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들
"뭐? 정말? 왜 그런거야?"
인혜의 표정은 학가 나있는 건지,기가막혀있던건지,하여튼 내가 지금까지 본적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은지와의 만남으로 인해서 한동안 소홀하기 시작한 인혜와의 관계를 그녀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현만의 마음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그녀 도 알고 있었지만 걸으로 표현하기가 두려웠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정도 한계를 넘어서자 그녀도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현만과 자신 사이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꼭 알고 싶었다.
"아니야, 너 때문에 그런게 아니야. 미안해.."
현만은 인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신기하게,인혜가 자신에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 오자, 시들했던 마음이 또다시 일어나서 그녀가 가엽게 느껴지 고 있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지만...
남자의 마음도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일까...?
자신의 오랜 트라우마였던... 은지에게 마음이 쏠려있어서 미처 몰랐던 인혜의 매력이 다시금 생각나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 순진한 소꿉친구는 현만과 은지와의 관계도 모 르고 그녀 자신에게도 어느정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 는게 아닌가..
그녀는 현만에게 사과를 했다.
"현만야, 네가 나에게 소홀한게 서운하기는 하지만.. 그건 내 책임이기도해... 미안."
"뭐라는거야,넌 아무런 책임없어. 이건 내가 그냥..."
당연하지만 이건 은지와 놀아난 현만이 잘못한거지 인혜가 사 과할 필요는 없다.
청춘이라면 다른 여자와 놀아나거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기존의 관계는 깨끗하게 정리하는게 순서일 것이다. 하지만 현만은 솔직히 기뻤다.
은지에게 조금 기울어있던 마음이었지만, 자신에게 처녀를 바 친 아름답고 순수한 인혜도 아직은 놓치고 싶지 않은게 현만 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아직 쑥맥이라고 할수 있는 인혜는 진심으로 현만을 걱정해주 고 있었다.
그녀가 경험이 많았다면, 현만이 자신에게 그동안 소홀하게 대 한 것이 이별의 통보였다는 것을 알았겠지만 그녀는 아직도 연애에 서툰 철부지였다.
현만을 처음으로 만나 이제 겨우 남자를 알게 된 갓 스무살의 여자일 뿐이었다.
조금씩 인혜를 지워내고, 그녀 스스로 자신을 떠나게 하려던 현만은 이렇게 순진한 인혜에게 다시금 마음이 살아나는 것올 느꼈고, 학교에 있을때만 이라도 인혜를 더 소중히 해야지라 는 생각이 강해졌다.
현만도, 그리고 인혜도.. 먼저 헤어지자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 다.
현만은 다시금 인혜가 좋아졌고,농염하고 섹시한 은지와는 다 른 순수하고 풋풋한 매력이 그녀에게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현만에게 자신의 처녀를 바친 인혜도 지금 막 맞이한 남자의 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락에 취해서 현만에게 온전 히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앞으로는 서로 더욱 잘 지내자고 일련의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두 사람의 가벼운 싸움은 그동안의 소원했던 관계를 다시금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두 사람이 만난지 1년이 되는 날이 다가 왔다.
사실 오래전부터 두 사람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지만,평일에 는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리고 주말에는 은지와 함께하는 현만의 이중생활로 인해서 여행일정을 잡는게 힘들었다.
하지만 기념일이라는 것은 몰랐으면 모르되,신경이 쓰이기 시 작하면 그냥 제대로 챙겨주는게 편한 법이다. 그래서 인혜에게 은근슬쩍 말을 꺼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이제 사귄지 1년되네. 여행 슬슬 예약해야 지. 비행기나 호텔 같은거."
아니나 다를까 인혜의 얼굴을 금세 밝아졌다.
인혜는 설레는 얼굴로 제주도의 숙박업소와 비행기편울 예약했 다.
두 사람은 행복하게 여행 준비를 했다.
현만은 대담하게도 은지를 자신의 사촌 누나라고 불러서는 같 이 백화점에 데리고 가서 인혜와 함께 쇼핑을 하기도 했다.
