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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마성의 보컬 일렉케이! 그의 돌풍은 계속된다.
이제는 스킬도 필요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뚝딱! 나는야 역시 아침형 인간!
장모님의 나라
[네게 그런 사람이 나일 순 없는지 니 곁에 있는 내 친구가 아니라아아…]
율리아는 강전기가 45도로 서서 고개를 숙인 상태로 절절한 고음을 쏟아내는 장면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어우, 카메라를 몇 대로 잡은 거야. 어지러워 죽겠네. 그런데 내가 봐도 좀 멋지긴 하네. 얼굴 광나는 것 좀 봐.’
강전기는 화면에 잡힌 자신의 얼굴 풀샷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아영이 과하게 입혀준 옷이었는데 뭐, 그럭저럭 멋지긴 하네. 우연이긴 했지만 시의적절했다.’
영상에는 관객석의 아이돌 심사위원, 「걸그룹 4차 대전」 걸그룹 멤버, 프로듀서, 스태프까지 모두가 경악하고 있는 모습이 생생히 중계되고 있었다. 몇몇 여성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지 두 팔을 문지르며 상체를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약을 빤 편집이었다. 아무래도 무대에 카메라란 카메라는 총동원해서 영상을 뽑은 것 같았다.
강전기도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인 영상으로 지켜보니, 솔직히 저렇게 멋있을 줄 몰랐다. 역시 3성 스킬 빙의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미친 듯한 무대 매너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전성기 강호 형님이 연구한 세세한 각도와 포즈 등이 바로 그 예였다. 동작 하나하나, 고갯짓 하나하나 전부 철저하게 강호 형님의 노하우가 깃들어 있었다
‘미, 미친…….’
화려한 의상을 입은, 만화를 찢고 나온 상남자 스타일의 냉미남이 섹시한 포즈로 엄청난 가창력을 뿜어내고 있으니 보는 자신조차도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드디어… 하이라이트 구간이었다. 일단 구슬픈 애드리브가 나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폭발하듯 터지는 3단 고음이었다.
율리아는 갑자기 숨이 막히는지 가슴을 부여잡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악…….”
이어서 율리아는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소파에 철퍼덕 앉고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미 그녀의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진 상태였다.
잠시 30초 동안 거실에 정적이 찾아왔다.
TV 화면도 노래가 끝난 강전기를 풀샷으로 줌을 당겨놓고 싸늘한 정적이 내린 객석을 작은 화면으로 가장자리에 주르륵 띄웠다.
정말 가지각색이었다. 몸을 뒤로 젖힌 사람, 손으로 입을 막고 있는 사람,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사람, 눈가가 촉촉해져 눈물을 훔치고 있는 사람, 가슴을 부여잡고 호흡이 곤란한 사람 등등…….
엄청난 가창력+미친 외모+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친 의외성이라는 3박자가 맞물려 좌중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오로지 일렉케이만 화면에서 한쪽 팔을 공중에 들고 있었다.
그 순간…….
카메라가 일렉케이의 얼굴을 풀샷으로 잡을 때 그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허… 미친! 내가 저 때 진짜 저랬나? 아… 맞다! 강호 형님 성대 결절 온 게 생각나서 살짝 울었구나.’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이 잠시 동안 화면을 수놓았다. 무대 위 조명을 받은 일렉케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율리아는 급기야 눈물을 찔끔 쏟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절절한 노래의 감정이 그녀의 감성을 건드린 게 아닌가 싶었다.
그녀는 강전기가 진짜 저 노랫말 가사처럼 로맨틱한 남자같이 느껴졌다. 자신을 담담히 바라보고 있는 그의 깨끗한 얼굴을 보니 율리아의 가슴속에서 뭔지 모를 불길이 치솟는 걸 느꼈다.
[띠링… 아드레날린 100% 도달! 개체가 완벽한 흥분 상태로 진입하였습니다.]
갑자기 석녀 같았던 율리아가 강전기를 와락 안고 입술을 맞추었다. 그녀의 몸에서 향긋한 향수 냄새? 보디클렌저 냄새가 와락 풍겨왔다.
‘헐… 뭐야, 그냥 자동이네? 노래 부른 게 그렇게 감동이었나? 으음… 율리아는 입술이 참 촉촉하구나.’
