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16화 (21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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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어제 빵구내서 죄송합니다.

결국 스토리가 잘 안풀려서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했습니다. ㅎㅎ

장모님의 나라

강소라는 드디어 쓰러졌고, 강전기와 율리아는 드디어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누나! 들어가서 자야지. 왜 소파에서 이러고 있어.”

“으으음…….”

“큰일이네. 완전히 뻗었잖아? 그러게 누가 주는 술을 그렇게 넙죽넙죽 받아 마시래? 보드카가 물인 줄 아나?”

강소라는 급기야 소파 밑에서 앉아있다가 옆으로 스르륵 누워버렸다.

‘됐어! 일단 1차적인 빌드업은 끝났다. 빌드업의 첫 번째 작업은 장애물을 없애는 거지. 암!’

그는 눈을 들어 동유럽의 초미녀 율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과일을 들어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인형이 움직이네. 역시나 러시아계가 진리인가?’

사실 강전기는 우즈벡이 중앙아시아라고 알고 있었지만, 러시아계인 율리아의 외모 때문에 잠시 동유럽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는 율리아가 마치 양주인 브랜디 같다고 생각했다. 양주인 위스키는 보리를 증류해서 만들지만, 브랜디는 과일주(와인)를 증류해서 만든다.

호사스러운 맛과 향으로 술 중의 술이라고 일컬어지는 브랜디!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졌지만 국적이 무슨 상관이랴.

‘물론 나는 자주 마시는 맥주를 제일 좋아하지. 하지만 가끔 고급 술도 마셔봐야 해. 사람은 역시 견문이 넓어야 하거든.’

합리화의 달인! 셀프로 세뇌 중인 강전기였다.

‘맥주 중에는 가끔 브랜디보다도 훨씬 좋은 수제 맥주가 있다. 그야말로 규격 외의 존재!’

강전기는 갑자기 블루비의 이화가 떠올랐다. 자신이 힘들게 손수 제작한 수제 맥주와 같은 존재. 이제는 한술 더 떠서 온몸이 아기 피부로 변해 미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어허! 강전기 넌 구제 불능이구나. 엘프 앞에서 다른 엘프를 생각하다니.’

율리아의 잔이 비자 강전기는 술을 따라줬다. 그녀는 강전기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 아, 해봐.”

강전기는 땅콩을 집어 율리아의 입술로 가져갔다.

“아…….”

강전기는 율리아의 입에 땅콩을 넣어주며 실수한 것처럼 그녀의 입술을 터치했다.

[띠링… 나노 로봇 침투 중… 특정 호르몬 분석을 시작합니다. 도파민 85/100, 아드레날린 60/100.]

[상대 개체는 현재 호감도가 높으나 흥분 상태는 아닙니다. 주의하세요. 정확도 90%.]

놀랍게도 율리아는 강전기에게 호감은 있었으나 흥분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진짜로 술만 마시러 왔나 싶었다.

‘으응? 뭐야? 석녀(石女)인가? 아니면 플라토닉 러버?’

강전기는 갑자기 피가 싸하게 식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 쇼한 느낌이었다. 미리 분석을 써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에 읽었던 『미녀와 사귀는 방법』이라는 책의 내용을 차분히 떠올려 봤다.

‘젠장! 왜 이제야 이게 생각나는 거야!’

미녀와 사귀기 위해서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미녀의 외모를 ‘예쁘고 아름답다고 칭찬하지 말라’였다.

강전기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은 직접적으로 율리아를 칭찬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초반에 화장실에 들어가 정신을 차린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오케이! 이건 다행이다.’

미녀들은 살면서 예쁘다는 말들을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그 말을 하는 순간 평범한 사람 중의 한 명이 되어버린다고 했다. 말 그대로 원 오브 뎀이 된다. 그녀의 온리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녀의 외모를 철저히 무시해야 했다.

물론 이런 스탠스를 취한다면 미녀가 아예 무시해 버리거나 혹은 ‘왜 나를 칭찬하지 않는 거지?’, ‘왜 나한테 관심을 보이지 않지?’ 하면서 호기심을 보이거나 하는 둘 중의 하나로 반응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물론 강전기는 스타 프로듀서로서 당연히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부터 그녀에게 일절 호감을 표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주머니에 있던 고급 외제 차 키를 거실 탁자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이른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공략하는 방법이었다. 미인들은 자신이 이렇게 예쁜데 그만큼 잘난 남자를 당연히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법이었다.

강전기는 외제 차 키를 보여주며 은근히 재력을 과시했다. (자기가 산 것도 아니지만)

‘통장에 수억이 있는데 뭘… 곧 엄청나게 들어올 테고 말이야.’

“율리아, 안나의 한국어 수준은 어느 정도야?”

“음, 저랑 비슷할 거예요.”

“오! 정말 그 정도야? 오케이.”