''은지.... 너는 내 첩이니까 인혜앞에서 절대 티내지 말아야 돼. 알았지?"
백화점에서 인혜가 옷을 고를 때 현만이 은지의 귀에 욕설을 속삭이면서 그녀의 가슴을 쥐어짜듯 움켜쥐자 은지의 얼굴에 행복한 고통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금의 티도 내지 않은채 현만이 인혜와 정답게 여행 을 준비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알수 없는 쾌락에 몸을 떨었다.
그래도 둘만 가는 여행, 여행가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모르는 사람뿐이니 조금 개방적이어도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현만은 과감한 수영복을 골라주었다.
수영복의 원단은 인혜의 체형에 비해 작았고 흰색이었다. 조금 야해보여서 저속해보일수 있었지만 인혜의 몸매가 굉장히 좋 고 가숨도 커서 충분히 맵시있게 입을 수 있어보였다.
현만은 수영복을 입고 있는 인혜의 모습을 마음껏 즐기고 싶 었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 당일이었다.
준비는 모두 완벽했다.
소원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희생을 즐기는(?) 은지의 배려심과 현만의 기질(?) 때문에 무사히 1주년을 맞이하게 되고 이렇 게 여행까지 같이 가데 되었다.
두 사람은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인혜는 계획일정을 보고 있었고, 현만은 다리를 흔들며 공항의 커다란 시계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였다.
"어?? 현만? 너 현만 맞지? "
커다란 목소리가 공항 복도를 울렸다.
현만이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오래전에 알고 지냈던 남자가
서 있었다.
"오! 역시 맞네, 현만. 오랜만이네."
거기에는 현만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 걸어오고 있었다.
백정호.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초중고를 같이 나오기는 했지만 결코 친하지 않은 녀석이었다.
현만울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불량배스러운 성격으로 다른 친구 들을 괴롭히기가 일쑤였고 특히 여성편력이 심해서 같은 고등 학교의 여자애들을 자주 따먹고 다니던 놈이었다.
엮이는게 굉장히 싫은 놈이었는데 어째서 저따위 녀석이 여기 에 있는 것일까..
"이거 정말 굉장한 우연인데? 잘 지내보이네. 뭐야? 여자친구 와 여행 가는거야?"
현만은 엄청 친한 척이라도 하는 녀석의 말투가 거슬렸다.
두 사람은 친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던 그런 사이였을 뿐이었 다.
물론, 현만이 속으로는 녀석을 엄청 싫어했지만 말이다.
"어? 현만아, 그런데 옆에 예쁜 여자분은 누구셔? 혹시 여자 친구?"
정호가 인혜의 모습을 힐끔 살피고는 현만에게 물어왔다.
"응, 그렇지 뭐."
현만은 불편하다는 기색을 보이면서 통명스럽게 말했다.
"어! 진짜야?! 이야- 능력 좋네. 엄청 예쁘신 분인데?"
상당히 놀란 모습으로 인혜를 빤히 보는 녀석이었다.
인혜를 예쁘다고 말하는 것은 싫다고 생각들지는 않았지만 한 편으로는 기분이 좋지도 않았다.
인혜는 백정호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아마 현만과 친한 친구 라고 생각하는듯 했다.
"그래서 오늘 이분하고 너랑 둘이서 여행가는거냐? 우와, 부 럽네,자식."
현만은 속으로 실컷 부러워하라고 생각하고는 대꾸하지 않았다
"좋겠다. 우리들은 다 남자뿐인데."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뒤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
투박한 체격의 남자와 날씬하면서 키 큰 남자.
백정호, 그 녀석도 키가 굉장히 큰편으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녀석의 말로는 자기도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는 것이라 했 다.
남자들 세명이서 여행을?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현만은 그녀석의 속셈을 알 것 같았다.
여행지에 남자끼리 가서 현지에서 여자들을 헌팅할 속셈일 것 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인혜만 슬쩍슬쩍 쳐다보는 정호녀석이 눈에 거슬렸다.
저 녀석과 친구들에게 불편한 기색을 내내 보이고 있는데도 녀석들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인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옆 에서 떨어지지 않았다.