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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번 파트는 앞으로 진행될 빌드업으로 빠르게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생각해보니 글 자체가 자주 안올라오는데...ㅠㅠ)
디어엔젤
백장미의 짧은 생목 라이브가 끝났다.
지원희와 정미래는 장미의 노래를 이제야 처음 들었는지 충격을 크게 받은 표정이었다.
“....수고했어. 많이 노력했구나.”
“....가, 감사합니다.”
강전기가 담담한 미소로 장미를 칭찬했다. 그냥 솔직한 심정이었다.
비록 광신도였지만,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다시 한번 테이블 위에 엎어져 노래를 부르는 백장미의 모습이 떠오르자 고개를 휘휘 졌는 강전기였다.
한편, 백장미는 뿌듯한 감정이 샘솟고 있었다. 그가 알려준 방법으로 그의 기대를 만족시켰다는 충만감.
‘하아하아... 일렉케이님.’
그 감정이 그녀를 극한으로 고양시키고 있었다.
‘설마 높아진 포텐을 한 번 더 뚫는 건 아니겠지?’
판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폭포에 가서 훈련하다가 피를 토하고 득음을 한다고 하는데 딱 그짝 아닌가!
[개체가 훈육, 구속을 강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 솔직히 난 그쪽과는 아닌데…. 쩝…. 알았어.’
전기는 AI의 분석을 믿어보기로 했다. 불친절하긴 하지만 별로 틀린 적은 없었으니까.
“장미는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까?”
“넵!”
“내가 기대해도 될까?”
“믿어주세요. 더 잘할 수 있어요.”
“알았어. 컴백때까지 한 단계 정도 더 올려보는 거야. 아무튼, 잘했어.”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전기는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는 백장미의 눈빛을 보고 섬뜩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내 시선을 돌려 나머지 지원희 일당을 쳐다보았다.
“자 이제 너희 차례야.”
강전기가 판을 깔아주자 지원희와 정미래가 순서대로 생목 라이브를 펼쳤다.
“그만!”
그냥 들으나 마나 한 수준의 실력이었다.
“하…. 너흰 장미 노래 부르는 거 보고 뭐 느끼는 거 없어? 지금까지 뭐한 거야?”
“죄, 죄송...”
“말을 말자. 너희들 솔직히 깜짝 놀랐지? 장미가 이렇게 노래를 잘할지 몰랐을 거 아니야?”
“....네. 깜짝 놀랐어요.”
“거봐. 하면 되잖아. 왜 너희는 안 하는 건데?”
“..........”
둘은 벙어리처럼 입을 꽉 다물고 테이블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간 음주 가무를 더 즐겼는지 둘다 어빌은 C 이하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C라면 잘 부르는 일반인 수준이다. 그 이하라면 가수로는 미달인 실력이라는 의미.
“아까 노래 들어봤지? 이번 컴백곡은 철저히 실력으로 파트 배분 할거야. 실력 없으면 가차 없이 자를 거란 얘기야.”
“그, 그럴 수가...”
이미 자신들이 밑바닥이라는 것을 자각한 지원희와 정미래의 낯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분량 실종되고 싶지 않으면 죽을 듯 노력하든가. 난 내 곡이 10위 밖으로 떨어지는 건 절대 용납 못 해.”
“10, 10위….”
디어엔젤 멤버들은 강전기가 10위권을 언급하자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다음은 주아라.”
“으, 응...”
회의실에서 유일하게 강전기에게 반말을 하는 주아라가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볼펜을 쥐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음... 가창력은 평범한 수준이긴 한데 얼굴이 깨끗하고 매력적이라 그런지 듣기 편하군. 음색도 깔끔하고….’
주아라는 레몬캔디의 비주얼 센터 김초희의 나이 먹은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나이 차이라고 해봐야 4살 정도였지만...
청초하고 아련한 이미지로 연기도 곧잘 했으니 분위기 잡는데 딱인 멤버였다.
‘확실히 대기업 SSG 출신이라 그런지 특징이 있어. 창법도 그쪽 느낌이고….’
“오케이. 아라는 이 정도 하면 될 거 같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
“....알았어. 후...”
주아라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아라야. 그런데 실력이 좋다는 소린 아냐. 무슨 말인지 알지?”
“미, 미안...”
주아라는 자기도 모르게 사과를 하고 말았다.
나름 리더 겸 센터로 그룹을 소녀 가장처럼 끌어온 거라고 자부하고 있는 그녀 아니던가.
