인 내용이긴 한데 그냥 느낌을 그렇게 넣어서 불러. 내가 한 가지 장치를 넣을 거거든. 그거 때문에 그래.”
“뭔가 절절한 느낌을 넣으란 말씀이시죠? 기쁨은 잠깐 반짝…….”
“맞아, 그거야. 역시 레이카야. 스마트해.”
“도대체 뭘 하시려고…….”
“나중에 방송 보면 알 거야.”
한편, 클로버즈는 미친 듯이 춤에 매진하고 있었다. 워머신인 레이카와 동률을 이뤘던 댄스 천재 이태리가 이끄는 「Uptown Funk」는 파워풀하지만 자유로운 스트리트 댄스 스타일로 안무가 구성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멤버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온몸의 근육을 힘있게 쓰는 라킹과 뉴스타일 힙합을 섞은 느낌이었는데 여자들이 추기에는 상당히 버거운 춤이 확실했다.
이미 곡의 녹음을 끝낸 클로버즈는 새로운 소속사에서 연습실을 배정받아 거의 온종일 댄스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전기는 밤에 야식을 사서 클로버즈 연습실을 방문했다. 두 손에 치킨과 샐러드가 들려있었다.
“얘들아, 나 왔다. 이거 먹고 해.”
클로버즈 멤버들이 강전기를 보자 맨발로 달려 나왔다.
“와! 피디님! 싸랑해용… 지금 배고파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야! 김주리 넌 왜 맨날 피디님만 보면 사랑한다고 난리야?”
“왜! 나는 피디님 사랑하면 안 돼? 나 다 컸어. 언니들보다 훨씬…….”
김주리는 어디서 작은 것들이 까불고 있느냐는 듯 이영주에게 턱을 내밀었다. 언뜻 봐도 김주리는 170cm가 넘은 듯했다.
“키만 크면 다야? 너 중2잖아. 나이도 어린 게 어디서 까불어.”
뒤에서 매력적인 졸린 눈의 소유자 정지우가 주리를 놀려댔다.
“흥! 내가 키만 큰 줄 알아? 어디서 아스팔트 껌딱지 같은 언니들이…….”
그녀는 손을 허리에 얹고 당당하게 가슴을 쭉 폈다.
“쓰읍…….”
주리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압도적인 그 모습을 보고 입을 꼭 다물었다.
“얘들아, 치킨 먹자. 내가 다 차려놨다.”
강전기가 애들이 치는 장난을 듣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줬다.
“우와… 맛있겠다.”
클로버즈 멤버들은 강전기가 싸 온 치킨과 샐러드를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확실히 성장기 애들이야. 진짜 맛있게 잘 먹네?’
“오늘 열심히 연습했어?”
“네!!”
“뭐 힘든 점은 없고?”
“태리 언니가 무슨 군대 조교같이 굴어요. 힘들어 죽겠어요.”
김주리의 푸념에 리더인 성다솜까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게 아니라 애들이 온몸이 땀에 푹 젖어 난리도 아니었다.
“야! 지금 이게 나 좋으라고 하는 거야? 너희가 못 따라오니까 그렇잖아. 피디님이 누누이 말씀하셨지? 이 곡은 댄스로 성적이 나올 거라고!”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미친 듯이 하다가 역효과 난단 말이야.”
“맞아, 나 지금 온몸이 너덜너덜해졌어. 안 아픈 데가 없어.”
정지우와 이영주까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흐음… 부상당하면 큰일인데? 내가 매일 와서 안마라도 해야 하나? 쩝…….’
“얘들아, 내가 안마 좀 해줄까?”
“네? 안마요? 저요. 저요! 저 받을래요.”
역시 막내 김주리가 입에 치킨을 물고 팔을 번쩍 들었다. 그녀는 첫 경연 방송에서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레몬캔디 멤버들을 안마해 주는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얼마나 질투가 났던지… 왜 자신들은 프로듀서를 프로듀서라고 부르지 못한단 말인가. 그녀는 침대에 누워 얼굴을 베개에 묻고 일렉케이 프로듀서를 외친 적도 있었다. 그야말로 서자의 설움.