강전기는 그녀의 입술을 느끼며 율리아에 대한 특성 분석을 끝마쳤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성욕이 꽤 낮고 과격한 섹스보다는 키스와 터치 위주의 달달한 관계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와있었다.
‘뭐, 엘프치고는 상당히 평범하군. 역시나 풍요 속 빈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법이야. 언제나 이런 관계가 엽기 발랄할 순 없지 않겠어? 이렇게 마일드한 것도 있어야지.’
생각해 보니 강전기는 지금까지 너무 특이한 사람들을 만나온 것 같았다.
하지만 망막에 떠있는, 교감을 나눌 때 유용한 분석 리포트를 찬찬히 읽어보다가 그야말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율리아의 성적 판타지는 외모 이외의 자신의 특별함을 알아주는 능력 있는 모솔아다였던 것이다. 우즈벡에 무슬림이 많아서 의외로 사회적 분위기가 엄청나게 보수적이라던데 그런 영향이었을까?
이미 막 굴린 몸인 강전기에게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판타지였다.
‘미… 미친 난이도의 성적 판타지였잖아? 연기력 만렙인 내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이런 판타지를 만족시켜 준단 말인가!’
강전기는 왠지 모르게 몸을 움찔하면서 슬쩍 몸을 뺐다. 키스를 너무 진하게 해서 그런지 입과 입 사이에 가느다란 실선이 살짝 생겼다 사라졌다.
‘아… 그런데 이거 살짝 위험한 거 아냐? 모솔아다가 성적 판타지라고? 집착이라도 하기 시작하면 큰일인데…….’
율리아는 강전기의 몸이 살짝 멀어지자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살짝 문질렀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큭… 커여워, 율리아…….’
모솔아다건 뭐건 그냥 바라만 봐도 미소가 지어지는 천상의 외모였다. 강전기는 웃지 않으려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강전기는 짐짓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밀쳐냈다.
“율리아. 무, 무슨 짓이야. 갑자기 당황했잖아.”
이제는 꽤 능숙해진 연기가 펼쳐졌다. 그는 사이코드라마 연출의 달인이었다.
“미, 미안해. 오빠, 내가 미쳤나 봐.”
강전기는 마치 당했다는 듯 손등으로 입술을 훔치며 고개를 떨궜다.
“왜 그런 거야?”
“나도 몰라. 그냥… 아까 노래를 부르던 오빠의 모습을 보고 그냥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그만.”
“장모님… 아니 우즈벡에서는 이래도 돼? 막 그냥 키스해도 되는 거야?”
“정말 미안해. 내 실수야.”
강전기가 보수적으로 반응하자 율리아도 상당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한국에서는 원래대로라면 자신이 호감을 표현했을 때 상대방이 백이면 백 모두 고마워했기 때문이다.
“나 충격받았어.”
“응? 오빠, 뭐가?”
“여자한테 입술을 빼앗긴 건 처음이야.”
“뭐? 지금 뭐라고 했어?”
‘아… 겁나 찔리는데 이거? 그냥 Go 해도 되는 건가? 에라, 모르겠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 어차피 내가 구라를 안 쳤어도 율리아가 먼저 날 덮친 건데, 뭐…….’
“아, 아냐. 그냥 혼잣말이야.”
“아닌데? 오빠 지금 처음이라고 했어. 키스 말이야.”
냉정히 말하자면 빼앗긴 게 처음이라고 했지, 키스가 처음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이 아가씨가 멋대로 생각하는 버릇이 좀 있네?’
“그, 그게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오빠, 혹시 여자 사귄 적 없어?”
율리아가 상당히 흥분한 것 같았다.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하아…….”
강전기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한숨을 푹 내쉰 뒤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오… 오빠, 왜 그래.”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율리아를 쳐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전기의 눈이 촉촉해진 것 같았다.
‘강호 형님, 성대 결절을 세 번이나 당하시고… 세월아, 무상타!’
강전기는 촉촉한 눈빛을 연출하기 위해 억지로 강호 형님을 생각했다.
“나 사실은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어.”
“에?”
“나 모태솔로라고!”
율리아는 설마 했던 말을 그에게 직접 듣자 머리가 텅 빈 것처럼 멍해지고 말았다.
물론 강전기가 한 말은 팩트였다.
