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5화 (5/342)

Chapter 5 - 해피 엔딩.(5)

앞으로 만나게 될 좆들을 생각하자니 지금 당장 혀라도 깨물어 죽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몸 속을 맴도는 여신의 신성력은 그것마저 불가능하게 해,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었다.

여자 따먹히는 내용의 게임을 하다가 여자가 되어서 따먹히는 입장이 되다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이딴 내용으로 소설을 쓴다면 단언컨대 100만 명은 커녕 100 명도 보지 않을게 틀림 없었다.

시팔, 고추였던 새끼가 고추에게 박히는 내용 따위를 대체 누가 좋아하는데.

"아, 이런.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되어버렸네요. 하계에 내려온 건 오랜만이라서 더 즐기다 가고 싶었는데..."

"잠, 깐..."

"아, 그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마왕님! 물론 쉬운 일은 아니시겠지만 백만 명만 낳으시면 꼭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드릴 테니까, 알겠죠?

그러면, 안녕~"

고개를 떨구고 있는 용사의 어깨를 두들기며 여신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야, 야! 야! 나를 이딴 꼴로 만들어 놓고는 그냥 간다고?!

빛무리에 휩싸여 사라지기 시작하는 여신을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씨, 씨발. 갈거면 몸뚱아리에 쳐넣은 신성력은 빼놓고 가라고!

이내 완전히 사라져버린 여신의 모습에 깊은 절망감이 엄습했다.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절대 여신의 말은 듣지 마라."

"..."

"...듣고 있는 건가? 대답해라, 용사."

"..."

질문을 해도 침묵으로만 답하니 갑갑해 죽을 노릇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지랄하면서 소리지른 주제에, 불안하게시리 왜 지금은 말이 없는 건데?

쿵쿵 떨려오는 심장에 꿀꺽, 하고 마른침을 삼킨다.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마왕의 몸뚱아리가 나를 향해 경고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도망치지 않으면 험한 꼴 그 이상의 것을 당하게 될거라고.

"...죽인 사람을 살릴 수 없다면."

"용사ㅡ"

"죽인 만큼 태어나게 하면 될 뿐이야."

흙먼지와 피에 뒤덮혀 엉망이 된 머리카락 사이로, 용사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빛났다.

잔뜩 충혈되어 이쪽을 노려보는 모습은 마치 손에 칼 든 미친 강도 새끼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 미친 새끼. 정신나간 새끼야, 진짜 그 쓰레기 여신의 말대로 한다고? 진짜로?

내가 백만 명의 인간을 낳게 하고야 말겠다고?!

바짝 굳어버린 손을 움직여 바닥을 득득 긁어댔지만, 몸이 움직이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싫어. 싫다고. 씨발, 이건 아니잖아! 내가 왜 애새끼 백만 명을 낳아야 하는데?!

손끝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은 이제 싸늘하게 식어버린지 오래.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는 용사의 모습에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큭..."

"음탕한 몸뚱이를 하고는, 싸움이 아니라 항복을 선택한 건 바로 이것 때문인건가?"

누군가 용사를 말린다거나 하는 기적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여신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그 쓰레기 여신이 정신을 만져놓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용사 일행들은 전부 허공을 바라보며 그저 허탈한 웃음만을 내뱉을 뿐이었다.

차라리 나한테 화살을 쏘던지, 마법을 갈기던지, 신성력이라도 마구 쏟아달라고 이 개새끼들아!

내 가슴을 움켜쥐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서 다시 한 번 피가 터져나왔다.

"...차라리 죽여라."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남정네에게 가슴을 희롱당하는 건 그 정도로 역겨운 일이었다.

겨우 가슴으로도 이런데 그 뒤에는?

평생 본 좆이라고는 내 좆 밖에 없었는데, 남의 좆이 내 안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벗어날 방법 따위는 없었다.

설령 도망칠 수 있다고 해도 이딴 몸뚱아리로는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붙잡히게 되겠지.

그러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충동적인 선택이기는 했지만 첫 섹스를 여자가 아닌 남자와 할 바에는 차라리 뒤지는게 나았다.

심지어 처음만 그럴까.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셀 수 없을 정도로 개처럼 따먹히겠지.

"안 되지. 분명 네 입으로 그랬잖아? '죽고 싶지 않다.'고."

"...이딴 짓거리를 당하면서까지 살아남고 싶지는 않다."

"'이딴 짓거리'라니?"

"..."

섹스 말이야, 섹스!

다 알고도 묻는 꼬라지가 어찌나 악취미적인지 그 얼굴에 침이라도 내뱉어주고 싶었다.

뒤틀린 미소를 지으며 가슴에 새겨진 상처를 후펴파는 걸 보니, 어지간히 정신이 나간 모양이었다.

심지어 저거.

용사의 가랑이 사이에 달린 물건.

바지를 입고 있음에도 잔뜩 화가 나 있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그것!

"씨발년이."

짜악!!

