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64화 (26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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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수정완료

디어엔젤

“기획실장. 이 관찰 카메라 디어엔젤 녹음하는 것까지 찍어야 해?”

“왜 그래. 일본하고 계약한 거잖아. 대원기획하고도 이야기된 거라 상관없어.”

강전기는 일본에서 나온 촬영팀이 은근히 신경 쓰였다.

일본에서 있을 대규모 오디션 홍보용으로 쓰일 영상이라지만 EK 소속 아이돌이 아닌 「디어엔젤」 아니던가.

- 일본에 디어엔젤 팬 은근히 많아.

- 아…. 그래? 그건 몰랐네.

성기호가 강전기에게 귓속말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면 뭐 상관없겠네. 홍보하면 서로서로 윈윈이니까. 그럼 마성의 남자로 설정 한번 잡아봐? 크흠...’

실제 핑크엔진, 레몬캔디, 클로버즈 프로듀싱 장면은 순한 맛이었다.

멤버들이 그간 강전기의 프로듀싱에 익숙해진 면도 있었지만, 실력도 많이 성장해서 그다지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잡생각에 빠져있을 즈음.

녹음실 문이 열리며 디어엔젤 멤버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안녕하세요!”

멤버들은 영상 촬영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한껏 치장하고 나온 느낌이었다.

‘20대 초 중반의 매력이란….’

어쩌면 일생에 있어서 매력의 최대치를 낼 수 있는 나이였다.

그간 어린 멤버들을 상대하던 강전기는 디어엔젤을 보며 한결 편해진 느낌이 들었다.

사실 노답 3인방이 있어서 그렇긴 했지만….

“다들 왔어? 연습은 많이 했고?”

“네!!”

노답 3인방 중 백장미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시작하자.”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은 주아라.”

“네!”

하얀색 원피스를 가볍게 차려입은 디어엔젤의 비주얼센터 주아라가 치마를 살짝 들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오우... 홀리...’

확실히 배우를 해서 그런지 다섯 명 중에서는 오오라가 원탑이었다. SSJ에서 CF 여신 신이나와 비주얼을 겨뤘을 정도니 말을 다 한 셈.

강전기는 분명 주아라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친구라 그런지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모르는 어떤 억제기 같은 게 있는 느낌이었다.

주아라는 부스에서 헤드폰을 쓴 뒤 목을 잠시 푸는 중이었다.

일본에서 온 관찰 카메라가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일본에서 온 카메라맨은 강전기를 찍고 있는 게 아니라 주아라를 포커싱해서 촬영 중이었는데 그는 실제 디어엔젤의 팬으로 최근 K-POP 그룹보다는 3세대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아라야. 평소처럼 해.”

“네...”

주아라는 녹음실이라 그런지 강전기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그럼 시작하자.”

강전기의 신호에 엔지니어인 최민호가 음원을 재생시켰다.

주아라는 감정을 잡고 인트로 부분을 부르기 시작했다.

‘연습 많이 했나 보네. 확실히 디어엔젤에서 인트로하면 주아라구나.’

가창력은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음색이 곱고 비주얼 면에서 압도적이라 처음을 제일 잘 살리는 멤버기도 했다.

주아라는 인트로와 코러스, 그리고 킬링파트를 마친 뒤 녹음 부스를 빠져나왔다.

“좋았어. 역시 주아라. 실망시키질 않네.”

“감사합니다.”

주아라는 친구인 강전기의 칭찬이 쑥스러운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부끄러워했다.

그다음으로 정미래와 지원희의 파트가 이어졌다.

둘의 노래 실력이 좋지 않다는 것은 팬들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그들은 한층 진보한 노래 실력을 뽐내며 자신이 맡은 파트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많이 발전했네. 수고했어.”

마성의 남자를 연기하고 있는 강전기는 별다방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쿨하게 반응했다.

“그야 피디님이 잘 알려주신 덕분이죠.”

정미래가 묘한 눈빛으로 강전기를 쳐다보았다.

묘한 애증의 눈빛.

노답 3인방에서 가스라이팅을 가장 심하게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삽입을 딱 한 번만 해줬던가?’