“오빠, 정말 안나 한국으로 데려와요? 무작정?”

“그래, 내가 지금 장기적으로 계획 중인 게 있거든. 안나를 거기에 쓸 수 있을 것 같아.”

“…….”

“안나는 노래도 훌륭하고 춤 실력도 상당해. 무엇보다도 얼굴에서 스타성이 보여.”

“그, 그래요?”

강전기는 마치 일류 프로듀서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율리아는 일렉케이가 계속해서 동생만 칭찬하자 살짝 초조해졌다.

“안나는 저보다 더한 베이비페이스, 틴에이저 스타일이에요.”

“그게 더 좋아. 케이팝에는 최적의 인재상이지.”

“…….”

“열아홉이면 키도 다 컸을 텐데 키는 율리아보다 작네? 미튜브 채널에 보니 171cm이라고 나와있네. 딱인데?”

강전기는 고개를 들어 율리아의 전신을 쓱 한번 살펴보고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마치 ‘흠. 이건 너무 큰데?’라는 표정이었다.

율리아는 순간적으로 움찔하고 말았다. 실제로 한국에서 자신보다 작은 남자들이 60%는 넘었다.

“아! 율리아, 오해하지 마. 그냥 프로듀서로의 의견이야. 개인적으로 키 큰 여자도 좋다고 생각해. 나도 키가 엄청 크잖아.”

율리아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하긴 일렉케이는 거의 북유럽 남자와 같은 체격과 키였으니까.

‘나란히 서도 내가 작게 느껴질 거야.’

율리아는 모델로는 작은 키지만 러시아 계열 여자 평균보다 10㎝ 정도는 더 컸다.

그야말로 강전기의 신들린 작업 스킬이었다. 책에 나온 ‘미녀의 콤플렉스를 자극하라’라는 구절을 응용했다. 이 콤플렉스를 이용하되 모멸감이나 수치감이 들지 않게 조크나 가벼운 위트로 살짝 건드리면 효과가 좋다고 했다. 강전기는 율리아의 키에 대해 꼬투리를 살짝 잡았으나 자신은 키 큰 것도 좋아한다며 율리아를 살살 달래고 있었다.

별안간 강전기가 잔에 있던 보드카를 원샷했다.

“크… 좋다.”

“오빠, 여기 과일 먹어.”

“응, 땡큐.”

강전기는 당연하다는 듯 과일을 손도 안 대고 받아먹었다. 그는 완벽하게 크리스티안 모드로 복귀한 상태였다.

여성은 역시나 자신감이 있는 남자에게 끌리는 법이었다. 모드 발동 때문인지 뭔지는 몰랐지만 율리아는 그의 카리스마에 슬슬 압도되고 있었다.

“오빠, 술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냐?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도 안 좋아.”

아닌 게 아니라 강소라를 보내기 위해서 살짝 무리한 상태였는데, 이제는 율리아와 달리기 시작했으니 그녀가 걱정하는 것도 일리는 있었다.

“괜찮아. 나 술 엄청 강해. 너 그거 알아? 몸에 근육이 많을수록 술에 강하대. 술을 마시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생기는데 여자보다 남자가 근육량과 체내 수분량이 여자보다 많아서 분해 속도가 빠르다더라.”

“뭐래. 오빠 근육 많다고 자랑하는 거야?”

“당연하지. 불끈불끈하지!”

강전기는 호기롭게 두 팔을 들어 올리고 보디 빌더 같은 포즈를 취했다. 그러면서 시선은 자신의 하체를 보고 있었는데 이 불끈이라는 단어를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치. 오빠 저질.”

강전기는 피식 웃는 율리아의 표정을 관찰했다. 책에 나온 스킬을 한 번 더 구사한 것이다.

‘위트 있는 음담패설을 이용하라. 성적인 이야기를 하는 남녀 사이는 섹스할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이런 재미있고 웃음이 나오는 멘트는 유치하지만, 남녀 사이의 벽을 조금씩 허무는 작용을 했다.

현재 그녀의 아드레날린 수치는 70%를 넘어서고 있었다. 점점 달아오른다는 말이었다.

‘휴… 엘프는 역시 힘들군. 내가 이런 외모를 하고도 작업해야 한다니. 오늘 많은 것을 배우는구나.’

이 상황에서 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나다니! 전생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잡스럽게 독서했던 게 도움이 될 줄이야. 아는 것이 힘이라고 역시나 사람은 배워야 하는 법이었다.

“어? 이제 방송 시작한다. 오늘 개인전 하는 날이야.”

“오빠는 벌써 결과 다 알지? 나 알려주면 안 돼. 영화 보면서 결말 아는 거 엄청 싫어하거든.”

“당연히 그런 짓은 안 하지. 오늘 엄청 재밌어. 끝까지 한번 봐. 진짜 재밌을 거야. 장담한다.”

“알았어. 안 그래도 기대하고 있어.”