왼뺨에 둔탁한 충격이 느껴짐과 동시에 고개가 돌아가, 순간적으로 그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얼마나 진심을 담아 때린 건지, 순간적으로 시야가 하얗게 물들 정도의 고통이었다.

씹, 새끼, 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용사를 바라보자, 반쯤 풀린 눈동자와 순간적으로 시선이 맞았다.

그래,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이라면 절대로 저딴 눈깔 따위는 하지 않겠지.

미친 새끼와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라더니, 지금이 딱 그 꼴이었다.

"아파? 아프냐고? 응? 대답해!"

"...쿡."

용사의 손이 몇 번 더 휘둘러져, 내 얼굴을 강타했다.

시야가 깜뺙거리며 점멸해, 이내 짙은 이물감과 함께 붉게 물들었을 때는 조금 식겁했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겁이 나지 않았다.

차갑게 식은 분노.

어째서 내가 이딴 꼴을 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억울한 감정이 목구멍을 타고 터져나왔다.

"아프기는... 이딴, 솜 방망이 따위는..."

할 수 있는 건 전력으로 상대를 비꼬는 것 뿐이었지만, 용사는 자그마한 자극에도 미친듯이 몸을 떨었다.

감히 너 따위가.

귀에서 들려오는 강렬한 이명 때문에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병신.

속으로 낄낄 웃으며 당장에라도 울음을 토해낼 것 같은 입꼬리를 들여올려, 어떻게든 용사를 비웃었다.

'...씨발.'

하지만 그건 궁지에 몰린 존재가 남기는 최후의 단말마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격렬하게 분노하던 용사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반쯤 풀려있던 눈동자에 완전히 빛이 사라진 것 또한 그맘때 즈음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던진 비웃음이 마지막으로 남은 이성의 끈을 놓게 만든 듯 싶었다.

"마왕..."

"..."

"네가 죽인 만큼 낳아라."

...씨발 새끼.

***

용사의 바지춤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물건이 세상 바깥으로 드러났다.

언젠가 만났던 창부 겸 도적이던 전 용사 일행이 평하길, 평생 만나보지 못할 대물.

남자와 몸을 섞는 걸 즐겨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거근을 지닌 용사는 가장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었다.

유혹해서, 내 것으로 만든다.

언재나 용사의 옆에 찰싹 붙어서 깔깔거리며, 너와 하룻밤 자고 싶다며 수위 높은 음담패설을 쏟아냈더랬지.

'아서, 네 좆이라면 여자 대여섯도 간단하게 보내버릴 수 있을 걸?'

'솔직히, 도적이 아니라 좆집으로 써줘도 되는데. 어때, 한 판 할까?'

'...이래서 동정은 안 된다니까. 지나치나 부끄러워하면 게이 새끼라고 오해하게 되잖아.

음, 아닌가? 발기는 제대로 됐는데...'

당시에는 엄청나게 곤란했었다.

인간의 욕구보다는 마왕군을 처단하고, 더 나아가서 마왕을 죽여 없애기 위해 나아가던 그에게 있어서 갑작스레 나타난 변태 도적이란 균형을 깨뜨리는 존재일 뿐이었으니까.

커다란 젖가슴을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얇은 상의에, 바지인디 속옷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의 하의.

제 입으로는 도적이라고 칭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행동거지나 신체는 흡사 길거리의 창녀에 더 가까웠다.

'첫 경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고?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그냥 하면 되는거 아닌가?'

언제나 마른침을 삼켰더랬다.

제 몸을 비벼오는, 얇은 천 너머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사타구니 근처를 맴도는 작은 손길까지.

잔뜩 부풀어 오른 좆의 기둥을 움켜쥐려다가도, 그 옆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행동은 용사의 인내심을 깎아먹기에 충분했다.

나를 따먹어줘. 내가 따먹는게 아니라, 네가 날 따먹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듯한 모양새에 얼마나 참고, 또 참아냈었는가.

'...정액 냄새가 나는데. 혹시 딸쳤어? 누구로 쳤는데? 저기 계신 성녀님? 아니면 엘프 씨?

그것도 아니라면, 나?'

딱히 그녀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관능적인 신체에 자신의 신체 또한 이끌렸을 뿐.

그렇기에 참아냈다.

변태적인 장난을 자주 치던 그녀였지만 먼저 덮쳐 동정을 빼앗지는 않았기에, 혼자 위로하는 것만으로도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었다.

하루, 이틀, 그리고 사흘.

시간이 점점 흘러 년 단위로 향할 때 즈음에는 그의 성욕 또한 거대해진 음경처럼 부풀어 올랐지만, 용사가 그녀를 덮치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죽어도 소원을 빌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며? 그러니까, 꼭 마왕을 쓰러뜨려.'

'...특별히 동정은 네 첫사랑한테 양보할 테니까, 다시 살아나게 된다면 언제 한 번 날 잡고 질펀하게 섹스 한 판 하자고.'

' ...그러면, 안녕ㅡ 아서.'

죽었으니까.

그것도 마왕군에게.

또.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