강전기는 그녀의 눈빛을 알아차렸지만 가차 없이 무시하고 말았다.

“다음. 백장미?”

“넵!!”

다음은 상당히 기대되는 백장미의 차례였다. 그녀는 최근 광신도와 같은 믿음으로 놀라운 실력 향상을 이뤘다.

가창력이 거의 메인보컬 급인 A로 올라간 상태.

그녀는 벌스와 1절 하이라이트 부분을 부르기로 돼 있었다.

음원이 시작되고 그녀의 파트가 시작되자 멤버들과 제작진, 그리고 일본에서 온 카메라맨까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와... 저 빡...아니 장미 진짜 미쳤다.”

“어? 쟤 왜 저렇게 노래를 잘해? 얘가 메보였나?”

최시유의 아버지인 엔지니어 최민호가 자신이 착각이라도 한건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쓰, 쓰고이...”

강전기 뒤쪽에서 카메라를 들고 백장미를 찍고 있던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흥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최애가 인형 같은 외모의 백장미인 듯했다.

“신지라레나이(믿을 수 없어)...”

카메라맨은 촬영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입을 쩍하고 벌리며 놀라는 중이었다.

강전기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좌중을 훑어보았다.

그중 가장 충격을 받은 이는 다름 아닌 메인보컬 한소진이었다.

그녀는 백장미의 보컬이 생목 라이브 이후 더 발전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표정이 급속히 어두워졌다.

한소진은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말대로 며칠간 목을 거의 쓰지 않은 상태.

컴백곡을 계속 듣고 잠깐 연습했지만 치료한 목에 무리가 갈까 봐 큰 소리를 전혀 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한층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 한소진.”

“네, 넵...”

한소진은 엄청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전기는 그녀의 표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짐짓 모른 척 녹음 부스로 들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성대 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푹 쉬라고 했는데 내가 시킨 대로 했어요?”

“네네.”

“그럼 갑시다. 민호 형?”

드디어 메보 한소진의 파트가 시작됐다. 그녀는 벌스와 2절 고음 하이라이트 부분을 부를 예정이었다.

[그대의 사랑스러운…. 크흑..]

한소진은 벌스 부분 몇 마디를 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어? 왜 그러지?”

한소진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자 최민호가 강전기를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만요.”

강전기는 이 부분에서 뭔가 좋은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녹음실 부스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강전기는 부스 소리를 끄려는 최민호를 한번 쳐다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성을 그대로 영상에 싣기 위함이었다.

“왜 그래요?”

“죄, 죄송합니다. 피디님.”

“괜찮아요. 목 때문에 연습 많이 못 해서 불안하겠지.”

“.........”

소진은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디 보자. 입 한번 벌려봐요.”

강전기는 보이지도 않는 성대를 보는 척하며 빌드업을 했다.

“음…. 잠시만요. 목이 좀 덜 풀린 것 같은데….”

그는 손으로 한소진의 목을 마사지하며 근육을 이완시켜 주었다.

[띠링- 성대 손상이 완벽히 복구되었습니다. 띠링- 가창력이 B+ → S로 상승하였습니다.]

‘오! 드디어 S인가... 포텐 SS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S가 어디야.’

S등급이라면 분명 메인보컬 중에서도 톱을 달리는 몇 명만 보유하고 있을 정도의 능력이었다.

강전기의 얼굴에서 반가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반면, 그 장면을 찍고 있던 카메라맨은 뭔지 모를 에로틱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말을 알아듣기 때문에 대충 목 상태가 어떻고 무슨 스토리인지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뜬금없이 목 마사지라니?

듣도보도 못한 장면을 보며 놀라고 있을 찰나.

“보니까 목 상태가 괜찮네. 자신을 믿어봐요.”

“네?”

한소진은 전기의 위로에 토끼 같은 눈을 하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음…. 뭐라고 해야 하나.”

강전기는 마성의 남자답게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연출했다. 그는 검지로 미간을 살짝 긁적이며 한소진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더니 그녀의 양어깨를 움켜쥐었다.

“예전부터 느끼고 있던 건데 소진 씨 보컬은 특별해요.”

“네?”

“진심입니다.”

“.........”

