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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만큼 낳는 마왕이 되었다-70화 (70/342)

Chapter 70 -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5)

"혹시 무서우세요?"

"...아?"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고 바르작거리고 있자니, 상대가 물어왔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머리 위에 의문 부호를 띄우고 있던 할리벨이, 돌연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 정도로 짙은 냄새를 풍길 정도면 이미 엄청나게 따먹혔다는 뜻인데, 야한 짓에 흥미가 하나도 없으시다고요?"

"...당연한거 아니겠느냐."

강제로 당해서 기분 좋을 리가 없잖아.

슬금슬금 하복부 밑으로 흘러들어가는 뜨거움에 몸을 웅크리니, 딱하다는 듯한 시선이 돌아왔다.

...그 눈 치워, 기분 나쁘니까.

"너, 너는 아무것도 모르지 않느냐."

그래.

서큐버스면서 그딴 짓거리들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나 있을까.

알아서 제 정기를 바치러 온다면서 실실거리기나 하겠지.

"너는, 아무것도 몰라."

속에서 치솟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눈물이 틈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몸을 뜨겁게 달구는 할리벨의 체액과 함께 터져나오는 이 감정을 무어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서글픔.

그 누구도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터져나오는 울분이었다.

"물론 저는 마왕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것은 가르쳐드릴 수 있어요."

"아는 걸 가르쳐준다니, 무엇을?"

잠시만요. 같은 소리를 하고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할리벨의 손길에 작기 신음을 토해냈다.

겨우 피부외 피부가 맞닿았는데도 불구하고, 내 몸뚱이는 쾌락에 젖은 채로 잘게 경련하고 있었다.

"잠시만 이 안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알겠죠?"

나를 장롱 같은 곳 안쪽으로 밀어넣고는 빙긋 미소짓는 서큐버스의 얼굴에 무언가 불안감이 일었다.

...설마 여기에 가둬두고 이상한 짓이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

안쪽은 바깥에서 보던 것보다 넓어서 비좁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저 녀석의 체액 때문에 기분이 야시꾸리해져서 그렇지.

"...흣,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ㅡ"

"어이, 할리벨!"

무어라고 불평이라도 토해내려는 순간, 문 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칠고, 경박하다.

마치 뒷골목에 상주하는 양아치라도 되는 듯한 목소리였다.

'다 보이잖아.'

황급히 내가 있던 장롱의 문을 닫은 할리벨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분명 바깥쪽에서 봤을 때는 평범한 장롱처럼 보였었는데, 아무래도 안쪽에서는 잘 보이게 특수한 처리가 되어 있는 듯 싶었다.

"아, 오늘도 오셨네요♥"

"그래, 오늘도 거칠게 박으려고 왔지 이 썅년아."

몸을 베베 꼬며 말하는 할리벨의 얼굴 위로, 남자의 커다란 손바닥이 휘둘러졌다.

짜악, 하고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얼굴이 돌아간다.

아니, 얼굴이 돌아가는 것으로 모자라 몸 전체가 힘 없이 침대 위로 쓰러졌다.

'뭐, 뭐야. 갑자기...'

갑작스러운 상황에 심장이 쿵쿵 뛰어댔지만 놀란 건 이쪽 뿐인 것 같았다.

바깥의 두 사람은 지금 상황이 익숙한 듯이 행동했다.

한쪽은 때리고, 한쪽은 신음을 흘리며 맞는다.

그 비현실적인 광경을 멍하니 시야 가득 담아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할리벨의 몸에 하나 둘 상처가 새겨졌다.

"어때, 좋아 죽을 것 같지?"

"죠, 죠금 죽을 것 가타요♥"

교성을 흘려대는 서큐버스와, 그런 서큐버스를 두들기는 인간 남자.

끈적한 액체를 가랑이 사이로 질질 흘려대는 모습에 절로 기분이 더러워졌다.

'...대체 뭘 알려준다는 건데. 자기가 마조히스트라는거?'

본인과 나를 같은 선상에 뒀다면, 그것만큼 치욕스러운 경우는 없을 터였다.

나는 서큐버스처럼 섹스에 쾌락을 느끼고, 정기를 빨아먹는 창녀가 아니야.

특히 용사 녀석과 하는 건, 끔찍해서 죽고 싶을 정도라고!

"자, 그러면 더 죽자. 알겠지?"

"네, 네엣...♥"

괴상한 말과 함께, 남자가 품에서 주사기를 꺼내들었다.

어째서 이곳에 주사기 따위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찰나에, 뾰족한 바늘 끝이 할리벨의 피부를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엑,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어, 죽어버리라고! 이 더러운 마족 년아!"

조수를 뿜으며 자지러지는 할리벨의 복부를 짓밟는다.

남자는 혀를 죽 빼어물고, 전극을 꽂은 개구리처럼 펄떡이는 그녀를 마구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드러나는 뿔과 날개, 그리고 꼬리에 나는 그저 몸을 덜덜 떨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가만히 있는 거야.'

고통스럽잖아.

벗어나고 싶잖아.

창녀로 일하면서 정기도 많이 흡수했을 텐데, 왜 저딴 인간한테 그냥 맞고만 있는 건데?

"케헥, 쥬거♥ 이제, 쥬거버려♥♥"

"그래, 죽어버려. 이제는 죽어버리라고 이 씨발 년아!!!"

퍽, 퍽, 퍽 하고 복부를 두들기는 살벌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워냈다.

남자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보지에서 조수가 찍찍 뿜어져 나오는게, B급 포르노를 보는 것만 같았다.

'...왜 그렇게 기분 좋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마치 남자의 폭력 전부가 쾌락으로 치환 되었다는 듯이 몸을 엉망으로 뒤틀어댄다.