전생에는 그냥 아주 자연스럽게 모태솔로였고 강전기가 된 후로는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으니까. 오는 미녀 안 막고 가는 미녀 안 잡는 스타일을 유지한 것이다.
‘아! 전생에 돌싱 김현정하고 사귀는 비슷한 단계까지 간 적은 있었구나. 그거야 사귀었다고 하기도 뭐하지. 그녀가 내 재력을 봤으니까.’
강전기는 그 말을 하고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였다.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는 구라라고 생각해야 했는데 이미 거실에 가득 찬 패왕색기에 의해 이성적인 판단을 잘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였다.
갑자기 율리아가 강전기에게 다가가더니 팔을 벌려 그를 꼭 안았다.
“내가 사귀어 줄게, 오빠.”
강전기는 순간적으로 고맙다는 말을 할 뻔했다. 그녀의 가슴에서 심장 박동이 쿵쿵 느껴졌기 때문이다.
‘크윽… 율리아, 미칠 듯 귀엽다. 홍익미녀라는 인생의 모토가 너무 원망스럽구나. 내 그냥 너에게 눌러앉고 싶구나.’
그녀의 흰색 실크 블라우스가 코를 간질이자 정신이 번쩍 든 강전기였다.
‘아냐! 강전기, 이 냉혹한 자식아! 다른 여자들은 어떡하란 말이냐, 양심 없는 시키!’
“미안해, 율리아. 난 누구와도 사귈 수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사귈 수 없다니?”
“너 왜 내가 아까 강호 형님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곡을 불렀다고 생각해?”
“모, 모르겠어. 왜 불렀어?”
“네게 그런 사람이 나일 수 없는지… 니 곁에 있는 내 친구가 아니라… 그댈 곁에 둔 이유만으로 다른 이 세상 누구보다 그댄 행복한 거라고…….”
“…….”
“사실 그 뻔한 가사가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야.”
“거짓말!”
“SSJ 연습생 시절 한 여자를 사랑했었어. 매일 밤 생각날 정도로 짝사랑을 했지. 하지만 그녀는 다른… 크윽…….”
“괜찮아, 오빠. 다 지난 일이야.”
율리아는 울컥하는 강전기를 힘차게 껴안았다.
“그 후로는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없게 됐어. 미안하다. 너한테 추한 모습을 보인 거 같네.”
“아니야, 난 그런 오빠의 모습이 더 좋은걸?”
그녀는 강전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고맙다, 율리아.”
“호, 혹시 오빠가 짝사랑하던 그 여자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
‘헉… 그냥 대충 넘어가지. 쩝. 미치겠네. 에라 모르겠다.’
“너도 아마 알 거야. 신이나라고…….”
“신이나! 그 배우 말이지? CF에 많이 나오는… 이럴 수가, 나 걔랑 CF 같이 찍은 적 있었는데…….”
‘헉… 젠장, 좆 됐다.’
“율리아, 오늘 들은 건 비밀로 해줘라. 부탁이야. 너만 알았으면 해.”
“알았어. 내가 그런 건 또 선을 잘 지켜. 걱정하지 마.”
‘휴… 다행이다. 설마 율리아가 신이나에게 말하는 건 아니겠지? 전 여자 친구라고 하던데 나는 전혀 모른다고!’
“그럼 오빠는 진짜로 여자 친구를 사귀어본 적 없구나.”
“맞아.”
육체는 더럽혀진 지 오래지만… 그것만큼은 진실이었다.
“아직도 여자 친구 만들 생각은 없는 거고?”
“미안,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는걸…….”
강전기는 엄청나게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 당장은 내가 오빠의 여자 친구가 될 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오빠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어. 그리고… 내가 남녀 간의 기쁨을 가르쳐주고 싶어. 물론 오빠가 내켜야 하겠지만… 하아…….”
“남녀 간의 기쁨?”
[띠링… 도파민 100/100, 아드레날린 100/100 달성! 개체의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고 있습니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서 분석 나노 로봇이 전해준 정보가 떠올랐다.
“바로 이거야.”
율리아는 강전기의 입술에 살짝 뽀뽀한 후 그녀의 실크 블라우스의 단추를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처럼 하얗고 뽀얀 언덕이 보이기 시작했다.
‘흐… 개 빡시네. 하지만 이런 게 바로 보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