방송에서 댄스 개인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율리아는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강전기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빙긋이 미소 지었다.

“율리아, 가만 보면 은근히 똑똑한 거 같네?”

“공소연은 의상하고 특히나 .EXE 곡, 그러니까 오빠가 작곡한 곡을 선택한 게 신의 한 수인 거 같은데요?”

“정확해. 공소연이 춤은 약간 부족했지만 그런 것에 가산점을 얻었지. 율리아가 맥락을 잘 짚네?”

“와! 맞았어요. 공소연이 3등 했네요. 헤헤…….”

“크… 율리아 날카롭네.”

율리아는 강전기의 계속된 칭찬으로 자신감이 고취되고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외모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좋은 점을 계속 이야기해 주니 점점 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지금 랩 경연은 정통 랩이 아닌 거 같은데요?”

“맞아, 지금까지는 래퍼가 부르는 노래였어. 율리아, 음악도 많이 듣는구나?”

“와! 김인하 랩 미쳤어요. 어떻게 저렇게 잘할 수 있죠?”

“정답이야. 인하는 아이돌 래퍼 중에서 대적할 사람이 없을 거야.”

강전기 술을 홀짝이자 그 모습을 보고 율리아가 땅콩을 집어 전기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는 실수한 척 그녀의 손가락을 베어 물었다.

“앗!”

“어라? 쏘리. 근데 꿀맛이네?”

“킥, 뭐래. 오빠. 은근히 가볍구나?”

“네 손 말고 꿀 땅콩 말이야. 꿀맛이라고.”

“킥킥킥…….”

“이상하게 너랑 있으니까 가벼워지는 것 같기도 하네. 평소엔 절대 안 그래.”

강전기의 은근한 드립이었다. 너만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무의식에 심어주고 있었다.

율리아는 강전기의 타액이 묻은 자신의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가슴이 콩콩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아… 뭐지?’

율리아는 한국에 와서 자신을 여신 취급하는 것에 살짝 질린 상태였다. 또한 성욕 자체도 낮은 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달랐다. 자신의 외모를 찬양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다른 좋은 점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분 좋게 칭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언뜻언뜻 나오는 박식함과 카리스마… 그런 모습이 그를 더욱 멋져 보이게 하는 게 아닐까 했다.

‘체격도 좋고…….’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노래 부문 경연 시작했다. 현장에서 들었는데 진짜 다들 노래 엄청나게 잘하더라. 내가 봤을 땐 곡 때문에 순위가 갈린 그런 정도였달까? 진짜 백중세였어.”

“진짜요? 제대로 봐야지!”

정말이었다. 경연자가 많다 보니 짧게 짧게 편집된 영상이었지만 케이팝 보컬들의 훌륭함을 알 수 있는 영상이었다.

“진짜 다들 잘하네요, 오빠. 케이팝 아이돌들은 왜 이렇게 노래를 잘하지? 심지어 신인인데…….”

“그게 바로 케이팝을 듣는 이유 중 하나 아니겠어? 아이돌이지만 노래 실력은 가수와 동급 그 이상이지. 일본 아이돌과 질적으로 달라.”

“맞아요, 정말 그러네요.”

“율리아는 누가 제일 좋았어?”

“손미연 빼고는 다 잘한 거 같은데요.”

“하하하… 너도 그렇게 생각했어? 나랑 똑같네.”

“그런데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전 블랙스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예요.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그게 아니라 드라마 저승사자를 재미있게 본건 아니고?”

“헤헤, 그것도 맞고요.”

“그럼 결과를 한번 봐봐.”

화면에서는 보컬 조 1~3위의 명단이 나오고 있었다.

“우와! 블랙스완이 공동 1위네요. 대박!”

“율리아 안목 무섭네. 평론가나 해라.”

“헤헤… 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핑크엔진이 다 우승했어요. 진짜 대단하네요. 전원이 1등…….”

“율리아, 내가 누구니?”

“일렉케이 프로듀서요.”

“그래, 바로 내가 그 천재 프로듀서야. 쟤들은 내가 발굴한 애들이고.”

“음… 오빠, 진짜 대단해요.”

“뭐, 이 정도야.”

갑자기 TV에서 심해철이 강전기에게 공약으로 노래하라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에? 이거 노래 안 부르고는 못 배기겠는데요? 완전히 걸려들었어요. 어떡해.”

강전기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보며 살짝 미소만 짓고 있었다.

이윽고 강전기가 무대로 올라가고 김강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의 반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와, 오빠 옷 진짜 화려하다. 화면발 무엇?”

율리아는 화면에 풀샷으로 잡히는 일렉케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피아노 선율이 흐르며 마이크를 잡고 있던 강전기의 입에서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의 첫 소절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

처음부터 정확히 가슴을 때리는 울림 있는 일렉케이의 고음에 율리아의 가슴이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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