“지금까지 제대로 된 관리를 못 받아서 그런지 가진 재능을 완벽하게 발휘하지 못했어요.”

“그, 그게 무슨...”

“아까도 예전처럼 부르려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내가 예전에 알려준 이 부근을 울린다는 느낌으로 해봐요.”

강전기는 소진의 목젖 부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빙긋이 웃었다.

“아....”

“한 가지 더…. 전 솔직히 소진 씨 보컬이 국내에서 톱클래스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걸 보여주질 못해서 그렇지...”

“!!!”

한소진은 강전기의 말을 들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 정말인가요?”

“후후... 제 말도 못 믿습니까?”

현 일인자의 말을 못 믿으면 어떡하냐는 투였다.

“피, 피디님...”

한소진은 현재 최고의 프로듀서인 일렉케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솔직히 그를 믿지 않는다면 누굴 믿겠는가?

“그래요. 잘할 수 있어요.”

강전기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띠링- 마인드컨트롤이 발동합니다.]

‘한소진. 너는 최고다’

강전기의 몸에서 패왕색기가 풀파워로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한소진의 눈빛이 몽롱하게 변하고 있었다.

‘나는 최고다. 나는 최고다!’

그녀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떠올랐다.

“자…. 다시 한번 해봅시다.”

강전기는 부스에서 나와 의자에 앉아 최민호를 바라보았다.

“다시 시작하시죠.”

“그, 그래.”

잠시 목을 풀던 한소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녹음이 다시 시작됐다.

한소진은 이전과 전혀 다른 눈빛으로 자신의 파트를 소화해내기 시작했다.

“우와...”

“쓰고이...”

한층 달라진 톤으로 곡을 부르자 녹음실에 모인 모든 이가 깜짝 놀라고 있었다.

거기다 화려하게 터지는 후렴구 하이라이트 부분.

초일류 보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깔끔하고 시원하게 쭉쭉 올라갔다.

그야말로 사이다 보컬의 끝판왕!

“와... 미친!!”

옆에 앉아 있던 성기호가 입틀막을 시전하고 있었다.

- 야... 너 뭐 어떻게 한 거야?

- 아까 봤잖아. 녹음 중이니까 조용히 해 자식아.

- 하여간 미친놈이네. 이거.

옆에서 강전기의 능력을 제일 많이 본 성기호였지만 이럴 때만큼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둘을 제외하고 모두는 한소진의 놀라운 보컬에 초집중을 하고 있는 상황.

노래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와아!!”

“대박!!”

“미쳤어!”

엔지니어도 놀라고 카메라맨도 놀라고 노답 3인방과 주아라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강전기는 그 모습에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요. 소진 씨.”

그는 한소진을 보며 엄지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흐윽..”

한소진은 아까와 다른 환희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목은 데뷔전 상태로 돌아간 것 같았으며 노래 실력이 향상돼 자존감이 확 올라갔기 때문이다.

‘아아... 이분은 신이셔.’

강전기의 위상이 프로듀서에서 신으로 격상되는 순간이었다.

‘좀 오글거리나? 뭐 어때 나중에 일본애들만 보는 건데...’

이렇게 강전기의 극적인 연출이 완성되었다.

* * *

5주 후.

3세대 걸그룹 디어엔젤의 컴백곡이 발표되었다.

최근 EK 소속 걸그룹과 다른 회사의 4세대 걸그룹의 강력함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살짝 덜 받는 것 같았지만 나름 유일하게 살아남은 청순가련형의 대표주자답게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곡보다는 다른 것이 이슈가 되고 있었다.

[컴백한 디어엔젤. 확 달라졌다!]

[디어엔젤 메보 한소진의 재발견!]

[걸어 다니는 인형. 백장미의 놀라운 보컬! 실화야?]

[확 달라진 디어엔젤 보컬! 실력 상승? 아니면 음원 보정?]

[디어엔젤 보컬 조작 논란!]

[프로듀서는 EK엔터테인먼트의 일렉케이로 밝혀져...]

곡이 좋다는 사실은 뒷전으로 밀리며 ‘보컬 조작’이라는 이슈로 인터넷 커뮤니티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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