일렉케이가 조심스럽게 안마 이야기를 꺼내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김주리였다.
“피디님, 저 온몸이 다 아파요. 근육이 그냥 막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그래? 그럼 안 되는데… 큰일인데? 일단 먹고 한번 보자.”
“다 먹었어요. 어디서 하지?”
주리는 먹는 걸 관두고 어디서 안마를 받을지 연습실을 둘러보았다.
“먹긴 뭘 다 먹어. 몇 개나 먹었다고? 더 먹어.”
“피디님, 김주리 쟤 그만 먹어야 해요. 55kg 훨씬 넘었을걸요?”
“아, 아냐! 무슨 헛소리야!”
몸무게 이야기가 나오자 김주리가 소리를 꽥 질렀다.
“헤비급일걸요?”
“아니라니까! 모함하지 마!”
“그래, 얘들아. 주리 지금 중학교 2학년이다. 많이 먹어야 해. 그래야 크지, 아기들은…….”
“아기래, 큭큭…….”
“쳇! 이런 아기 본 적 있어요?”
김주리는 서있던 상태에서 한 바퀴를 빙글 돌더니 상체에 웨이브를 줬다. 역시 클로버즈의 베이글다운 무브먼트였다.
“어우… 저…….”
“그, 그 소리 하지 말랬지!”
김주리가 계속 깐죽대는 이영주를 덮쳐갔다.
“커흐흑… 살리도…….”
이영주는 김주리의 헤드록에 걸려 얼굴이 시뻘게지고 있었다.
“어흑… 젖소가 사람 주, 죽인다… 킬러 젖소다.”
“죽엇!!”
“자자! 시간 없다. 장난 그만 치고 차례로 이쪽에 누워봐.”
강전기는 구석에 돌돌 말려있던 요가 매트를 꺼내 바닥에 깔았다.
“저요!”
김주리가 헤드록을 걸다 말고 매트로 다이빙했다.
“어이구… 저 철딱서니…….”
“헤헤…….”
참으로 해맑았다. 아직 세상의 때를 타지 않은 순수한 모습. 강전기는 이 모습을 영원히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안마 스킬 ON]
[띠링… 부상은 없지만 온몸에 광범위한 근육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젖산이 근육에 누적되어 고통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오케이… 피로 지도 망막으로 디스플레이해 줘.’
강전기의 망막으로 김주리의 피로 신체 지도가 출력됐다.
“어이구야, 너희 엄청나게 연습했구나? 완전 몸이 엉망진창이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난 몇 번만 만져보면 딱 알아.”
“오호… 저도 이제 레몬캔디 언니들이 받는 특급 안마를 받아보는 건가요?”
“물론이지. 나만 믿어봐. 힘 빼고…….”
강전기의 이 세상에 없는 안마 스킬이 펼쳐졌다.
김주리는 그야말로 온몸이 흐물흐물 치즈처럼 녹는 것 같았다.
‘와! 김주리 뭐야. 리나보다 훨씬 대단하잖아? 불가사의한 체형인데?’
그녀는 전체적으로 덩치가 좀 있는 편이었는데 그 덩치가 필요한 부위에만 있는 게 특징이었다. 허리는 또 홀쭉했다.
한 30분을 공들여 전신의 피로를 풀어주니 김주리는 아예 엎어져서 잠을 자고 있었다. 강전기는 손바닥으로 김주리의 궁둥이를 찰싹 내리쳤다. 오동통한 스타일이라 그런지 연습복이 거의 레깅스가 된 상태였다.
“일어나, 김주리.”
“으응… 벌써 끝이에요? 하아암…….”
“끝이다. 이제 일어나라.”
