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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감사합니다.
일렉케이 거품 논란
아재들의 놀이터 메이저리그 게시판. 그곳에서는 한창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 걸그룹의 마지막 희망(?) 「디어엔젤」이 일렉케이한테 프로듀싱 받고 실력파 그룹으로 환골탈태?
- 음…. 거기 메보 빼고 대놓고 얼굴만 보고 뽑은 애들 아님? 지금 떡락에 떡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살아날 가망성 있음?
- 신곡 나왔는데 리얼로 회춘했음. 3세대 패잔병이 용병한테 교육받고 4세대 전쟁터에 새롭게 참전 중!
- 노래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좋긴 하다. 역시 일렉케이 프로듀서네. 명불허전.
- 근데 얘네들 분명 음치 그룹인데…. 방금 뮤비 봤는데 이거 어떻게 된 거지? 내 귀가 이상해진 건가?
- 이상한 거 아님. 아무래도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보정을 빡시게 한 듯...
- 다른 애들은 몰라도 백장미 파트는 보정 수준이 아니라 아예 어나더레벨이던데... 다른 사람이 부른 거 아니냐? 목소리는 비슷한 거 같은데….
- 어차피 라이브 무대에서 다 뽀록날건데 보정이 말이 됨?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 그러니까 말이 안 된다고... 환골탈태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다시 태어난 수준인데?
한편,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백장미의 외모 변화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었다.
데뷔 시절 얼굴로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이어졌는데 이제는 동안이라고 부르기에 무안하고 그냥 고딩이 됐다는 소리가 주르륵 포스팅되고 있었다.
아무리 해도 지울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존재하는데 그게 아예 사라졌다는 평가가 대다수.
심지어 어느 병원에서 시술했는지 꼭 알고 싶다는 멘트가 엄청나게 많이 올라왔다.
거기다 최근 이런 케이스가 몇 명 더 있다는 도시 괴담이 떠돌았다.
‘원조는 얼굴을 심하게 다쳤던 블루비의 이화다!’
‘똑같은 병원에서 시술받았는지 같은 그룹의 리나도 매일 리즈 갱신 중.’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일렉케이와 연관시키진 못했다.
미친 변태가 아니고서야 나노 재생 크림을 어떻게 떠올릴 수 있단 말인가!
디어엔젤의 음원과 뮤비가 월요일에 공개되었기 때문에 첫 라이브는 목요일 오후로 예정되어 있었다.
화제를 오래 끌기 위해 화요일 더 쇼쇼쇼 무대는 건너뛰기로 미리 협의한 상태였다.
뮤직넷 카운트다운에서 드디어 첫 라이브 무대가 펼쳐졌다.
5인조 디어엔젤 멤버 중 메인보컬 한소진과 리드보컬 백장미가 보란 듯이 핸드 마이크를 들고 라이브 무대에 섰다.
아이돌의 경우 퍼포먼스를 위해 대체로 핸드 마이크 대신 인어어 마이크를 쓴다.
하지만 핸드 마이크를 쓰면 숨소리나 머리카락 쓸리는 잡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성량도 크게 잡힌다는 장점이 있었다.
디어엔젤은 보컬 보정 논란을 의식한 듯 과감한 퍼포먼스를 감행했다.
라이브에서 실력이 뽀록날 것이라는 세간의 시선을 비웃듯 무대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백장미의 깔끔한 메보급 보컬과 한소진의 무시무시한 고음과 돌고래 사운드라고 하는 휘슬 노트가 후렴구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디어엔젤이 라이브로 실력 논란을 불식시켜버리자 그동안 조리돌림을 당하며 끌렸던 광역 어그로는 엄청난 화제성으로 돌변해 아이돌 판을 강타했다.
디어엔젤이 이를 갈았다는 평가와 함께 음원 10위권을 돌파하더니 SSJ의 4세대 걸그룹 G파워와 1위 경쟁을 하게 됐다.
* * *
쾅!
SSJ의 간지 프로듀서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거칠게 내리쳤다.
“이 썩을 놈의 새끼! 초를 쳐도 이렇게 초를 쳐?”
40대 초일류 프로듀서인 그녀는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EK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을 피해 뒤늦게 정식 데뷔를 추진했건만 꿈에도 생각지 않은 음치 그룹 디어엔젤로 자신의 앞길을 방해할 줄이야….
‘하... 이 새끼를 어떻게 조지지?’
평생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던 그녀가 처음으로 악랄한 생각을 할 정도였다.
“고정하시지요. 피디님.”
“아이 씨... 내가 지금 고정하게 생겼어? 일정 늦춘 것도 자존심 상해 죽겠는데!!”
간지 피디는 후배 작곡가를 타박하며 히스테리를 부렸다.
“그럼 뭐 어떻게 하실건데요. 수가 없잖아요.”
“없긴 왜 없어?”
“뭐가 있긴 있어요? 일렉케이만 나오면 거의 반사적으로 짜증을 부리시더니….”
“넌 몰라도 돼!”