이런 일은 그녀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일이었다.
강전기는 주아라의 풀죽은 모습에 살짝 가슴이 아파왔다.
연습생 시절에 떡을 친 사이기도 했고(물론 자신이 한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친구 사이로 술도 한잔하며 고민을 나눴었는데 안 좋은 말을 하는 건 그로서도 못할 말이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꼰전기 모드가 다시 한번 발동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진 씨...”
“네!”
“불러보세요.”
한소진은 사람들의 눈치를 한번 살피더니 디어엔젤의 대표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흐음...’
본래 한소진의 보컬 실력은 다른 멤버들보다 최소 두 단계는 위였다. 하지만 백장미가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며 B+를 달성하자 그녀와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게 돼버린 게 문제였다.
안 그래도 멘탈이 불안한 상태에서 생각지도 않던 IQ 90의 백장미가 자신의 입지를 흔들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체 메인보컬로서 경력이 길어서 그런지 위기를 빠르게 수습하며 안정적인 노래 실력을 보여주었다.
거기다 다른 멤버들과 성량 자체의 급이 달랐다.
파워풀한 R&B를 불러도 될 정도.
팀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여리여리한 목소리를 내다보니 실력에 큰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었다.
‘흠... 얘는 창법을 바꿔야겠네. 성대도 그래서 안 좋아진 것 같고…. 아직 수술까지 갈 정도는 아닌 거 같으니 내 마시지를 받으면 좋아질 테고 편곡을 좀 여성스럽고 어른스러운 분위기로 바꾸면 딱 맞겠어. 어차피 디어엔젤도 예전처럼 청순팔이로만 먹고 살기 힘드니까...’
“피디님?”
“응?”
“노래 끝났습니다.”
“아...”
강전기는 프로듀싱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한소진의 노래가 끝난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제가 너무 못 불렀나요?”
침울한 표정의 한소진이 강전기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아니... 못한 건 아니고... 잠깐만요.”
강전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소진의 등 뒤로 다가가 그녀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어....”
남자의 굵은 손이 자신의 목에 닿자 몸을 움찔 떠는 한소진이었다.
“괜찮아요. 노래 부를 때 목에 힘을 주지 말고 이 부근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강전기는 오른손가락으로 남자로 따지면 목젖 부근을 가볍게 터치했다.
“지금 목소리를 얇게 내려고 성대를 너무 조이고 있어요. 그럼 목에 무리가 가고 자기 목소리가 안 나옵니다. 억지로 목소리를 꾸미려고 하는데 목젖 부근으로 울린다는 느낌으로 해보세요.”
“아! 아! 이, 이렇게요?”
“맞아요. 습득이 빠르시네. 손가락에 울림이 느껴집니다. 그게 바로 원래 본인의 목소리에요. 그렇게 해야 실력이 발휘됩니다. 소리도 자연스럽구요.”
“아...”
“그리고 이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복부에 힘을 주시면 되죠.”
한소진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진짜 신기해요. 아 맞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뭡니까?”
“이렇게 하면 예전에 불렀던 곡의 느낌이 안나요. 창법을 다르게 하면 기존 곡들을 부를 때 되게 이상할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원래 나이가 들면서 창법 바꾸는 건 드문 일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히트곡도 별로 없잖아요?”
“그, 그렇긴 합니다.”
“그건 그렇고... 원래 이런 건 보컬 트레이닝에서 가르쳐주기도 하는데 소진 씨는 이런 거 배운 적 없어요?”
“없.... 습니다.”
“응? 그럴리가... 야! 지원희 너 아까 보컬 트레이너 불러서 좀 해봤다고 하지 않았어?”
지원희는 갑자기 일렉케이가 자신을 부르자 깜짝 놀라며 두 눈을 불안하게 움직였다.
“그거야. 막내는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그게 말이 돼? 하... 말을 말자. 하긴 이런 건 회사에 따져야지. 너한테 이야기해서 뭐하겠어.”
“어, 억울합니다. 저도 그런 소리는 못 들어봤어요. 그냥 못한다고 혼내기만 하고... 그래서 확 짤라버렸... 아니...”
“..........”
생각해 보니 이런 핀포인트 레슨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대상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이 회사에 고용된 보컬 트레이너 수준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용히....”
꿀꺽....
지원희는 나름 할 말이 많았지만, 일렉케이의 얼굴을 보며 참는 것 같았다.