그녀는 뭔가 아쉽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뭐지? 피디님, 몸이 날아갈 것 같아요. 무슨 마법이에요? 미쳤어요. 왜 레몬캔디 소연이 언니가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 것 같아요.”
“이건 아무나 안 해주는 거야. 황제들이나 받는 황제 안마야. 비밀리에 전수되어 내려오는 기술이지.”
“저, 정말요? 진짠가 봐.”
“후후…….”
김주리는 완전히 기력을 되찾았는지 아까보다 훨씬 쌩쌩해진 상태였다.
“이야… 진짜 신기하다. 뭐지?”
“자! 피곤한 사람 중에 안마받고 싶은 사람 손 들어봐.”
클로버즈 멤버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전부 다 쭈뼛거리며 손을 들었다. 누군들 그의 안마를 안 받고 싶겠느냐마는…….
“야! 김주리 너는 방금 받았잖아. 뭐야!”
“또 받을 거야. 엄청나게 좋거든.”
“주리는 안 돼. 하루에 한 번이 끝이야.”
“히잉… 피디님 너무해!”
‘허허허… 애교 머신이구만. 녹는다, 녹아. 누구는 워머신인데…….’
강전기는 그렇게 전 멤버들의 피로를 풀어줬다. 나노 머신으로 분석해 보니 까딱 잘못했으면 부상당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태인 멤버도 있었다.
“안 되겠는데… 너희 너무 몸 상태가 엉망이야. 내가 매일 와서 관리해 줘야겠어.”
“와아아… 저흰 환영이죠. 아무리 열심히 해도 피로가 쑥쑥 풀릴 거 아녜요?”
“그래도 조심해. 너무 과해도 안 좋아. 알았지?”
“네에…….”
그렇게 클로버즈의 댄스 실력이 쭉쭉 늘어나고 있었다.
* * *
6화 방송이 있는 금요일 저녁이었다.
강전기는 6화에 자신이 저지른 일도 있고 해서 집에서 조용히 혼자 시청하려고 했는데 오전에 강소라의 전화를 받고 청담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소라가 최근 이사했는데 동생인 강전기를 초대한 것이다. 그녀도 「걸그룹 4차 대전」 열혈 팬인데 동생인 전기와 같이 보고 싶다며 이사한 김에 강제로 부른 것이다.
강전기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간단하게 걸치고 차를 몰아 강소라가 알려준 주소로 찾아갔다.
“아이… 귀찮아. 강소라, 왜 오라 가라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초인종을 누르니 강소라가 반가운 얼굴로 튀어나왔다.
“왔냐? 뭐야, 빈손이야?”
“그럼 빈손이지. 뭘 바라는 거야?”
“하여간 센스 하곤… 넌 그래 가지고 여자들이 따르겠냐?”
“에헤이… 뭔 소리 하는 거야. 나 누군지 몰라?”
“아이고, 그래요. 천재 프로듀서 씨. 얼른 들어와라. 모기 들어온다.”
강전기는 집 안으로 들어와서 구조를 살폈다. 혼자 살기엔 괜찮아 보였다. 한 20~25평쯤 되는 크기였는데 패션모델이라 그런지 인테리어가 아주 훌륭했다.
“집 좋네? 산 거야?”
“야! 여기가 얼마나 비싼데 어떻게 사? 월세야, 월세.”
“그런가? 근데 어쩐 일로 나를 불렀어.”
“너도 혼자 방송 본다고 해서 부른 거지. 같이 보면 재밌잖아. 집들이 겸.”
“근데 뭘 이렇게 일찍 불렀어?”
강전기가 시계를 보니 아직 일곱 시도 안 된 상황이었다. 방송이 열한 시부터… 아니, 광고 하고 그러면 열한 시 훨씬 넘어서 시작하니 네 시간 이상 남은 상황이었다.
“누나가 동생 밥 좀 해 먹이려고 그런다. 맨날 식당에서 사 먹을 거 아냐.”