간지 피디는 후배 작곡가의 물음에 매몰차게 대답한 후 한숨을 푹 내쉬었다.
‘SSJ 걸그룹 데뷔조를 폭파시킨 썰을 풀어버려? 후... 아니야. 그건 너무 위험해. 전체적인 스토리를 아는 사람도 몇 명 없는 데다 어차피 자기 얼굴에 침 뱉기밖에 더 돼? 괜히 말 꺼내서 사내 파벌 싸움이라도 부각되면 오히려 마이너스인데….’
“선배님. 오후에 화상 인터뷰 있잖아요. 이제 그만 하세요.”
“아참... 후배 녀석이 하도 부탁해서 하긴 하는데 솔직히 기분도 그렇고 안 하고 싶다.”
“그야말로 레전드 인터뷰네요. 그런 거 안 하시기로 유명하신 분인데….”
“그놈의 인맥이 뭔지... 쯧...”
“화이팅 하십쇼. 선배님. 전 일 좀 해야겠네요.”
“그래. 수고해. 난 슬슬 준비 좀 해야겠다.”
간지 프로듀서는 심사가 꼬인 상황에서 화상 인터뷰를 맞이했다.
그녀의 독특한 커리어와 K-POP의 미래에 대해 심도 높은 인터뷰가 1시간가량 진행됐다.
잠시 숨을 고르고 물을 한잔하는 사이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질문이 들어왔다.
“쉬는 중에 오프더레코드지만... 저번 방송에서 대결했던 일렉케이 프로듀서와 다시 붙게 됐는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꿈틀...
안 그래도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는데 민감한 질문이 들어오자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간지 피디였다.
하지만 베테랑답게 심호흡을 하며 마인드컨트롤을 한 결과 한번은 참을 수 있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런데 세간에는 프로듀서 일렉케이에 대한 평가가 상당하던데요? 경연 때 클로버즈라는 그룹까지 총 세팀을 프로듀싱했다는 카더라 소문도 있더라구요.”
“하... 말도 안 돼.”
후배 놈이 일부로 도발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간지 피디의 인내심은 그게 한계였다.
“영식아. 걔가 오래갈 거 같니? 이건 그냥 누나로서 질문하는 거야.”
“예? 갑자기요?”
“그래. 솔직히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음... 글쎄요. 빌보드 1, 2위를 동시에 한다는 건 그냥 운으로만 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하... 너도 이제 한물갔구나? 그때 가수를 봐라. 걔 곡을 부른 게 누구니? .EXE하고 에밀리 로버츠야. 운 좋게 그 정도 가수에게 곡을 줬는데 그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물론 어떻게 동시에 곡을 줬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간지 피디는 후배가 애매하다는 표정을 짓자 뚜껑이 열리며 맘에도 없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걔 곡을 들어봐. 진짜 온통 머니코드로 떡칠이야. 마치 통계적으로 그동안 히트했던 곡들의 좋았던 점을 교묘하게 짜깁기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예? 표절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말은…. 후…. 오해하지 말고 들어. 녀석의 음악에는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없다는 거야. 온통 어디선가 들었던 느낌을 트랜디하게 재탕하는 거라고!”
간지 피디는 방송에서 당한 참패가 생각나 거의 한풀이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고 있었다.
“흐음... 아이돌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초기에 작곡한 케이라임 노래는 뭔가 다르던데요.”
“그, 그건 안 들어봐서 몰라.”
실제 그녀는 그 곡을 들어본 적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모른 척하고 말았다.
‘이 누나. 일렉케이를 되게 싫어하는 거 같은데...’
외국의 음악 잡지에서 필명 ‘Young-sick’으로 일하고 있는 이 기자는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요즘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K-POP그룹의 곡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 중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지분이 상당했다.
선배의 인터뷰와 별개로 K-POP과 머니코드로 떡칠하는 프로듀서를 엮어 다른 자극적인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영식 기자는 화면에 깜빡거리고 있는 녹화 버튼을 힐끔 쳐다보았다.
처음 화상 인터뷰를 시작할 때부터 녹화 버튼을 누른 상태였다.
씨익-
기자는 웃음을 참으며 마무리 인터뷰를 하기 위해 질문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뮤직넷 이번 주 1위는요! 디어엔젤! 축하드립니다.”
앨범 지수에서는 많이 밀렸지만 다른 화력에서는 G파워를 압도한 디어엔젤의 근소한 승리였다.
“꺄아아!”
1위가 발표되자 디어엔젤 멤버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흐엉엉엉...”
“훌쩍...”
“감사합니다. 으아앙...”
다른 멤버들이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릴 때 백장미가 돌연 MC의 마이크를 건네받더니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도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빛나는 러시아 인형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실력이 부족하던 저희를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주... 아니 일렉케이 프로듀서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이 은혜는 평생 갚을….”
타악-
리더인 주아라는 백장미가 말실수를 할까 봐 독수리처럼 마이크를 낚아챘다.