저런게, 진짜 기분 좋을 리가 없어.

"자, 한 방 더 맞아야지?"

"악, 아악?! 아아악, 하아아아악♥♥"

또 다른 주사기가 다시 한 번 목을 꿰뚫을 때 즈음에는 이미 신음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짐승이 죽어가는 듯한 괴상에 등줄기가 서늘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기분 나쁜 건, 저런 식으로 처참하게 망가진 할리벨을 장난감 다루 듯 하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꼴에 같은 마족이라고 동질감이라도 느끼는 걸까.

"너, 너어주세요♥ 제 암캐 보지 안에 정액 뷰릇부릇 싸주세요♥♥"

다리와 보지를 동시에 벌린 할리벨을 얕잡아 보듯이 내려다 본다.

넓게 벌려진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암컷의 페로몬이 방 전체를 순식간에 물들였다.

진득하게 달라붙는 체향에, 내 머릿속 또한 덩달아 눅진눅진하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좋아, 이 암캐 년아!"

"와, 왔다아아아아앗♥♥♥"

남자의 좆이 박히자마자 처참하게 절정한다.

보지에서 뿜어낸 조수로 남자의 상의가 질척하게 물들었다.

그 사실이 끔찍하다는 듯이 표정을 구긴 남자가, 힘 주어 쥔 주먹을 그녀의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퍽!!

"켁, 헤엑♥♥"

"어딜,"

퍽!!

"옷을!"

"쟈, 쟘깐♥"

퍽!!!

"더럽히고!!"

"지, 진쨔 쥭는댯...♥♥"

퍽!!!!

"있어!!!!"

"쥬거, 버려... 아아아아아♥♥♥♥"

무자비한 폭력이 복부를 후려갈길 때마다 몸을 움찔움찔 거리다가,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는 마치 활어회처럼 펄떡이기 시작한다.

눈코입 할 것 없이, 모든 구멍에서 액체를 쏟아내는 그녀의 모습은 빈말로도 정상이라고 할 수 없었다.

'미쳤어, 미쳤다고. 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가ㅡ'

"......아."

그러다가 문득, 축축라게 젖어 있는 하반신에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분명 미친 짓이라고 칭하고 혐오하고 있었음에도, 내 몸뚱이는 저 참혹한 광경을 보며 애액을 질질 흘려대고 있었다.

"쟈지♥ 쟈지♥ 쟈지로, 죽는다아아아아아앗♥♥♥"

입 밖으로 축 늘어진 혀를 타고, 가느다란 실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거친 허리 놀림 끝에 그녀의 보지 안에 정액을 싸질러낸 남자가, 그대로 할리벨의 머리채를 잡고는 거칠게 입을 맞췄다.

"읍, 으픕, 흐으읍♥"

분명 사정을 해서 줄어들었을게 분명한 자지가, 할리벨의 타액을 마시는 순간 처음과 같은 상태로 거대해졌다.

아니, 처음의 그것보다 훨씬 더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저딴게, 사람 몸 안에 들어갈 수가 있다고?'

의문이 들었지만, 내 안에 들어왔던 용사 녀석의 좆을 떠올리자니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죠금만, 죠금만 쉬게 해주세여♥ 이, 이대로 더 해따가는 머리가 망겨ㅡ 으기이이이잇♥♥♥♥"

"쉬는게 어디 있어, 씨발! 너는 그냥 개 같이 처 박히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이 서큐버스 년아!!"

"오, 오곡♥ 기야아아아아아♥♥♥"

이불보를 잡아 당기는 것으로 모자라, 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허리를 튕겨올린다.

물리 엔진이 고장난 것처럼 위 아래로 펄떡이는 몸뚱이가 별안간 움직임을 멈춘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였다.

"오, 오, 오, 오아, 으♥"

"벌써 죽으면 안 되지? 응? 음마잖아! 빨리 내 정기를 흡수해 보라고!"

말이 되지 못한 괴성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이미 지성체 실격 상태가 되어버린 할리벨의 가슴을 잡아당기며, 남자가 소리쳤다.

...아니, 잡아 당긴다기보다는 쥐어짠다는게 더 맞는 말이겠지.

"자, 이거 보여? 이거 보이냐고! 보이면 대답해!!!!!"

퍽!!!

"흐, 흐헥... 켁, 케헥♥"

가느다란 목덜미를 우악스럽게 움켜쥔 남자가, 품 안에서 또 다른 주사기를 꺼내들었다.

숨통이 틀어막힌 할리벨의 몸뚱이가 거칠게 저항했지만, 그 표정만큼은 이미 쾌락에 젖어 괴리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 비친 감정 한 조각.

언젠가 내가 가졌던 것과 같은 색의 절망에, 반사적으로 눈을 부릅 뜰 수 밖에 없었다.

'도망, 도망쳐. 무서우면 도망치라고, 이 멍청아!!'

처음에는 팔, 그 다음에는 목에 꽂혔던 주사바늘이 이번에는 훨씬 아래쪽을 향했다.

가슴을, 복부를 넘어 더 밑으로.

더 은밀한 곳으로.

그리고, 더 민감한 곳으로.

"쟈, 쟘깐♥ 거, 거기느으은......♥"

제 클리토리스에 주사기를 꽂으려는 남자에, 할리벨이 그 팔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엉망으로 가버린 몸뚱이는 그녀가 마족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힘을 이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저항은 하고 있지만,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한 바늘이 그대로 제 목표에 꽂혀들어갔다.

"에."

...지독할 정도로 처참하고, 애절하고, 끔찍한 단말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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