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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19화 (19/342)

Chapter 19 - 엄마가 되어버린.(6)

하나의 여인이 하나의 어머니가 된 뒤에 나오는 가장 처음의 모유.

아기의 면역력을 올려주니 꼭 먹여야 한다는ㅡ 어쩌구저쩌구.

"그런 의미에서, 물려보죠!"

"...무엇을?"

"젖이요."

어색한 위치에 자리를 잡은 입꼬리 그대로 굳어버린다.

내가 뭘 해? 모유 수유? 뭐?

내 상체에 달린 커다란 가슴이 애기맘마디스펜서가 되버렸다, 이 말인가?

충격에 휩싸인 채 멍하니 고개를 떨구고 있자니 성녀가 계속해서 재촉해왔다.

"어서요!"

"아, 알겠다. 알겠으니까, 더 이상 재촉하지 말아다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이미 용사에게 있는 꼴 없는 꼴 전부 당해버린 상태였지만, 아기에게 젖을 물려준다는 건 또 다른 부끄러움을 불러일으켰다.

수치심이 아니라 부끄러움.

아기가, 내 젖을 빤다고?

...맙소사.

"고르돌 씨, 잠시 시선을 돌려주세요. 마왕님ㅡ 아니, 마왕 씨...가 부끄러워 하시잖아요!"

"...그래. 아니, 그냥 밖에 나가있도록 하지."

마지막까지 드워프 녀석이 아기를 향해 미련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지만,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거라고.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베일을 벗어내리니, 새하얀 피부와 함께 커다란 젖가슴이 작게 출렁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째 더 커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이려나.

꾸욱, 하고 유방을 손가락으로 내리누르자 누르는 대로 푹 꺼졌다가 탄력적으로 튀어오른다.

뭔가 신기한 느낌이라 몇 번이고 꾹꾹 눌러보니, 옆에서 성녀가 묘한 시선을 보내왔다.

"출산을 했는데도 예쁜 젖꼭지네요."

"...콜록?! 콜록, 콜록콜록콜록!!?!! 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보통이라면 갈색으로 변했을 텐데..."

진짜, 이거 성녀 맞아?!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젖꼭지 칭찬에 순간 사레가 들려 마구 기침을 토해냈다.

자각 없는 성희롱이라고 해야 할지 뭐랄지,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경악할 대사들을 필터링 없이 있는 그대로 내뱉고 있다니...

아니, 그보다 다른 녀석들 앞에서는 안 그러지 않았나?

"자, 일단 아기한테 젖을 먹여보죠!"

"...아, 알아서 먹일 테니까 너무 신나하지는 말거라..."

조용히 품에 안겨있는 아기를 끌어당겨, 젖꼭지 쪽으로 옮기니 머리를 조금 흔들더니 슬며시 입술을 부딪혀 왔다.

으와, 으아, 으... 느낌이 묘한데.

아기의 자그마한 혀가 알맞게 부풀어오른 돌기를 훑어지나가는 감각이란, 뭐랄까.

...간지러워.

살랑이는 것 같기도, 은근히 쓰다듬는 것 같기도 한 애매한 느낌에 표정을 굳히니 내가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던 성녀가 웃긴 표정이라며 나를 놀려왔다.

"으음, 아기가 젖을 빠는 것 같지는 않은데..."

"너무 들이밀지만 마시고 천천히 토닥이면서 가져다 대보세요."

성녀의 조언에 따라 가벼운 손길로 자그마한 등을 두드리니, 편안해서 그런지 어쩐지는 몰라도 아기의 입이 동그랗게 벌려졌다.

'이제 물려주면 되려나?'

바로 코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머리도 가누지 못하는 시기라 아무래도 직접 젖을 물려줘야 할 듯 싶었다.

그으러니까아, 으음... 이렇게 하면 되나.

한 손으로 아기의 무게를 지탱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밑가슴을 받치듯이 들어올린다.

한 손에 전부 담기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라 이리저리 출렁이며 손아귀를 빠져나가려 했지만, 어떻게든 아기의 입까지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어때요?"

"음, 딱히 별 느낌은 없ㅡ 히약?!"

젖꼭지를 오물거리는게 조금 간지럽기는 했지만 별 느낌은 없었다.

물론, 그것도 아기가 젖을 빨기 시작하기 전까지의 이야기였지만.

"사, 살살 좀 빨아다오. 내가 아프지 않느냐."

아팠다.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진짜 아팠다.

젖 먹던 힘이라는게 어디서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 듯, 아기는 자그마한 몸에서 나오는 힘이라고는 믿지기 않을 정도로 내 젖을 힘차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뭐, 뭔가가 가슴을 통해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진짜로 이 가슴에서 모유가 나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심장이 덜컥였지만, 아기를 안고 있는 상태였기에 최대한 움직임을 멈췄다.

"이렇게 보니까 진짜 엄마 같네요."

"엄마가 아니면 대체 뭐라고 생각ㅡ"

"네?"

"아니, 아니아니아니! 바, 방금 말은 실수다, 실수!"

무의식적으로 튀어나간 답변에 잔뜩 당황해서는 외친다.