“우리 회사 식구들, 프로듀서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특히 우리 엔젤스들 응원해줘서 고맙고 모두 사랑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원희와 정미래도 소감을 말하려고 했지만 주아라가 몸을 요리조리 비틀며 기회를 주지 않았다.
‘어휴 이 폭탄들... 진짜...’
주아라는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을 제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4년 차 중고 걸그룹이 처음으로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며 기쁨을 맛보는 동안 SSJ의 수뇌부는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방대한 세계관을 기획한 대기업 입장에서는 자신의 신규 걸그룹이 망해가는 회사의 중고 걸그룹에게 밀려버리는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상품성에 중대한 타격을 입은 것.
SSJ에서는 대책 임원 회의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 * *
“유, 율리아. 나 도저히 못 참겠어.”
최근 우즈벡에서 돌아온 엘프녀 율리아 파블로바.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강전기를 초대해서 오랜만에 깊은 정을 나누고 있었다.
“아직 멀었어요. 오빠.”
도자기 같은 피부의 금발 모델 율리아는 강전기를 깔고 앉아 조심스럽게 방아찍기를 펼쳐 보였다.
“아흑...”
강전기는 오랜만에 본 그녀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모태모솔남을 열심히 연기하는 중이었다.
“오빠. 나 많이 보고 싶었어요?”
“다, 당연하지. 그때 강소라 집에서 네가 알려줬던 것들이 생각나 미치는 줄 알았어.”
율리아는 쑥스러운 듯 시선을 까는 강전기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쩜 이 오빠는 이렇게 완벽할까? 잘생기고 능력 좋고 여자 경험도 없고... 그동안 내 생각하면서 참았을 건데 무지 힘들었겠다.’
자기 멋대로 생각 중인 율리아는 오르가즘이 오는지 방아 찍기를 하다가 먼저 가버리고 말았다.
“오빠아...”
강전기의 허벅지를 잡고 고개를 뒤로 꺾더니 배를 꿀렁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이고.. 이 순진한 아가씨야. 본인이 먼저 가면 어쩌냐.’
연기를 빡세게 하던 강전기는 오선생이 와서 전기에 감전된 듯 몸을 벌벌 떠는 율리아를 올려다보았다.
뽀얀 슬렌더 상체와 가느다란 허리 그리고 움찔거리는 B컵 슴가까지...
그야말로 시각적으로 최고의 이국적인 느낌이랄까?
과연 자신이 이런 백마와 육체적 관계를 갖는 것이 맞는 건지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강전기 이 자식아 자신감을 가지란 말이다! 넌 최강의 리얼돌 프로듀서야!’
갑자기 눈을 뜬 율리아가 허리를 굽혀 강전기의 입술을 쪽쪽 빨기 시작했다.
전기가 혀를 살짝 내밀자 그것까지 진공청소기처럼 흡입하는 율리아였다.
‘어우... 이 행복감...’
율리아는 이런 애무를 너무 좋아해서 1시간 이상 서로의 몸을 구석구석 핥은 상태.
뭔지 모르겠지만 정서적으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오빠 내가 입으로 해줄게.”
한동안 키스를 해대던 율리아는 강전기의 하체로 내려가 조그만 입으로 그의 물건을 꼼꼼하게 훑기 시작했다.
‘으허... 미친... 이게 바로 천국이구나...’
현재 그의 좌청룡 우백호는 블루비의 이화와 리나였다.
한데 율리아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판타지에 나오는 외모의 쭉빵 스타일.
정서적으로는 살짝 멀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녀도 충분히 좌청룡 우백호에 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율리아의 오럴로 사정감이 차오르는 강전기가 그녀의 조그만 머리를 잡고 발사각을 재고 있었다.
‘조, 조자룡인가...’
관우가 이화, 장비가 리나라면 율리아는 조운, 조자룡이라 해도 될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게 사실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강전기가 쾌감을 즐기고 있는 도중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응? 누구야 이 이 시간에?”
[발신자 : 대니얼 박]
미국에 있는 강전기의 변호사였다.
“여, 여보세요?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대니얼 박입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아! 뉴욕은 오전이라 그걸 생각 못 했네요. 너무 좋은 소식이라...]
“어흑... 조, 좋은 일이요?”
강전기는 율리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네. 귀국하실 때 소개해주신 휴이라는 분이 같이 작업했던 곡을 팔았다는 소식은 알고 계시죠?]
“음...”
휴이라면 뉴욕에 있을 때 리만 스쿨에서 마지막 프로젝트를 같이했던 사람이었다.
‘버려진 강아지에 대한 곡을 만들었던 거 같은데...’
강전기는 푸근했던 휴이의 얼굴이 생각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네. 변호사님이 정기 메일로 알려주셨잖아요.”
[다행히 기억하시는군요. 전기 씨가 만든 그 곡이 여러 회사를 돌다가 애니메이션 영화 OST로 들어갔는데요. 그 영화가 미국에서 대박이 터지고 있습니다.]
“예? 대박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