“그건 차차 해결해나가면 되고... 소진 씨 잠시만요. 목 좀 만져볼게요. 상태 좀 체크해 봅시다.”
“....네.”
“자자... 몸에 힘 푸시고...”
강전기는 망막으로 한소진의 부상 부위 지도를 펼쳐보았다.
주르륵-
컴퓨터 그래픽이 망막에 도표처럼 송출됐다.
[띠링- 개체의 목 상태를 점검합니다. 성대 손상 정도 15% 수준. 마사지와 충분한 휴식을 필요로 합니다. 1회 마사지로 50% 수준의 회복이 가능. 목 마사지는 지도에 표시된 부근을 미세 전류로 풀어주고 세포 조직을 나노로봇으로 회복시켜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강전기는 AI의 분석에 따라 한소진의 목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라이트닝 핸즈!’
그의 전매특허인 안마 기술이 한소진의 목 구석구석에 시전되고 있었다.
“으윽... 학...”
한소진은 강전기의 손길에 의해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잠시만 참아요. 보니까 목 근육이 많이 뭉쳤어요. 이러면 가창력에도 지장이 있으니 잘 풀어줘야 합니다.”
[띠링- 침투한 나노 로봇이 세포 조직을 회복시키는 중입니다. 20% 완료... 30% 완료....]
강전기는 자연스럽게 한소진의 목을 치료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래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포텐 S+의 실력이 궁금한 게 사실이었다.
‘그래. S+는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보자고...’
약 20분간 부드럽게 때론 강한 손놀림으로 한소진의 목 근육을 완벽하게 풀어줬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부끄러운 듯 다리를 꽉 오므리고 있었다.
‘으윽... 으윽... 하악....’
한소진은 프로듀서 일렉케이의 손길 때문인지 은밀한 곳이 촉촉이 젖어오기 시작했다.
샤워 후 맥주 한잔을 하고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기분이랄까...
그런 편안함과 짜릿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움찔움찔....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속옷이 젖어 들고 있었다.
디어엔젤 멤버들이 그 모습을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스킬 사용 시 발생하는 패왕 색기는 평상시에 두 배 이상으로 좁은 공간에서는 무의식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었다.
“후우... 다 됐습니다. 소진 씨는 앞으로 3일 정도는 목을 쓰지 마시고... 그 후부터는 제가 알려드린 방법으로 노래 연습을 해보세요.”
“가, 감사합니다.”
한소진은 촉촉이 젖은 자신의 다리를 황급히 오므리며 말을 더듬었다.
“아... 그리고 혹시나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뭐 먹고 토하고 그러면 큰일 나요. 위산에 식도와 성대가 다칠 수 있습니다. 정말 치명적인 일이에요.”
“네....”
한소진이 고개를 숙이며 모기같이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소진 씨한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에요.”
“알겠습니다. 피디님!!”
우등생 백장미가 잘 알았다는 듯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진단은 대충 완료된 것 같으니 이제 편곡하고 파트 배분을 좀 다시 해야겠네.”
강전기는 일주일 후 EK엔터테인먼트에서 곡을 녹음하기로 했다.
“그럼 나는 바빠서 이만...”
강전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원희가 황급히 그를 붙잡았다.
“가시게요?”
“응? 가야지 그럼...”
“그냥 가실 게 아니라 식사라도 좀...”
“아니. 나 배 안 고파.”
“그, 그럼 저 보컬 트레이닝 좀...”
“응?”
“저, 저도요! 피디님!”
정미래도 손을 들며 자신도 보컬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어필했다.
“저도 하겠습니다.”
급기야 백장미까지....
“야! 넌 이제 잘하잖아.”
“아닌데... 아직 멀었는데...”
“이 빡대가리 같은 게...”
질투에 눈이 먼 정미래가 백장미를 타박했다.
“동작 그만!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아직도 팀워크가 콩가루네. 예전처럼 한따까리 할까?”
“..........”
“잘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는 한따까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막말 때문에 강전기가 화를 내자 정미래가 급히 사과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뭔가 뜨거운 열망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크흠... 이제야 제대로 할 마음이 생긴 건가...”
뭔가 이들의 변화를 감지한 강전기는 헛기침을 한 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일단 장소는 지원희 네가 정해. 그래놓고 연락해. 트레이닝을 못 따라오면 혼내줄 거니까 조용한 곳으로 골라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