“아? 그런 거였어? 근데 누나 요리 못 하잖아?”
“무, 무슨 소리야. 나 요즘에 요리 프로에서 요리 배우는 거 모르냐? 나 셰프 강이야.”
“헐… 무슨 요리가 몇 번 한다고 느는 거야? 어디서 대충 흉내나 내다가 망하겠지.”
“강전기 너 뒈지고 싶니? 왜 오자마자 속을 살살 긁어?”
“아니, 뭐 반가워서 그렇지. 으레 누나·동생 사이가 그러잖아.”
“하… 이거 말이라도 못 하면 밉지나 않지. 그냥 옛날처럼 콱 쥐어박을 수도 없고.”
“누나, 내가 테러범 잡은 거 못 봤어? 나 예전 강전기가 아니야.”
“근데 격투기는 언제 배운 거야? 그것도 군대에서 배웠어?”
“어, 맞아. 그런데 자세한 건 비밀이야. 알려고 하지 마.”
“너 얼마나 센데?”
“엄청나지. 나 무서운 사람이야.”
“풋… 웃기네. 장단 한번 쳐줬더니 가관이야.”
“됐고… 얼른 밥이나 좀 주든지. 안 그래도 요즘 어디 가기도 쉽지 않고 맨날 배달 앱으로 시켜 먹었더니 집밥 먹고 싶다.”
“그래, 잠시만 기다려.”
강소라는 역시 누나라 그런지 동생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주방에서 요리하기 시작했다. 정말 최근에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배운다는 게 사실인 듯했다.
‘뭐, 배우긴 한 거 같은데…….’
강전기는 no.1 슬롯에 로드된 박종원 형의 능력 때문에 그녀의 요리 솜씨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었다. 자신의 솜씨를 보여줄까 하다가 이내 그만뒀다. 오늘은 손님으로 초대되었으니 그냥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뭐야, 강소라. 요리 꽤 하네?”
“너도 느꼈냐? 범상치 않지?”
“맛이 있어야지. 겉만 그럴싸하면 안 돼.”
“기대하셔. 어… 잠시만, 전화 온다. 여보세요? 어… 나 집이지. 넌? 아… 그래, 나 뭐 하냐고? 나 오랜만에 동생이랑 집에서 밥 먹지. 응? 내 동생? 맞아. 뭐? 보고 싶다고? 으음… 오늘은 오붓하게 둘만 있으려고 했는데…….”
“오붓하게 뭐야. 소름 돋아. 누구야, 친구야? 오고 싶으면 오라고 해.”
“아는 후배인데 불러도 되겠어?”
“마음대로 하세요. 뭐, 둘이서 방송 보는 것보단 낫겠지.”
“누나랑 보면 좋지. 왜 그래?”
“으웩…….”
“일단 근처라니까 오라고 한다.”
“그래, 오든지 말든지…….”
강전기는 별생각 없이 말을 던지고 휴대폰으로 강호 형 라이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오늘 방송이 방영되면 기호가 채널을 하나 파서 Elec-K Producer로 활동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신호탄이 바로 강호 형님과의 콜라보였다.
‘이런 건 기호가 빠삭하니까 월급이나 좀 주면서 맡겨야지.’
띵동띵동―
초인종 소리가 나자 강소라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현관으로 걸어 나가 문을 열어줬다.
‘누구지?’
강전기도 호기심이 생겨 거실 쪽을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일렉케이 프로듀서님 팬입니다.”
강전기는 방금 그를 보고 인사한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율리아 파블로바.
우즈벡 출신의 백인 패션모델이며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델 겸 방송인이었다.
별명은 우즈벡 엘프녀!
율리아는 강소라와 거의 맞먹는 키로 입가에 함박웃음을 띠며 가져온 술병 봉지를 흔들었다.
“오늘 언니랑 마시다 죽으려고 가져왔어요.”
강전기의 눈이 실로 오랜만에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