엄마가 아니야! 엄마가 아니라고! 이 안에는 너희들을 딸감으로 쓴 더러운 남정네가 들어있다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진정시키고자 아기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귓가에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참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행복해 보이시네요."

빙글거리는 웃음을 얼굴에 단 성녀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아기에 집중하려는 찰나였다.

"그러게 말이야."

"?!?!!"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쳐들자, 잔뜩 일그러진 표정의 용사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이 새끼는 대체 언제 온 거야.

흉신악살처럼 구겨진 면상이 마족보다 더 마족 같다면 거짓말일까.

당장에라도 내 몸뚱이를 찢어죽일 듯 무시무시한 기세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행복해? 네가, 감히?"

"아, 아니... 이건, 그게, 그, 아니, 그..."

증오가 잔뜩 서린 목소리에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미친 놈. 정신나간 놈. 갑자기 나타나서는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드워프 녀석이 하던 협박 따위는 별 것도 아니라는 듯 강렬한 살기가 전신을 꾹 내리눌렀다.

그 무형의 무게감에 저절로 고개가 떨궈져, 움직인 시선 끝에 보이는 용사의 고간을 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는 너를 행복하게 하려고 범한게 아니야. 불행하라고, 범한거지."

"아, 알고 있, 알고 있다."

"아기를 낳는게 즐거워? 행복해? 아니, 그래서는 안 되지. 절대 안 되지."

"윽?!"

너에게 있어서 출산이란 고통과 절망의 상징이어야만 해.

읊조리듯이 튀어나온 목소리가 귓가에 꽂힘과 동시에 용사의 손이 움직여, 내 머리카락을 무자비하게 휘어잡았다.

갑작스럽게 변화한 분위기 속에 아기가 젖을 빨다 말고는 앙앙 울기 시작했다.

아기가 울잖아. 아기가 울고 있잖아, 이 씨발 놈아.

머리카락을 뒤로 젖혀 강제로 자신을 보게 만드는 용사에 날카로운 시선을 던져봤지만, 그건 그저 상대를 자극하는 멍청한 행동일 뿐이었다.

"용사님, 진정하세요. 지금 마왕은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ㅡ"

"죽인 만큼 낳아야 하는데, 쉴 시간이 어디에 있어?"

미친 놈.

이미 한 번 보여줄 꼴, 못 보여줄 꼴 다 내보였다고 성녀가 자리에 있어도 막무가내였다.

어떻게든 용사를 말려보려고 팔을 붙잡는 손길이 필사적이기는 했지만, 겨우 성녀의 힘으로는 매달리는 것 정도로 그칠 뿐이었다.

'그러니까, 그만 둬. 그냥 밖으로 나가.'

그런 의미를 담아 바라보자, 시선이 마주친 성녀가 눈동자를 잘게 떨더니 이내 눈을 꾹 감아버렸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연신 사과 인사를 내뱉으며 문 너머로 사라지는 성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를 향해 맹렬하게 쏘아지는 시선과 마주한다.

분노로 가득 찬 동공.

그리고 그 분노의 크기만큼 거대해진 자지.

'아기라도 데려가지, 도움도 안 되는 년 같으니라고...'

여전히 울고 있는 아기를 품에 꼭 안고는 몸을 슬며시 뒤로 물렸다.

쉬이, 울지 마. 괜찮으니까, 울지 마. 저 또라이 새끼 눈에 띄면 너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제발, 제발 울지 마.

마음 같아서는 아기의 입이라도 막고 싶었지만, 이 정도로 몸뚱이가 바짝 굳어버려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다.

"아기가 그렇게 소중해?"

그런 내 행동에 아기를 향하는 시선.

순간적으로 전신에 돋아나는 소름에 멍청히 용사의 얼굴을 올려다 봤다.

설마, 아니지?

검게 물든 감정이 작은 핏덩이를 노려보는 것에, 깊은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이 새끼, 진짜 완전히 돌아버렸잖아.'

아무리 아기라도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죽여 없애겠다는 의지.

목구멍을 뚫고 울려퍼지는 심장이 잔뜩 겁에 질려서는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내가 당하는 건 몰라도, 아기는 안 돼.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에 벌써부터 암컷이 되어버린 거냐고 자조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과 상관 없이 그저 아기를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

"용사."

볼품 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용사를 부른다.

차라리 아기에게 관심 없는 척 했다면 아기에게 이 정도로 시선이 끌리지는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오히려 제가 낳은 아기에게조차 관심이 없다며 나 혼자만 당하고 끝날 수 있었을 터였다.

'진짜, 진짜 싫은데. 이 개새끼한테 씨발, 진짜...'

용사의 관심을 최대한 돌려야 했다.

아기를 한 팔로 안은 채, 가랑이를 벌리고는 그 위를 덮고 있던 천조각을 치워낸다.

한 순간에 드러난 치부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면 아기에게까지 불똥이 튈지도 몰랐다.

'그러니가 빨리 창녀라고 욕하면서 범하라고, 좆 같은 새끼야...'

섹스를 할 때의 용사는 앞을 못 보는 짐승과도 같이 그저 허리를 움직일 뿐이었으니, 이게 가장 옳은 선택이 될 터였다.

그것이 내가 가장 싫어하고, 혐오하고, 동시에 두려워하던ㅡ 용사에게 강간 당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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